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둑

090617 한국기원 사무총장 기자간담회 발언을 보고 - 이세돌 사태와 관련하여


韓총장의 변(연결)은, 비유하자면 앙꼬 없는 찐빵이다. 그가 말하는 ‘나름대로의 노력’(韓총장의 표현이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세돌 4대 사안」에 대한 한국기원의 입장 표명이 전혀 없음에는 역시나 실망이다.


韓총장이 한 노력은 사람(이세돌이란)을 향한 것이다. 韓총장은 이세돌과의 대화도 시도해보고 절충안도 내어보고 할 수 있는 성의는 웬만큼 한 모양이다. 그런데 韓 총장이 답답해하는 바처럼 도대체 왜 진전이 없을까?

韓총장은 이세돌 탓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곳곳의 간접적인 표현을 보면 그의 내심을 그렇게 보아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황도 그렇고..

간단히 말하면 韓총장은 '1인자의 책무는 등한시한 채 1인자의 과실만 따먹으려 드는' 이세돌의 행태가 못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시대(바둑계의 시대를 말한다.)가 변했다. 바둑은 藝예와 道도의 시대를 지나 스포츠 시대로 진입 중이다. (적어도 한국기원은 그렇게 말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기원이 원하는 건 오로지「예/도 형 1인자」 상像 뿐이다. 지금 이세돌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1인자 상은 돌출형 또는 신세대형이라 할 수 있다. 뭐라고 명명을 하던  바둑 내적 외적으로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1인자 상도 달라졌음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일정부분 이세돌 개인의 성격 탓이 있음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이세돌의 성격 탓으로 돌릴 문제는 아니다. 무슨 말이냐면, 앞으로도 이세돌 류의 1인자가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음을 한국기원은 인정해야 한다. 현재도 현재이지만, 미래를 생각해보니 불가피하게 그런 생각이 든다.


한 때 시스템이 문제, 시스템 개혁 등등의 말이 유행했다.

위에서 말하기를, 韓총장이 한 나름대로의 노력은 사람(이세돌이란)을 향한 것이다 라고 하였다. 「예/도 형 1인자」에게는 사람을 향한 노력이 통했다. 그러나 이세돌이란 「신세대 형 1인자」에게는 그런 호소가 안 먹히지 않는가 말이다. 왜냐, 원래 먹히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사람에 대한 호소만으론 안 된다는 얘기다. 시스템 개선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韓총장은 자신의 갖은 노력에 불구, 완강 또는 묵묵부답인 이세돌을 탓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韓총장을 탓하고 싶다. 변해버린 시대적 상황 파악에 둔감하고, 바둑계 구조개선 노력을 등한시하니 사태 해결이 요원하지 않은가 하고.

韓총장은 소통이 안 되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공감이 간다. ‘불통’은 옆에서 보기에도 역시 답답하다. 그렇지만 이세돌 역시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얘기를 해봤자 내(이세돌)가 제기한 시스템에 대한 얘기, 구조개선 얘기를 한국기원은 안 하려 합니다. 사람(나,이세돌)에 대한 호소만 해옵니다, 그러니 나도 답답합니다...


간담회 기사에 시스템(이세돌 4대 사안)에 대한 언급이 없다. 韓총장이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밝혀주면 그 언론보도가 이세돌 눈에 들어갈 것이다. 그럼 간접소통은 된다. 적어도 팬인 내부터가 한국기원의 정확한 입장을 알고 싶다.

4대 사안 하나하나에 대해 잘잘못을 가려서, 한국기원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인정을 하여 고치고, 이세돌이 잘못했다 싶으면 그대로 조치를 하면 된다.  이것이 시스템을 개선하여 문제는 푸는 태도이다.


‘불만이 있으면 직접 요구하고 시정할 것은 시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기원이 언론 보도를 보고서 (이세돌 9단의) 불평을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韓총장 말)
왜 이렇게 생각할까? 왜 들어줄 수 없을까? 자꾸 사람과 사람의 일을 의식하려 하니까 그렇지 뭐. 시스템만 의식해보라. 상대의 언론플레이든 뭐든 내가 찾아서라도 문제를 개선하는 태도가 절로 생기지, 그럼 세돌도 좋아한다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예/도 시대의 사고방식으로 스포츠 시대의 한국기원을 끌어가기는 벅차다. 韓총장도 이번 사태의 만만찮은 원인이다.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