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둑

[LG배] "나는 하나도 모르겠는데 상대는 다 알고 두는 듯이 보였다"


***

스웨 9단과의 대결 어땠나? (강동윤 9단에게) (오로 인터뷰)

중반에 바둑이 어지러워서 나는 하나도 모르겠는데 상대는 다 알고 두는 듯이 보였다.”

 

중앙에서 상대가 들여다보며 대마를 잡으러 왔을 때의 심경은? (강동윤 9단에게)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하고 있었다.^^ 잡으러 오는 건지도 몰랐다. 상대가 들여다 본 것은 당연한 수인데, 어렵지 않게 살 줄로 보고........."

 

 

Q.전에 이세돌 9단이 '내가 10년간 쌓은 안티를 강동윤 9단이 1년 동안 싹쓸이 해갔다'라고 농담을 한 적도 있다. (웃음)

 

A. . 그런 말을 들으면 제가 착한 일 한 것 같기도 해요. 하하 (Daum 인터뷰)

 


말을 참 유쾌하게 한다 ㅎ





***

2,3년 전 일화. ‘슬인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디셈버(P)가 미처 id의 주인을 몰랐을 수도 있다('슬인', 다름 아닌 박정환).

여튼, 이날 슬인과 둔 상대가 이때쯤 이미 대가리가 굵어진 Lurk(P). 바둑은 초반 슬인이 대마를 때려잡았다. 무려 오궁도화로.

근데, 高手의 대마를 오궁도화로 잡으려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있지?

하튼, 일단 죽은 이 대마, Lurk(P)가 발버둥치기 시작...하기 바로 직전에 누군가 불쑥 한마디를 던지는데, “저거 먹고 소화가 잘 될까요?”...

정확한 발언이 기억나진 않는데, 말투가 음, 약간 깔짝댄다고 하나? 여튼 디셈버(P)가 실시간으로 던진 두어 마디 관전평은 듣기에 따라서 고깝게 들릴 수도 있었다.

디셈버(P), 강동윤.

그리고 예언대로 슬인의 포위망은 찢어지고 말았다.

바둑 지고 빡친 슬인, 박정환 왈 :‘얼마나 잘 두시는지 모르지만, 공식 시합에서 한 수 지도받고 싶습니다라고 정색,...

디셈버(P), 뭐라고 했을까?

뭐라고 하긴,

냅다 줄행랑쳤다. 히히히

 




***

구렛나루걸, 구레나룻.

나를 뜬금없이 맞춤법 공부를 시킨 강동윤. 디셈버.

타젬 상대전적, 위에 얘기하는 저 시절에 디셈버는 (이미) 럭에겐 살짝, ddcg에겐 크게 밀리고 있었다. strive와는 대등했고.

요즘은 잘 모르겠는데, 디디와 스트는 그때와 대동소이할 거고, 아 이 얘기부터,

재작년? 농심배에서 디셈버가 바로 요 땐땐한 디디를 만났고, 조금 불리하던 바둑을 끈질기게 버텨서 기어코 반집 역전을 이끌어냈다. 디디는 차라리 던졌다.

이때 디셈버의 국후소감이 대박.

제가 이길 차례였습니다.”

타젬 江湖를 모르면 이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


이젠 럭에게 더 밀릴 거다. 잠시 둘 간 승패를 최근 10판만 세어보면,

xxxxx oxxxx ooxo (디셈버 기준) 기간은 2015.01.01 ~ 2014.02.25.

음...

대략 예상을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이런 상황과 둘의 자국 랭킹, 그리고 세계랭킹(럭이 2, 디셈버가 12위구나), 최근의 기세, 거기다 내 개인적 편견까지 보태서 승부예측을 4:6으로 찍었더랬는데,

틀렸다.

(디디와도 그렇고 럭과도 그렇고, 타젬에서 그렇게 밀리면서도 공식대결에서 이겨버리다니...)

마 근데 틀리고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 너무 기분이 좋다.

 

(한 달 전 내 댓글)

마 디셈버는 마,...끝내기에서 뒤집어서 반집 정도 이겨주고, 차마 타이젬에서처럼 시간이 없어서 재대결은 힘들..’ 이 지랄 할 순 없으니깐이번엔 내가 이길 차례였다한마디 점잖게 던져준다면 제가 찾아가서 뽀뽀라도 해준다요 마 ㅎ 

 

여튼 4:6으로 찍으면서도, 만약에 이긴다면 강동윤다운 톡톡 튀는 한마디를 디게 기대했는데, 에구 운때가 안 맞았다.

8강전 승리라서 4강전을 남긴 상태이니 그게 안 맞는 거고, 4강전을 이기고 결승 갔는데 8강전 돌이켜서 뭐 한마디 하기도 그렇고...


나는 하나도 모르겠는데 상대는 다 알고 두는 듯이 보였다그래도 이 말 디게 웃기긴 웃기다.


따랑해 디셈버!

 



 

***

121, 101.

앞은 가결(柯潔)이요 뒤는 박영훈. (가결의 백령배 결승 전적 제외)

올해 메이저 세계대회 총전적.

