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등에 타다
장예모의 『인생』은 어느 중국인의 새옹지마적 삶을 그린 秀作이다. 영화는 차분한 색조로, 내내 무심한 시선으로 주인공을 주시한다. 호흡이 한편 길면서도 한편 늘어지지도 않았다. 격렬하지도, 내내 심심치도 않다.
여기, 야밤에 두 棋客이 바둑을 둔다. [타이젬 대국실]
따악.. 따악, 돌은 조용히, 거칠지 않게 옮겨진다. 손이 지나치게 쉽게 나오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고심 끝에 아홉에 두는 식도 아니다. 대국자는 승률 50% 안팎의 9단들. 알맞은 호흡으로 나오는 돌, 돌이 놓이는 알맞은 자리. 구경꾼은 강 일급의 내공에 빠져든다.
[기보] - 그림이 흐릴 경우 그림에 손바닥 대고 딸깍
1~10, 막힘없이 나오는 착수들이 감탄스럽다
2, 慣性을 거역.
4, 사고의 맹점.
10, 모양을 배반.
高手는 저런 수를 쉽게 쉽게 두고 있다.
백은 무엇을 하는 중일까? 그는 끄부지기(;검불 부스러기)를 모아 땔감을 장만하는 중이다. 흑 화점에 날일자로 걸친 최초의 백돌을 밑천 삼아 백1,3을 모으고, 그것을 팔아 5,7을 모으고, 다시 5,7을 팔아 백9를 산다. 백은 마침내 쓸 만한 땔감을 얻었다.
영화『인생』
주인공 富貴의 아들은 담장에 깔려 죽는다. 딸은 解産하다 죽는다.
부귀는 딸이 남겨준 자식에게 병아리를 사 주면서 말한다.
“이 병아리가 크면 닭이 되고, 닭을 팔아서 양을 사지. 양이 크면 팔아서 돼지를 사고, 돼지가 크면 또 팔아서 소를 사지.”
“그 다음에는요?”
“그 때는 내 손자가 어른이 되지.”
“난 어른이 되면 소 등에 탈래요.”
봉수성(兄)의 선물
서 9단은 재미있고 행복했을 것이다. 최고로 잘나가는 중국의 신예에게 한 수 가르쳐 주는 기분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기분이었을 것이다. [연결 - 박치문 관전기, 중앙일보]
와아~, 저런 수가 있었네..봉수성이 저렇게 이겼구나.
[타이젬 대국실]
딱, 따닥, 딱딱..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어, 오랜만이야”
바둑을 두고 있는데 칭구가 들어왔다.
20년을, 나를 先을 접는 넘이다.
잘 두긴 두는데, 나아뿐 넘이다.
“어 바둑 두네...”
...(낑낑)
“열심히 둬. 조용히 구경이나 할 게.”
“오케”
어, 근데 초장에 바둑을 베리버리네. ㅅㅅㅅ
이러언. 대략 망신이고나.
벌써 던지기도 뭣하고, 쩝...
모 우리가 바둑 한 두 번 지나. 두다가 던지지 모.
부담 없이 뚜벅 뚜벅 둬 나간다.
상대도 스르륵 스르륵 닦아 나간다.
그런데 좌하귀에 뭐가 하나 생겼다.
(오올치!) (이따가 보자구요)
모른 척 뚜벅 뚜벅..(그러면서 사전 작업을 치밀하게.. -_-;;)
상대도 스르륵 스르륵...
칭구놈은 --_--
(안갔어?)
드디어
바로 5,6을 교환 하는 순간이었다. 순간, 서 九단이 진요엽陳耀燁을 상대로 둔, ‘행복한 한 수’가 떠올랐다. 그 手가,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생각으로 떠올랐다. 말하자면‘봉수성의 선물’이 머리 속으로 쑥 들어왔다고 할까, 또는 봉수성이 선물을 쑥 디밀어 주었다고 할까. 아마 바둑을 두기 직전에 보았던 관전기의 인상이 남아서였겠지.
그리하여 1,3,5,7,9는 제법 슥슥 두어졌다. 물론, 쉽지 않은 수 7도 관전자가 보기에는 쉽게 두어졌다. 관전자는 호오 눈이 둥그레졌으리라.
봉수성의 선물이라 짜릿하다.
짧지 않은 준비 끝의 결실이라 짜릿하다.
칭구가 보고 있어서 짜릿하다.
(위) 관전기처럼 ‘재미있고 행복한’순간이었다.
친구놈은 이렇게 말해주었다.
“무우~셔분 놈”
아~
모든 과정을 직접 목도하고서 저렇게 말해왔을 때,
저 말이 무슨 뜻인지 난 안다.
(^ㅁ^)
지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