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슴을 후벼 파던 바둑들-십선
10.신화와 기록 사이엔
‘그 순간’을 함께 한 이는 ‘킬러’ 요다. 무던히도 그를 괴롭혀 온 요다..였다. 그의 41연승을 멈추게 한 이가 유창혁이듯 쎈돌의 32연승을 마감시켜 준 이가 조한승이듯 그의 농심배 연승 14연승을 그치게 한 이는 요다였다.
패배가 그닥 신기해 보이지 않는 그, 부조가 부쩍 눈에 띄는 그, 그러나 농심배만은 다르지 않았던가. 더구나 상대는 콩쥐도 후야도 저우도 아닌 요다 아니던가.
그러나 요다는 요다였다. ‘그 순간’을 함께 한 이가 요다라는 게 차라리 다행일까...
신화는 멈추는 순간 기록이 되었고 기록은 깨지는 순간 신화가 되었다.
2006.02.24 농심배 우승결정국, 이창호vs요다/상심도★★★★
9.인간의 자리
사람들은 그를 두고 그랬다. 그는 이기겠다 맘먹으면 이긴다 반드시 이긴다고. 그랬다 그가 앉은 자리는 신의 자리였다.
아 그러나 센돌이 그를 끌어내리고, 저우가 살짝 확인해 주고.. 내려온 이는 이젠 내려온 자리 인간의 자리에 머물러야 하는가..
중대승부를 접어주고 시작하는 바보는 없다. 그러나 지난 번 그는 저우에게 일단 한 판을 접어주고 시작하지 않았던가.
꼭 이겨야 할 승부에서, 그래서 이기겠다 마음먹은 승부에서, 그도 이제는 질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이제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번에도 그럴 것인가. 아기돼지에게도 일단 한 판 접어줄 것인가. 그래선 안된다. 1국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접어주면 쉽지 않다.
그는 1국을 지고, 게다가 나쁜 과정으로 지고, 지난번과 달리 결국에는 뒤집지 못하고 만다.
정말 인간의 자리가 익숙해진 것인가.
2006.01.10~13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 이창호vs뤄시허/상심도★★★★★
8.전차, 불의 질주를 멈추다
쎈돌의 질주, 불의 질주는 뭇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 질주였다. 1년 동안의 불같은 질주는 메이저 국제대회 16연승(2004.11.16~2005.10.17 번기는 1개 승부로)이란 찬란한 상장과 도요타,삼성,후지쯔,CSK란 상패를 가져다 주었다.
공오년 시월 십구일 LG배, 세 명의 중국기사가 쎈돌을 둘러싼다. 그 중 지목된 이는 구리. 쉽지 않은 자 구리.
전차는 질주를 멈추었다. 구리, 가장 아픈 자에 의해.
2006.10.19 LG배 4강전, 이세돌vs구리/상심도★★★★
7그리고6.날 울리지 마 반집
한승,태곤,철한,성진,(영훈),(철한),(근태)
한승이도 당했고 태곤이도 당했고 모조리 당했다. 영훈이가 나선다. 천왕급 ‘신인왕’들의 결투, 소리없는 진검승부이다. 영훈은 구리에게 번기의 첫 판을 따낸 세 번째 비중국인이 되지만 2,3국을 내리 져 역전당하고 만다.
다음 타자 철한, 철한은 구리에게 번기의 첫 판을 따낸 네 번째 비중국인이 되지만 합쳐서 한 집으로 2,3국을 다 내준다. 집도 아닌 반집, 그 반집 두 방에 설욕을 뒤로 미뤄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하 반집이 날 울린다.
철한, 칼을 갈아라. 이를 악물어라.
(구리에게 번기의 첫 판을 따낸 첫 번째 비중국인은 조한승이다.)
(훗날 고근태는 번기의 첫 판을 따낸 다섯 번째 비중국인이 되지 못하고서도 구리에게 번기를 이긴 두 번째 비중국인이 된다.)
2005.05.24~27 한중신인왕전 3번기, 박영훈vs구리/상심도★★★
2005.07.19~22 한중천원전 3번기, 최철한vs구리/상심도★★★☆
5.바둑 볼 맛
종국이 다가온다.저어하던 ‘그 순간’이 끝내 오고 있다. 쩝쩝 과자를 먹어가며, 실없이 마담얘기 해가며 부인 전화 받아가며 온갖 익살로 해설하던 소서(서능욱)도 점점 말수가 줄어든다.
네에--네에-- 아아..-----(침묵)------
발밑을 뜨겁게 데우며 꿈틀거리던 화산은 마침내 분출한다. 분출하게 마련이다. 이번 승부는 그 신호가 될 것이다. 지금까진 그럭저럭 잠재워 왔지만 이젠 이 불길과 뜨겁게 맞서야 한다.
나는 편안한 맘으로 지켜볼 수 있을 것인가..모르겠다.
