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운명 결정, 승부에는 필연성 있다, 삼성배는 결정적 한걸음이 아니다
출처 ☞:소소풍(蕭蕭風) 搜狐체육(여우찾아라체육) 2012.12.14
고력(古力)이 가장 우울한 방식으로 이세돌에게 졌다. 중국 바둑팬들의 심정은 시고 맵고 쓰고,.. 말로 표현키 곤란한 온갖 맛들의 뒤범벅이다. ‘잘 익힌 오리가 날아가버렸다’는 아쉬움, ‘왜 우리는 맨날 우세를 승세로 만들지 못하느냐’는 실망, 심지어는 ‘中韓 최강 대표 인물 간의 대항전에서 어째서 또 한국인이 이기나’는 절망. 당연히도, ‘이런 화려한 결투에 승부는 정말 중요하지 않다’는 大汎(대범)함과 소탈함도 빠지지 않는다.
아픔이야, 반드시 있겠지만, 확실히 이번 대결은 단순히 승부만 가지고 成敗(성패)를 논해선 안 된다. 1989년 제1회 응씨배 결승에서 섭위평(聶衛平)과 조훈현의 법술대결로부터 시작하여, 20여 년 동안 中韓의 일류 高手들이 세계대회 결승이란 무대에서 반복하여 칼 맞대어 싸웠다. 초기에는 중국 棋士들이 완전히 밀렸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제는 대등한 싸움이 가능하게 되었다. 비록 우리의 패배 횟수가 아직은 좀 더 많긴 하지만, 中韓 세력 대결이 이미 균형 상태가 되었음은 바둑계의 일치된 인식이다. 객관적으로 말해서, 이번 고력과 이세돌의 정상대결은 결코, 中韓바둑의 전체 국면에 깊고 먼 영향을 미쳤던 섭위평VS조훈현의 응씨배 대결과 같지는 않다. 이번 대결은 ‘두 절정 高手 간의 좌담회(譯註 ;원문은 '坐而論道좌이논도', 이것의 어감은 '탁상공론' 계열이다. 필자인 소소풍의 의도는 이번 李-古전은 韓中바둑계 또는 李-古 간의 '워털루전쟁이 아니다'는 뜻)’에 더 가까우며, 그들 개인 간의 교류이며, 승부는 단지 부수적으로 생기는 필연적 결과일 뿐이다. 그들 간의 승자가 천하제일이라 존대될 수 있으되, 진 사람이 반드시 천하제이가 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 실로 强者(강자)가 아주 많고, 거기다 棋風(기풍)이 다른 棋士들 간의 상호 견제(란 별개의 변수까지 있어서), 어떤 절대적으로 공정한 순위를 만들어내기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느 단계에 누구의 활약이 더 뛰어났는가 일뿐, 세계대회우승과 랭킹 모두 단지 참고물에 불과할 뿐이다.
삼성배 결승이 있기 전, 결승 진행 도중, 심지어 막 고력이 아쉽게 패배한 이 시점에, 대다수의 중국바둑팬들이 줄곧 그를 전폭 신임한다. (즉) 그의 실력이 이세돌 밑이 아니라 믿으며, 그는 세계 최정상 棋士 중의 한사람이라 믿는다. (앞으로) 격정이 차츰 흩어져 사라진 후, 어쩌면 우리는 고력이 패배하는 방식에 대하여 좀 더 깊은 고찰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고력의 두 판 반집패는 모두 우세 下의 역전이다, 이는 관전하던 高手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고력의 끝내기 공력이 명백히 이세돌에게 못 미치는 것일까? 그렇게 간단하게 결론 내릴 수는 없으리라. 최정상 高手들은 모두들 기술을 매우 총체적으로 갖추고 있다. 고력이 제1국에서, 아마추어 高手들이 ‘내가 두어도 이길 수 있다’고 여기는 국면을 마주하여, 시간이 넉넉한 상황 下에서 번개처럼 착수하여, 그 결과 연속으로 착오가 나와서, 마치 하늘의 뜻에 의하듯 반집을 졌다. 이건 절대 기술 문제가 아니다. 확연히, 당시의 고력은 인내심을 잃어버렸다. 작지 않은 우세, 바둑판 위 다툴 여지 있는 공간 이미 협소, 게다가 큰 변화 발생 가능성 그다지 없다, 헌데 상대는 고집스레 패배 인정 않는다, 고력은 초조해졌다. 