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다 박영훈
명불허전, 역시 신산新算최신헝계산기였다. 끝내기 바둑에서 상대는 내가 못 보는 한집, 한집..을 더 알고 있다면 중반 말엽 지금 두는 내 심정이 어떨까. 내 주제로 아무리 최선으로 두어도 결국 한 두 집을 당한다 당해야 한다면 끝내기 단계 전 지금의 형세에 대한 내 판단은 역시 믿을 수가 없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게 내 주제로 최선을 다해도 그렇다 그러하다면..
해설자들(한사범 온사범. 바로 직전의 LG배 4강에 든 ‘어마어마한’ 바둑들이다.)이 보지 못하고 있는 (끝내기)수들, 좌변 167/169의 조합과 우변 195의 기막힌 끊음수. 합쳐서 두 집 이상 득.
(우측 그림은 평범한 프로의 평범한 끝내기. 영훈은 평범한 1이 아닌 5로 두어 흑A를 얻어냄으로써 원래는 후수인 흑9를 선수化한다. 물론 찌르고 단수, A右右上의 단수-깜빡하는 바람에 지옥까지 갔지만-까지 다 감안한 이해득실은, 모두 다 그의 손바닥 안에 있다.)
(실전수순:흑5>백3>흑A>백1)
이 수들, 끝내기 득을 보는 좌변의 수와 우변의 수들, 아마 고력古力구리도 보지 못하였으리라. 두고 나면 당연한 수로 보이지만 두는 당시에는 그 수가 쉽지가 않다는 사실. 이런 사실들을 대국 당시에 들려오는 해설자들의 감탄으로 우리는 실감한다. 그런 수들을 박영훈은 마치 ‘이곳은 이렇게 될 자리 아니에요’라듯이 수월히 둔다. 그게 상대를 무섭게 한다.
오후대국 재개될 당시만 해도 분명히 백이 좋아 보였는데, 수수가 진행되어 (남들이) 몰랐던 한 두 집을 朴이 실제로 바둑판 위에 보여주고 나니 바둑은 어느새 이상해져 있다. 그러니 크게 잘 못둔 수도 없는데(또는 찾지 못하겠는데) 형세가 달라져 버리는 일이 생긴다. (이런 점에선 神算이창호나 新算박영훈이나 똑 같다.)
아무래도 좀 부족하겠지? 해설자들도 백이 좋다들 그러고..아이고 졌구나 포기하자 세돌이가 있으니까..응? 흑이 남는다고? 정말이네? 근데 저건 왠 실수여? 한집을 눈뜨고 당하냐 히구, 하변 일선 패 이기면 이긴다고? 다행~ 패감이 많다고? 휴~ 패감이 적다고? 헉! 패 안했으면 반집승이었다고?컥! 대마 땜에 패는 못이기자나! 아이고 내가 미처!ㅠㅠ 엉?근데 고력古力이 좀 이상하게 둔다? 응? 반패가 있어? 그레 승부패라고? 이번에는 패감은 많은데? 그럼 이겼자나? 윽 이겼네. 근데 왜 이긴거지? 왜 이긴겨?...
지금 와서 궁금한 건 오후대국 재개 당시 朴이 형세를 어떻게 생각하였는지, 그리고 종국 직전에 과연 고력의 실수가 있었는지, 다시 말해 원래는 (약간의 영훈의 실수로) 백승이었는지 등이다. 근데 이런 건 朴만이 아는 문제이다. 이런 건 朴에게 맡겨두자.
오메 장한거.
생각해보면 고력古力은 유리할 적에 더 몰아쳤어야 했다. 이 장면으로도 충분히 좋았지만 (고력 그의 생각에 좋았다는 소리이다, 사실 朴의 말을 들어보기 전에는 유불리의 실상實狀을, 만약 백이 좋았다면 어느 정도의 차이로 좋았는지 등은 모든 해설자 관전자를 포함해서 누구도 모른다.)
국후에 조국수 말이, ‘(이 장면 이후) 별 사건도 없었는데 미세해져버린 바둑이었다면 백이 이 장면에서 좀 늦추어서 그리 되지 않았느냐 여기(빨간색 자리)를 미리 들여다 보는 등 더 조였어야 했지 않느냐’, 그런 의견을 피력하였다.
고력아 왜 안들여다 봤어?
그것도 그렇지만 또 한 가지가, 실전 백1과 흑0의 교환이 좀 문제가 아닌가 싶다.
