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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090103 쎈 v 力


저 멀리 쎈力전이 오고 있다.



상대전적

(아래 자료 참조)약 5년 여 세월에 7:7. 용호상박이가 내 집이요 하고 기어들 판이다. 총 열 네판, 판수는 많고 중요 승부도 많다. 우선 04년 가을 삼성배 준결승. 본격 승부가 시작되고서 고력古力이 먼저 당한다. 세돌, 세게 먹였다. 허나 피장부에 아장부, 고력도 장부. 세돌도 딱 1년 후 05년 가을에 크게 한방 먹는다. 그 무렵 기세의 세돌은 주요 세계대회 16연승을 달리고 있었는데(번기는 1개로) 세돌의 연승을 세운 이가 다름 아닌 고력이었다. (LG배 준결승, 당시 패배로 세돌은 상당히 휘청거렸다.) 한편, 센力은 와중에 단체전(CSK배) 주장으로도 승패를 교환하면서 자국의 우승을 이끌었으니 이것도 1:1. 그래서 재작년까지 통산전적이 2:2.
이랬는데, 작년 富士通후지쯔 8강전에서 세돌이 짐으로서 현 상태는 세돌이 살짝‘빚’을 진 상태이다. (판수로 3:4, 승부로 2:3. 05LG 06CSK 08부사통, 명목상이긴 하나 세돌이 3連敗중)

판수의 나머지 절반이 중국리그이다. 이 판들은 모두 주장전인데 여기선 4:3.

결국 다 합쳐서 7:7 되겠다. 둘에게‘열 네 판 두셨네’그러면 당사자들은‘그렇게나 뒀나요?’반문한다는데, 글쎄..
 

                          세돌    고력     비고

중국리그      040617      x       o

삼성배        041116      o       x      4강전, 세돌우승

              041118      x       o

              041119      o       x

CSK           050503      o       x      한국우승

중국리그      050808      o       x

LG배          051019      x       o      4강전, 고력우승

중국리그      051210      x       o

CSK           060503      x       o      중국우승

중국리그      060610      x       o

중국리그      061111      o       x

중국리그      071013      o       x

富士通후지쯔  080607      x       o      8깅전, 고력우승

중국리그      080621      o       x                 


세계전 전적

세계순위(ranking랭킹) 1위는 몇 년째 이세돌이다. 물론 2위는 고력古力이, 이것도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요 4년간 우승 하나만 있어도 이창호도 1~2위를 오갔겠지만..)


. 05~06 07 08 05~08 . . . . 생애4강 비고
. 승패 승패 승패 승패 승률 4강 결승 우승 . .
21-6 10-1 14-4 45-11 80.36 9 6 4+? 16 ?는결승미완2
16-6 4-3 14-3 34-12 73.91 6 5 3+? 7 위와同
16-8 4-3 15-4 35-15 70.00 8 6 0+? 36 위와同
*번기승은 1승, 3/4위전은 제외

*주요(major) 세계대회 개인전만 대상(농심배, CSK배, 강원랜드배, 중환배는 불포함), 총 17개 대회

*연도는 대회시작년 기준(예를 들어 07삼성배 결승이 08년에 열리지만 07대회로 잡힌다.)


그런데 작년의 대활약으로 고력이 1위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래 표는 필자가 만든,「맹물판 세계순위(ranking랭킹)」08년 12월 1일판이다. (TV아시아 및 중환배도 포함)

.
12월점수 1294 1123 994 500 489 467 396 313 281 276
11월점수 1355 1193 904 385 534 489 418 331 193 291
12월순위 1 2 3 ↑3 5 6 7 8 ↑3 10
11월순위 1위 2 3 7 4 5 6 8 12 9
10월순위 1위 2 3 7 4 5 6 8 12 9
쎈:세돌          力:고력古力   창:창호      常:상호常昊     훈:박영훈  
文:박문요朴文堯  최:철한      
劉:류성劉星  謝:사혁謝赫   

 

아래 보다시피 낼 모레 고력이가 박문요를 이겨 豊田도요타배를 우승하면 1위에 등극한다.

.
1월순위 1753(1) 1281(2) 931(3) 463(4) 446
(5)
445(6) 375(7) 366(8) 294(9) 261(10)
이것을 기정사실로 본다면 1월 말이나 2월에 벌어질 둘 간의 LG배 결승이 건곤일척의 승부가 된다. 아마 생애를 걸치는 쎈力전에 있어 전반기 대회전이라 할 수 있겠지.