누군가 나에게 한 말 ‘형 바둑 볼 맛이 딱 사라졌붓어.’
그래 너만 그렇겠냐.
2005.03.03~05 응창기배 결승5번기 4,5국, 최철한vs창하오/상심도 만땅의 이빠이제곱 ★★★★★★★★★........................
4.큰 봉우리 조훈현
마효춘의 말이 나를 시리게 한다-한 번 큰 산에 오르니 뭇 봉우리들이 낮아 보였다.
94년, 조훈현은 다시 한 번 으뜸봉우리가 된다. 후지쯔배와 동양증권배를 들고 천하를 호령한다.
한편 만년 ‘중국의 부장(副將)‘ 마효춘, 일중명인전에서 고바야시에게 만년 깨지면서도,
’과거전적은 전적일 뿐이다. 새로이 판 앞에 앉을 때마다 승부는 새로이 시작된다.‘ 며 오기를 불태운다. 오기는 결국 승부를 새로이 만들어 내었다. 그 해 후지쯔배 결승에서 마는 ’웬수‘ 고바야시를 딛고 우승.
마, 오기에 기세를 보탠 마는 조훈현과 만난다. 오기와 오기의 충돌 끝에 승자는.. 아 승자는 마였다.
“한 번 큰 산에 오르니 뭇 봉우리들이 낮아 보였다.“
그래 과연 그럴 것이다. 마효춘, 당신은 멋쟁이다.
95.09 동양증권배 준결승 3번기, 조훈현vs마효춘/상심도★★★☆
3.물말아 드신 이는
본인방전, 명인전...조치훈은 만날 때마다 武宮이를 물말아 자셨다. 한일 속기챔피언교류전..조훈현도 밥덩어리째 그를 물에 잘 말어시었다. 그랬는데..
그 武宮이가 후지쯔를 연속 두 번 짱먹고.
조훈현은 응창기배를 짱먹는다.
누가 진정한 짱일까. 붙여보자. 응창기 짱이랑 후지쯔 짱이랑 붙여보자. 이게 효성-에바라 배.
제비는 날고 날고 또 날았다. 부수고 부수고 또 부수었다.
그러나 우주는 넓었다. 우주는 제비를 삼켜버렸다. 제비는 우주에서 길을 잃었다.
이번에 말아 드신 쪽은...武宮이었다. 2:0, 武宮이가 조훈현을 물말아 드셔버린 거다.
89가을 효성-에바라 배 통합챔피언전 3번기, 조훈현vs武宮/상심도★★★★☆
2.뒷마당의 결투
조서, 전기의 수모를 딛고 이번에는 순조로이 4강까지 간다. 나머지 둘은 林과 武宮, 둘 중 하나는 이겨 주겠지...가 아니었다. 조서는 둘 다 뒷마당으로 가는 신세가 된다. 월간바둑은 그 쓸쓸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뒷마당의 결투‘라고.
수모와 쓸쓸함을 떨치는 데 걸린 세월은 4년, 4년이었다.
조훈현과 유창혁은 93년, 합쳐서 딱 한집으로 앞마당으로 가는 티켓, 형제대결 티켓을 얻어낸다.
89여름 후지쯔배 준결승, 조훈현,서봉수vs林,武宮/상심도★★★★
1.큰 바다 세 척의 돛단배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리던 그 해 바둑계에서는 프리(pre)올림픽이 열린다.
부호 응창기가 백만불 따먹기 대회를 기획하자 일본이 새치기로 후지쯔배를 짜자안한 덕분이다.
그럼 어떠랴 팬들은 사상최초의 국경너머 대결, 조vs고바야시, 서vs林 대결을 볼 수 있다는 자체로 기쁠 뿐이다.
후지사와가 인정해주는 천재, 한국의 챔피언 조훈현이 얼마나 해줄 것인가.
그 조훈현과 유일하게 맞짱뜨는 서봉수는 또 얼마나 해줄 것인가.
최강국 일본의 실력은? 중국은?
설레임과 궁금증을 뒤로 한 채 세 척의 범선,sailing boat는 닻을 올려 대해로 진입한다.
...배는 들목에서 좌초했다. 조는 小林에게 완패, 서는 林 에게 반집패, 장두진 마효춘에게 십여 집 완패. 전원 1회전 탈락, 성적표는 참혹하다.
와중에 서봉수는 4수 늘어진 패 지고 바둑까지 반집으로 지는 바람에 특히나 사람들을 한숨짓게 하네. 잘 좀 하지이~
그런데 말이지 적어도 두 척은 돛단배가 아닌데, 대형범선인데..대형범선인데 고작 들목에서 좌초하다니 으~분하도세. 속상하도세.
88봄 후지쯔배 1회전, 조훈현vs小林, 서봉수vs林, 장두진vs마효춘/상심도 ★★★★
-06.08.21오늘, 장한 근태를 기뻐하면서 /기쁨도★★★☆
-위 글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를 조건으로 자유로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