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길영 상사 부인 김씨의 미니홈피 글 전문...
2005/01/18 18:17 http://blog.naver.com/cool3700/9401033 지난 10월 훈련 중 순직한 남편을 그리워하다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군상사의 부인 김 모씨. 그가 자살하기 하루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애절한 ‘사부곡(思夫曲)’이 누리꾼(네티즌)들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다음은 고 오길영 상사 부인 김씨의 글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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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였어요...
그를 첨 만난건 2003년 3월30일 친척분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어요
그는 해군 직업군인이였어요 난 군인을 싫어합니다. 군인들은 어느 시골 산속에만 살고
중요한 순간에 함?있지도 못하고 딱딱한 이미지가 싫어서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날도 나가지 않으려 했었는데 친정아버지와 소개하시는 친척분때문에 어쩔수 없이
나갔지요 맘은 이미 정해져 있었구요.... 그때 나가지 않았더라면...
아버님과 함께 들어오던 그의 첫인상은 정말 착하고 수~~운해 보이는 인상이였고
아이보리 면바지에 아이보리 면자켓 엷은 연두빛의 아저씨들이 입는것 같은 티 차림이였어요
근데 인상이 넘 좋아서.... 말도 정말 없고 그냥 웃고만 앉아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내가 묻는말에만 대답하고... 차한잔하고 점심 먹고 금방 헤어졌지요
그는 생각보다 적극적이더군요 말은 많이 안해도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를 해주더군요
정들기 전에 정리하려고도 했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첨에 내가 여자친구 되주겠다고 승낙하던 그를 만난 일주일 후... 어찌나 좋아하던지
길거리에서 소리를 지르더라구요 야! 나도 이제 앤이 생겼다!! ㅋㅋㅋ 촌스럽게..
그리고 우린 많이 가까워졌고 직군이다 보니 얼굴은 많이 볼수 없었어요
전화로 얘기하는게 훨씬 많았지요 얘기를 많이 하다보니..
그의 실제 성격등 많은 걸 알수있었고 책임강강하고 성실하고 넘 착한 사람이란걸 늘 느낄수 있었어요
그는 키스할때도 물어보는 순진댕이입니다.. 자갸! 나 키스해도 돼? 이럴땐 대답해줘야 하는건가요?
우물주물하는데... 에잇! ㅋㅋㅋㅋ 물어보지나 말던지.. 어쨌건 좋았어요
전 그게 첫키스입니다... 28년만의 저도 참 대단하죠???
그는 날 보러 평택에서 기차를 타고와 시간반을 만나고 막기차를 타고 올라가기도 하고
중간쯤인 대전역에서 만나기도 하고 ... 그렇게 기차를 많이 타본것도 첨이네요.
그와의 모든추억은 다~~ 내 인생의 처음있었던,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입니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 그를 만나면 다들 좋아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를 만나지 8개월 만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지요
시댁에서도 절 넘 예뻐해주셨어요 세아들의 장남이였거든요 그래서 전 맏며느리이자 딸이였어요
지금도 그렇구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아침 저녁으로 따뜻한 밥해서 마주 앉아 먹는거... 다녀온다고 뽀뽀해주고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현관밖에서 계단으로 내려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흔들고....
퇴근해올때까지 기다리기 창밖에서 내이름 부르며 자갸~~ 나왔땅 하면 문열어주고 잘 다녀왔다고 뽀뽀해주고
저녁먹고 집근처 공원 손잡고 산책하고 운동하고... 항상 팔짱끼거나 두손 꼭 붙잡고 다니던 그때
근무 없는 주말이면 둘이서 가까운곳에 당일로 여행도 다니고 시댁으로 친정으로
부모님 뵈러.. 일손 도우러... 그렇게 다니던 그 순간순간이 너무도 행복했어요 너무나도 ...
그가 넘 사랑스럽고 고마웠기에... 항상 나와 그는 부모님께 항상 잘하고 도련님들 결혼도 시켜드리자고
약속했고... 그럴때 마다 그를 보면 여느때와 같이 항상 미소로 대답했지요
너무나 행복했어요 이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그런 어느날 1박2일 훈련일정에 담날 야간근무가 잡혔어요..
다른날과 똑같이 뽀뽀하고 환하게 미소지으며 모레보자 하고 저만치소 손흘들면서 출근하고
12시40분쯤 평소보단 늦게, 그는 항상 12시쯤되면 전화해요 이뿐! 네다! 점심먹었어? 전 항상
그 전화 받으면 점심을 먹어요
그렇게 전화해서는 이제야 도착했다고 점심먹으라고... 그게 마지막 듣는 목소리가 될줄은 몰랐어요
정말 몰랐어요
오후내내 왠지모를 불안한 맘이 들더라구요... 문자보내도 답도안하고.. 전화도 꺼져있고
바다멀리나가면 전화가 불통이 되요.. 그럼 그는 전화를 꺼두지요...
