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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펌譯] 갇혀버린 이세돌 (謝銳) -101022


엘리베이터에 갇혀 10여 분,  이세돌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얘기할 데라곤 없어


출처 :記者 謝銳(사예) 블로그   2010.10.22 





   

두 강자가 만났는데, 만약 한쪽이 완벽하게 실력발휘를 하여  각종 묘수와 재주가 끝없이 나온다 치자. 이는 그 한쪽이 강하다는 얘기 외에도, 상대방이 역시 충분히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수란 상대가 강해야만 나올 수 있는 결과이다. 이세돌은 逆轉(역전)에 능하기로 유명하고, 형세가 뒤져 절망적으로 보이는 매번 딱 그 순간에, 거의 사람 잡아먹을 듯한 그 눈빛 하에 역전극을 상연한다. 단, 謝赫(사혁)과 부딪칠라 치면 이세돌은 자주 역전극 중의 비운의 주인공이 된다.


10월20일 사혁이 무대에 올라 이세돌에 도전했다. 시합 전에 이세돌은 高調(고조)된 모습을 보였는데, 사람들과 어울려 희희낙락 얘기한다든지 그로서는 드물게도 바둑팬 누군가의 기념촬영 요구에 응하는 따위가 그것이다. 어쩌면 내심에서 방망이질치는 불안을 덮어보려는 반응의 일종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 시각에 그의 상대인 사혁은 조용히 연구실에 서서 물 한잔을 따라 들고서 시합 개시만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깊은 山中 고요한 연못 수면 같아서, 미세한 波紋(파문)조차 찾기 어려워 보였다.


이세돌. 바둑계 첫째 둘째 하는 高手. 성격 불같고 행마 불같고, 근데 때때로는 마치 독사처럼 필사적 일격을 가하거나, 또 표범처럼 온 힘을 다해 돌진하고. 이세돌은 산을 밀치고 바다를 뒤엎는 듯한 공격을 하는 古力(고력)이 아니다. 그의 공격은, 개시되기 전에는 마치 땅밑에서 이리 꿈틀 저리 꿈틀거리는 용암 같이, 그는 조용히 오른손으로 왼손을 가볍게 구부리다가 느닷없이 손을 쓰면, 용암이 지표를 돌파하여 맹렬한 기세로 하늘을 가리고 땅을 뒤덮게 되고, 그의 상대는 일격을 맞아 산산조각이 난다. 


그는 邪道(사도)에 가깝게 행마하는 요괴로서, 상대가 다를 때마다 그의 행마는 제법 다르다. 常昊(상호)에게 그는 아주 조금만 압박을 가하며 결코 격동시키지 않는다. 상호가 한 발짝 물러서고 대세가 기울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돌이킬 기운이 없게 되었을 때다. 古力에게는 일단 시작되면 무조건 끝가지 피 튀기게 싸운다는 일념 하에, 매순간 죽을 힘으로 앞 다투며, 기세로 상대를 억압하려 하지 않는 때가 없다. 그와 古力의 매번 대결의 의미는 그 바둑 한판에만 머물지 않으며, 두판 심지어 그 이상의 의의를 갖는다. 한쪽이 일단 기세 상 우위에 서면 다른 한쪽은 한동안은 제압을 당하여 고개를 쳐들 방도가 없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약은 이세돌도 사혁과 겨룰라치면 호랑이 표범 독사의 감각을 찾지 못한다. 그가 여하한 招數(초수)를 펼치던 간에 사혁은 시종 물막(水幕) 같아서, 이세돌이 매번 돌진하면 돌진하는 대로 내버려둔다. 결과 이세돌은 ‘恩怨(은원)맹세’를 찾지도 그것에 함입되지도 못하고, 도무지 분간을 못하게 된다. 사혁의 棋力은 역시나 이세돌을 절망시킬 지경까지는 도달하진 못하였으되, 이세돌이 안절부절 날뛰게 만들기엔 충분하다.


다른 거 없이 사혁이 시종 한결같이 침착하며 안정되어 있기에, 이세돌이 쉭쉭 창칼을 휘둘러도 길게 포효를 해도 一陣狂風(일진광풍)을 불러와도, 사혁은 줄곧 미소로 대하며 급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으며 대문만 굳게 지킨다. 드디어 이세돌에게 파탄이 나오기를 기다려 사혁은 즉각 호랑이의 화신 표범의 화신이 되어 번개 같이 손을 써 일 招(초)에 숨을 끊는다.


이세돌의 패배는 결코 사혁의 실력이 그보다 강해서가 아니라 이세돌 스스로가 자신 감정에 예민하여 평상심을 잃은 까닭이다. 만약 그가 당년의 石佛이라면 사혁과 유유히 두어갔겠고, 그런 그가 중반 한창 격렬히 싸울 순간에 돌연 난조에 빠져 휘릭 종적을 감춘다 생각되진 않을 것이다.


여러 번 사혁의 패배를 보았는데, 그는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조용히 한마디 했다. “제가 잘 못 두었네요.” 이번에 연속으로 두 판을 이겼을 때 또한 담담히 말했다. “운이 좋았습니다.” 다만 이세돌로서는 이번 패배의 타격은 상상 이상이어서 그는 인터뷰, 싸인, 촬영 요청을 마다한 채 호텔로 돌아가서 패배를 곱씹는 중에, 하필이면 호텔 승강기가 고장이 났고, 그 혼자 갇힌 시간이 10분 가까이였다.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호텔 측에다 얘기를 하려 했는데... 호텔이 이런 류의 말썽 처리에는 이미 프로 九단이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다음 날 오전이 되도록 답변 하나 없었다. 결국 화가 난 이세돌은 항공편 예약까지 바꾸어버렸다. (譯註 ;譯者가 아직 중국어가 딸려서, 승강기에 10분 갇혔다는 건지 10분을 기다렸어도 오지 않았다는 건지 약간 애매. 前者로 번역)


만약 이 일의 주인공이 사혁이었다? 그랬다면 그는 또 어케 대처했을까? 사혁이라면 당시 10분 동안에 그는 아마 리스트(Liszt)의 피아노곡 한 곳을 음미하든지, 아니면 唐詩(당시)나 宋詞(譯註 ;詞 또한 문학의 한 종류. 宋나라 詞. 송사) 몇 단락을 암송하며 시간을 보냈으리라. 만약 그가 아무 생각조차 없다면 단지 눈을 감고 정신수양이라도...

사혁이 장래 이세돌에게 패할 수도 있음은 역시나 당연하지만, 단 쇠돌(石頭)은 도리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으리라. 사혁의 냉정한 平靜(평정)은 이미 그에게 ‘두 팔로 휘저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夢魔(몽마)’라고.




 

:한국의 박치문 기자가 일찍이 曺-李 바둑을 두고 ‘딱지 떼는 교통경찰’이라 묘사한 바,

‘중국 박치문’謝銳 기자가 이세돌-謝赫 바둑을 두고 ‘물막(水幕)같은 謝赫’이라 칭함은 탁월한 묘사.


옛날에 흔히 보던 영화 속의 한 장면. 누군가 폭포 아래 생긴 水幕(물로 된 장막)을 내려치며 수련하는 모습. 아무리 칼로 내려쳐도 水幕은 타격을 받지 않는다. 그저 쏴아아쏴아아...


바둑도 이겼지, 글도 좋지... 중국 바둑팬들에게 그지없이 달콤하다. 사예 기자의 위 글에 칭찬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