盛者必滅이요 열흘 붉은 꽃은 없고 기록은 깨어지기 위해 존재하고 영원한 기록은 없다고 했던가? 밤새 꽃이 지고 기록은 깨어졌다. 무슨 얘기냐고? 축구 얘기.(결국은 바둑 얘기가 되겠지만.)
포르투갈이 떨어지고 프랑스도 떨어지고 러시아는 올라가기를 바랐다. 결과는 반대로 되어 버렸군. 그리하여 월드컵 4강 징크스가 깨지고 히딩크 신화에 금이 살짝궁.
월드컵 4강 징크스란, 월드컵 4강 팀(결승 못 간) 중 하나는 반드시 다음 대회 지역 예선에서 탈락한다는 액운으로서, 이거 모르면 축구에 별로 관심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유명한 징크스이다.
86월드컵 3위 프랑스가 90월드컵 지역 예선인 유럽 예선에서 탈락,
90월드컵 4위 잉글랜드가 94월드컵 유럽예선 탈락,
94월드컵 3위 스웨덴이 98월드컵 유럽예선 탈락,
98월드컵 4위 네덜란드가 02월드컵 유럽예선 탈락,
2002월드컵 3위 터키가 06월드컵 유럽예선 탈락이다.
2006월드컵 4위 포르투갈의 운명은?
3,4위가 번갈아 가며 탈락을 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이건 뭐 징크스를 넘어 괴담에 가깝다 하겠다. 음 2002년 3,4위전 한국對터키 전에서 만약 우리가 이겼더라면?..
징크스가 깨졌을까? 아니면 징크스대로 우리가 2006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했을까? 불쌍하노니 터키여.
징크스 희생양 이번 회차 후보 포르투갈, 당연히(?) 이번 유럽 예선에서 삽질을 거듭했고 딱 스토리가 그쪽으로 흘러 갔는뎅.. 움 아꿉당.
히딩크의 경우는 bad luck(;jinx)가 아니라 행운에 가깝다. 명 승부사가 주는 축복이니까. 히딩크는 그만그만한 팀을 맡아 성적을 일구는데 도가 텄는데, 특히 큰 대회 본선 진출이 불안불안한 나라들이 희한하게도 히딩크의 손을 타면 보란 듯이 본선 입장에 성공했다. 06월드컵 호주, 08유로 러시아가 그랬다.
러시아가 1차전을 이겨서(2:1) 히딩크의 축복은 계속되리라 보았는데, 그 1차전 막판의 한골(2:0 되어야 할 결과가 2:1이 되어버렸고, 이게 어제 2차전에서 말을 했다.)이 천추의 한이 되겠군.
개막전 징크스, 개최국 好성적 증후군, 펠레의 저주... 이참에 다 깨져버려라.
2
바둑에서 유명한 기록은 「이창호의 저주」와 「결승초짜 필패 증후군」이 있다, 가 아니라 있었다. 왜 과거형이냐면 이미 다 깨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 기록은 이제 와서 무의미하냐?.. 이 글을 다 읽고 알아서 판단하시기 바란다.
두 기록이 화제가 된 시점은 4년 전이다. 그리고는 잊어진 기록인데(왜? 깨졌으니까.), 일단 내용부터 보자.
전제로서, 둘 다 대형(major) 세계 기전에서에서만 해당된다.
「결승초짜 필패 증후군」이란 결승에 처음 올라간 棋士가 우승을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창호의 저주」란 이창호를 이기고 올라간 외국棋士는 우승을 못한다는 무시무시한(?) 저주이다. 이 저주는 세계대회가 생긴 이후부터 04년 시즌 대회까지는 예외가 없었는데, 이창호를 중간 탈락시킨 32인(같은 사람이 겹치는 경우 물론 有) 중 두 사람(국내 기사이다.)을 제외하고는 모두 헛물만 켰다. 우승을 하지 못했다. (하단 자료 참고)
04시즌의 마지막 대회인 LG배 결승(05년 초에 치러졌다.)에서 중국의 유빈과 일본의 張栩장쉬가 만났다. 유빈은 이창호를 이기고 올라왔고 張쒸 아저쒸는 결승초짜. 당시까지 집계된 결승초짜의 결승 총 전적은 1승 14패였다. (하단 자료 참고)
유빈이 이길 것이냐, 장쒸가 이길 것이냐.
「이창호의 저주」가 세냐, 「결승초짜 필패 증후군」이 세냐. 조용한 화제가 되었는데..
결과는? 「이창호의 저주」가 셌다. 결승초짜 張栩장쉬가 '저주에 걸린' 유빈을 이기고 우승을 하였다.
