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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090608 上.상황 -이세돌에게 고함

1.상황

2.막내(이세돌)의 미래는?

3.집안(한국바둑)의 미래는?

4.막내스러움 - 안 그런 막내도 많지만

5.부모의 미래는? -부모에게 고하는 말

6.해법




상황


막내가 사고를 쳤다. 가출을 해버렸다.

막내는 지금까지 각종 영어/수학 경시대회에서 수상을 도맡아했다. 그야말로 집안의 자랑거리였다. 그런데 막내는 승질머리까지 끝내주셨다. 지가 싫은 건 도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래도 기특하게도 공부하난 잘 하니 온 집안이 오냐오냐 다 받아주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도가 지나쳤다..고 여긴 엄마 아빠께서 결국에 폭발하셨다.



■1. 부모님과 두 형과 누나랑 함께 힘들게 매던 재 너머 참깨밭(바둑리그)이 있다. 그동안은  그나마 참고 거들어 왔지만, 막내는 ‘땡볕 아래 땀 뻘뻘 흘리는 게 너무 힘들다. 게다가 돈도 안 되지 않느냐’ 하면서 앞으로 「참깨밭 매는 일」은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신에 그 시간에 학원(중국리그)에 가서 경시대회 노하우 등을 가르쳐 용돈벌이를 하겠다고 말한다. 학원(중국)에서 가르치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면서..


■2. 그리고 지금까지 학원 뛰는데 집안이 배려해준 것이 뭣이 있느냐면서 학원 뛰어서 벌어들인 돈은 생활비로 내놓지 못하겠다고 말한다.(중국리그 수입 5% 납부 거부)


■3. 또, 그동안 각종 경시대회에서 입상하며 푼 문제를 책으로 엮어 낸 인세 또한 엄마,아빠에게 드리지 못하겠다. 자신이 직접 관리하겠다고 말한다.(바둑저작권 관리문제)


■4. 집안 대소사에 참석하여 어른들 문안인사 드리는 일에 대해, ‘귀찮다 못하겠다’고 선언했다.(시상식 참가문제, 다만 이 부분에 양자 간에 문제 파악 자체가 다르다. 대표적으로 세돌의 친형 이상훈은 "시상식 불참이 주로 거론되는데 몇년전 바둑리그 시상식 때 한 번 못 나간 것 이외에는 안 나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6월 6일 한국일보- 그런데 세간에 일려지기로는 이와 다르다. 이 문제는 그 양자 간 상황파악을 대조해보는 일이 우선이고 해결은 그 다음이다.)



‘집안’(한국기원)은 막내에게 분노하였다. 부모님(사무총장,기사회장)은 가족회의(기사총회)를 열어 ‘막내에게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를 안건으로 회부하였고 큰형(조훈현)의 찬성발언 등,.. 안건은 평소 막내를 유난히 이뻐하는 누나만 제외하고는 모두 찬성, 결국 통과되었다. (이 통과가 결정적으로 막내를 섭섭하게 만들었다. 엄마,아빠는 그렇다 치고 형들이 내게 이럴 수가 있소?)

게다가 부모님은 세돌이 강의하는 학원(중국기원)에 ‘내년부터 누구를 막론하고 우리집안 자식들의 학원강의(중국리그 참가)는 부모의 동의서가 필요하다. 계약은 부모와 교섭/체결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었다.   


막내, ‘공부할 맛이 딱 떨어졌다, 이제 대학이고 머고 다 필요 없다.’는 편지 한 장 써 놓고서 가출을 해버렸다.




막내(이세돌)의 미래는?


1. 1년 반 동안 신나게(?) 논다. 그리고 수능을 본다. 원래부텀 공부 하나는 잘 하니까 고작 1년 반 논 정도는 수석 먹는데 아무 지장 없다. 원하던 대학에 간다.( = 랭킹 1위 복귀, 예전처럼 세계대회 맹활약한다.)


2. 지 아무리 천재라도 1년 반씩이나 놀고 수석은 불가능하다. 그저 그런 일류 성적으로 웬만한 대학을 간다.( = 평범한 일류기사, 세계대회도 평범한 성적에 머무른다.)


3. 계속 재미나게(?) 논다. ( = 한국 바둑대회에서 이세돌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집안(한국바둑)의 미래는?


1. 막내 너만 공부 잘 하냐, 작은 형(이창호)을 비롯하여 누나랑 형들도 한 공부 하거덩? ( = 국내 바둑계, 예를 들어 기전 유치나 팬들의 성원에 타격 없다. 세계대회 성적 또한 타격 없다.)


2. 1년 반 동안 타격 있다. 공부 1떵이 돌아오면서 예년 살림을 회복한다.


3. 주욱 타격 있다. 공부 1떵이 아예 돌아오지 않거나, 돌아왔으나 예전만 못하다.



