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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펌譯] 삼성배 大捷(대첩) 즐기는 중국바둑 (謝天舒,새물결체육)


삼성배 예선 大捷(대첩) -중국의 두터움 재차 증명

 


출처 :사천서(謝天舒) 새물결체육(新浪체육) 2016.07.20.

 

 

 

부슬부슬 창밖에 빗소리. 한여름 저녁에 하늘이 벌써 침침한 게, 얼핏 겨울날 광경을 방불케 한다. 다만, 창가에 하늘거리는 실 가닥을 타고 불어오는 더운 바람이 있어 이 三伏 더위를 느낄 수 있다. 心神(심신)이 빗소리에 잠겨 아늑해지는 이 순간, 하릴없는 상상의 날개를 펼쳐본다. 홀로 생각에, 當湖(당호)10, 頂上(정상)대결이 벌어진 때는 어쩌면 이런 雨期(우기)가 아니었을까? 江南의 뿌연 안개비 속 흑돌 백돌, 그리고 인간의 靈感(영감), 상상만으로도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그림이다. 돌을 집은 손, 판을 향해 쏟아지는 눈길, 그 매력. 바둑은 두 사람이 두는 것, 우뚝 솟은 雙峯(쌍봉)이 대치한 광경이야말로 영원히 아름다울 역사적 장면이리라.

 

(當湖(당호)10:1739. 중국의 國手 범서병(范西屛) 시양하(施襄夏) 두 사람이 절강(浙江) 平湖에서 벌인 대결. 10여 판을 두었다 함 ;역주)

 

우리가 막 지켜본 一段(일단)의 역사, 이세돌과 고력(古力)에게 속했던 세월, 영웅을 아끼는 영웅, 바둑판에 남긴 무수한 명국, 모두가 바둑 세계의 영광이다. 그리고 이 순간, 영웅은 차츰 늙어가고 젊은 천재들이 바둑판에서 광채를 뿌린다. 중국 어린 棋士들의 정상 등극, 일관왕들의 擡頭(대두), 가결(柯潔)13관왕, 그리고 개울 건너 이웃 나라, 박정환이 이세돌로부터 한국 일인자 지위를 이어받았으며, 뒤로 더 어린 신진서와 이동훈이 있고. 쇠퇴한 지 오래인 일본, 그래도 이야마 유타(井山裕太)의 전관왕이 다시 사람들이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최소한 현재 이 순간에 보자면, 이러한 시대는 그 이창호도 없고 고력 이세돌 같은 군웅을 압도하는 절대자도 없다. 어쩌면 戰國(전국)시대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흐름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를 우리가 예언할 순 없되, 다만 이 시대가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긴 하다. 마치 밤하늘 가득한 銀河(은하)처럼, 당신은 하나하나의 별이 찬란히 반짝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연, 군웅할거하에서 우리는 각 대회마다 뚜렷이 드러나는 중국의 두터움을 기쁜 맘으로 지켜본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르는 중국 棋士가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또한 예선 본선을 막론하고 중국 內戰(내전)의 발생 빈도가 갈수록 많아진다. 타가희(柁嘉熹)가 말했던바 미래를 논하긴 아직 어렵다, 다만 나는 우리 세대 棋士의 노력으로 중국이 바둑 최강국이 되기를 바란다.” 이 말은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중국 棋士든 중국 바둑팬이든, 이러한 추세가 점점 실현되어 감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쉽지 않은 행복이리라.

 

삼성배 예선 제4회전, () 준결승에서 중국은 19:3으로 한국을 압도했다. 최철한이 이헌호(李軒豪)에게, 조한승이 곽문조(郭聞潮)에게, 백홍석이 황운숭(黃雲嵩)에게, 안국현이 왕호양(王昊洋)에게 패배했고, 거기다 여자조에선 김혜림 오유진 김은선이 각각 苦杯(고배)를 마셨다. 일찌감치 탈락한 박영훈 안성준 원성진까지 포함하면, 예선 결승도 되기 전에 한국은 대회에 출전한 유명한 棋士를 거의 다 잃은 셈이다. 그리고 19:3이라는 현격한 성적에 한국 바둑팬들은 한국바둑시대의 철저한 종말을 경악스레 부르짖었다. 또 오늘 예선 결승전에 출전한 일곱 한국 棋士 중에 보통조의 변상일과 강승민, 노장조의 정대상만이 본선으로 올라갔다. 中韓 대결 4판에서 중국 棋士들은 3판을 승리했다. 결국 32강 중에 20 자리를 차지했고, 예선을 거치는 19 자리 중에 14자리를 점거, 역대 삼성배 예선에서 최고 성적을 거두었다.

