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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080603 백 대마 돌연 사망 (세돌 사혁 전, TV 아시아)


                       사진:톰닷컴


안녕하세요. 북경통신원입니다. 오늘은 TV 아시아 선수권 대회 중 쎈돌 사혁謝赫 전입니다. 대국에 대한 해설을 포함한 몇 개의 참고도, 그리고 기록 정리를 톰닷컴과 시나스포츠를 참고하고, 저의 감상을 보태어 전해 드리겠습니다.


이세돌이 껄끄러워 한다 그러면 대략 라세하羅世河, 공걸孔杰, 사혁謝赫  셋이 떠오릅니다. (일본 기사 중에는 없나 봅니다.) 갑조리그 판을 포함하여 라 선생과는 5판, 공 씨와는 8판, 사 군과는 이번이 5판째입니다. 바둑을 보겠습니다.


백이 발빠르게 실리를 챙겼습니다. 대마 공격 결과 여하가 승부의 관건인데요.


흑은 두텁기는 하나 집이 부족입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공격을 갔습니다. 백의 수습책이 주목되는 순간, 백1 (실전 84)이 엉터리 급소였습니다.

흑 2,6을  당하여 백이 순식간에 곤경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두어도 후수 한집은 날 자리를 말이죠.

두어서 눈을 없앤 결과, 흑은 손 안대고 코 푼 격이 되었습니다.






 



97 들여다 봄에, 이을 수도 있겠으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하네요.

100이 패착입니다.  이 곳은 97때 물어 보았어야 할 곳으로서 실전에서는 한 박자 늦어 버렸습니다.


이런 장면에서 최고로 예민해지는 이세돌, 얼씨구나 하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왔습니다.




이렇게 두었어야.



 














 

사혁의 국후 감상에 의하면, 100으로 99왼쪽에 두었다면 대마가 탈출은 할 수 있었다고.

다만 손해는 매우 컸으리라고 합니다.


리철李哲이 제시한 참고도, 형세는 흑이 많이 유리하다고 하는데요. 우리 같은 바둑에겐 ‘많이’는 못될 듯합니다. 저라면 아마 우하 흑이 추워서 벌벌 떨고 있을 게 뻔합니다.















현지에선 ‘돌연사망’이라고 표현하고 있던데..말하자면 죽을 대마가 아닌데 죽어버렸습니다. 이 바람에 조금 싱겁게 바둑이 끝나버렸습니다. 사실 일분 초읽기 정도면 길다면 긴 시간인데 초일류가 저런 실착을.. 좀 드문 경우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아까 자의반 타의반이라고도 했지만 사실 저 대마 공격은 백이 유도한 것과 마찬가지이죠. 최소한으로 말해도 공격을 감수할 각오였다고 말할 정도는 됩니다. 그렇다면, 이건 다시 말하면 견뎌낼 자신도 어느 정도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안 그러면 손을 빼지 못할 테니까요.)

무릇 손을 빼고 집을 챙기느냐 두텁게 보강해 두느냐는 한 판의 바둑에서 반드시 만나게 되는 기로입니다.. 여기에서 결정을 어떤 방식으로 할까요. 고수 이전의 수준이라면 보강하면 이길 듯하니 보강한다 또는 집이 모자라니 보강할 겨를이 없다 이런 식으로 결정할 듯합니다. 말하자면 에라 모르겠다 법대로 해 하는 식입니다.

그러나 고수 수준에 있다면 다르죠. 손을 뺐을 경우 어떤 자리로 공격이 올 것이며 어떻게 받아낼 것이며 하는 등등의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보고 그 득실을 한계치까지 그려보려 합니다. 그래 가지고 수읽기와 손익 계산이 가능한 수준까지 손에 잡혔을 때 비로소 손을 빼지요. (시간이 충분하다면 차후의 전국적인 형세까지 살펴봄도 당연하겠습니다.)


만약 급소가 보이지 않는다거나 (이런 경우가 대국자는 제일 불안한 때니다.) 여하한 응접수단이 떠오르지 않는다거나 하는 경우 흔히 말하는 '인내의 보강'을 해야 고수입니다.


대마를 방치하면서 집을 챙기는 순간을 볼까요. 좌중앙 대마가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는 하지만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 판단됩니다. 1-11로 집을 챙기는 백의 수순에 백이 무리한다는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이것으로 집은 백이 앞서게 되었죠. 제가 흑이라면 참 갑갑할 판인데...그래서 흑의 공격은 자의반 타의반입니다.

어쨌든, 사혁은 12의 공격까지는 예상하고 있었을 겁니다. 나름의 수습방안도 마련해 두었겠지요. 그는 고수이니까요. 근데 이 판의 문제가 말이죠. 이미 보았다시피 그 수습의 급소라고 둔 자리가 그만 빗나간 곳이었다는 데에 있지요. 원래 고수의 대마는 잘 죽지 않는 법인데, 84도 그렇고 98도 그렇고 특히 100은 고수답지 못합니다.


