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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저작권-저2-바둑4

060820 (바둑저작권-기보저작권) 3-5.승부


대논거로 ‘기보는 단순히 발생한 사실의 기록일 뿐이다' 라고 합니다. 이를 쪼개어 보면 1.단순사실의 2.기록 라 할 수 있는데 2에 대해서는 2-2편에서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이 편에서는 1.단순사실에 근거를 둔 반대논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작물성(립)4요건상  2)사상/감정의 표현, 그 중 사/감에 대한 논의입니다.


‘단순사실’은 다시 ’단순‘과 ’사실‘로 찢어볼 수 있겠습니다.


먼저, ‘사실‘이라는 것의 의미는 ’일어난 일 그 자체‘ 라 하면 무리가 없겠지요.  그러나 사실(^^) 그 정도로는 아직도 모호합니다. 철학자들은 이 ’사실‘이란 거 하나만 들고서도 여러 날밤을 새겠으나 지금 우리로서는 다행인 게, 어떠한 ’사실‘ 자체가 법상 보호를 받고 특히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지만 밝히기만 하면 족하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둘로 크게 나누어 봅시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나 현상으로서의 사실(우리들의 (육체적)감각기관을 이용하여 인식할 수 있는 대상)과 우리들의 생각으로서 존재하는 사실이 있겠습니다. 

 

살펴 봅시다. 박지성의 슈팅도 사실, 한 곡의 악곡도 사실, 그림 모나리자도 사실, 맛있다 나 배가 고프다 도 사실, 풀 한 포기 코스모스도 사실, 그 냄새도 사실, ‘기보는 저작물이 아니다’ 도 사실, 조정래의 태백산맥도 사실입니다.

[한판의바둑내지일련의수순]도 당연히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조건만 만족한다면 법의 보호,나아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겠지요.


아래에서 나올 단순한 사실이라면 탈락시켜야 할 것이나 단지 사실이라 하여 탈락시켜서는 안되지 않습니까? 그럼 하나는 해결되었지요. 사실(^^) ‘사실’은  별 쟁점이 못되지요. 이걸 왜 건드렸는지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결국‘단순사실’이라는 논리의 핵심은 바로 ‘단순’에 있음이 명백해졌지요.



단순‘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논자에 따라서 조금씩 그 표현이 다르나 대체로 ’바둑은 (단순히) 승부를 가리는 게임일 뿐이다.‘ 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보시기에 괄호 속의 ’단순히‘가 적절한 수식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기보는 단순히 발생한 사실의 기록일 뿐이다’ 라는 반대논거가 나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2-2.기록 편에서 말씀드린 바 기보는 ‘기보’로 바꿔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논박하고자 하는 대상은 

[한판의바둑내지일련의수순]은 승부(라는 단순한 사실)의 과정일 뿐이다.

가 되겠습니다. 이젠 단순이라는 놈이 나온 이유가 명백해졌습니다. 괄호 속은 빼도 무리가 없겠네요 이제.핵심은 승부 되겠습니다. 단순사실의 핵심은 단순,단순의 핵심은 승부.

승부,이걸 들고 놀아 보겠습니다.


물성4요건에서 문제되는 ‘단순’, 원래적 의미의 단순사실의 예를 들어 볼까요? 종이조각, 유체물이며 단순사실입니다. 식당메뉴, 무체물이긴 하지만 단순사실일 뿐입니다. 김치찌개:5천원, 이게 인간의 사상/감정이라 하긴 어렵지요. 이런 곳에서 단순이 들먹여지지요.

네, 단순이는 원래 사상/감정이냐 아니냐를 가늠시키는 단어로서 등장했습니다.


사실 ‘[한판의바둑내지일련의수순]은 꽃이나 식당메뉴 같은 것과는 다르다’ 이 정도만으로도 사/감 요건은 만족되고 그것으로 그 요건증명은 끝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니다 (창작성 요건에서) non승부 내지 창작의지도 필요하다 그것도 성립요건이다 지금 이런 상태인데요.

