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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060306 속기,수읽기,감각


속기,수읽기,감각              속기냐 장고냐


속기

우리네 바둑두다 보면 이런 경우가 있었을 터다.

‘뻐언한 장면’에서 하염없이 장고하는 상대.. 아니 먼 생각을 저리 하누.

생각한다고 수가 보이나?그래 봤자 숨쉬기운동이지 암.


(스스로 판단에 속기파든 장고파든.항상 상대적 장고파는 있는 법이니까..위는 누구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필자 경험 하나-막 제대하고 복학,바둑이 너무 너무 고파 동아리룸부터 달려가  아무나 걸리는 후배 하나 잡고 한 판 두기 시작했었는데... 반갑게 맞아준 첨 보는 후배. 아뿔사 하필 그 날이 장날이라 알고 보니 이 선수가 악명높은 장고파였던 것이다. 필자 또한 원래 어지간한 장고파였지만 ㅠㅠ 하염없는 후배의 장고에 완죠~온히 녹아 버렸다.한 두 세 시간 걸렸나? 세월이 흐른 나중에 그 후배 왈,

‘우리 아버진 더해요. 아버지랑 아침 먹고 바둑 두기 시작하면요.너무 안 두세요.그래 점심은 빵 먹으면서 두고요. 저녁은 엄마가 성화시니까 밥 먹어야 되니까요..할 수 없이 봉수해요... 요즘은 아버지가 바둑두자 하시믄  저 그냥 도망가요.울 아버지 너무 장고파에요.ㅠㅠ’

하고메...나는 너에게서 도망가고 싶담마. 필자 그 후배랑 통산 전적 1전1패.다시는 그넘이랑 저얼때로 그넘이랑 안두었다 )


자.당신은 장고파?속기파?

하고자 하는 이야기-기력연마에 속기가 나을까 장고가 나을까?




먼저 조훈현의 말.(이광구 저, ‘조훈현과의 대화’에서 발췌,편집)


-문(이):속기로 두는 것이 좋으냐, 아니면 한 수 한 수 생각하면서 두는 것이 좋으냐 하는 것도 아마추어 중·저급자  분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 가운데 하나입니다.

-답(조);물론 열심히 생각해서 두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나 초·중급 시절에는 좀 빨리 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이건 좀 미안한 말씀이지만, 초·중급의 실력이라면 생각한다고 해서 좋은 수를 두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거든요. 따라서 초·중급 시절에는 별 의미 없이 오래 생각해서 두는 것보다는 감각을 키우는 것이 낫지요. 감각을 키우려면, 그 때 그 때 떠오르는 수를 그냥 두어 버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문:그래도 아는 것이 있어야 빨리 둘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답:"당연하지요. 제가 속기로 두는 것이 좋다고 한 것은 덮어 놓고, 그 왜 쉬운 말로 장작을 팬다고 하던가요?

그런 식으로 맹목적으로 빨리 두라는 뜻은 아닙니다. 전제를 하나 더 달아야겠군요. '평소에 공부를 하면서'-이런 전제를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상수에게 물어보든지 책을 보든지, 하여튼 자기가 궁금한 것 , 모르던 것, 상수에게 또는 라이벌에게 맨날 당하던 것, 그런 것들을 하나 둘 알아가는 노력이나 과정 없이 무턱대고 장작패는 식으로 바둑을 두어서는 그야말로 백년하청(百年河淸)이지요."

(대담에선 초·중급이라 전제되어 있지만 초·중·고급, 나아가 아마·프로를 막론하고 해당되는 이야기 아닌가 싶다.)


조국수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이거다.

1.(속기로 두어라,그러기 위해서) 제1감으로 두어라.

2.그 ‘제1감’을 고도화시키기 위해 ’그런 것‘(;定型;정형)을 습득하는 노력을 하라.

(=정형(;제1감의 토대)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실전에서 망설임 없이 두어버려라.)


제1감으로 둔다...조국수도 말하였지만 감각으로 두라는 말이다.좀 과장하면 수읽기하지 말란 말이다.(머시라?하시는 분 계시겠지만...이 건은 다음에 나올 수읽기와도 관련되므로 이렇게만 말해 두고...)

하여튼 그러면 돌이 어떻게 날라갈까?

단수에 장고는 이창호가 해야 멋이 나는 법.

단수에 멍단수를 비롯한 기타 빤한 장면 빤한 수엔 거침없이 손이 나가야 한다.다만 음악의 소절처럼 바둑의 수수도 뭉침이 있다. 한 수 두고 숨쉬기 한 수 두고 또 숨쉬기 이러지 말고 두 세 수 두고 숨쉬기 너 댓 수 두고 숨고르기 이런 식이 되어야 한다.

딱..따다닥... 따다닥닥...따닥..따다다닥닥...이런 식으로(중간중간 매듭을 지으면서) 나가게 된다.(따다다다다다다닥(장작패기) 이런 식이 아니다.joonki도 그러지는 않는다.)



정형이란?

정석,포석법,사활,묘수,맥의 유형 등을 총망라해 정형이라 표현해 보았다.

그 중 가장 중요하고 ‘정형’다운 정형,기력에 제일로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형은 맥의 유형으로서 예를 들어 일립은 이전이요 이립은 삼전,두점머리는 두드려라,석점의 급소는 중앙,붙이면 젖혀라,끊으면 뻗어라,3선의 돌은 키워 죽여라,이단젖힘,삼단젖힘,코붙임,배붙임,날붙임,양끼움...등등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더 나아가 아직 언어화조차 되지 못한 것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있다.