이창호를 이기고 올라 간 기사들이 왜 쪽을 못 쓰느냐.. 이 현상에 대한 분석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저주 아닌 저주는 세계 바둑계의 중심에는 으레 이창호가 있다 라는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니 「이창호의 저주」가 깨짐에 호들갑 떨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주의 하회가 궁금함은 또 인지상정이기에 그 후의 기록을 추적해보았다. 그리고 추적의 결과는 희한하게도 세계 바둑계의 장막 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즉, 저주의 효력이 이창호의 부침과 맞물리는 점이 발견되는데 이 점이 재미가 있다.
04시즌 이전에, 이창호를 이기고 올라가긴 하였지만 이창호가 저주를 하질 않아서(?) 우승컵을 쥔 두 국내기사는 이세돌과 유창혁이다(각 1차례). 「이창호의 저주」는 유빈-장허 戰 이후에도 세 차례를 더 지속되다가 06시즌에 가서야 깨진다. 06豊田도요타배에서 이세돌에 의해, 06춘란배에서 古力고력에 의해 풀렸다.
외국 기사,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창호의 저주」를 처음 풀어낸 기사는 고력인 셈이다. 쎈力 두 사람은 08년 대회에서도 각자 한 번씩 저주를 풀어냈다. 이들 둘 말고는 없다. 이는「이창호의 저주」가 한정적이긴 하지만 아직은 유효하며, 이는 바로 세계바둑계의 현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아닌가.
기록이란 것이, 한 번 깨지면 이상하게도 그 다음부터는 쉬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결승초짜 필패 증후군」이 그렇다. 04시즌까지, 2승 14패(2승에 張栩장쉬를 포함)를 기록하던 결승초짜들이었다. 그랬던 필패 증후군이 05년부터는 완전히 무의미해진다.
05삼성배의 라세하羅世河, 05LG배의 고력을 비롯하여 09富士通후지쯔의 강동윤까지, 다섯 명의 결승초짜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하단 자료 참고)
<<091122추가:라세하羅世河(vs.이창호),고력(vs.진요엽陳耀燁), 박정상(vs.주학양周鶴洋), 주준훈(vs.호요우胡耀宇), 강동윤(vs.이창호) 등이다.
이 다섯 중에서, 아래 꼬리글에서 Ace 님의 지적하셨다시피 고력과 주준훈의 경우는 상대 역시 초짜 즉, 결승초짜끼리 만난 경우이다. 따라서 증후군을 실질적으로 깨뜨린 결승초짜는 羅, 정상, 姜 세 사람 되겠다.
그리고 이들 셋 중 둘은 이창호와 결승을 벌여 이겼는데, 이러고 보면 역시 이창호의 장악력과 결승초짜 증후군이 맞물렸다 하는 얘기가 된다.>>
그렇게 하지 못한 초짜들이 여섯 명(위 陳, 胡 포함)이니 이제 결승초짜나 재수생이나 삼수생이나,.. 베테랑이나 거기서 거기인 셈이다.
09삼성배 준결승에서 이창호를 이기고 결승에 올라간 구준邱峻은 「저주」에도 걸렸고 「증후군」에도 걸려버린 상황인데,.^^. 뭐 두 기록 모두 효험이 약해지긴 했지만서두 「이창호의 저주」만큼은 쎈力 두 巨峰 말고는 푼 사람이 없는, 엄연히 눈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저주인디...지가 쎈돌도 아니구 고력이두 아니구, 과연 구준은 우승할 수 있을까? 구준이가 하나 공걸孔杰이가 하나 내는 뭐 상관은 없지만서두. -_-
<표1> 2005시즌 이후 이창호의 저주는 어떻게 되었는가?
*표를 보는 방법:
16古力/태곤8 -->이창호가 16강전에서 고력에게 졌고 그 고력은 송태곤에게 8강전에서 졌다. 그리고 2는 결승전을 뜻함.
8세돌/우승--> 이창호가 8강전에서 이세돌에게 졌고 그 이세돌은 우승함.
. | 富후 | 삼 | L | B | 춘 | 豊토 | 應 |
05 | 16古力/태곤8 | 준우승 | 16陳耀/古力2 | . | . | . | . |
06 | 8세돌/周鶴4 | 준우승 | 8胡耀/周俊2 | . | 8古力/우승 | 4세돌/우승 | . |
07 | 준우승 | 16한상/세돌2 | 32胡耀/세돌4 | . | . | . | . |
08 | 준우승 | 8세돌/우승 | 4古力/우승 | . | 준우승 | 16문요/古力2 | 준우승 |
09 | 준우승 | 4邱峻/? | 결승 | 16문요/古力8 | . | . | . |
<표2> 2005시즌 이후 결승초짜들
파란색, 빨간색이 모두 초짜들이다.