그래서 가결이 결승 하나 8(탈락) 하나, 박영훈은 결승 하나 16(탈락) 하나.

대략 동률.

때문에 대략 大~~~충돌.

몽백합 43번기. 며칠이지?... 며칠 후겠지.

 

박영훈도 대단한 게,

LG배에선 박정환을, 삼성배에선 시월(時越)이를 날렸고,


련소(連笑)와 황운숭(黃雲嵩)도 박영훈 손에 정리당했다.

저 둘이 한국팬들에겐 아직은 이름값이 높지 않지만 둘 다 중국 국내에선 이미 타이틀보유자 반열에 올라선 상당한 강자.

특히나 련소란 애는, 올해 초 농심배 종결자요(김지석에게 승리), 조리그에서 박정환 팀 동료로서 팀 우승을 이끈 3명 공신 중 한 사람이고, 타이틀전에서 진요엽(陳耀燁)3:0으로 구준(邱峻)2:0으로 일축하며 두 개나 먹었고, 중국랭킹 급상승 현재 5.

 

8강전 아무도 신경 안 쓰고, 어제 4강전도 아무도 신경 안 쓰고(?) 하튼

조용하게 일냈다, 란 말이 딱인 박영훈, 며칠 후 판은 집중 조명 받게 생겼다.

그 옛날 고력(古力)을 반집 반집, 딱 한집의 힘으로 집으로 돌려보냈던 그 再版(재판)을 기대한다.

만약 이겨준다면 이번 시즌 韓中대결은 그게 끝, 만약 진다면 몽백합 결승까지 연장,...

 




***

20041117, 중국 축구인들 뇌리에 비극의 하루로 기억되는 날. (월드컵2차예선에서 홍콩을 7:0으로 이기고도, 승점도 아니고 골득실도 아니고 다득점에 밀려 쿠웨이트에게 최종예선표를 뺏겼다)

20151117, 중국축구는 대동소이한 상황에서 홍콩을 또 만났다. 11년 전 대승과는 달리 이번엔 비겼다. 다만 최종결과는 역시 대동소이, 중국축구의 월드컵 도전은 2006, 2010, 2014, 2018, 4회 연속으로 2차예선으로 마감되게 생겼다.


그리고 하루 지난 어제, 내가 바둑팬인 동시에 축구팬이듯 중국인 중에 왜 그런 사람이 없겠나. 이 사람 하는 말,

(시월 타가희 동반 패배 소식을 전하는 記事에 달린 베플 중 하나)

때문에,... 오래 살고 싶으면 축구를 멀리하라고야

 

거의 발악에 가까운 축구팬과 달리 그래도 바둑팬은 이번 참패에 상대적으로 담담하다(이번 대패가 충격이긴 한지라, 참여수는 많다 지난 삼성배 그네들 대승에 버금간다).

베플들부터가 그렇다. 애써 잡은 승기를 날린 시월이를 욕하는 소리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위로와 격려가 더 많다.

축구와 달리 중국바둑은, 아니 축구와는 비교가 안 되게,

중국바둑은 많이 여유롭기 때문에.

 




***

최선의 만 보이는 바둑도 名局(명국)이지만,

약간의 실수들이 난무(?)하며 사람을 들었다 놨다 웃겼다 울렸다 하는 바둑도 名局임에 틀림없다.

어제 바둑 보는 내내 정말, 두근두근 두근두근 심장이 방망이질....

중앙 흑말이 공중에 뜨고, 백이 들여다보는 수(백122).

숨이 턱 막히면서 저거 어케 사나..


그런데 프로는 역시 다르다.

한국의 두 해설자, 중국 측 분석,

3자가 이구동성으로 안 죽는 말이라네.

그러니 당사자 왈 잡으러 오는 건지도 몰랐다’(강동윤 인터뷰)


하튼, 야구계 알아주는 강심장 구대성,

구원으로 나와서 안타 내주고 볼넷 주고 불을 질러서 관중들 속을 태우지만 정작 자기는 태연하게... 우리가 원래 수순이 그래요... 결국 세이브 성공하듯,

팬이 애를 태우든 말든, 당사자 강동윤은 곤마를,...

여기가 원래 수순이 그래요, ~주 태연한(?) 수순으로 타개를 했다.

 

이야호! 이기는구나...

그런데 흑145,

졌으면 패착, 딱 요것만 해먹고 버스 타께요. 근데 시월이가 순순히 그러라고 하남?

분위기 반전, 이렇게 지나....

 

다시 분위기 반전.

시월의 패착1 패착2.

 

중국 측은 이 그림을 알기 쉬운 마무리로 추천했다 -요점은, 좌변으로 출동하기 전에 좌하귀를 단단히 해두는 것




최종 패착은 참고도의 백17. 아마 수상전에 착각이 있었을 것이다.

초읽기가 40초라는데, 시월의 은 초읽기 유죄,


 

엎치락뒤치락 끝에 최후의 승자는 강동윤.


극적인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