하도 많이들 반대론의 근거로 주장되어지니 찬성론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그런 건지 저작권법이론이 그런 건지를 따져 보아야겠고, 나아가 그것이 왜 요건이 못되는지도 밝혀 보여야겠습니다.

이 작업의 사전 정지작업이 전편인 3-5.몸적초상,지적초상 입니다.


반대론에서는 저 단순이가 승부의 과정,승부의 부산물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설마 [한판의바둑내지일련의수순]이 꽃이나 식당메뉴와 같은 것이다 라는 주장은 아니겠지요. 

잘라서 말하자면 단순=승부로 쓰이고 있습니다. 창작보호법이니 창작의지 필요, 그런데 창작의지 결여, ,고로 저작물 불인정, 이런 수순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a.승부를 보호할 수는 없다 또는 b.승부가 보호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창작보호법으로 포섭할 수는 없다 입니다.


a부터 하지요.


축구경기는 몸적 초상, 바둑은 지적 초상이라 했습니다.

몸적초상,초상이와 지적초상,저작이는 아주아주 친하다고. 맨날맨날 손잡고 다닌다고, 그 작동원리가 극히 유사하다고 지난 편에서 말씀드렸습니다.


몸적 초상, 몸적 스포츠를 정의해 볼까요?


‘유희의 추구와 동시에 승부를 목적으로 한 몸동작‘ 이 스포츠라 하겠습니다.

(기술과 금전은 우리의 쟁점이 아니므로 논외로 합니다)

이를 쪼개어 보면


A.몸(-인간의 신체)의

B.동작으로서

C.동작 그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D.동시에 승부를 가리고자 하는

무엇이라 하겠습니다.


자 동작이 결여된 경우. 예를 들어 언쟁, 보호되겠지요? 승부지만 보호되지요?

그 자체의 즐거움, 유희가 결여된 경우. 예를 들어 결투, 보호되겠지요? 승부지만 보호되지요?

승부가 결여된 경우. 예를 들어 조깅(;레포츠), 보호되겠지요? 승부지만 보호되지요? 어? 이건 승부가 결여된 사례이군요. 여하튼 보호야 되지요.


이런 것들의 보호의 근거와 그 조정원리는 3-5.몸적 초상,지적 초상 편에서 말씀드렸습니다.

A를 지(知)로 대신 위치시키면 지적 스포츠가 됨은 다들 인정하시는 바일거구요.

자 A가 결여되어도 보호는 되겠지요? 승부지만 보호야 되겠지요?


b차례입니다.

대저 창작의지란 무엇일까요. x.독자적(베끼지 않음)이고 y.독창적인 것을 z.만들고자 하는 의지이겠군요. x야 뭐 문제꺼리도 아니고, y는 전편에서 충분히 말씀드렸지요. ‘최소한의 독창성’으로 족하다고요.


그럼 z.‘만들고자 하는 의지’ 만 남았습니다.

바둑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승부가 목적이다. ‘기보’는 그 부산물일 뿐이다.-대표적인 반대론-


승부가 목적이다, 맞는 말입니다. 바둑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맞지 않은 말입니다. 왜요 바둑은 오성의 발현과 승부를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오성이 극도로 발현될수록 승리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승리할려면 죽어라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결국 승리의 추구는 오성의 추구에 다름 아닙니다. 이게 어떻게 분리가 됩니까. 동전의 양면인 걸요.


머리를 굴리는 정도면, 조치훈처럼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정도면 그게 창작의지이지요. 무언가 만들려고는 하는데 잘 안되니까 쥐어뜯는 거 아닌가요? 머리카락 한 움큼에 참고도 수 십 장씩 만들어지자나요.


그림 그리는 데 꼭 ‘독창적인 것을 남기겠다’ 또는 ‘명화를 남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그릴까요?

