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이창호의 不得貪勝」이 출간되었다. ‘不得貪勝’을, 관련 記事에선 ‘승리를 탐하면 얻지 못 한다’로 새겼는데, 이 해석이 맞을까?
하나 먼저 짚어두자면,
우리가 말하는 漢文과 현대漢語는 같지 않다는 사실, 漢文이란 (중국의) 古文이지, 현대漢語(보통話라고 부르는)가 아니다. 둘은 같지 않으며, 이는 당연하다. 문제되는‘不得貪勝’은 漢文이고 古文이다, 하지만 이를 잠시 덮어두고 현대漢語로 접근해보자. (왜? 漢文에 정통하지 못하니까..)
得이란 字을 두고 우린 ‘얻다’만 떠올리지만, 사실 得의 쓰임은 매우 다양하며 그중에 조동사로서 ‘must'란 의미가 있다. 그리고 不得=must not이다. 즉,
不得抽烟 :담배 피어선 안 된다
不得發生侵害 :침해가 발생해선 안 된다 -현대漢語-
그럼 不得貪勝 = 승리를 탐해선 안 된다, 또는 승리를 탐하지 말라. 일단, 이게 맞겠다(貪勝이 '得=얻다' 의 목적어가 될 순 없다, 의미가 불통이므로). 이제 확인하러 가자.
중국 web [百度백과]로 가는데, 여기서 원하던 바 확인과, 덤으로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百度백과]不得貪勝:不要走不讲道理和过份的棋。濑越宪作曾改为“贪不得胜”,本质未变,侧重不同
그 다음 초록색 문장의 해석은, [瀨越憲作(세고에)이 ‘貪不得勝’으로 바꿨다] 오잉?
이 말을 중국 web에서 확인해보자. 결과, 不得貪勝은 충분히 보이지만 貪不得勝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즉, 초록색 記述이 믿을 만하다는 얘기. 이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이제 일본 web으로 가보자.
먼저 不得貪勝과 貪不得勝을 각각 검색, 빈도를 비교, (중국과 달리) 비슷한 분량이다. 역시... 그럼 해석은? (번역기의 잘못된 문법은 바로잡지 않았다.)
[일본어 wiki] 一、不得貪勝(貪って勝とうとしてはいけない)
[번역기 해석] 불득탐승(탐내 이기려고는 안 된다)
다른 곳,
不得貪勝(勝ちを貪るを得ず) 불득탐승(승리를 탐내는을 얻지 않고)[번역기 해석]
한국 web 사정은 어떨까? 역시 혼재한다. 확인해보면 알 일.
결론, 不得貪勝 =승리를 탐하지 말라
일본으로부터 圍棋十訣이 건너오는 과정에서 不得貪勝의 잘못된 해석까지 딸려왔지 않았나, 조심스레 추론해본다. (일본바둑의 영향을 받기 이전에도 圍棋十訣이 국내에 알려져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근데 위에서 미리 짚었지만, ‘不得貪勝’은 현대漢語가 아닌 漢文인데, 둘은 같지 않다는데, 과연 漢文法으로‘승리를 탐하면 얻지 못한다’로 해석할 여지는 없을까? 즉 그것을 한문化하면 貪勝不得인데, 여기에서 不得을 강조하기 위하여 어순을 뒤바꿨을 가능성은 없을까? 漢文을 잘 모르므로 자신할 수 없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 중국 web에 不得貪勝을 입력하면 관련 검색어로 ‘이창호不得貪勝’이 뜬다. 이 책 중국어판 내면 잘 팔릴 듯한데(그것도 아주), 뭐 不得貪勝에 한해 韓日 고유의 漢文法이 있다고 우기면 모르겠지만, 그것이 오해에 기반한 새김이라면 저으기 곤란하다는.
*** [필독] 이 주제를 다룬 좋은 글 - 漢文 문법으로 풀었다
☞「不得貪勝」의 올바른 의미는 무엇인가? -草堂居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