그는 서둘러 바둑을 마무리하고 싶었고, 더는 한수 한수의 정확성을 꼼꼼히 따지고 싶지 않았다. 사실 이런 상황 下의 빠른 착수는 자신감의 체현이 아니라, 딱 자신감 부족의 결과이다. 어째서 상대와 더불어 최후까지 쏟아 붓는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한단 말인가? 잠재의식적으로 역시 상대의 반격을 두려워함이다. 상대의 거대한 대마를 도살하는 ‘神과 같은 수단’을 읽어낼 수 있는 고력이 끝내기 몇 집 가치의 크기조차 읽어내지 못한단 말인가? 그는 정말, 우세한 순간에 열세인 때와 마찬가지의 집중력을 쏟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전성기의 이창호를 생각해보라. 거듭됐던 반집 역전승에 비하여, 사실 石佛이 더 뛰어난 부분은 반면10집 안팎의 바둑을 안정적으로 수중에 넣는 것으로, 이 크다 할 수 없는 차이를 상대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었다.
축구장에서, 어떤 스타선수는 보기에 멋들어진 고난도 기술로 골을 넣고, 어떤 스타선수는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골을 넣되, 넣어야 할 골은 반드시 넣는다. 일반적으로 축구팬의 환호성은 전자가 받지만, 후자는 부지불식간에 더 많은 기록을 세운다. 바둑과 축구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는 바이지만, 고력이 멋있는 바둑을 두기로 최고인 棋士임에 털끝만큼의 의문이 없고, 그래서 그가 더 많은 찬사를 받는 바이되, 그래서 또한 더욱 큰 압박감에 시달린다.
사실 고력 또한 역전승한 훌륭한 바둑이 허다하며, 이는 이창호나 이세돌을 상대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최정상 棋士 계층 中에서 보았을 때, 고력과 이세돌은 아마도 ‘추입마’형 棋士이리라. 그들은 형세 불리 혹은 膠着(교착) 상황인 때일수록 눈 밝아지고 손 매서워지며 묘수를 끊임없이 쏟아낸다. (둘을) 비교했을 때, 고력은 낙관파 쪽으로서, (상대를) 추월하면 곧바로 ‘大事(대사), 완전 성공이로소이다’ 생각해버리고 ;이세돌은 비관파 쪽으로서, 결승선에 도달하기 전 순간엔 감히 (승리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는 그들의 인생관 속에도 스며들었다. 이세돌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지자 휴직을 선택했는데, 그의 내심 깊숙한 곳에 줄곧 위기감이 있어서 일종의 도피를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고력은 늘 호방한 기개를 보이며,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데, 다만 세상사의 변화막측이 아마도 어떤 순간에 그를 골탕 먹이는 것일 수도 있다. 역대 고력의 이세돌 상대 전적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가 미세한 우세로 小李에게 승리한 적은 없다. 첫 대면의 2와3/4子 승리 외, 여타 승리는 전부 불계승이다. 이에 반해 이세돌은 고력에게 4번의 반집 辛勝(신승)을 거두었다. 명백히,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최후질주를 벌일 경우, 위기의식이 더 강한 이세돌이 더 바짝 죄어간다.
이번 삼성배 결승의 과정 및 결과로 보건대, 아마도 우린 이러한 결론을 내릴 수 있으리라 :고력의 특장은 小李보다 강하다, 이에 반해 小李는 고력보다 더 全面적이다. 만약 고력이 자신의 강점으로 이세돌을 자빠뜨리지 못할 경우, 엄동설한을 견뎌낸 小李가 최후 단계에서 봄바람을 맞게 될 것이다.