. | 富 | 삼 | L | B | 춘 | 豊 | 응 |
05 | 쎈(철한) | 羅(이) | 力(陳) | . | . | . | . |
06 | 정상(鶴) | 常(이) | 俊勳(胡) | . | 力(常) | 쎈(張) | . |
07 | 영훈(이) | 쎈(영훈) | 쎈(상훈) | . | . | . | . |
08 | 力(이) | 쎈(孔) | 力(쎈) | . | 常(이) | 力(文) | 철한(이) |
09 | 동윤(이) | 孔v邱 | 이v孔 | 力(한승) | . | . | . |
張:장허 孔:공걸 文:박문요 邱:구준
*아래 자료들은 이창호 홈피 아르마다의 자료로부터 퍼옴(☜'저주'로 검색)
<자료 1> -04시즌까지임-
(앞 이름은 이창호를 이긴 棋士, 뒤 이름은 그 기사를 이긴 기사)
응씨배
2회 : 16강 루이 패 -> 4강 오오다케 패
3회 : 8강 유창혁 패 -> 우승(요다)
5회 : 8강 최철한 패 -> 결승 창하오 패
LG배
2회 : 4강 유창혁 패 -> 결승 왕리청 패
4회 : 4강 유창혁 패 -> 결승 유빈 패
6회 : 4강 조훈현 패 -> 결승 유창혁 패
9회 : 4강 유빈 패 -> 결승 장쉬 패
삼성배
1회 : 4강 유창혁 패 -> 결승 요다 패
5회 : 16강 주학양 패 -> 8강 양재호 패
6회 : 4강 창하오 패 -> 결승 조훈현 패
7회 : 16강 후야오위 패 -> 4강 왕레이 패
8회 : 8강 시에허 패 -> 4강 박영훈 패
9회 : 1회전 후야오위 패 -> 16강 이세돌 패
후지츠배
2회 : 1회전 왕밍완 패 -> 8강 서봉수 패
3회 : 8강전 고바야시 패 -> 4강 임해봉 패
4회 : 16강전 마효춘 패 -> 8강 조치훈 패
5회 : 1회전 차저무 패 -> 8강 왕리청 패
7회 : 16강전 가토 패 -> 4강 조훈현 패
8회 : 16강전 고바야시 패 -> 결승 마효춘 패
10회 : 16강전 주학양 패 -> 4강 고바야시 패
12회 : 16강전 가토 패 -> 8강 마효춘 패
13회 : 16강전 주학양 패 -> 8강 조훈현 패
14회 : 1회전 이시이 패 -> 16강 유빈 패
15회 : 4강전 이세돌 패 -> 우승(유창혁)
16회 : 4강전 송태곤 패 -> 결승 이세돌 패
17회 : 8강전 요다 패 -> 결승 박영훈 패
춘란배
2회 : 16강전 마효춘 패 -> 결승 왕리청 패
3회 : 16강전 콩지에 패 -> 8강 유창혁 패
도요타배
2회 : 8강전 콩지에 패 -> 4강전 이세돌 패
동양증권배
5회 : 16강전 요다 -> 결승 조훈현 패
6회 : 16강전 섭위평 -> 결승 마효춘 패
8회 : 4강전 사토루 -> 결승 조훈현 패
<자료 2> 1996년 이후 2004시즌까지 세계메이저기전 첫 결승 진출자의 성적
년도 대회명 첫 진출자 상대 기사
1998년 동양증권배 9회 사토루 실패 이창호
1998년 후지츠배 11회 창하오 실패 이창호
1999년 삼성화재배 4회 조선진 실패 이창호
2000년 LG배 4회 유빈 성공 유창혁
2000년 삼성화재배 5회 야마다 실패 유창혁
2001년 LG배 5회 이세돌 실패 이창호
2001년 후지츠배 14회 최명훈 실패 조훈현
2002년 삼성화재배 7회 왕레이 실패 조훈현
2003년 춘란배 4회 하네나오키 실패 이창호
2003년 후지츠배 16회 송태곤 실패 이세돌
2003년 삼성화재배 8회 박영훈 실패 조치훈
2004년 LG배 8회 목진석 실패 이창호
2004년 삼성화재배 9회 왕시 실패 이세돌
2005년 응씨배 5회 최철한 실패 창하오
2005년 춘란배 5회 주학양 실패 이창호
2005년 LG배 9회 장쉬 성공 유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