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판 중에 가장 잘 둔 판이다. 누가? 둘 다!
---초반 단 한 手의 잘못으로 판이 끝나버렸다. 알파고는 흑15의 무리를 정확히 응징하며 우세를 잡은 후 일순간도 추월을 허용치 않고 그대로 골인했다. 이세돌이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한 흑15 이 手, 그러나 과격한( 또는 과감한) 차단의 무리성을 알파고는 빛나는 田 자 행마 한 방으로 각인시켰다.
송태곤(오로해설)이 ‘배운다’는 표현을 쓰게 만든 이 밭전자. 관전 당시를 회상해봤을 때 기계는 장고 끝에가 아니고 ‘걍 제꺼덕’ 두었다.
***흑15가 '무리'인가 여부는 쉽게 단정할 건 아니다. 분명한 건 백32가 나온 순간 흑은 때 이른 치명타를 입었다는 사실이고, 뒤집어 말해 흑15~흑31 중의 어딘가에서 흑이 잘못되었다는 거.
---너 왜 그렇게 잘 두냐... 그렇게나 잘 둬도 되는 거냐?..
소리 없는 충격. 1,2국의 충격만큼은 아니지만, 이는 어쩌면 마음의 준비가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관전자와 달리, 어쩌면 이세돌이 느끼는 무력감은 첫 판 종료 후도 아닌, 둘째 판 종료 후도 아닌, 바로 이번 판을 진 이 시점에서 더 클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1,2국은 엎치락뒤치락의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판은 그냥 죽 밀렸단 말이지, 알파고가 上手란 짐작이 짐작에서 현실화되는 분위기.
---중국 新浪바둑(sina.com) 해설 記事 중에 재미있는 표현
(초반 좌변 흑 양곤마 도킹을 허용하는 걸 두고 -극 초반에 망한 후 단명국을 우려할 정도로 고전 중이던 흑이 그나마 많이 풀렸다)
: ‘알파고가 달리기 선수라면, 상대가 좀 쳐지면 살살 뛰면서 상대를 기다리고 상대가 힘을 내서 쫓아오면 재차 속도를 낸다.’
속도조절 ㅠ 이 표현대로라면 ‘우리 다 같이 한 바퀴 돕세, 물론 일등은 나여’ 이런 상황을 연상시킨다. -너무하네, 같은 인간끼리 어찌 그렇게 말을 한다냐, 근데 맞는 말처럼 들린다는 게 함정(눈물) -맹물
---그렇다면 알파고는 상대가 잘 두면 딱 그만큼 더 잘 두고 상대가 못 두면 따라서 못 둔단 말인가? 3일 전이라면 미친 소리 취급 받겠지만 이 시점에 와선.... 하!
---일견 ‘대실수’로 보이는 백138 -금성철벽이던 자기 진영에서 꽃놀이패를 허락하는 수. 100명 중 99명이, 아니 일만 명 중 9999명이 ‘야호’를 외쳤겠지만, 이것도 알파고 판단內 전체적인 장악을 벗어나지 않은 수. 흑이 엷어서 어차피 팻감이 모자란다. 결과적으로 승리를 위한 냉정한 手라는 얘기.
이세돌 또한 상대의 ‘판단’을 읽고 꽃놀이패를 마다하고 판돈을 더 올리는 길로 핸들을 꺾었다. 실낱같겠지만 이쪽 길이 그나마 역전의 가능성이 있다는 뜻. 눈물을 머금은 냉정.
---후반부의 이 ‘백병전’을 두고, 중국 해설은 ‘승부를 떠나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해볼 것을 다 해보려한다는 인상이다’라고 촌평했다. 일리가 있다. 이세돌도 알파고의 엄청난 떡수를 기대하진 않았으리라. 남은 두 판을 위한 전략의 기초자료를 얻기 위한 작업이라고 봐야 한다. 즉, 知彼知己(지피지기)
---그래서 우린 알 수 있었다. 알파고가 覇(패)에 전혀 약하지 않다는 사실, 패를 꺼리지 않는다는 사실. 韓中의 해설자들 일치된 의견에 의하면 백146으로 아예 치중을 갔으면 패도 아니라 한다. 백은 치중 안 하고 그냥 막아서 패를 허용했다. 아니다, 패를 선택했다. 오히려 조금 후엔 백174로 단호히 패를 걸어갔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내가 패를 기피한다고? 헐~ 됐다고 그래.
***믿을 만한 어느 전문가에 의하면,
'알파고는 패를 못하는 게 아니라 피할 수 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피할 뿐'이라네요.
---이 장면에서 중국해설의 촌평이 재미있다. ‘야! 알파고 성났냐?’(-이 글에 인용된 촌평 등은 모두 여기가 출처)
---이세돌은 해볼 건 다 해봤고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 패배는 그의 잘못이 아니다.
시간이 흘러도 진하게 남는 건 그의 투혼이다.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중국 현지에서) 백령배 예선 참가 중인 김지석九단 촌평, 알파고가 날 두 점 접을 날이 멀지 않았군.
---만약 열 일을 제쳐둘 수만 있어서 이세돌과 둘이 문 잠그고 틀어박혀 한 달 동안 바둑 공부를 한다면, 아마도 많이 늘 것 같다. -고력(古力)
---상변 꼬부림(백90 자리), 눈모양을 박탈하는 이 선수 교환을 할 기회가 없었을까? 오늘 이세돌이 둔 수 중에서 유일하게 아쉬움이 남는다. 그 교환을 성공시켰어도 승패를 바꿀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보지만...
---놀랄 놀래미는 다 먹은 듯하고 이젠 편하게 감상할 수 있을 듯.
놀래미 맛있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