왠지 불안한건 여전했고... 밤 11시 50분쯤 저는 자기전에 마지막으로 조심하고 아침에
일찍 전화하라고 문자를 보내곤 잠이 들었어요
새벽에 꿈을 꿨는데.. 그가 탄 배가 사고가 났다고 얼굴은 보이지도 않고 다친몸으로 피를
흘리며 제가 있는곳으로 오는 순간 놀래서 깼고.. 그후로 제대로 잘수도 없었고 기분이 정말
별로 좋지않았어요
그런 그날 10월 13일 아침 7시40분경에 전화가 오더군요.. 낯선 남자의 목소리 오중사댁이지요?
어제 11시50분경에 그의 배가 침몰되어 그는 현재 실종 상태입니다.. 지금 부대로 오세요
5명이 탄 그의 반잠수정은 침몰되었고 1명이 구출되고 4명이 실종... 4명중 한명이 그라네요...
구출1명이 아닌 ... 믿을수 없었고 온몸에 힘이 빠져 버리고... 어찌해야 할지모르겠데요
부대까지 가는 동안 내내 생각했어요 아니야 그사람들이 잘못알고 있어... 구출된사람이 그일거야
오빠 제발 살아만 있어????
귓가에 이뿐?내다! 이뿐?내다! 그의 목소리가 계속 맴돌고...
부대로 사고현장으로 다시 부대로 정신없이.. 아니 아무생각도 없이... 정말 그는 없는건가?
그냥 그렇게 정신 놓고 장례식까지 치르고 지금도 난 아무생각도 없는 사람입니다.
완전 바보가 되버렸어요 정말 아무 생각이 안들어요~~~ 아무생각도
몇번이나 사고현장 그 시커멓고 무시무시한 바다에 나갔을때.. 정말 여기서는 살아올수가 없겠구나
눈으로 확인하고도 아니야 어떻게든 다시 돌아올거야 생각하고 ... 죽고 싶은 순간을 버텼어요
시엄마는 몇번이나 정신잃고 쓰러지기를 하다가 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시아버진 거의 정신력으로
버티고 계시고... 그런 그분들을 보는 난 ...
결혼전까지 직장생활을 해오던 난 많이는 아니더라도 부모님께 용돈드리고 친정오빠들과 함께
선물사다드리고... 그런걸 행복해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난 지금 시엄마 아버지 울엄마의 용돈 받으며, 그돈은 관절염으로 아파하면서 농사지으시던 짬짬이 남의 집 날일 가셔서
버신 그런 돈입니다.
나에게 이런일이~~ 넘 비참하고 괴롭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이러면 안된다.. 힘내서 열심히 살아야하는데... 하는데...
근데 그게 안되네요 아무리 안간힘을 쓰려 해도 안되네요..
그날 밤 그 산책이 같이먹던 그 야식이 아침에 마주앉아 먹던 그 아침이
마지막이 될줄은..
그를 만나고 그와 결혼하면서... 저는 그가 전부였어요... 넘 의지했나봐요
사실 작은 손가방 지갑까지 챙겨 들어주던 그였으니깐요 ...
날 완전 바보를 만들어 놓고 그렇게 갑자기 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어요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 왜 이렇게 됐는지 ..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건지
답답하기만 할뿐입니다..
그렇게 힘들게 운동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돈벌어 부모님께 효도한다고
직업군인이 되었다던그가 그렇게 착한 그가 고생만하던 그가...
왜 그렇게 고통스럽게 가버려야 했는지...
우린 아직 하고 싶은 것도 참 못해본것도 참 많은데...
이뿐 딸 낳고 재밌게 살자 재밌게 살자...
나에게 슬픈 기억만 남기고 그러고는 ... 어디론가 가 버렸어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네요... 내가 이렇게 애타게 울부짖으며 불러도
안들리나 봐요 절대 오질 않네요...
우리가 첨 만나고 결혼해서 함께 살고 1년 6개월이네요...
머릿속엔 그와의 추억이 가득한데... 너무 행복했던 그 짧은 시간의 추억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야 하나 봐요.. 그런데
이젠 아무런 희망도 없어요.. 아무런 의욕도 생기질 않아요
이런 날 보게 하는 부모님과 오빠언니 우리 가족들에게 넘 미안하고 죄송해요
이렇게 나약해져 버린 날.. 그냥 보게 내버려두는 날..
실력 딸리는 제가 주저리주저리 제얘기좀 했네요... 맘에 담고만
있자니 터져버릴것같아서...
함께있는것 말고는 욕심내본거 없어요.. 돈따위 다 필요 없어요
오늘 오늘을 행복하게 최선을 다하면서 열심히 살아가세요...
내일은 아무도 모르거든요.. 오늘만 죽을힘을 다해 행복해지세요..오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