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사람 vs 컴 대결, 10년 이내엔 가망 없다
출처 :사예(謝銳) 기자 블로그 2014.05.19. ☜
2014중국장기갑조리그는 이전처럼 철저한 검색을 실시하여, 참여기사들이 휴대폰이나 이어폰을 갖고 대회장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했다. 마치 공항 검색처럼, 보안요원들이 대회장 입구에서 금속탐지기를 들고서, 대회장에 들어가는 각 기사들을 검사하였으며, 휴대폰이나 이어폰을 가지고 들어가려는 기사가 발각될 경우 예외 없이 압수조치 하였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나? 컴부정행위(컨닝 또는 훈수, 기타 ;역주)를 막기 위해서이다. 중국장기 분야에서 컴퓨터프로그램(이하 ‘인공지능’ ;역주)은 이미 大사부(그랜드마스터)를 격파할 수 있는 바, 또한 대회장 내 모든 판은 생중계되는 고로, 만약 누군가 외부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최선착수를 산출하여 휴대폰이나 이어폰으로 대국자에게 전달한다면, 상대방은 거의 승산이 없게 된다.
체스와 중국장기 분야에서 컴퓨터는 이미 인간을 격파했다. 1997년,인공지능 ‘딥블루(deep blue)가 초일류체스왕 카스파로프와 대결하였는데, 딥블루가 2승3무1패로 승리했다. 1998년 아난드(Anand,인도), 2002년 크람니크(Kramnik,러시아), 2004년 제신(諸宸,중국)이 인공지능과 대결하였는데 모두 컴퓨터가 이겼다.
2006년은 ‘인공지능탄생50주년’이었으며, 이 해 8월9일에 첫 ‘중국장기, 사람 vs 컴 대결’이 북경에서 막을 올렸다. 중국장기 大사부 5人(유대화 서천홍 장강 왕양 복풍파 -柳大華 徐天紅 張强 汪洋 卜風波)과 인공지능이 대국을 벌였는데, 결과는 장기고수들이 9:11로 고배를 마셨다.
뒤이어, 중국장기 일인자 허은천(許銀川)이 이 결과에 불복하여 인공지능에게 도전하였다. 최고급의 이 두 판 대결은 모두 비겼는데, 만약 인공지능 운용자가 무승부를 거부하였다면 승부의 저울추는 터럭만큼의 아슬아슬함 없이 컴퓨터에게 기울어졌으리라. 게다가 인공지능은 6년 동안 끊임없이 승급 중에 있지만 기사들의 수준은 그렇게 눈에 띄게 제고되지 못하였다.
이게 바로 將棋대회에서 ‘治컴이 治水보다 어렵다’는 곡절의 까닭이다. 경기장집중제 하에서 각 팀의 선수들은 한곳에 모여서 경기를 치르게 되고, 그나마 몸수색으로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지만, 안방-원정경기제도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곤란하다. 이 점이 바로 적잖은 將棋갑조리그팀들의 두통거리이다.
컴퓨터에 대한, 체스 및 중국장기의 약세는 그들 게임의 특징에서 비롯된다. 이 두 종류 말판경기의 목표는 명확한데, 상대의 王 또는 대장을 죽이면 바로 승리로서, 그 행마법에 각기 ‘일정한 규범적 틀’이 존재하며, 컴퓨터는 매초 억대에 달하는 엄청난 속도로 극히 짧은 시간 내에 최선의 착수를 찾아낼 수 있다. 현재 체스 및 중국장기의 프로들이 만약 컴퓨터를 이용한 훈련에 익숙하지 못하다면 긴창큰칼을 쥐고 기관총과 전투를 벌임과 전혀 다르지 않다.
