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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너, 전설, 내가 끝장낸다


---타이젬 인사말 ::::: 번역(속뜻)---

 

열심히 두겠습니다 ::::: , 내 손에 피칠갑 :儞 血濺五步(니 혈천오보)

정말 훌륭하십니다 ::::: 너가 나 이길 확률 5%

덕분에 좋은 시간 되었습니다 ::::: 전설이 막을 내릴 때(가 되었)

 

 

번역이 좀 어색한 건 넘어가야 한다. 왜냐,

확실한 사실 하나는 2,3년 전 타이젬에서 Lurk(P)의 악명과 가결(柯潔)의 근래 발언은 그 ()가 같다는 점.

 

타젬, 이 익명의 바다에서 우리는 악당을 숱하게 만난다.

때로는 아예 악당 짓도 마다 않는다.


그러나 당당한 P를 달고서, 게다가 상당수의 팬들이 가면 속의 내 진짜 얼굴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 당당하게 성질을 부리긴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당시의 Lurk(P)는 이채로운 존재였다.


(뭔 소린가 모를 사람도 있을 텐데, 바둑 두면서 또는 다 둔 후, 대국실 세팅된 인사말로 약을 올리는 행동을 말한다)

 

 

---내 손으로 끝낸다---


傳奇 是 時候 落幕 了.

It is time to bring down the curtain. (it ;legend)

전설이 막을 내릴 때(가 되었).


전설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오로 記事

 


굳이 중국어/영어를 보이는 이유는,

오로 번역이 충분치 않다는 소리, 가결의 진의 파악에 충분치 않다는 소리.

 


'전설이 막을 내렸다가 아니라,


'전설이 막을 내릴 때(가 되었)'

 

'너가 날 이길 확률은 5%, 너는 전설, 전설이 막을 내릴 때(가 되었)'


막을 내릴 때?

이쯤이면 누구나 가결의 내심(굳이 입 밖으로 뱉지 않은)을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가결의 진의는,

 

전설,

,

내 손으로 끝낸다.


('추론'도 사실 약하며, 중국에선 아예, 당연히, 그렇게 받아들이는 중이다 - 참조. 决赛李世石仅有5%胜率要让他的传奇终结     李世石的传奇是落幕的时候了 )

 


---가결은 왜 도발적일까?---


Lurk(P)2,3년 전에도 그랬다매? 뭔 더 설명을 하려고? 제 버릇 개 줄까, 그런 소리 아냐?

그렇긴 한데, 어떤 한 사람에 대한 조명으로, 그 정도론 좀 부족하거든.

 

가만 있는 가마니를 건드리는 사람은 없다.

내가 너를 건드리는 이유는 너가 나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똘끼 있거나, 誤讀(오독)끼 있거나---

 

안익수감독이 박종우에게, "국가대표도 예외는 없다. 정신무장이 안 돼 있다면 누구든 2군으로 내려갈 수 있다", "투지 있는 플레이가 장점이었는데 요즘 기성용처럼 볼을 차려 한다."


"나처럼 볼 차면 2군 가니?" -기성용

 



최강희 감독, "스코틀랜드 리그는 팀 간 격차가 크다. 셀틱 빼면 내셔널리그(국내 실업리그)와 같다"


"고맙다. 내셔널리그 같은 곳에서 뛰는데 대표팀 뽑아줘서" -기성용, 셀틱 소속


 


주관적 분노가 객관적 타당성을 인정받을 경우라면, ‘야 너 진짜 열 받겠다

주관적 분노가 객관적 타당성이 결여될 경우, ‘쟤 꼴통, 똘끼 있더라



...똘끼 있거나 誤讀(오독)끼 있거나...

 

 



---이기면 王 지면 도적---


가결 :단, 실력이 남보다 떨어지면 확실히 무시당한다. 성공하면 이고 실패하면 도적이라고, 바둑이 바로 그렇다. 만약 네 실력이 떨어진다면, 아무리 잘 생겨도, 그 어떤 재주가 있어도, 안된다.

 

꼭짓점에 서야만 군웅들을 내리 깔아볼 수 있다.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길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아무리 험하더라도,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야 한다.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난 나다, 난 반드시 이 될 수 있다

 

:바둑에서 가장 널 끌어당기는 지점은 무엇인가?