對 상대국 기사 전적

고력古力이의 對 한국 棋士 총 전적은 08.12.08 현재 55:35, 61.1%이다.(비공식전 포함, 智力운동회-WMSG는 제외)

이세돌의 대 중국기사 성적은 08.07.07 현재 69:35로 66.3%(중국리그 포함).


후자가 약간이나마 높은데,..세돌이 고력보다 강해서일까. (고력이가 만나는) 한국기사가 (세돌이 만나는) 중국기사보다 강해서일까. 실력은 비슷한데 기복이 있어서일까. 아마 셋 다가 아닐까. 강조점을 도대체 어디에 찍어야 할 진 모르겠지만...



중국리그/한국리그 전적

한국리그 울산디아채의 주장 고력古力이가 이창호에게 2승, 이세돌에게 2승, 박영훈에게 3승, 최철한에게 1승, 강동윤에게 1승...현재 15연승 중이다. (통산 29승 11패).

가상으로 적어 보았는데도 오메 끔찍한(?) 거.. 이런 짓(?)을 세돌이가 저질렀다. 이세돌은 중국리그에서 오로지 주장전에서만 중국 유수의 기사들을 상대로 15연승중이시다. 그나저나 우리 한국리그도 부분 개방(예를 들어 1팀 1명 판수 절반) 정도는 나쁘지 않다.. 팬의 입장에선 그런 생각이 든다.



기질/기풍

경쟁/‘주민등록번호’ 830203와 830302, 韓中의 대표기사. 더 비교하면 닮은 구석이 한 둘이 아니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둘은 서로를 필히 의식해야 할, 운명적 경쟁자다. 사정이 이러니 둘간의 경쟁의식도 보통이 넘는다.

상대를 만나는 경우,‘재미있다’(세돌),‘자극적이다’(고력古力) 고 말하는데 상대를 이겼을 땐 그 재미가 남다르겠고 졌을 때 아픔 또한 보통이 넘어 최고조에 이를 것이다. 이겼을 땐 아 좋다!요 졌을 땐 장시간 복기는 필수다. (들리는 얘기로 세돌은 05년 갑조리그에서 고력古力이에게 지고서 홀로 복기를 하다 그만 으앙하고 울어버렸대나 어쩠대나..)

바깥으로 드러나는 면이 그러한데 보이지 않은, 내심은 흔히 하는 말로 내상을, 심히 입겠지. (다만 남보다 빨리 회복할 뿐.) 세돌은 05년 LG배 패배로 한동안 헤맸고, 그 패배를 안겨준 고력古力 또한 한해 전 삼성배 4강에서 지고서 일 년을, 와신상담이 왜 없었을까.


氣勢/어지간히 무심한 이창호도 일찍이 갈파했듯이 승부는 당일의 기세다. 불가피하게 모든 승부에는 이른바 기세가 작용하기 마련인데, 기술적 측면과 함께 일종의 심리승부인 바둑에선 이 기세가 좀 더 승부의 관건이 된다. 그래서 기술이 비슷하면 기세가 좋은 쪽이 이기게 마련이다. (상당히 결정적이란 얘기다.)

기세란 무엇일까. 두터움을 「나중에 집 될 가능성이 많은 자리」라 해보자. 글쎄, 맞는 말이되 어쩔 수 없이 약간 싱거운 소리가 되어버리듯, 기세를 「대국에 임하는 승부사의 상태(condition컨디션)」라 한다 해도 도리 없이 맹숭맹숭하다.
다시, 기세란 무엇일까. [승패주기(cycle)/싸이클에서 오는 거기다 다른 요인을 좀 더 보탠, 대국자의 상태/대국에 임하는 기백/외적 분위기/당일의 운..]이런 걸 들먹이면서 이들의 총체 이런 식으로 말할 수도 있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창호가 말한 식으로,
승부는 당일의 기세다 이 한마디로 기세가 설명된다고 본다.

뭐 물 건너 합리주의자들은 두터움에 갸웃하듯 이 말에 역시 갸웃하겠지만.


(이하 기세 부분, 예전 글 변형)

세돌은 기세론자다. 지난 날 세돌은 고력古力에게 지고서‘기세에서 밀리는 바람에 졌다’란 변을 남긴 적이 있는데  이런 투의 표현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뿐 세돌의 말에서 기세 이 한마디가 빠지는 법은 거의 없다.


‘기세를 탔으니 그 정도는..’,‘기세가 좋아 이길 듯‘, ’형세보다는 기세‘, ’집중력도 기세에서’‘단판승부일 수록 기세가 열쇠’‘(기세가 좋다면) 촘촘한 일정이 탄력이 된다,..