심심한 데 한 장 그려 볼까나 요리 그려 볼까 조리 그려 볼까 그저 붓 가는 대로 그리는 거 아닌가요? 그러다 보면 뭔가가 ‘창작’되자나요. 그럼 ‘붓을 놀리겠다’는 의지가 창작의지인 거지요. 아닌가요?


창작의지, 일견 창작물의 요건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법이론이 이걸 굳이 요건으로 드러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말이지요. 무언가 행위의 결과물이, 그 물성에서 창작적 요소가 감지되는 정도라면 (창작)의지도 같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그 의지란 ‘무언가 하고 있음을 의식 내지 하고자 함’, 즉 ‘행위에 대한 의식 내지 행위의지’ 인 거구요.

이렇게 보아야 잘못된 그림도 저작물이 됩니다. 잘못된 그림도 저작물이라, 이거 전혀 이상하지 않은 소리입니다.


c.둘 중 어느 쪽 대국자의 의도대로도 바둑이 흘러가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물이다.-이른바 각본론-


창작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각본이 필요하다. (각본은 없더라도) 최소한 행위자의 의도대로 굴러가야 한다 반대론의 또 다른 근거입니다. 역시 물성4요건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만...


한자문화권에서 옛사람들이 하던 놀이로 댓귀(對句)경연(競演)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누군가 글제나 운을 주면 (또는 그것도 없이) 한 사람이 일단 싯귀를 한 구 짓습니다. 상대방은 그 싯귀의 뜻과 음운에 맞추어 댓귀를 짓습니다.

많은 글자 중에서 골라 일단 뜻이라도 마주보게 만들면 망신은 면한 셈이고 거기다 음운까지 일치시키면 선방, 거기다 상대가 대응하기 어려운 글자를 골라내었다면 회심의 한 수가 되는 셈이지요.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대련(對聯;댓구로 된 글귀)을 만들어 갑니다. 예를 들어


김부식:풍지조몽위(風枝鳥夢危)(바람 부는 가지에 새의 꿈이 위태롭고)

정지상:로초충성습(露草虫聲濕)(이슬 젖은 풀잎에 벌레 소리 젖누나)

김부식:경월토..... (傾月兎..) 음 없습니다(졌습니다.) 

                                        (윤색from미쳐야미친다by정민)


위 대련(對聯)은 전형적인 ‘의도하지 않은 결과물’입니다. 전형적인 저작물입니다.


d.누가 두더라도 비슷한 수 또는 비슷한 모양이 나오는 장면이 흔하다(이른바 합체). 바둑은 이러한 장면과 장면, 부분과 부분들의 집합이다. 그 집합 전체에도 합체의 원칙이 적용된다. 보호할 수 없다.

*합체의 원칙: i의 표현방법이 제한되어 있는 경우, 그 i의 표현은 보호를 거부한다는 원칙.지식등을 전달,방법등을 설명하는 저작물(;기능적 저작물)에서 흔히 적용된다. 바둑은 지식등의 전달도,방법등의 설명도 아닌 승부를 추구한다. 그래서 역시 기능적 저작물이다. 기능적 저작물의 새로운 형태인 셈이다.

승부일 뿐이라 하여 바둑이 저작물이 아니라는 논리는 지식의 전달일 뿐이라 하여 논문이 저작물이 아니라는 논리에 닿아 있다. 


한 두 개, 두 세 개의 정답이 있는 경우 꽤 ‘흔’하다 칠까요. 그런데 당연하게도 정답이 없는 장면은 더 더 흔합니다. 뭐 간단합니다. 정답이 있어 보이는 장면은 합체에 의해 보호를 거부하면 될 일이고 정답이 있을 수 없는, [한판의바둑내지일련의수순]은 보호하면 됩니다.


극단적인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모든 수가 평균적으로 1.5개의 정답을 가지고 있다 합시다. 그 모든 수 하나하나는 보호가 거부되겠지요. 그런데 이런 수 50수가 모이면 어떻게 됩니까? 1.5의 50제곱,  억!9자리수입니다. 억!개의 표현수단이 있습니다. 이제 합체될 리 없습니다.