 

가결 :그것의 승부적 측면이다. 내가 남보다 강함을 증명할 수 있다는 그 점이다. 때문에 남자애가 바둑을 더 좋아할 것이다. 또한 다른 일련의 무엇을 바둑에서 배울 수 있음은 당연하다. 예를 들어 흉금이 너무 좁아지지 않게 된다. 그러나 바둑에서 나를 가장 끌어당기는 부분은 역시 이긴 후의 쾌감과 승리자로서의 허영심이다

 

나는 가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이 이거면 말도 이거다. 만약 누군가 자기가 하루 종일 바둑을 두었다 말한다 치자. 나는 그런 말을 그다지 믿지 않는다. 얼마나 따분하겠나. 다만, 바둑은 생계수단이기도 하니까, 일단 시작했으면 벗어날 수가 없다. 왜냐면 다른 걸 한다 해도 결국 안될 테니까. 좀 할 줄 아는 건 이거뿐이니까. 棋士 역시 하나의 직업이다. 직업으로서, 처음엔 좋아할 것이고 나중엔 결국 염증을 느낄 것이고 단조롭기 그지없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혹시 다른 사람은 안 그럴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다.

 

나는 소위 '일생에 걸친 열정'이란 걸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어쩌면, 바둑계 내에서 보통에 매우 근접한 별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sina.com 棋事 인터뷰 2014.11.14.

 

 


---이 몸의 노래는 無心(무심)하건만---


 

'日中아함동산배에서 (일본이) 11連敗(연패)했다. 그래서 부담이 크다. 아마도 (일본이) 운이 트일 때가 되었다. 우승하도록 노력하겠다.' -이야마(井山), 201410

 

'일본은 이야마가 우승했는데, 그때 걔 말이 가결 너나 당위성(唐韋星)과는 아직 대회에서 둬본 적이 없다고, 하튼 니들은 다 세계적수준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이 운이 트일 때운운하는 記事를 인터넷에서 보았다. 트이긴 무슨 운이 트인다고. 내가 그를 피칠갑(血濺五步)으로 만들겠다. 하하, 농담이다. 이야마는 일본의 일인자다. 매우 강하다. 진지하게 상대하겠다.' -가결, 2014년 11월



 

아직 두어보지 않아서 커제의 바둑을 잘 모르겠다. 棋譜(기보)는 인터넷으로 대충 본 정도...’-이세돌, 삼성배 준결승 이전


누가 올라오든지 승산은 5할이다. 비록 삼성배 준결승에서 가결에게 0:2로 졌지만 지금 컨디션은 그때와 다르다’-이세돌, 몽백합배 결승 진출 후


 

(하루 뒤 가결도 결승 진출)

:'결승 전망은?'

가결 :'이세돌이 어제 자기가 5할 승산 있다고 말했다. 만약 총 100할이라면 그에게 5할 있다. 한 가지 더, 이제는 전설이 막을 내릴 때다.'


(동영상을 직접 확인했는데 '기레기의 유도질문' 같은 건 없었다 ;즉, 가결 본인의 분명한 의지로 나온 발언이다. 우린 이런 말 종종 한다, 作心(작심)한 말.)

 


---나으 心氣(심기)를 건드리지 마---


'성공하면 이고 실패하면 도적이라고, 바둑이 바로 그렇다.'

'꼭짓점에 서야만 군웅들을 내리 깔아볼 수 있다.'

'난 나다, 난 반드시 이 될 수 있다.'

 

핵심은 이거다.

일본이 운이 트일 때’, 이 말이 가결의 心氣(심기)를 건드린 것.

 

'아직 두어보지 않아서 커제의 바둑을 잘 모르겠다, 라고 했다. 커제는 이세돌의 바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세돌 9단은 아주 뛰어난 기사고, 내게 우상과 같은 존재라 감히 평가할 수 없다.'

 

아아니, 내 바둑을 모른다고? 좋다. 아직 한 번도 두지 않았고, 넌 자타 공인 전설이니까,

그니 이번엔 살려는 드리지’(영화 신세계-이중구),

아직 때가 아니니까.

 

누가 올라오든지 승산은 5할이다. 비록 삼성배 준결승에서 가결에게 0:2로 졌지만 지금 컨디션은 그때와 다르다

이세돌의 이 말은 제대로 가결의 心氣(심기)를 건드렸다. 이세돌 본인은
꿈에도 몰랐겠지만,

 

뭐라? 나한테 2:떡으로 깨지고도 그런 말이 나와?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더니,(신세계-이중구)(부당거래-류승범)

 

,

5%.

전설,

끝내주겠어.

 


---잘못 읽었다---


인간에 대한 편견은 위험한 것이지만,

멀리서 보면 보이고 오래 겪으면 보인다고 믿는다.

 

넘치는 자신감, 오만함.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런 게 좀 안으로 갈무리되는가 싶었다.

