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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091208 통계적 평점제 소동騷動


요 며칠, 바둑 사이트는 「통계적 평점제」(rating system) 때문에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무슨 난리냐, 이창호가 11월에 7승3패를 하고도 평점이 이전 달보다  낮아지는 의외의 사태가 일어났고, 이에 해당 뉴스란()은 기록적인 개수의 꼬리글이 달렸다는...(오로 ID 맹물국수도 ‘기록’에 약간 공헌을 했다는 ^^;;)

한편, 당사자격인 이창호의 동생 이영호 씨(ID 영호여)도 騷動소동 대열에 가세해 신랄한 비판 글()을 이창호.com에 써 올렸다는...


이창호의 평점과 관련한 사정을 조금 더 늘어놓자면,

11월의 나쁘지 않은 성적에 불구하고 李의 평점이 낮아진 결정적인 원인은, 11월에 4판이나 둔 중국 棋士 邱峻구준에 대한 승률기대치가 무려 0.823으로 높게 책정되어 있어서 2승2패를 하고도 이창호가 점수 손해를 많이 본 탓이었다.


우선 「통계적 평점제」에 대한 나의 이해 정도程度에 대해 말하자면,

그동안 매달 나오는 평점을 바둑뉴스로 접하면서도 불구, 음음 그렇군 정도로만 읽고 넘어갔기에 평점 방식에 대해 막연한 정도로만 아는 처지였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다.

이참에 평점체계를 자세히 훑어보았고 무엇보다도 오로 아이디 「하*솔」님이란 분이 문제의 기사에 꼬리글로 0.823(위에서 말한)이란 승률기대치에 대해 조목조목 분석하는 모습을 구경한 덕이 컸다. 


이창호와 구준 간의 승률기대치는 아무래도 사무적/계산상의 착오인 듯하다. 착오를 바로잡아 계산하였을 때(물론 기존의 평점방식으로) 승률기대치는 오십 몇 퍼센트에서 기껏해야 육십 퍼센트를 넘을락 말락일 듯하다. 이 승률기대치로 이창호의 점수를 재산정하면 그의 점수가 당연히 올라갈 것이요, 모르긴 몰라도 李는 12월에 3위가 아닌 랭킹 1위일 듯하다.

(아마 수정 작업이 끝나는 대로 납득이 갈 만한 조치가 있겠지 싶다. 어쩌면 소급적용까지 갈지도... 아마 이영호 씨도 맘이 풀릴 듯. )


「통계적 평점제」실무 담당자(배태일 박사)가 이번 달 랭킹 발표 전에 착오를 바로잡았다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잘못 될 수 있는 일이고 이는 충분히 이해해 주어야 한다.

처음부터 100개의 벽돌을 쌓는 일이 차라리 쉽지 이미 쌓은 100개의 벽돌 중 불량품 하나를 찾아내야 하는 짓을 해보라. 이거 미친다.


지금은 갱신하지 않지만 과거 세계랭킹 산정작업을 직접 해보았던 나로서는 아차 숫자 하나 잘못되었을 때 그걸 집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우연히 집어내었다 치자. 정말 ‘심 본’ 기분이다.) 알며, 집어낸 후 재계산 작업을 하면서 한편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론 툴툴거릴 수밖에 없는 심정 또한 모르지 않는다.

아무튼 이번 착오와 현행 평점 체계 자체의 타당성은 무관한 문제라는, 나의 결론이다. 


「통계적 평점제」는 우수한 체계이다. 「통계적 평점제」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한국기원이 욕을 많이 먹지만 「통계적 평점제」도입만큼은 잘 했다고 칭찬 받아 마땅하다. 덕분에 우리는 한중일 중에 가장 나은 랭킹 제도를 가지게 되지 않았나.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게  하나 있는데,..

‘전문가적 권위’를 한사코 부인하는 일부 네티즌들이야 뭐 무관계의 평면상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전문가의 힘을 빌리어 쓰는 관계인 한국기원이 빌리는 값을 주어야 한다는 의식이 없는 점에는 뜨악,.. 뜨악이다.


듣기로, 배 박사의 랭킹 산정 작업이 무료봉사라 한다. 물론 작업도구(software)가 없을 리 없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작업이 시간을 무지하게 잡아먹는 작업일 텐데(저 작업을 만약 내가 했던 수작업으로 한다면 억만년쯤 걸릴 거다.),

전문가적 기술료(전문지식의 값, 작업도구를 짜는 값..)는 접어둔다 치더라도 작업에 들이는 시간의 대가마저 없다니, 바둑 열렬애호가라고 좀 심하게 부려먹는 거 아닌가?

당사자가 바둑에 대한 애정으로 ‘내 무료로 하겠소’ 그랬겠지만, ‘그래도 경우가 그게 아닙니다’ 하면서 최소한의 성의 표시는 있어야 하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