이 시점에서 말해본다. 이세돌에게 개혁상(像)을 본다거나 그런 가치를 부여하는 등의 일부의 시각은 무리가 있다. 본디 이세돌은 그러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그의 입장에 충실할 뿐이다 고 보면 틀림이 없지 않을까. 그를 ‘막내’라 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긴 해도 막내가 막내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여파로 형들 누나까지 덕을 보는 면이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측면을 지나치게 값을 쳐서 이세돌을 개혁의 기수로 추켜세움은 억지춘향 격이며, 다만 한국기원은 이번 일을 재료로 삼아 고칠 것을 찾아서 고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막내스러움 - 안 그런 막내도 많지만


바둑에서 이세돌은 눈곱만큼도 용서가 없는 기풍으로 一家일가를 이루었다. (이창호의 큰형스러운 기풍과 대조적이다.)

사람과 세상을 대함에 있어서, 지금껏 지켜본 바 이세돌은 막내스럽다.(실제 3남2녀 중의 막내이다.) 그의 기풍처럼 한 치도 양보가 없다. 이렇거나 저렇거나 모난 성격도 매력이라면 필자에겐 매력이다. 이세돌 또한 실제는 사람과 세상에게 양보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겠지만,..


위의 「이세돌 4대 사안」에서의 이세돌의 행태를 평가해보자. 다양한 평가가 있다. 필자 생각을 말하자면,..

여기서 우선, 정확한 실상 파악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현 시점 (팬 입장에서) 가장 우선적인 것이 이세돌의 진의 표명이다. 사안2.(5% 사안)의 경우 이세돌이 한국기원 측에 중국리그 전적의 개인 기록 산입요구를 한 모양이고 기원측은 거부한 모양인데 그런 게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또, 사안3.(바둑저작권), 사안4.(시상식불참)의 경우 전자는 독단관리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가 불분명하다. 후자는 위에서 친형(이상훈)도 말하였는데 앞으로 참가한다는 건지 아닌 건지 상황파악조차 양측(한국기v세돌) 입장이 일치되지 않고 있는데, 이런 것들부터 당사자가 나서 적극 해명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팬들의 지지가 필요하면 지지를 부탁하고 욕 먹을 일이 있으면 당당히 밝히고 욕을 먹으면 된다. 그럼으로써 사태 해결에 한 발자국이라도 다가서게 된다.


말이 길어졌다. 알려진 현 수준에서 이세돌을 두고 전체적인 인상을 말하라면‘막내스럽다’이다.(굳이 해석하자면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이다) 헌데 오해는 말아야 한다. 추가로 말하건대, 지금까지의 이세돌의 행동이 막내스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징계 근거규정이 있는 건 아니지 않소?‘이다.


열정과 분노는 젊은 자의 것이다. 오기와 자학 또한 젊은 자의 것이다. 그래서 이세돌의 불만과 당당한 문제제기, 상심傷心과 가출에 공감이 간다. 그래도 이세돌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천직은 바둑이다. 감정은 한때일 뿐 영원한 건 바둑이다. 감정이란 것이 일면 타당하긴 하겠지만 당신의 천직을 위해서는 감정은 이롭지 않다. 공부라는 정신노동을 하는 자는 감정노동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당신 경우에 딱 들어맞는 좋은 말씀이 있는데 좀 길지만 인용해보겠다.  


특히 공부는 정신노동이기 때문에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는 일은

필요하고도 중요하다.

누구를 미워하는 것은 내가 괴로운 일이고

마음이 괴로운 상태에서는 학습의 능률이 떨어진다는 것도 상식 중 상식이다.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기면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사실은

괴로운 일, 불편한 일이나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괴롭지 않은 범위에서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상대방에게 양보하고,

기분 나쁜 일은 빨리 잊어버리는 연습을 수시로 해야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였다.

옳은 말이다. 더불어 스트레스는 공부의 최대 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품고서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근심 걱정이 가슴 속에 가득 들어차 있음에도,

생각이 다른 곳에 가 있음에도,

분노의 감정이 식지 않았음에도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걱정 없는 편안한 마음을 유지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말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 하고

양보할 줄 알아야 하며 용서할 줄 알아야 한다.

 

프레시안 기사 [학원 절대로 가지 마라]<11>불편한 관계 만들지 말아야 中에서 일부 인용

-권승호 전주영생고 교사


이세돌은 (공부;바둑)천재다. 천재는 천재 자신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니 다른 소소한 것들은 좀 잊어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라는 박치문 기자의 말이 정곡을 찌른다.

먼 훗날 열정과 분노가 사그라지고 지혜 부족함을 깊이 탄식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을 때, ‘그 때 왜 그리 사소한 문제에 집착하였을까?’ 아쉬움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