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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100204 이제는 感이 온다 -정관장배를 보며


이제야 감이 온다.



오늘 저녁 시합은 조금 특수하다. 박지은이 오후에 정관장배 정식시합에 참가하여야 하기 때문에 하루 두판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오후에 葉桂(섭계)와 둔 후, 두 사람은 승부를 확인하고 복기 없이 돌을 담았고, 박지은은 곧바로 방으로 돌아갔다. 왜냐면 특별대국 개시 시간이 채 한 시간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단한 휴식을 한 후에 박지은은 곧바로 특별대국 시합장에 나왔다. 투지는 상당히 왕성했다. 어제 시합 후에 박지은은 한국 매체에 대고 말했다.

‘현재 조금 피곤하고 두통이 있다. 특별대국 일정은 미리 결정된 것이라 반드시 두어야 한다. 이런 개인전 또한 중요하다. 최근에 우리가 중국에 눌리는 듯한 느낌이 있다. 이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 박지은은 이런 결심으로 대결장에 나갔다.


박지은의 굳은 결심은, 그러나 저녁부터의 시합을 보면 그의 체력은 역시 하루 두판을 소화하기에 충분치 못한 듯하다. 지난 며칠의 시합에서 박지은은 시험적인(;적극적인) 수법이 자주 나왔으나 오늘 唐奕(당혁)과의 대국에서는 그러한 수를 전혀 볼 수 없었다. 바둑은 바로...(이하 생략) -중국 발 記事(기사)임 (from 新浪체육 夏雨하우)



(생각해보면 뭐 어려운 추론도 아니지만, 이번 특별대국 기획에 대해 내가 짐작해본 사연은 이렇다.)


정관장배 세 번째 마당을 앞두고, 후원사 측은 고민한다.


정관장배 세 번째 마당에서 적어도 세판 정도는 두어주어야 하는데, 잘못하다간 두판으로 대회가 끝나버릴 지도 모르겠다. 그럼 애써 마련한 대회의 광고효과가 반감된다. 그래서, 돈이 좀 더 들더라도 만약을 대비하여 특별대국을 기획하자. 상금을 넉넉히 하여 최고수들을 초빙하면 되니까....


여기까지는 돈 들여 후원하는 후원사의 당연한 걱정이고, 따라서 당연한 대응이며, 팬들의 입장에서도 반가운 기획이다.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런데 어째 정관장배 바둑이 두판이 될지 네판이 될지를, 이 모두를 대비할 생각은 안했단 말인가? 박지은이 단칼에 지거나 두판 째에 반드시 지고 만다는 생각밖에 못한단 말인가? 계속 이겨갔을 경우까지 감안해서 준비해야 함을 생각지 못했단 말인가?


후원사는 그러한 판단착오를 저지를 수 있다 치자. 바둑을 잘 모르니까, 하루 두 판, 나아가 이틀 네판이라 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오해할 수도 있다 치자. 그럼 한국기원도 설마, 대회가 당근 두판 만에 종료되리라 ‘기대’했단 말인가? 승부라는 것에 서투른 후원사가 서투른 기획을 요구해 오면, 기원 측은 마땅히 이모저모 다각도로 고려하여 낭패가 벌어질 소지를 바로잡아주는 것이 주관료를 받는 한국기원의 의무가 아닌가?

후원사의 이익도 지켜주고 동시에 소속원인 프로 棋士의 입장도 세심하게 살펴주어야 하지 않나 말이다.

뭐 어려운 것도 없는데, 박지은이 계속 이기면 특별대국을 하루 뒤로 돌리면 되지 않나 말이다. 전체 대회가 하루 연장되면 뭐 큰 탈이라도 난다는 등의, 혹 내가 모르는 사연이라도 숨겨져 있을까?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닌가? 화제거리도 많아지고...


후원사와 한국기원의 실수 아닌 실수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매체들도 그렇다. (한게임 제외, 한게임은 완곡한 비판 기사를 썼다.)


‘현재 조금 피곤하고 두통이 있다. 특별대국 일정은 미리 결정된 것이라 반드시 두어야 한다. 이런 개인전 또한 중요하다. 최근에 우리가 중국에 눌리는 듯한 느낌이 있다. 이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 박지은은 이런 결심으로 대결장에 나갔다.

박지은의 굳은 결심은, 그러나 저녁부터의 시합을 보면 그의 체력은 역시 하루 두판을 소화하기에 충분치 못한 듯하다.


-중국 웹 '취재'를 마치며-

시합에 나간 한국인 將帥(장수)가 한국 매체에 대고 한 발언을, 왜 한국의 매체에선 볼 수 없고 반드시 중국 발 記事(기사)로 보아야 하는가? 기원과 동료의 모든 부담을 짊어진 將帥가 피치 못하고 강행군을 나가서 고생하는 모습에 대한 묘사를 왜 반드시 한국 매체에선 볼 수 없단 말인가? 난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