만약 이번에 고력의 상대가 이세돌이 아니었다면, 같은 국면에서 그는 순조롭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반드시 그렇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낙관과 느슨함은 특정 상대를 겨냥하여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이세돌의 상대가 고력이 아니었다면, 그는 마찬가지로 신통하게 역전할 수 있었을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왜냐 하면 그의 냉정함과 깊은 통찰력은 이미 전성기의 이창호에 손색이 없고, 거기다 그는 어떤 상대를 마주하든 간에 헝그리정신을 가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결과에 드라마적 요소가 대단히 풍부하긴 하지만, 그것엔 일정한 필연성이 있음이요, 성격이 운명을 결정한 것이다. 이 점은 이번 세 판의 쟁투에서 그지없이 드러났다.
당연히, 지금 말한 운명은 이번 한 번의 浮沈(부침)일 뿐, 고력이든 이세돌이든, 그들의 바둑계 위상은 이번 一戰(일전)의 결과 때문에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고력은 이후에 이세돌을 만났을 때 이전처럼 자신만만할 것이고, 이세돌 또한 자신이 고력을 제압하는 열쇠를 찾아냈다고 여기진 않을 것이다. 이런 식의 전투 양상과 심지어 결과가, 장래 두 사람의 대결 중에 싹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 이는 그들의 간판 격인 풍모이며, 그들 최정상급 棋藝(기예)의 捺印(날인)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두 사람 절세영웅이 (먼 길을 가며) 서로의 통쾌한 점과 통렬한 점을 천천히 음미하도록 하자. 삼성배 대결이란 이번 한걸음은 그들이 손잡고 함께 나아가는 먼 여정 중의 잊을 수 없는 한걸음이지, 결정적 한걸음이 아니다. 둘러싼 군웅들의 주시 下에, 그들은 왕년의 조치훈과 고바야시고이치(小林光一)와는 여건이 전혀 다르다. ‘ 내 안중엔 오직 너’를 높이 외치며, 너의 도전을 접수하던 내가 너에게 도전하던 간에, 그들은 각자의 도로에서 영원히 끝없이 분투해야 한다. 인간세상의 혼란스러움에, 一代雙雄(일대쌍웅)이란 주제는 일시적으로나 가능할 뿐, 바둑계에 영원한 배경이 될 순 없다. 우리의 이 가슴 가득한 격정이 지나간 후 나중의 구경꾼들은 결국 새로운 환호를 새로운 王者에게 보내게 되리라---어쩌면 獨也靑靑(독야청청)일 수도 있고, 어쩌면 雙璧(쌍벽)이 번쩍거릴 수도 있으며, 어쩌면 뭇 봉우리가 제각기 뻐겨댈 수도 있다. 마치 메시가 축구계를 환히 밝히자 반바스텐 같은 위대함조차도 더 이상 들먹여지지 않는 것처럼.
설령 우리의 영혼을 뒤흔들었던 한 사람 한 사람 영웅이라 할지라도 (그 기억이) 새겨지는 곳은 우리의 깊고 깊은 뇌리 속....
소소풍 蕭蕭風
맹물은, 기승전‘추천’
소소풍은, 기승전‘센티멘탈’
-_-
중국 바둑계가 한탄하는 하는 것이 언뜻 따졌을 때 이 4가지,
●왜 우린 이창호-이세돌이 안 나오느냐
●왜 똘똘한 어린애다 싶으면 한국애인가
●최정상 바로 아래 급 棋士끼리 결승에 붙었을 때 지는 쪽은 왜 늘 우리애들인가. ex.박정상-주학양(周鶴洋), 주준훈(周俊勛)-호요우(胡耀宇), 장쉬(張栩)-유빈(兪斌), 백홍석-당의비(黨毅飛)
●왜 결승에서 반집승부만 나오면 눈물은 우리만 흘리는가.
○고력이 출현했기에 -반 정도는 풀었다
○요즘은 중국 어린 棋士가 더 맹위를 떨치는 중 -실컷 풀었다
○아직 못 풀었다
○아직 못 풀었다, 그리하여 ‘반집애상곡’.☜자료출처
중국바둑 반집哀傷曲(반집애상곡) -중국 對外戰 全敗(빨간색)
그림이 흐리면 그림에 마우스 대고 딸깍
oo
위 자료를 취합한 기자는 다름 아닌 (맨 위 기사의 필자인) 소소풍 기자다.(제1국이 벌어졌던 12月 11日字 기사) 蕭기자는 해당 記事의 제목으로 '고력이 저주를 풀어주리라 믿는다'라고 내걸었으나,...