大사부 유대화는 인공지능의 강력함에 도리 없이 한숨을 쉬면서 :“將棋 둘 맛이 사라졌네요”라고 말한다. 어떤 신출내기 將棋애호가라도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훈련을 하고, 거기다 어느 정도 판수의 기보를 달달 외워낸다면 곧, 하룻밤 새 고수가 되는 지름길을 찾아낸 것과 마찬가지이다. 유대화와 려흠(呂欽) 등 기존의 유명 大사부들은 국면 장악 및 장기말의 조화 등 방면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우세가 명백한데, (그러나) 장기는 점점 기억력 숙련을 겨루는 게임으로 전락 중이다.
유대화는, 진부한 상투적인 수법에 빠짐으로써 컴퓨터에게 휘둘림 당하는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자신은 포석에서부터 신수를 시험한다’고 말한다. 허나 또 신수는 종종 장기말의 효율의 저하를 의미하기도 하며, 이 경우 속전속패를 초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다만, 려흠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훈련에 나름의 견해가 있다. “젊은 기사들의 컴퓨터 이용 훈련은 (고수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다만 폐단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게 뭐냐면 그런 방식의 훈련은 그들의 두뇌에‘장착’이 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즉, 일단 그들이 일정 정도의 시간 동안 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기억을) 깨끗이 잊어버린다는 거죠. 우리들이 기억하는 그만큼 단단하지가 않은 겁니다.”
여흠 말로는, 그 자신과 호영화(胡榮華) 유대화 서천홍 등 기존 大사부들은 다들 왕년에 將棋에 많은 시간을 쏟았고, 기초가 튼튼하다. 지금 젊은 기사들과 대국을 한다 했을 때, 포석단계에서 후배들의 서너 번 칼질을 피해낼 수 있다면 중반으로 들어가 그들의 깊은 공력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포석에서 우리들은 확실히 시대에 뒤떨어졌습니다. 수읽기를 위해 우린 시간이 필요합니다.단, 일단 중반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우리의 탄탄한 기초를 써먹을 수 있게 됩니다. 그들이 우릴 이기기란 쉽지 않게 되죠.”
여흠의 이러한 자신감은 댱연히 그 근거가 충분하다. 2014년5월17일 강소(江蘇)성에서 거행된 ‘모산杯(茅山배)’중국장기챔피언전 1회전에서 여흠은 젊은 기사 중의 거물 왕천일(王天一)을 이겼다. 또 작년 광주(廣州)에서 벌어진 벽계원杯(碧桂園배) 중국장기챔피언전에서 유대화와 서천홍 역시 4강에 들어갔다.
이 시점에, 컴퓨터가 극복 못 하는 말판경기는 바둑이 유일하다. 이는 바둑의 모호성 덕분이다. 바둑돌 각각의 가치는 끊임없이 변한다. 두터움과 실리의 가치 또한 수시로 달라진다. 이건 컴퓨터가 구분해낼 수 없는 부문이다. 반대로 정석과 끝내기에서는 컴퓨터가 가볍게 인간두뇌를 이긴다. 더구나 ‘大斜(대사)’니 ‘큰눈사태’니 하는 대형정석에서 컴퓨터의 우세는 도저히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컴퓨터바둑 탄생 이후 수십 년 시간 동안 발전이 더뎠다. 그런데 몬테카를로기법 도입 이후 인공지능바둑은 (드디어) 병목을 돌파, 돌연 아마추어4단 수준에 이르렀다. 프랑스의 한 연구팀은 낙관하기로, 이후 30년 늦어도 50년 후이면 인공지능바둑이 프로기사에게 승리하리라 내다봤다. 단, 10년 내 ‘바둑 사람 vs 컴퓨터 대결’은 가망 없다고 한다.
바둑이 체스 및 중국장기와 가장 다른 점은, 각 돌(의 가치)을 계량할 방도가 없으며 그 가치가 죄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탓에 컴퓨터의 장점 발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헌데 실제대국에서 인간은 감각과 경험으로 돌의 가치를 비교 판단할 수 있으며, 이거야말로 인간두뇌의 장점이다.
-謝銳사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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