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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저작권-저2-바둑4

060801 사태의 책임,한국기원과기사들에게도 있다.


(이 글은 최근 기사화된, ‘바둑사이트들의 기보정보료 거부 담합 사태’에 대한 필자 나름의 생각으로서,

글제로 삼은 저의 판단, '사태의 책임,한국기원과기사들에게도 있다.'에 대한 근거는 글 중간중간에 간접적으로 포함되어져 있습니다.


주의할 것은 이 글은 그 주장, '사태의 책임,한국기원과기사들에게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한판의바둑내지일련의수순]에 대해, 무언가 권리가 인정되어야 함'을  전제로 함과 동시에,  못지 않게 중요한 주장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1

어느 권력가 부자 양반님께서 환갑을 맞으셨다.이 양반님가문에선 잔치를 빛낼 일환으로 당시 최고라 인정되는 화가 오원(장승업)을 초빙한다. 드디어 잔칫날 오원은 뭇 사람들의 주시와 감탄 속에서 장수를 기원하는 한 폭의 복숭아나무 그림을 멋들어지게 그린다.양반님은 점잖게 수염을 쓰다듬으시고.잔치는 더욱 빛나고...으 좋다.

...오원은 좋아하는 술 원없이 마시며 며칠이고 한 달이고 유숙하다가 양반님이 주시는 노잣돈까지 챙겨 떠나간다. 그러나 거기까지.

휘유~ 예술은 가난했다.



현 시대 마이클 조던은 그 자신이 권력가다.그에겐 대중의 열광이 있고 대중들은 그들의 사랑을 기꺼이 돈으로(입장료든 유선티비시청료든) 표현하기 때문이다.무슨 얘기냐면 축구나 농구,야구 등의 프로스포츠는 위에 오원과 달리 선수와 대중(,그리고 미디어)만으로 생존가능하는 말.

양반님(;기업)의 후원(스폰스행위)을 생존의 버팀목으로 삼아 매달리는 처지는 아니다 는 말이다.

(프로)선수들은 대중을 자양분으로 삼아 생존한다.그들은 스포츠경기장면이란 상품을 생산하고 미디어는 이를 구입,가공하여 판(중계)다.

기업들은 ‘자자 나도 돈좀 보태거덩? 그러니 나도 수염 좀 쓰다듬게(무슨무슨배 K리그,올림픽 월드컵 공식지정 무슨무시기 이런 거) 해주라.’이러면서 한 곱사리 낀다.

이게 (인기있는)프로스포츠를 둘러싼 역학구도다.


미디어가 중계 안하면 프로스포츠 다 고사할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디어들은 큰소리칠 입장이 못된다.같이 망하기 때문이다. 이건 피파(FIFA)와 미디어, 피파(FIFA)와 스폰서기업들의 권력관계를 따져보면 자명하다.

결국 스타와 미디어,스타와 스폰서의 역학관계는 이런 식으로 결정된다.


여하튼 FIFA나 마이클 조던이 큰소리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은 꼭 양반님의 환갑잔치가 없다 하더라도 자체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

바둑 프로기전은 양반님 환갑잔치(;일본 에도시대 어성기)의 현대판 버전이다. 어성기가 일본에서 시대적 흐름에 맞춰 진화한 형태가 신문기전이고, 일본바둑을 뒤따라 온 우리 바둑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신문기전보다는 기업스폰서 기전이 많아졌지만 결국 그것조차도 어성기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점은 부인할 수 없다.차이라면 양반님 또는 쇼군(장군)이 삼성이나 LG로 바뀌었고 대중이란 새로운 관전자(돈이 안된다 점 때문에 큰 차이를 주지 못한다)가 등장했다는 점 정도일까.


이런 기괴한 구조가 되어버린 게 단지 연혁적 까닭일까? 그렇진 않은 듯 하다.장담할 순 없지만 바둑의 어떤 근본적 속성이 또 하나의 이유로 보태져야 하지 않나 싶다.

그 속성이란 아래 어떤 분 말씀대로 ‘(매니아가 아닌)일반대중을 환호(하게 해서 바둑경기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게 하는 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반박의 여지가 있을 지도...)

아 근데 이건 이 글의 논점이 아니지.


여하튼 간에 힘(;대중동원력)이 있으면 박지성이나 마이클 조던이 되는 것이요,없으면 장승업이 되는 것이다.(물론 현대의 수많은 배고픈 진짜 장승업들, 즉 가난한 예술가들에 대한 비하는 아니다.)


