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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091121 여자棋士 상비군 발족을 보며2 - 백령百靈배


(
'여자棋士 상비군 발족을 보며1' 편에서 계속)


백령百靈배라고 있다. 5회째 대회가 올 여름에 있었다. 그런데 상금이 남자는 이기면 판 당 5000원(중국元, 곱하기 170 하면 한국元)에 지면 3000원인데 반해, 여자는 이기면 4000원에 지면 0원이다. 무슨 성차별도 아닌 바에야 대회의 성격이 짐작이 간다. 이벤트 겸 여자 기사들 훈련이라는 얘기다.
백령배(
올해의 정식 명칭은 백령배중국바둑남녀超級대항전), 조금 더 살펴보자. 흥미가 당길 것이다.


2006년 백령배 1회는 단체전으로서, 장선張璇, 화학명華學明, 섭계葉桂가 한 팀, 왕상운王祥云, 리혁李赫, 조우윤曺又尹(이 중 둘은 올해 정관장배 대표이다.)가 한 팀이 되어 치수고치기를 한 결과 최종 6:4로 젊은이 팀이 이겼다.


대회 방식은 매번 바뀌었다. 07년 2회 대회는 단순한 여성 기전으로 벌어져 리혁이 섭계를 2:1로 꺽고 우승을 하였다. 희한하게도 같은 해에 3회가 열렸는데, 이유는 08년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1회 지력운동회 대비 목적이었다 한다. 남자 기사 8명을 초청하여 남녀 혼성 이어두기(連棋)가 벌어졌는데, 마효춘-장선 조가 상호-화학명 조를 누르고 우승을 하였다. (부부를 갈라놓다니!)


08년 4회는 5인 단체전으로 5라운드 예정으로 벌어졌는데 [정암鄭岩, 리혁, 王, 王, 조우윤] 팀이 [예내위, 장선, 서영徐瑩, 섭계, 화학명] 팀을 14:6으로 압도하면서 대회를 한 라운드 앞당겨 4라운드 만에 종결시켰다.


금년 5회 대회는 남자기사 6인(상호, 고력, 공걸, 사혁, 박문요, 왕격王檄)은 초청으로, 여자기사 4인(송용혜, 리혁, 왕신성, 왕상운)은 예선 선발 3인 및 지정(宋)으로 하였다. 방식은 3인(상황을 보아가며 선정한다.) 단체전 치수고치기.

양쪽에서 각 3인이 출전하여 팀이 지면 치수가 바뀐다. 시작은 여성 팀의 정선으로 하고 각 회차 2라운드씩, 총 3회차 총 6라운드를 전국을 돌며 둔다. 치수는 ‘석집반’씩 바뀐다. (치수변화를 이렇게 완만하게 한 이유는 밀리는 쪽 -여자 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의 얼굴을 보아서라고) 


1라운드 2:1, 2라운드 2:1, 그리하여 치수는 흑번 덤 7.5 즉, 흑 잡는 호선이 되어 여성팀은 한껏 기세를 올린다. 그러나 이건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격. 3라운드 3:0, 4라운드 역시 3:빵. 치수는 원점(정선)으로 돌아가고 여자팀은 긴장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남자들이 봐주겠는가. 전혀 봐주는 뱁이 없었다. 5라운드 2:1, 선에 덤 3.5로 두어진 최종 6라운드마저 2:1 에거거..여자들은 「선에 덤7.5집」이 되어버렸네.


개인별 전적을 보면 리혁과 왕신성이 각 3승3패, 송용혜가 4패, 왕상운이 2패 하여서 총 6승 12패, 남자는 박문요와 사혁이 4승, 고력이 2승, 공걸이 1승3패 나머지 두 사람이 1승3패였다고 한다.


중견 여성기사인 화학명은 여자들이 선에 7.5까지 밀린 것은 의외였다고 하면서 아마도 심적 부담이 선에 3.5에서도 패배하게 된 원인이 아닐까 말한다. 당사자의 말도 들어보자.()

왕신성은 정선이나 정선에 덤 3.5가 남녀 일류기사 간의 차이가 아닐까 말하고, 리혁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반집을 이긴 바둑을 예로 들며 선에 3.5란 덤이 아니었다면 그 바둑을 일치감치 접었을 거라고 말한다. 남자기사인 사혁은 정선 정도가 아닐까 하는 의견이다.


대회가 재미있었다, 또 나오고 싶다고 말하는 남녀 간의 공통적 소감이다. 별도로 여자기사들(치열한 경쟁 끝에 선발되었으며 91년생 92년생 등 한참을 어린 기사들이다.)은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이 대회는 일면으로 보아 이벤트요, 다른 일면으로 보면 여자 프로들 훈련 프로그램이었다. 
반드시라고 하긴 어렵지만 왕신성의 얼마 전 정관장 3연승엔 당시의 훈런이 준 나름 자신감이 도움이 되었을 수도. 아마 한국기원은 이런 과정들을 인상적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에 와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한국의 지지옥션배도 그렇지만 이번 백령배에 중국 바둑팬들의 호응이 아주 좋았다고 한다. 따라서 내년에는 예년과 달리 대회방식을 바꾸지 않고 올해 방식을 고수하며, 다만 치수는 올해 「선에 덤7.5」로 마감되긴 했지만 다시 정선부터 한다고.(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