 

가결 :이번 몇 판을 통하여 자신감이 오히려 약해졌다. 이전에 아함동산배 우승을 하고 나서 이야마(井山裕太)를 피칠갑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그 말을 어떻게 취소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하하). 일단 뱉은 말은 절대로 주워 담을 수 없겠지. -백령배 우승 인터뷰

 

흐음, 뭔가 깨달음이 있었나?

나의 誤算(오산)이었다.

 


---오로지 힘---


覇道(패도)라는 말이 있다.

覇道, 힘을 행위의 最高(최고) 척도로 삼는 태도이다.


楚覇王 項羽 (초패왕 항우),

覇道란 말 자체가 項羽로부터 비롯되었다.

 

'내 앞을 가로막은 자들은 모두 목을 베었다. 나의 공격을 받은 성들은 모두 항복을 해서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싸움에서 진 적이 없어 이로써 천하를 제패했다. 그러나 오늘 내가 졸지에 이곳에서 곤궁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것은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지 내가 싸움을 잘하지 못해서 지은 죄가 아니다.' -史記 項羽本紀 양승국 번역

 

項羽가 숭상한 것은 힘이다.

항우가 원망한 것은,

내가 힘이 젤 센데도 졸지에 곤궁한 처지에 놓였다, 이건 나의 잘못이 아니다. 하늘의 수작질이다.


항우에게 있어서, 뒤집어 말하면 힘이 약한 것이야말로 가장 큰 죄악이다.

 


---힘 힘 힘---


이번 몇 판을 통하여 자신감이 오히려 약해졌다

 

'성공하면 이고 실패하면 도적이라고(成王敗寇)',

'실력이 남보다 떨어지면 확실히 무시당한다.'

'꼭짓점에 서야만 군웅들을 내리 깔아볼 수 있다.'

 

'자신감이 약해졌다'

아직은 힘이 부족하구나, 가결은 그렇게 느낀 것이다.


존중이란 것도 필요하구나 느껴서가 아니라,


(군웅들을 내리 깔아보기엔) 내 힘이 아직 충분치 못하구나,

스스로 어색함을 느꼈기에 피칠갑 취소란 말을 입에 담은 것이다.

 


보통에 매우 근접한 별종


가결의 자기평가. 보통에 근접한 별종.


가만히 보면 가결은 보통과 별종을 오가는 듯하다.

힘이 약할 땐 보통.

힘이 셀  땐 별종.


바둑을 대하는 잣대는 /도적.

깔봄, 무시, 승부, 강함, 남자, 승리의 쾌감, 승리자의 허영심, 이 모두가 가결이 바둑을 대하는 잣대.

가결 스스로도 보통과 다름을 명확히 인식하고 스스로를 별종으로 규정한다.


'가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이 이거면 말도 이거다.'

그에게 제일 중요한 건 타인들의 그까짓 평가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건,


進擊(진격)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길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아무리 험하더라도,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야 한다.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난 나다, 난 반드시 이 될 수 있다

 

길이 아무리 험하더라도 進擊(진격).



---王---


가결에게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제는 내가 (거의) 이 되었다는 점.

 

그런데 네가 감히 을 건드렸다.

 

,

5%,

전설,

내 손으로 끝장낸다.



項羽는 한 치의 영토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진나라 말기의 혼란한 틈을 타서 들판에서 일어나 세력을 잡고 3년 만에 다섯 제후들을 이끌고 진나라를 멸했다. 이어서 천하를 나누어 휘하의 장수들을 ()에 봉했으며 모든 은 그로부터 나와 스스로를 覇王(패왕)이라 칭했으니 비록 그의 권세가 끝까지 가지는 못했으나 그와 같은 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전례가 없었던 일이었다. 이윽고 項羽가 관중을 버리고 초나라에 돌아와서는 의제(義帝)를 쫓아내 죽이고 자립하자 제후왕들이 반기를 들기 시작해서 난이 일어났다. 項羽는 스스로 공로를 자랑하고 그의 사사로운 지혜만을 앞세워 옛 것을 따르지 않았으며 覇王의 업을 이루었다고 하면서 무력으로 천하를 다스리려 했다. 이에 5년 만에 나라는 망하고 그 몸은 동성(東城)에서 죽었으면서도 여전히 자기의 잘못을 깨닫지 못한 것은 참으로 그의 허물이라고 하겠다. “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한 것이지 내가 용병을 잘 못해서 지은 죄가 아니다.”라고 말했으니 어찌 그가 황당무계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項羽本紀 司馬遷(사마천), 양승국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