프로스포츠로서 개인스포츠는 상금따먹기 식의 대회가 많다. 그런 식의 대회 중 그 상금이 전적으로 스폰서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경우가 바둑 말고 또 있을까?. 테니스,골프,탁구,당구,볼링 등의 경우 팬들이 내는 입장료나 중계료가 프로선수들 상금의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물론 팬으로선 선수(의 경기장면)을 보고 기꺼이 호주머니를 여는 것이니 이는 팬들이라는 우군을 딛고 선 프로선수의 입지가 그만큼 튼튼하다는 말이 된다.


바둑기사의 입지는 어떨까? 어떻다고 말해 주어야 하나?...

그나마 바둑교실이 있긴 하다,하지만 프로가 바둑교실로 먹고 산다면 명색은 프로래도 실질은 선생님이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현 시대 프로기전을 둘러싼 역학 구조상 프로기사는 취화선의 장승업이요 기보는 환갑잔치의 복숭아 그림이다.

...바둑기사의 입지는 취약하다.얘기를 계속하자.



3

자 ‘현대판 복숭아 그림’은

1.대동강물일까?

2.(대동강물이 아니고 주인이 있다면, 그)주인은 누구일까? 또는 어떻게 교통정리해야 할까?


1.에 대해:no, 오원이든 양반님이든 주인은 있다.

중요한 건,논의의 순서상 저작물이냐 여부의 가림 이전에 대동강물이냐 아니냐의 가림이 선행되어야 한다 는 점이다.

2.에 대해:아래 계속.


....한국기원과 인터넷 바둑사이트들이 기보의 저작권을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한게임.넷마블.타이젬 등이 그간 내던 '정보사용료'(기보사용료)를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용료는 회사당 연간 3000만~6000만원 선.

(중략)

한국기원이, 인터넷 사이트들엔 한국기원 자회사 격인 사이버오로(Cyberoro)가 권리를 행사해 이용료를 받아왔다. (한국기원은 사이버오로에 인터넷을 통한 대회 중계와 기보 이용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위임했다)


그러나 인터넷 사이트들이 경쟁사인 사이버오로에 이용료를 낸다는 것은 자존심 상 용납할 수 없다고 항의해 왔고, 드디어 지난해 9월 넷마블이 먼저 기보사용료를 내지 않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한국기원과 사이버오로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자 한게임과 타이젬도 올해 5월부터 이용료를 내지 않았다....

(박치문 기자의 기사‘기보저작권 인정못한다’ 중에서 발췌)


올 것이 왔다 고 해야 하나.아무튼 한국기원이 사태를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조선 시대의 경우와 달리)복숭아 그림은 내꺼다 라고 하면서 관람료 받겠다 는 건 좋다. 거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스폰서기업의 이익(:수염 쓰다듬는 폼나는 순간 및 이를 보아 줄 가능한 한 많은 잔치손님;기업광고)은 도외시하고 오로지 기사들의 이익만(그것도 근시안적인 이익만)좇았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재작년인가의 LG배 사태다. “아 몰라몰라 이거 내꺼거든?그니까 니넨 (열람이)안되거든?아 머라고?아 몰라몰라. 내꺼야.”<---이랬다.)


4

바둑기사들은 현실파악을 해야 한다.그거 바둑기사님들 꺼 맞다.맞는데...


축구팬들은 축구에 지갑을 연다.

미디어는 축구중계에 기꺼이 중계료를 지불한다.

(대부분 기업들인)용품 스폰서,타이틀스폰서는 기업명 한 줄을 위해 스폰서료를 바친다.

바둑계. 환갑잔치술 마시러 온 객들은 부지기수이지만 바둑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팬들의 절대수는 매우 작다.미디어(바둑티비 되시겠다.종종 있는 세계대회 시는 KBS나 MBC도 되신다.)가 바둑중계에 중계료를 지불하긴 하는지,그게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그걸로(관람료,중계료 기타) 바둑산업의 자생은 요원하다.


바둑인 천만은 오로지 숫자에 지나지 않을 뿐,바둑계 기반은 취약하기 이를 데 없고 기사들의 입지는 그 옛날 오원의 처지에서 딱 몇발짝 나아갔을 뿐이다.

그런데도 ‘현대판 오원들’은 환갑잔치 복숭아 그림을 두고 ‘이거 내(가 그린) 그림이야,내 그림이니 당신은 보지마, 당신은 봐도 돼.’이러시고 계시다.점잖게 수염쓰다듬으시던 양반님 수염이 거꾸로 설 일이다.


시대가 바뀌어 자기권리를 찾아먹겠다는 걸 나무랄 순 없다.

그치만 일이 되게 할 일이다.