쎄도리 왈 ‘바둑은 십여 가지 모양의 동형반복이다.’(어떤 인터뷰에서)

여기서 말하는 ‘모양’이 바로 위에서 말한 정형이다.그가 그리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복잡다양한 사례들을 유형화시키고 최고도로 압축정리하는 절정고수의 안목을 가졌기 때문이다.

언어화되지 못한(그래서 범인에겐 낯설수 밖에 없는) 것조차 그에게는 익숙하고 정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하수들은 십 여 가지로 압축시킬 능력은 당연히 없고 수십, 수백이 되고 게다가 그걸 외워야 하니 그게 괴로운 거지만.


어쨌든 중요한건 바둑은 궁극적으로 동형반복이고

바둑이 늘려면 반복되는 이 정형(;모양)이라는 놈을 외워야만 한다는 것이고

조금이라도 단시일에 외우려면  공부라는 싫은 (슬프게도) 노릇을 해야 한다는 는 사실이다.


정형은 쉬운 것, 쉽게 외워지는 것부터 시작하여야 한다.10급에게 적절한 정형은 9~8급 바둑에서,1급에 적절한 정형은 1~2단 바둑에서 많이 출현한다.그런 게 잘 외워진다.기력이 비슷하기 때문이다.18급이 9단바둑에 자주 나오는 (어려운) 정형을 외우려 한들 그게 외워지겠는가? 외워지면 7-8단이지.

물론 9단바둑 관전 무용론을 우기자는 건 아니고 중요한 건 스스로의 기력에 맞는(그런 정형은 보자 말자 한 눈에 딱 들어온다. 아하!그러면서) 정형을 차근차근 외워가야 한다는 거.


위 조국수의 조언을 한 번 더, 최대한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다.


1.알기 쉽게 두어라

2.정형을 공부하라.


수읽기,감각

수읽기란 말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여기선 감각과 대비 구분하면서 수보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편의상 전제하겠다.

(수보기;필연적인 수의 경로,즉 수순을 읽어 내는 것.하긴 하급자일수록 수읽기는 결국 수보기에 다름 아니다./사카다가 ‘수보기’를 ‘수읽기’ 이전의 단계 개념으로 등장시켰다.자연히 ‘수읽기’는 ‘수보기’이후 단계의 기술, 부언하면 ‘수보기’보다 고급기술이 된다.)


우선 감각과 수읽기의 구분이라...

고수와 하수는 감각과 수읽기 이 두 영역의 경계가 다르다.왜?실력이 늘었다는 건 이전의 수읽기 대상이 지금은 감각대상이 되었음에 다름 아니니까.

(그래서 이 경계는 가변적이다.고수가 되어 갈수록 감각영역(⊙ <--검은부분,흰부분은 수읽기영역)이 팽창한다.)


위에서 말했다.(조국수 말씀 2번)

[정형을 습득하는, 다시 말해 감각을 키우는 노력을 하라]고.


이건 무슨 말이 되는가?정형이 바로 감각이다는 말 아니겠는가!

고수는 정형을 많이 알고 있으니 자연 감각이 좋은(감각영역이 팽창한) 것이요 하수는 그 반대가 된다.

그래서 같은 수를 고수는 감각(적)으로 (노타임으로)  하수는 (시간을 들여) 수읽기해서 두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같은 수가 고수에겐 감각의 영역에 있고 하수에겐 수읽기의 영역에 있다.

이걸 뒤집어 생각하면 감각과 수읽기는 본래 같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요새 유행하는 10초 바둑은 수읽기영역을 감각의 영역으로 이관시키려는, 또는 ⊙의 흰 부분을 줄이고 원 전체를 새까맣게 만들고자 하는 욕망의 소산이다.서명이, 박영훈이 10초바둑을 죽어라 두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둑의 신은 오로지 감각으로만 둘 터리라.


고수가 쉽게 쉽게 감각으로 두는 수를 하수는 죽어라 ‘수를 읽으려’ 해도 읽어 내질 못한다.

왜일까.왜 숨쉬기운동 밖에 되지 못할까?  

기본형,정형,형,을 모르기 때문이다.

토막토막을 모르니 전체가 읽혀질 리 만무하다.

부산에서 서울 가는 길은 부산에서 울산 가는 길, 울산에서 대구 가는 길.....을 이미 아는 사람에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산에서 울산 가는 길, 울산에서 대구 가는 길....이걸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 온 동네를 다 돌아댕겨 봐야지 머.'모로 가'가꼬 서울 가야지 머. 


형을 외워라. 감각을 키워라.

당신의 수읽기가 몰라보게 빨라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옛날보다 많아진, ‘빠안한 장면‘들, 자 이제는 당신도 속기파다.


마지막으로 죠와(丈和) 명인(1787∼1847)의 말씀을 인용한다.(출처는 문사범님의 글)


“수업에는 정사(正邪) 두 가지가 있다. 바른 길을 지향하면 진보하고 삿된 길을 뜻하면 후퇴한다. 삿된 길이란 욕심이 강한 것을 말한다. 욕심이란 안 보이는 수를 굳이 찾아내려 시간을 끄는 것이다. 모르는 수는 생각해도 여간해서는 보이지 않는 법. 따라서 둘수록 후퇴한다. 바른 길이란 욕심이 크지 않음을 말한다. 그 방법은 빨리 두되 바둑의 맥(脈)을 잊지 않는데 있다. 빠르면 욕심이 생길 여지가 없다. 욕심 생길 여지가 없으면 수법은 좋아져 차츰 진보한다. 바른 길로 나아가면 진보도 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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