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둑

100118 마효춘과 이세돌

 

‘두 사람의 천재, 하나는 고 하나는 이세돌이다.’

 

일찍이 마효춘이 자신과 이세돌을 저렇게 묶었다. 이어서 마효춘은 말한다.


'그런데 세상은 우리 둘을 비정상으로 본다.’

 

앞 문장에 주목하여 ‘진정한 천재’앞에서 떠는 꼴값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겠으나(물론 馬는 그 '진정한 천재'에게 통산 5승26패를 하였다. 그런데 군화끈도 못 맨다는 그 천재는 정작, ‘천재가 좋은 건가요? 먹으면 배부르나요?’라고, 大愚(대우)가 깃든 반문을 했다.),


나는 뒷 문장에 주목하여 이를 이세돌에 대한 馬의 애정선언으로 본다. 羨望(선망) 섞인 동질감이란 표현도 가능하겠다. 말하자면 마효춘 생각에 馬 자신과 이세돌은 '같은 과'란 이야기다. 바둑도 맘에 쏙 들게 두고.


09년 봄 여름 한국/세계 바둑계를 뜨겁게 달구던 그 파동 당시 마효춘은 블로그에 두 편의 글로 感想(감상)과 의견을 피력했다.(극히 일부 문장임)


09.06.10 이세돌 퇴출을 말해본다()

‘세 척 두께 얼음이 하룻밤에 얼지는 않는다.’

‘우선 이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棋士의 시합 참가는 권리인가? 의무인가?"

 


09.06.30 이세돌 휴직, 결국 현실화()

‘많은 사연이 소통 부족에서 왔다.’

‘이세돌의 심리를 짐작해보면,
자신에게 도리가 있다면(=자신이 이치에 맞게 행위를 했다고 이세돌 스스로가 여긴다면), 많은 일들이 당위(원문은 常理:당연한 이치)에 맡겨져 있기만 하고 명시적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개성 선명한 이세돌로서는 자연히 이를 인정 안 할만도 하다.’

 


馬는 나름의 시각으로 사태를 분석하며 동시에 이세돌에 대한 나름의 理解(이해)가 있다.

그 자신의 표현인 ‘비정상’이 ‘비정상’을 알아본달까... 그런 느낌을 받는다.

馬의 비교적 담담한 서술에는 아쉬움과 함께 조기 복귀를 바라는 심정이 직간접적으로 배었다. 그리고 휴직 관련 건 외에도 기회가 되면 馬는 이세돌을 자신의 글에 등장시키고..


섭위평의 화려한 문장에 비해 馬의 문장은 소박하며 짧다

(화려니 소박, 이건 뭣도 모르고 하는 말. 외국어 문장의 수준을 논할 수준이 있을 리가.. 다만 2002 당시 聶의 월드컵 축구 관전기 번역문을 즐감한 기억 때문에, 聶의 글은 얼추 화려하고 대단해보인다는... 그리고 聶의 블로그 글은 어떤 건 짧고 어떤 건 퍽 길고, 어려운 단어가 상대적으로 많은 듯 느껴지고,.. 그런데 馬의 블로그 글은 예외 없이 총 400~500자 내외 길이. 어떻게 모든 글을 같은 길이로만 쓸 수 있는지?.. 하튼 ‘비정상’인 馬.)  


며칠 전 馬가 세 번째 글을 썼다. 이하 全文(전문)


2010-01-18 이세돌 앞당겨 복귀

휴직 반년 여 이세돌이 BC배 주최 측 지정 선수로 복귀를 개시하였다. 한국바둑계와 세계 바둑계에 좋은 일이다. 이세돌이 없는 바둑계는 필경 요란벅적 달아오를 수가 없다!

이세돌의 휴직과 복귀를 주욱 보자면, 사실 모든 일이 결국 그렇게 될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역시 한국기원과 이세돌이 방안을 찾은 것이요, 이는 당연히 쌍방 모두에게 大 환희라 말할 수 있다. 이세돌이 없는 한국 바둑계는 수준이 크게 에누리될 수밖에 없다 볼 수 있고, 바둑을 떠난 장래 이세돌의 생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복귀를 보면 이세돌이 확연히 성숙하였음은 분명하다. 역시, 이세돌의 성격으로 한국기원의 모든 요구를 들어준다는 것은 확실히 근본적 변화이다. 설령 이세돌이 한국을 떠나 세계 여하한 지역에 가서 바둑을 둘 수 있다 치자. 단, 중국이나 일본으로 간다 함은 현실 상 불가능이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간다, 설령 이세돌이 다시 한 번 대담하게 행동할 담력이 있다 하더라도 고향산천을 떠나는 결단을 내리기는 역시 어렵지 않을까. 게다가 그런 곳에 가서 바둑을 두게 되면 정상적 실력을 유지하기가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닌데, 아마 이것이 이세돌이 돌아온 근본 원인이리라.

본래 이번 BC배 최고 화제 인물은 이세돌이겠지만, 예상외로 이창호가 채 입단하지 않은 연구생에게 불과 96수만에 패배하여 이번 회 BC카드배의 최대 뉴스거리가 되었다. 그렇긴 해도 말을 되돌려서, 이런 상황은 역시 안 나오는 편이 낫다.


'같은 과'가 하는 상황판단일진대, 이세돌 또한 같은 판단을 못했을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