프로스포츠동네에서 선수협(;한국기원)이 자회사를 만든 격이 사이버오로이다. 물론 그거야 이쪽 업종의 특수성상 좋다. 근데 문제는 이 자회사(사이버오로)가 모체인 프로선수(바둑기사)의 대승적,장기적 이익이 아닌 기업본성대로,경쟁생리적 본성대로 행동한 데 있다.

그들은 오로지 개별기업적 이익만 축구하여,경쟁사의 생중계를 막무가내로 막아 온 거다.

(주의:이번 ‘야이 오로, 아 배째’사태는 ‘기보정보료’에 대한 것이지 중계허락에 대한 것이 아니다.그건 중국사이트들이 단체로 ‘아 배째’함 했다.정관장배였던가?)


전술한 바 프로기사들은 그들 입지상 그럴 입장이 못된다.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격이요,제살 뜯어 제입에 넣는 자해행위에 다름 아니다.당장은 배부르겠지만.

그런데도 자회사는 이를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 방치한 한국기원은 주인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5

스포츠는중계가 생명이고 녹화중계는 김빠진 맥주다.

바둑에 있어서 생중계는 준생명, 기보(녹화중계)는 그 자체로 맛나는 맥주다.적어도 김빠진 맥주 정도는 아니다.(물론 바둑의 속성 때문이다.)

박정상이 어제 후지쯔 배 우승했는데

오늘 타이젬기보를 클릭하는 수많은 바둑팬들,그들은 김빠진 맥주먹으러 왔나?


근데 희한한 게, 바둑기전 스폰서 측 입장에선 오직 생중계(물론 기보포함)만이  생명,기보는 김빠진 맥주라는 사실이다.(그래서 교통정리,서로간 이익의 절충 모색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환갑잔치는 많을 수록 좋다.많을 수록 좋으니 가능한 한 많은 유치를 위하여중계(기보포함)권은 대회기간(‘생’중계이니 당연)만이라도 스폰서가 행사하도록 하자.(대회가 끝나면 어차피 중계권도 사라지고 김빠진 맥주,녹화화면만 남는다.)

칼을 갖다 바치긴 싫다?면, 그래서 선수들이 직접 행사해야겠다면 최소한 스폰서 이익에 부합하도록 행사하도록 하자.

솔직히 웬만한 기전 하나 더 유치하면 ‘기보사용료’ 전체보다 많을 거 아닌가?


왜 자신들 이익을 사이버오로의 기업적 생리에 맡겨놓는지.오로의 주인은 한국기원, 한국기원의 주인은 프로기사들 아닌가?

물론 대회기간이 끝난 후(;대국이 행해지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생중계시효‘가 종료된 후) [한판의바둑내지일련의수순]은 중계권과 별도로 창작물로서 보호될 것이다.


1차적으로 모든 권리가 선수들에게 발생하는 건 맞다.그러나 한국기원이 믿고 있는,‘모든 권리를 선수 또는 구단 또는 협회(나 그 각각의 대리인)이 행사한다’ 는 금과옥조가 아니다. 이는 스포츠 시장을 둘러싼 역학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골프의 오거스타 클럽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바둑의 경우 지금이라도 기전계약서에 문장 하나 요구하면 가능하다.


아직까진 기전스폰서들이 권리에 대한 자각이 약하고 바둑동네를 둘러싼 특유의 인적구조 탓으로 선수협(;한국기원)의 권리행사가 무사통과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차후 또 LG배 유사사태가 발생하고 스폰서가 잠에서 깨어난다면 그 때는 장담할 수 없다.

그들은 당연히 대회기간 중 중계권을 요구할 것이고 들어주지 않는다면 기전은 중단될 것이다.이게 한국기원이 바라는 상황인가?


그동안 저작권을 주장해 오면서도 한국기원의 중계권행사방식은 저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급기야 저작료지불 거부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책임의 일정부분은 앞뒤 안가리고 무리수를 둔 사이버오로와 이를 방치한 한국기원이 져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프로기사란 집단이 져야 한다.

한국기원의 주인은 누구인가?


끝.


(미래 언젠가 우리의 프로기사들이 미디어에 대해,스폰서 기업들에 대해 박지성급,마이클 조던급 파워를 행사할 수 있고,그게 당연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나는 매우 반갑겠다.'이를 위해 팬으로서 어쩌구 저쩌구' 는 아래 흥부의행복 님께서 설득력있게 이미 말씀하셨다.

이 글에서 바둑기사들을 ‘현대판장승업’이라 한 이유는 현 시대 프로기사들의 입지와 기전개최를 둘러싼 역학구조(만)에 대한 주장을 위한 비유일 뿐이지 비하의 뜻은 추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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