고력아 고력아 -李喆의 탄식 출처 ☜
李喆(리철), 1989년생, 부모 중 한 분은 교수래고 한 분은..음~ 하튼 양친이 다 인텔리. 이런 배경에 본인의 용모, 그리고 이름자에 밝을喆(=哲), 그리하여 중국바둑계에서 ‘哲學者(철학자)’로 불린다. 얘는 진요엽(陳耀燁)과 더불어 박정환을 괴롭히는 2인인데, 그 戰果(전과)로, 2011년 삼성배 32강 2패탈락제에서 朴-朴-陳-李 韓中의 내노라 하는 젊은 강자들이 몰린 죽음의 조에서, 박정환을 ‘광속(李,陳에게 連敗)’탈락시켰다. 게다가 그 해 11월 국제 신예대항전에서 朴을 또 만나서 한번 더 때려주었다. 그 외 판 포함하여 상대전적도 물론 압도적이고(陳은 현재 8:5), 리철 본인은 ‘(한국의 최정상급이고 세계대회 우승자이지만) 박정환이 나에게 뭐 그다지 특별하진 않다’고 말한다고 전해진다(전혀 안 무섭단 소리다). 뭐‘철학을 하다' 보면 그렇게 되는진 모르지만 뭐 부담이 안 된다니 기특하기도 하고 아주 ‘쾌’씸하기도 하고...얘가 (마치 조혜연처럼) 딴 짓을 하다 보니 그런지 아직까지 한국바둑팬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성적은 없긴 한데, 그 기본 실력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딴 짓이란 북경대학 철학계열 입학, 북경대는 대략 한국의 sky 급.)
타이젬에서 외톨이(박정환) 하면 거의 '지존‘급인데(승률이, vs. ddcg범정옥(范廷鈺) 6:4, vs. sxkr강유걸(江維杰) 53:47), 이 외톨이가 ‘제압’ 못 한 id가 두 개, Loong(P)와 Ruler(P)이다. 특히 L은 등장하여 외톨이를 상대하자마자 무려 5연승! 타이젬인들을 경악시켰다. 외톨이를 상대하는 棋士들의 시간 사용 및 기타 사정을 보면, 누가 甲이고 누가 乙인지 구경꾼에게도 느낌이 온다. 대부분의 상대들이 그렇다는 얘기, 근데 Loong(P)와 Ruler(P)는 전혀 그렇지 않고, 차분하게 두는 모습이... 둘 중 적어도 누군가 하나는 리철이 아닐까 의심해본다. 근데 증거가 없어 증거가. 아직은.
얘기가 왜 이렇게 길어졌지?.. 이 리철이 ‘여우찾아라’(sohu.com)에서 삼성배결승제3국을 생중계했다. 아래를 보자.
주의)아래가 시간적으로 앞이다. 그리고 그림은 참고도이지 실전이 아니다, 실전은 백1 자리가 아니고, 흑▲-->백5 한칸 아래-->백1한칸 右 ...
(리철)
古力的白158也太臭了!
这个图都没看到 古力啊古力。。。
上面的图 白1走二路跳 也就是白3的下面 是职业的感觉。。。
(번역)
고력의 백158은 아주 엉망이다. (실전 백158 :그림 백5 한칸 아래 1선으로 때려내었다.)
이 그림조차 못 보다니, 고력아 고력아...
위 그림의 백1은 2선 한칸뜀, 즉 백3의 오른쪽(o)이 프로의 감각이다.
즉, 리철은 실전158을 크게 야단치면서 그 대안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위 그림으로, 하나는 말로.
어느 것이든 실전과의 차이는 크다. 만약 리철의 제시안대로 두었다면, 바둑은 계가로 가기 어려웠다고 생각된다.
고력아 고력아!!!....