기세 기세 기세 온통 기세. 기세로 똘똘,  기세돌!


盤外반외에선 어떤지 몰라도 盤上에서만큼은, 고력古力 또한 力力한 기세론자.

“기세가 좋을 때는 무조건 세게 두어 강력히 대응, 상대에게 더 큰 압박을 주어야 한다.(고력古力)“

”약점이 많은 바둑인데 기세로 약점을 메운다.“(몇 년 전이지만, 세돌의 고력古力평가)


세돌에게 기세는 보통사람의 기세를 넘은 일종의 자기최면, 원래부터가‘아무 생각이 없는’ 이창호라면 백만 하나 백만 둘 그러다 진다 해도, 또 ‘아무 생각 없이’ 하나아 두울.. 이겨가지만 이 기세돌은 그렇지가 않다. 05LG 4강전에서 한 펀치 세게 맞고 ‘기세가 약해진‘ 세돌, 고력古力에게 연전 패패, 06년 중국리그에서 간신히 숨을 돌린다. 기세가 다시 올라오는 데 근 1년 가까이 걸린 셈. 도중에 豊田도요타배 결승에 진출하는데 ’우승하면 기세가 상승할 것 같다‘고 또 최면을 건다. 결과는? 우승. 최면의 성공.

그러나 이런 최면은 잘 나갈 때는 장점이지만 나쁠 때는 단점이 된다. 본인 표현대로 (졌을 때) 집착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는 셈인데, 그래서 최면도 자기 조절이 필요하다. 이게 점점 되어지는지 몰라도 작금에 이세돌의 회복력은 점점 좋아지는 듯하다.


08년 고력古力의 기세는 원조 기세론자가 보기에도‘장난이 아닌데’싶으리라. 결승에 3개도 3개지만 富士通후지쯔에서 상대가 8강 이세돌, 4강 상호常昊, 결승 이창호니 그야말로 뭇 봉우리 위에 우뚝 선 셈, 고력古力에게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지하에 계신 부친이 벌떡 일어서지 않았을까.


성숙/고력古力은 언제나 세돌에게 반 보씩이나마 뒤져 있었다. 우승 숫자에서부터 첫 우승, 이창호/상호와의 만남, 첫 대결..만나면 지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세돌이 앞서가고 있음은 분명한 현실, 고력古力은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언제나‘세돌에 비해 부족하다.’‘세돌에게 배운다는 자세로 두겠다’‘세돌은 나의 목표이다.’하는 태도를 풀지 않는다. 단지 고력古力은,‘부사통배 우승으로 기술적으로 심리적으로 성숙해졌다’며 자신감만큼은 굳이 감추지 않는다.

음 그런데, 세돌이 (기풍과 심리조절 양 면에서) 예전보다 많이 성숙하다에 세인들이 이견이 거의 없는데, 그렇다면 이것도 반 보 먼저 아닌가?


구라/‘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둔다.’,‘모든 판을 이기겠다’..한 때 이러던 세돌. 언제부터인가 안하던 겸손인가 싶은 말이 잦아지더니 이젠 구라도 칠 줄 아는 수준이 되었다.


(07.08.21) (질문자) 이창호 9단과 계속해서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본인은 이창호 9단을 뛰어 넘었다고 생각하는가?

(세돌) 실력 상으로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내가 요즘 기세가 좋아서 대등해 보이는 것이다. 앞으로는 좀 더 노력해서 진짜로 대등한 승부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사이버오로, 이인철 기자    


이런 류의 구라는 고력古力에게도 전염(?)되었다.


(08.09.08) (질문자) 2008년에 들어서며 富士通후지쯔배 우승, 豊田도요타배 결승 진출에 성공을 했다. 스스로 세계랭킹이 어느 정도 된다고 평가하는지?

(고력) 이창호, 이세돌, 상호常昊 등이 아직 매우 강하다. 과거에는 인터뷰에서 세계 10위권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올해는 성적이 비교적 좋아 아마 세계 6위권 안에는 들 수 있을 것 같다. 타이젬, 이영호 특파원


기풍(공격,전투,실리)/高手의 기풍, 고수의 스타일을 한 마디로 규정하기는 곤란하다. 이제는 그래도 어느 정도‘공인’된 것이 있다면 ‘세돌은 실리, 고력古力은 공격’이 그것이다. 이는 세돌의 말‘(둘 다 싸움을 즐기긴 한다. 그런데,) 나는 실리를 염두에 두고 전투를 한다, 고력古力은 두터운 공격형으로서 공격 자체를 중요시한다.’로 대변된다. 이 말을 억지 아마추어 식으로 해석을 하면 ‘내는 슈가 레이 레너드, 저 자식은 (가드 위로도 펀치를 날리는) 타이슨‘쯤 될까.

