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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090626 4대 사안, 한국기원은 구조(system)개선으로 답하여야 한다


이세돌 개인의 책임도 짚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더 중요한 「4대 사안 문제」 및 「4대 사안과 관련한 한국기원의 시스템 개선 문제」가 조금이라도 묻혀서는 곤란하다. 이 문제가 어느 정도라도 개선되어야 이세돌의 회군명분의 일부(나머지 일부가 무엇인지는 아시리라.)가 채워질 것이다. 또, 이세돌의 책임과는 별개로서 미래를 지향하는 발전적 시각 차원에서도 이 문제는 반드시 중요쟁점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4대 사안에 집중해보자는 뜻으로 4대 사안에 대해 간략히 의견을 표명해본다. 결론만 나열하겠다.

마지막으로, 어쨌거나 나는 이세돌의 바둑을 계속 보고 싶다.




1.바둑리그 문제


*많은 기사棋士들과 한국기원 측이 이세돌의 불참에 섭섭해하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세돌의 문제제기 이후 거론되는 논의를 살펴본 결과 현행 바둑리그 구조에 결함이 있음이 인정된다. 따라서 최소한, 이세돌도 거부감이 심하지 않을 수준으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이전부터 지적되던 문제와, 이세돌의 문제제기와, 기타 개선이 필요한 문제]를 발견, 최적의 개선방안을 도출, 확정하기 위해 가칭 「바둑리그 발전 위원회」를 발족시킨다.


*위원회 구성은 예를 들어 프로기사 측 3인(노장기사 대표 1인, 소장기사 대표 1인, 연소자기사1인), 스폰서 측 2인(내가 아는 스폰서 구조가 맞다면 - 국민은행 1인, 7개 기단棋團 대표 1인), 바둑계 기자 1인, 바둑 애호가 1인, 프로기사가 아닌 한국기원 이사 1인, 바둑을 아는 전문경영인 1인으로 한다.


*이 바탕 위에서 이세돌 설득 작업에 들어간다. 웬만하면 이세돌 설득작업도 전적으로 위원회에 맡기는 좋을 것이다.



2.중국리그 문제


*최근에 표명, 내년부터 시행키로 한 한국기원의 새 입장은 명백한 자충수이다. 중국리그 참가에 한국기원의 비토권, 계약을 위한 교섭, 체결 대행권은 한국기원이 가질 물건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기원은 이 자충수를 당장 물러야 한다.


*중국리그 참가기사의 국내 기전 일정 배려라는 서비스는 기사棋士의 매니저 격 조직에 해당하는 한국기원의 의무이다. 즉각 시행되어야 한다.


*중국리그 전적은 프로기사의 공식 전적(적어도 통산전적 :중국리그의 전적이 빠져야 한다면 조훈현의 일본 시절 전적도 그의 통산전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에 산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내 랭킹 산출시 외의 각종 통계(예를 들어 다승, 연승)산출에는, 전체기사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치든지 하여 중국리그 전적도 포함시키길 바란다.


*이 바탕 위에서 중국리그 수입의 5% 납부는 옳다.



3.바둑저작권 문제


*간단히 말해 한국기원은 전체 프로기사의 선수노조이기도 하고, 삼성라이온즈, 수원 블루윙즈 같은 구단이기도 하고, KBO 같은 프로구단의 대리인 격 연맹이기도 하고, KPGA나 PGA처럼 프로선수들의 집합체적, 대리인 격 연맹이기도 하고, 권투의 돈킹이나 심영자 처럼 프로모터이기도 하고 중세 직물업자들의 길드(guild)이기도 하다.

어떻든 간에 프로기사 개인의 바둑저작권은 한국기원이 일괄 위임받아 관리하는 것이 (위 예를 든 타 업계의 예를 참고한) 관례에도 어긋나지 않고 프로기사 개개인의 편리함에서도 가장 낫다. 따라서 이세돌은 자신의 [바둑대국 外 초상권]을 제외하고서는 바둑저작권 한국기원 일괄위임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

단 원한다면 바둑저작권 중 극히 일부, 예를 들어 기사전집全集 또는 평생대국집 출판을 위한 바둑저작권은 남겨달라고 할 수 있으며 한국기원은 이런 정도는 굳이 일괄 관리할 필요가 없으므로 인정하여야 한다.


*이세돌이 최근에 킹스바둑과 브랜드 계약을 하였다. 이 계약에 위와 상응하지 않는 내용이 있다면 킹스바둑 측과 재협상을 하거나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얻거나  한국기원에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얻거나 하여야 한다. 전자가 나을 것이다.



4.시상식 및 개,폐회식 참가 문제


*수상자 불참을 달가워할 스폰서는 없다. 때문에 수상자가 시상식장에 나오도록 하는 일은 수상자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스폰서에게 주관료를 받는 한국기원의 의무,업무이기도 하다.

규정이 없어 의무이행이 불가능하다면, 불행하지만 규정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한국기원은 시상식 및 개,폐회식 불참에 대한 제재 규정을 만들어라.      



5.별도 제안


*이세돌이 크게 상심한 이유는 내용 이전에 절차의 문제였다. 말하자면 프로기사회는 [바둑은 모냥입니다] 하는 조남철 할아버지의 당부를 잠시 잊고 절차 상 매우 모양이 나쁜 행마를 한 격이다.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징계 사안에 대한 각종 규정을 정비한다.


*징계사유/징계절차/징계수위를 가능한 수준으로 상세하게 명문으로 규정한다. 기사 측 인사, 외부 인사인 경영 컨설턴트, 한국기원 고문 변호사 정도가 숙의하여 초안을 만들고 기사회에서 전체 의견을 물어 통과시키면 되리라 본다.



6.마지막으로


*모든 일을 마무리한 다음에 韓총장 이하 한국기원 집행부는 이번 사태에 어떤 형식으로든 책임 표명을 하라.

특히 韓총장의 경우는 지난 윤기현 사안의 대폭발력을 예측하지 못한 점, 초기대응에 서투른 점, 팬의 폭발적인 반감을 보고서도 즉각 대응에 게을리 해 한국기원의 명성을 실추시킨 점, 평소 한국기원의 시스템 개선에 소홀히 한 점, 위에서 말한 바 중국리그 관련 자충수를 둔 점, 얼마 전 간담회 발언을 보면 4대 사안에 대한 언급이 없는 등 사태의 요점 파악조차 서투른 점, 미래에 개선된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하기에는 전문경영인이 아니고 프로기사라는 한계가 있는 점,..사퇴가 좋다고 본다. 일을 잘 마무리하고 흔쾌히 용퇴한다면 훗날 그나마 [그래도 이세돌의 바둑은 살렸고, 진퇴가 분명한 사람]이라 기록될 것이다.


*반 농담이지만 한국기원은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비젼 설정을 위해 돈 좀 비싸게 들여서 컨설팅을 받아볼 의향은 없는지,..집행부가 기원 업무라고 해나가는 게 솔직히 아마추어가 보기에도 눈에 차지 않는 점이 보인다.


*그의 바둑을 사랑하는 팬으로서 감히 말하건대, 이세돌은 예를 들어, 古力에 대한 설욕을 하기 전에는 바둑을 떠날 자유가 없다. 강요가 아니라 자신에게 물어보라. 설욕전도 갖지 못한 채 정녕 후회가 남지 않겠는지?..

그렇다면 이세돌은 자신의 바둑에 미안한 짓을 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