바둑기자 장효로(張曉露)의 블로그
글 -☞바둑판, 精彩之外(정채지외)의 유감- 이란 글에서
(바둑이 두어지던 날, 엄청안 인파, 검토실 복도 심지어 대국실, 그리고 인터뷰 순간,.... 바둑팬들의 무개념 무질서 무례 등을 아주 아주 길게 묘사/질타. 그 중에 가장 기가 막힌 사례 하나. 이 張기자는 화가 많이 난 듯. (전체 글 중 일부임)
재차 강조하지만, 바둑은 하나의 예술이다. 경기일 뿐만 아니라 수양이기도 하다. 관심(;팬)이 필요한데, 더 필요한 건 소양 있는 관심(;팬)이다. 만약 사람들이 오로지 승부 결과만이 중요하다 여긴다면, 棋士에 대하여 스타를 추종하고픈 욕망만 있고 人生에 대한 그들의 남다른 감회가 싸인 하나보다 못한 것이라면, 바둑이란 이 종목은 競技性(경기성) 화제성 화려함 등에서 眼球(안구) 흡인력 더 강력한 기타 종목들의 유행에 치여 빠르게 매몰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렇게 길게 쓰게 된 이유는, 바로 그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사연 하나 때문이다 :본래 이번 대회에선 棋士가 대국실 밖의 화장실을 사용하게끔, 주최측은 棋士가 좀 더 널찍한 공간에서 쾌적하게 컨디션을 조정하게끔 배려하고, 거기다 관례상 대국실과 검토실 사이의 공간이 조용히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제1국 시합 후반에 고력이 대국실을 나와 화장실로 가는데, 당시 그는 막 한 가지 생각을 가다듬은 순간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몇몇 바둑팬들이 그를 ‘막아섰’다. 그리곤 싸인을 요구, 싸인은 제쳐두고서라도, 추가로 고력에게 질문까지 던졌다:“현재 형세가 어떤지 말해줄 수 있는지?” 고력은 이 ‘기습’을 당하고선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대국실로 돌아왔으나, 思考(사고)의 실마리는 엉켜져버렸고, “그 전에 했던 생각은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이후의 상황은 진정한 바둑팬들이 죄다 보았던 바다. 이는 오늘 지고난 후의 핑계가 아니라, 제1국이 마무리된 그날 저녁에, 고력이 恩師(은사) 양일(楊一)을 모시고 외탄(外灘 ;상해 시내 黃浦江변)을 거닐 당시에 밝힌 사연이다.
당신이 진정 바둑을 사랑한다면, 좋은 바둑팬이 해야 할 일을 해 주기를!
출처 ☞:고력과 이세돌은 누구와 누구에 더 닮았다, 상대의 검에 죽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 中 일부/ 해방일보(解放일보)2012.12.19
제1국, 종료 후 대국실 문이 열렸을 당시, 古-李는 이미 복기를 시작 중이었다.
고력은 온 이마에 땀이 그득한 채, 오른손 손가락 끝에 흑돌을 끼운 채, 전혀 땀을 닦지도 않고, 넥타이는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채였다. 비록 바둑은 졌지만, 고력 얼굴에는 조금의 흔적조차 없고, 때때로 싱긋이 웃고, 얼굴을 들어 이세돌을 보며, 혹은 한마디 질문한다 :“당시에 이랬으면, 어땠을지?” 그는 끊임없이 바둑돌을 판 가득 늘어놓았고, 그의 Casio-Cartier-손목시계는 풀어놓은 채였다.
이세돌은 머리카락으로 눈이 반쯤 가려진 채, 셔츠는 위쪽 단추 두 개가 풀어진 채, 넥타이는 매지 않았고. 그 또한 손에 바둑돌을 든 채, 다만 손을 내밀지(바둑판에 착수하지)는 않고, 미소를 띤 채 고력의 복기를 보고 있었다. 이따금 몇마디 말, 목소리는 작아서 그의 바로 뒤에 선 사람에게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고,... 고력과 그의 곁에 있던 통역은, 대체 어떻게 알아듣고 끄덕끄덕 대꾸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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