사실 힘 하면 또, 쎈돌이다. 결국 쎈力, 둘의 힘은 막상막하, 천하제일인데 누구나들 둘은 조금 다르다 고 한다. 세돌 말로는‘힘을 주는 지점과 작용방식이 다르다’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


(고력古力 왈)‘그의 촉각은 매우 민첩하다. 아차 하는 순간 국면전환을 한다든지, 갑자기 새로운 수법을 들고 나온다. 일반 상식에 맞지 않은 곳에서 일반 상식에 맞지 않은 수법을 들고 싸우는데 그래서 가끔 우리는 그의 바둑을 변태적이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05.11.08 Tom.com, 타이젬-김애실 譯

(박영훈 왈)‘고력古力은 예측가능한 수를 두지만 李는 워낙에 생각 자체가 달라서 상상을 초월하는 수가 나온다.’


결국 고력古力의 강점은 예측가능한 좋은 수, 또는 알기 쉬운 호착을 누구보다도 잘 찾는 능력이며  세돌의 힘은 발달된 예민한 후각을 바탕으로 하여 남들은 잡아내지 못하는 미세한 허를 찔러가는 능력에서 나온다. 따라서 고력古力의 힘은 어느 정도의 두터움을 전제로 하며 일단 공격이 시작되면, 알고도 당하는 그런 공격이 된다. 그래서 누군가도 이미 말했지만 장검류의, 묵직한 공격이다. 흑바둑에 강하고 특히, 자신이 조금이라도 유리한 곳에서 시작한 전투라면 그 누구도 당할 수 없다. 


'수읽기의 실마리는 예민한 감각으로부터 시작된다. 감각이 둔하면 수읽기 자체가 없다.' 유창혁이 한 말인데, 그런 점에서 세돌은 그 누구보다도‘촉각이 민첩’하다. 수읽기는 또한 깊은 수읽기, 넓은 수읽기, 빠른 수읽기가 있는데, 수읽기가 빠르다는 말은 감각이 남다르다는 말과 통한다. 결국 세돌의 변화막측함은 잘 발달된 감각과 전광석화같은 수읽기에서 온다.

그래서 변화가 시작되었는데 '나는 느끼지도 못했을 뿐이고, 아차하였을 뿐이고, 망했을 뿐이다'. 이 표현에 자유로울 기사는 없다. 중국에서 일찍이 나온 말처럼 이세돌의 칼은‘짧고 빠르고 언제 나올지 모르는 칼’, 笑裏飛刀소리비도(웃음 속에 날아오는 칼)이다.
입단 이후 지금까지 줄곧 백바둑 승률이 높다.


지금까지와 조금 맥락이 다른 이야기로, 이세돌의 바둑에 또 빠지지 않는 인상이 바로 무지막지함이다. 이세돌은 바둑이 나쁘지 않은 경우에도 가끔 무지막지하게 둔다. 그런데 근래 이세돌에 대한 주목할 만한 평가가 나왔는데 얼마 전 삼성배 4강전에서 만났던 황혁중黃奕中이


‘바둑이 매우 유연해진 것 같다. 두텁게 두며 정확하게 수를 읽은 후에야 움직인다. 정확하게 보지 못했을 때에 그는 매우 온건하게 둔다.’라 평했다. -sina.com, 한게임 譯

이창호와의 응씨배 준결승 바둑에서도‘웬 걸? 자제하는 걸’하는 인상이 있었다.

LG배 결승을 지켜볼 일이다.


전망/순위표에서도 보았지만 이창호까지 포함하여 지금은 3인 鼎立정립이다. 차이는 매우 작아서 앞으로 석 달간 좀 과장하자면, 오늘은 너가 1위 내일은 내가 1위 이런 식이겠다. 어쨌거나 봄이 되면 우린 이들 3인 간의, 더불어 한중간의 패권다툼의 결말을 알리라.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싸움에서 이긴 자가 한동안은 주도권을 쥐게 되리란 것. 지금은 한중 大戰대전의 상당한 분기점이란 것 정도다.

3개의 한중전을 통산으로 쳐서 약간이나마 유리하다 싶지만, 쎈力전만큼은 예측이 매우 어렵다. 고력古力이의 기세가 워낙에 대단하기 때문이다. 우선 눈앞에 다가온 고력古力-박문요 전을 즐기면서, 그래도 팔이 안으로 기운다고 49:51, 세돌이 이긴다고 바람 겸 예측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