당연히 그 50수는 보호되어야 합니다.


e.승부세계의 모든 창작적 요소 가진 것들이 저작물로 인정되는 결과, 저작물의 외연을 지나치게 넓히게 된다. -체스론,스타크래프트론-


3-5.몸적 초상,지적 초상 편에서 법의 저변구조에 대해 충분히 말씀드렸습니다.

그걸 전제로 말씀드립니다.

유치원생의 그림 등 모든 창작적 요소 가진 것들이 저작물로 인정되는 결과 저작물의 외연을 지나치게 넓히게 된다?

참고로 유치원생의 그림, 원론적으로나마 저작물입니다.


f.중계권도 가지고 ‘기보’권도 가지겠다고? 너무 하는 거 아냐?

 

. 생중계 . 안 생중계 .
. 영상(만) 문자,기보등 영상(만) 문자,기보등
 

C.중계권for몸적초상

(일반 스포츠) 

허락필요 허락안필요(관행) 허락필요 허락안필요

A.중계권for몸적초상

('기보'권 불인정)

위와 동 위와 동 위와 동 위와 동

B.중계권for몸적초상

  +for지적초상('기보'권)

허락필요 허락필요 허락필요 허락필요

 

(일반 스포츠)C=A(반대론의 결과 바둑)   B는 찬성론의 결과 바둑입니다. (여기서 ‘기보’권이 저작권이냐 다른 형태의 권리이냐 는 접어두어도 되겠습니다.)


딱 보니 양손의 떡이기는 하군요. 그런데 제가 하고픈 말은.

떡이 하나 없으면, 그것도 앙꼬에 해당하는 떡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 이런 얘기입니다.


먼저 C를 보십시다. 떡 하나면 딱이죠. 더 무엇이 필요 없고 그러니 얘기도 더 필요 없겠습니다.

A를 보십시다. 떡 하나입니다. 어떤 결과가 오는지 볼까요? non앙꼬인 이창호 요다 얼굴만 보여주는 데에는 허락이 필요하고(맞긴 하죠. 몸적 초상이니까) 앙꼬인 바둑판만 보여주는 데에는 허락이 필요 없습니다. 좀 이상해지죠.

‘양손에 떡이 필요한 이유‘, 별 거 없습니다. 그 떡이 앙꼬이기 때문입니다. 그 떡 아닌 다른 떡, 앙꼬가 빠진 떡만으로는 어차피 별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계속 A를 보십시다. 떡이 하나 밖에 없으니 수순생중계도 문제없게 됩니다. 네티즌 다수가 바라는 바고 동시에 사이버오로에서 펄쩍 뛰는 이유입니다.(잘 기억이 안 나는데 지난 몇 해 여러 개 대회에서 수순중계가 금지된 바 있죠.)


그런데 하나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오로에서 타사이트들로부터 그동안 정보사용료(기보사용료)를 받아왔는데 정보사용료의 ‘정보’란 다름 아닌 기보일 것입니다.

자 생이든 기록이든 기보는  다 같은 기보이고 정보입니다. 그렇다면 정보의 사용료에 대한 계약시 그 정보의 발생시점과 사용시점에 대한 선을 그어 두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인터넷 생중계(몸적 초상이 없습니다.오로지 ‘정보’입니다.)를 위한 사용료와 인터넷 녹화중계(;대회 종료 후 기보열람)를 위한 사용료를 한 덩어리로 계약하였느냐, 따로 계약하였느냐 이런 이야기입니다.

(계약에 그런 구분이 없다면, 한 덩어리로 팔았다면 수순생중계금지조치는 그야말로 우스워지는 거죠.  음 일반 스포츠의 계약에서는 그런 구분이 당연하고..생중권리에 녹화중권리까지 포함시키거나 끼워 팔겠죠.)

좀 궁금하네요.


다음 편에서 마무리합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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