 

오늘 경기의 초점은 의심의 여지 없이 강유걸(江維傑)과 변상일 간 대결, 그리고 범온약(範蘊若)과 신민준 간 대결이었다. 1997년생인 변상일과 그보다 두 살 어린 신민준은 한국 新生代 중에 가장 먼저 기대를 모은 몇 棋士 중의 一員(일원)이다. 신민준은 바로 며칠 전에 한국신인왕 타이틀을 획득했고, 그 성과로 4단으로 승단했다. 얼마 전 이세돌도 자기 제자의 바둑을 이제 뼈대를 갖추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오늘 범온약을 맞아 신민준은 승리를 이어가지 못했다. 사실 범온약이야말로 이번 예선에서 줄줄이 한국 강호들과 부딪쳤는데, 이전 판에서 또 다른 신예 강호 나현을 탈락시킨 후 이번에 다시 신민준을 잡아냈다. 범온약의 상승세는 확실히 기쁜 일이다.

 

변상일의 강유걸 격파는 오늘 中韓대결의 유일한 승리가 되었다. 이 대결은 중국의 세계챔피언을 향한 한국 신예의 도전으로 볼 수 있는데, 91년생인 강유걸은 2012LG배 우승을 하면서 한때 중국 90년대생 중의 리더로 간주 된 바 있다. 그러나 요 2년 강유걸의 상태는 줄곧 뜨듯 미지근한 것이, 저번에 백령배 1회전에서 조한승에게 졌고, LG배에서도 박정환 저격에 실패하였고, 이번에는 예선에서 창이 부러지고 말았다. 허나 이제 25살의 강유걸은 당연히 자기 棋士 생애의 절정기에 있는바, 언제쯤이면 침체에서 벗어날지가 적잖은 중국 바둑팬에게 당연한 물음표라 할 것이다. 또 한국의 95년생 이후 棋士 중에 아직까지는 세계대회 우승자가 태어나지 못했는데, 그래도 신진서 신민준 변상일 나현 이동훈 등 신예들의 崛起(굴기)는 이세돌 박정환 등 이후에도 역시 후계자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앞으로 가능한 예상은, 이들 이름이 장래 중국 棋士와의 대결에서 갈수록 더 자주 중국 바둑팬들의 시야에 띄게 되리란 사실이다.

 

한국 棋士들과의 대결에서의 손실보다 오히려, 중국 棋士들은 內戰(내전)에서 더 크게 소모되었다. 맹태령(孟泰齡)-단소(檀嘯) 고재호(辜梓豪)-동몽성(童夢成) 련소(連笑)-하신곤(夏晨琨), 이런 류의 중국 名將(명장) 간 대결이 적지 않았다. 內戰에서 미욱정(羋昱廷) 련소 등 유명 선수들의 선후 落馬(낙마)야말로 이 戰國시대의 격렬한 경쟁을 증명한다. 다만 앞에서도 말한 대로 內戰이 비록 유감스럽긴 하지만, 그에 반해 중국 棋士두터움을 더욱 진하게 각인시키기도 한다. 삼성배 32강 중에 20석을 차지했으니 본선에서도 반드시 적잖은 內戰이 출현하리라.

 

앞에서도 말했던바, 이 시대는 바둑의 亂世(난세)’이다. 이런 시대 역시 당연히 그 특유의 매력이 있게 마련이다. 바로 삼성배 예선에서 우리가 목도한 名將들의 낙마, 신예들의 날갯짓 ;달빛이 아주 밝을 때면 우린 별들의 아름다움을 깜빡할 수도 있다. 이 순간 하늘엔 별빛이 총총, 별들 하나하나가 제일 찬란한 빛을 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하여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즐기는 것이, 바로 바둑계의 찬란한 銀河水(은하수)이다.

 

謝天舒 사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