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둑

[日中아함동산배] 가결(柯潔), "이야마(井山) 쌍코피 터쟈삐리겠어"

-戰國策 중에서-
때는 戰國시대의 끝자락秦王(진왕;훗날 진시황이 되는 그 사람)이 이미 ,를 멸망시킨 시점, 7국에 들지도 못하는 아주 작은 나라 안릉(安陵)에 사람을 보내어 안릉 50리 땅을 과인의 500리 땅과 바꾸고자 하오.’라고 협박하였다나라를 통째로 삼키려는 수작이에 당저(唐雎)가 使臣으로 
나라에 간다여기서 당저가 임무를 완수하다(唐雎不辱使命당저불욕사명)’라는 故事가 탄생한다.

秦王 
앞에서 안릉의 使臣 당저는 道理를 들며 맞선다결국 秦王은 대놓고 윽박지른다.

 의 성냄을 들어보았소?”(天子之怒천자지노)

들어본 적 없습니다.”

天子가 성을 내면 뒹구는 시체가 100, 흐르는 피가 1000리에 이르게 되오.”
 

당저는 반격한다.
 

대왕께서는 평민의 성냄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布衣之怒)

평민의 성냄은 기껏 冠(관)을 벗어 던지고 맨발을 하고 머리를 땅에 찧는 게 고작 아니오.”

---가소로운지고---
  

그건 보통사람의 성냄이지 志士(지사)의 성냄이 아닙니다.”(非士之怒也)

전제가 왕료를 죽였을 때 혜성이 달을 가렸고,

섭정이 한괴를 찔러 죽였을 때는 흰 무지개가 해를 뚫었고,

요리가 경기를 찔러죽였을 때는 매가 궁전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세 사람이 모두 布衣之士입니다.

이들이 怒氣를 품은 후 (怒氣) 발출할 때가 되자

하늘에서 길조와 요기가 내려왔던 것입니다.

이제 을 포함하여, 이후로는 (布衣之士) 네 사람이 될 것입니다.“

---만약 내가 성낸다면---
 

若士必怒(약사필노) :만약 志士가 정말 성을 내면

伏屍二人(복시이인) :뒹구는 시체가 (너와 나) 둘이요

流血五步(류혈오보) :흐르는 피가 다섯 걸음에 이를 것입니다

天下縞素(천하호소) :천하 사람들이 상복 입는 날이

今日是也(금일시야) :바로 오늘일 것입니다 (내년 이후 오늘이 네 제삿날)

---내가 정말 성을 내면 넌 이 자리에서 죽어---
 

이렇게 말하며 당저가 칼을 빼들고 재빠르게 앞으로 나왔다.

이에 秦王이 새파랗게 질려 길게 읍을 하며 사죄하여 말했다.

.

.

,가 이미 망했는데 50리 땅 안릉이 아직 생존함은 선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

.

이후 진왕은 안릉군에게 시비를 걸지 않았다. (出典 :戰國策

이후 세월, 流血五步는 일종의 故事成語인 동시에 상투어로서, 오늘날 소설 제목도 되고 게임명도 되고... 널리 사용된다. (물론 중국에서)

이와 비슷한 것으로 血濺五步가 있는데, 이것은, 流血五步의 업글판이라고 볼 수도 있고 별도의 出典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어쨌든 이것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중요한 건, 의미가 좀 더 자극적이란 점,
뿌릴 천이니, ‘(칼을 맞고) 피를 뿌리는데 3,4미터 멀리까지 뿌린다라는 의미. ...얼마나 처참해.
(
나는 처음에, ‘한 초식 맞은 후 반드시 다섯 걸음 내에 피를 뿌리며 죽다라고 오해했다. 어휴 무협지를 너무 많이 봤어.)

어쨌든 血濺流血보다는 한층 처참함은 확실. 피를 갖다가 말이지, 무려 '뿌리잖아', 그냥 흘리는 거이 아니고.
그래서 또 중요한 게, 覇道(패도)적이고 위압적인 맥락에서 사용될 경우 잘 어울린다는 점.

중국에 게임 소개 문구 중에 이런 게 있다.

戰士가 싸워 용맹한 자가 이긴다. 적이 血濺五步케 하여 머리를 숙이고 신하 되기를 청하게 만든다...’

 

-무슨 이야기인가-
 

1018, 이야마(井山)가 일본 아함동산배를 우승했다.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이야마는

日中아함동산배에서 (일본이) 11連敗했다. 그래서 부담이 크다. 아마도 (일본이) 운이 트일 때가 되었다. 우승하도록 노력하겠다.”

라고 말했다. 이건 중국 sina.com 등에 걸린 記事(也許到了轉運的時候了)인데, 당연히 일본 記事의 중국어 번역일 것이다. 궁금한 것이, ‘운이 트인다는 표현이 일본어에 있는지, 발언자 이야마의 정확한 의도가 반영된 표현인지(運數운수론적 기대감인지, 자기 실력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의욕의 표현인지, 둘 다인지)는 조금은 미지수인데, 나름 짐작해보면, ‘흐름이 바뀔 때정도의 말이 저렇게 번역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1024, 중국 쪽에선 가결(柯潔)이 아함동산배를 우승한다. 이로써 日中아함동산배 출선 선수가 양쪽이 다 정해졌는데, 가결 또한 인터뷰를 한다 

“.....'일본이 운이 트일 때운운하는 記事를 인터넷에서 보았다. 무슨 운이 트인다고?(트이긴 무슨 운이?) 내가 그를 血濺五步케 하겠다. 하하, 농담이다. 이야마는 일본의 일인자다. 매우 강하다. 진지하게 상대하겠다.”

가결의 저 말은 기자의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일본은 이야마가 우승했는데, 그때 걔 말이 너나 당위성(唐韋星)과는 아직 대회에서 둬본 적이 없다고, 하튼 니들은 다 세계적수준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국내 바둑사이트에 소개된 번역엔 어쩐 일인지 血濺五步 부분을 쏙 빼놓았다.)

여기서 血濺五步가 나온다. 그런 이야기다.

가결이, 가결답게 저런 말을 했다, 그런 이야기.

 

 

***
중국인과 대화해본 적 없는 번역자는 血濺五步의 어감을 100% 안다고 감히 말할 수 없다. 언어에 있어서 원어민의 어감을 알기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리말에 박살이란 말이 있는데(搏殺이나 撲殺 말고 그냥 한글로 박살이다) 다들 알다시피 깨져서 산산조각 나다이게 박살 아닌가. 만약에 아우~ 이걸 그냥! 박살내버리겠어!’이런 말을 한국어를 학습 중인 자가 접한다면 그 어감을 옳게 짐작하기가 그렇게 간단한 일일까? 경상도 사투리에 뽀싸삘라가 있는데, ‘이걸 확 뽀싸삘라이랬을 때, 그 말을 본래 그대로 해석하면 극악의 살인마나 내뱉을 법한 말이 돼버린단 말이지.
血濺五步, 박살내버리겠어 또는 쌍코피 터지게 만들어주겠다, 정도면 비슷한 어감일까...
음.. 직역에 가까운 우리말 표현을 고르자면 '피칠갑으로 만들어주갔어' 쯤인데, 이건 아마 가결의 원래 의도보다는 좀 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