점심께의 장면은, 한상훈의 해설로 보면 원래 오른쪽 검은색 흑1~백10으로 될 가능성이 농후한 장면이였다. 그런데, (관전자 생각에) 이후 백이 0 아래 자리를 젖혀 나오면, 흠.. 흑마가 양분되니 흑이 견디지 못한다. 흑으로선 저 자리를 두어놓지 않고서는 좌변 침입을 할 수가 없다 싶다..싶은데, 음 백이 우측처럼 둔다 했을 때 백 10다음에, 이 수(흑0) 어때 하고 고수한테 물어보면.. 야단맞겠지.. 그런 소박한 생각으로 과연 朴은 어떻게 둘까 점심때 내내 궁금했는데,
백이 파란색 1 자릴 이어, 안 그래도 흑이 두고 싶던 자리와 교환시켜 주시는 거라. 그렇다면 흑이 반 공짜로 둔 셈이 아니냐. 백1자리 우우..측 4선의 백돌 하나를 살리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저 수가 백의 문제수 아니냐.
(실전은 백1>흑0>백3>흑4) (관전자의 주장대로라면 백3 또는 10>흑0>백 선수)
다 좋다, 이겼으니까. 근 일 이년래 세돌이 말하는 말을(행간에 숨겨진 의도까지) 조합해보면 [중국을 '압제’(얼마전 한 표현)할 만한 기사는 양李, 자신과 李국수 뿐이다. 그나마 지금 형편은 나(세돌) 혼자 어쩔 수 없이 홀로 동분서주하는 상황이다] 이런 게 세돌의 솔직한 내심이라고 본다.
세돌의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조하기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력에서 전혀 꿀릴 게 없는 최독과 박영훈이 그동안 고력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여준 게 없다 싶기에 이번 승부에서 이겨주었으면 하였다.
져도 결국은 결승에서 세돌이 古의 力을‘압제’해주긴 하겠지만 그렇게 믿지만, 그래도 세돌의 짐을 덜어주어야 할 거 아닌가 생각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인 「쎈v.力전」을 보고 싶은 마음이 또 있기도 하여 이것들이 뒤섞여서리..에구 뭔 소리인지 모르것다.
이번 고박古朴 3번기의 때 이른 결정타는 사실 1국 53수, 영훈의 아차 실수였다. 해설하는 최독 이야기로는 ‘사는 건 일도 아니라’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흑(朴)의 흐름이 좋았는데, 저(최독)나 朴이나 왜들 그 '일도 아닌 장면'에서 고력에게 넘어가냔 말이다.
그 실수이후 흑(朴)에게 거의 기회가 없이 바둑이 끝나 버렸는데, 그걸 보면서 아 고력이 켠디션이 좋구나 역시 잘 둔다 싶은 게 나머지 두 판을 다 이겨내긴 쉽지가 않겠구나..내심 포기를 하였다. 한편으로는, 이네들은 딱 일합으로 얻은 우세를 좀처럼 놓치지 않는구나 하면서 감탄하였다.
고력 본인도 번기를 아마 이겼다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거의 다 이겼다. 근데 다 된 밥에 코 빠뜨릴 줄을 누가 알았을까. 어제 2국에서 통한의 깜빡이 나와서 지더니 오늘은 제대로 딱, 끝내기 바둑에 걸려 져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져버렸다.(하긴, 남들도 영훈한테는 다 그런다지만. ㅎㅎㅎ 위안이 전혀 안 되겠는데, 고력..)
회복력이 제법 좋은 고력이지만 이번에는 좀 내상이 가지 않을까 싶다.
영훈은 용궁갔다 왔다. 어제 2국은 행운의 한판이었다. 그게 세돌과 고력의 차이인지, 고력의 고질인지..아무튼 영훈은 용궁갔다 왔다. 그래도 그만의 장기長技가 아니었다면, 간단히 말해서 영훈이 아닌, 다른 기사였다면 두 번의 반집(오늘도 실제로는 반집이었다.)을 얻어내진 못했을 터, 장하다 박영훈.
중국 팬들 입장은, 죽을 맛이겠다. 응씨배 이후 05,06년까지는 조오았지. 춘란은 물론이고 삼성 LG를 우리(중국) 살람이 다 가져왔으니까, 것두 2년 연속으로. 저쪽 한국은 모 부사통富士通후지쯔 두 번이랑 도덴배 하나.
근데 올해는 뭐냐 이거. 올해 세계대회가 3개인데, 부사통富士通은 4강도 못가 보고, LG배는 4강에서 다 지고, 하나 남은 게 삼성배인데, 울리 살람들이 전부 다 세돌한테 맞고 살지만 그래도 고력만은 세돌한테 버팅기자나.
그런 고력이니 결승은 가겠지 가야 하겠지, 결승 가서 세돌과 멋있게 붙어봐라 이런 게 중국 사람들 심정이겠는데, 에구 웬 걸 영훈사마한테 져 버리냐.
농심배도 지네(한국)가 먹구, 아시아 티비 선수권배도 지네가 먹구, CSK는 하는지 안 하는지 소식도 없구..어이 한국 살람들! 달랑 3개 대회를 결승을 니네가 다 해먹어버리면...좋냐? 좋냐구!
좋~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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