맞수간에 맞수답지 않은 실수를 저리 연속으로 세 번이나 하면 바둑이 한 순간에 무너지지요. 우리도 그렇지요 팽팽한 줄다리기가 되리라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는데 힘없이 툭 끊어져 줄 때의 그 좋으면서도 야릇한 감정..세돌도 그런 감상이지 않았을까.. 짐작으론 사혁의 컨디션이 하강기인 듯도 하군요.


이리하여 세돌이 어려워하는 세 바둑 중 하나가 일단 한 번 날라갔습니다.


라세하, 이세돌 본인도 뚜렷한 이유를 대는 것을 본 기억이 없는데요. 제 짐작으로는 아마 자신보다 오히려 빨리 두는 모습이 게다가 아아무 생각없어 보이는 모습에 이세돌이 보폭이 흐트러지지 않나..믿지는 마세요. 근데 라속기께서는 요즘 ‘칩거’중이십니다. 나이도 있고 하니 이제 걱정할 단계는 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공걸, 이세돌의 전기前期 응씨배 야망을 파토 내어버린 기사인데 잘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나 이세돌은 껄끄럽답니다. 뭐 알다시피 얼마 전에 세돌에게 제대로 울분을 삼켰지요.


사혁, 06년 가을 이세돌은 이렇게 말했지요. - 톰닷컴 발췌, 김애실(TYGEM)譯


“씨에허 6단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씨에허 6단의 바둑은 약점이 거의 없다. 현재 씨에허 6단은 이창호 9단과 최철한 9단, 그리고 나에게 8전 전승을 거두고 있다. 아주 무서운 기사다. 대국 중에도 흔들림이 보이지 않으며 나는 아직까지 그를 대처할 뾰족한 수가 없다."


그랬던 사혁인데 올해는 영 신통치 않네요. 벌써 이창호에게 두 판, 이번에는 세돌에게 제대로 힘도 못 써보고 져버렸네요.


올해 세계바둑은 하나 신기한 흐름이 있는데요. 한국바둑이 그동안 속깨나 썩이던 특정 중국 기사들에 대한 악연의 고리를 끊고 있다는 점입니다. 호요우胡耀宇와 공걸, 그리고 세돌이 든 사혁까지 3인의 까다로운 기사가 양李에게 한 판도 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총 6판인가 싶군요. 참 시원해요.


얻어온 통계를 소개하겠습니다.


▲ 이번 판으로 세돌은 사혁에게 3연패 후 2연승입니다.


▲ 이번 판으로써 세돌은 중국기사와 총 100국. 66승34패랍니다.(69:36이라는 다른 집계도 있습니다.) 집계자는 이를 5기로 구분하였군요.  - 老四的马甲의 李世石对中国棋手百局全记录


제1기:初出茅庐,到出战新人王, 초가집에서 나와서^^ 신인왕전에 나왔다? 8승 5패

제2기:급거하강기急剧下降期, 일 년 반동안 3승 9패. 이 시기가 세돌의 갑조 진출과 겹치는 시기랍니다. 2003년 무렵인가 보군요.

제3기:痛定思痛的一年半, 삼성배 고력 전 승리를 전후한 일년 반 동안 21승 3패.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자가 두 개나 나오는 걸 보니 쾌나 안타깝나 보네요.

제4기:LG古力碎石후 일년,7승 12패. ‘쇄석’이란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제5기:又开始疯狂,미친증이 또 시작되다. 2006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총 27승 5패를 기록. 직전 17국이 16승 1패. 중국기사들의 난관이고 과제이다.


보다시피 굴곡이 좀 있지요? 세돌은 역시 자신의 말대로 기세론자입니다. 세돌의 기세론은 말이지요. 자기최면에 이를 정도인데, 누구도 못 말리는 일종의 기벽奇癖입니다. 기벽은 기벽이고..아 사실 정도의 문제이군요. 바라는 게 있다면 이 기세가 이대로 주욱 갔으면 하는 것입니다. 


휴~ 기록의 일본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런 통계를 일개 아마추어가 실없이(?) 챙기고 있습니다. 가히 열정의 중국바둑입니다.

주요기사 상대전적을 볼까요.


小猪(나세하)1:4,정위丁偉0:2、사혁谢赫2:3、

고력古力6:6, 류성刘星2:2

상호常11:5(시초 3연패, 현재 9연승中)

공걸孔杰7:1、芋头(유빈?)5:1、호요우胡耀宇5:1

주학양周鹤洋4:1、왕격王檄3:1,


▲ 또 누군가 5大 초일류 기사 08년 세계전 전적을 정리하였습니다.


이세돌 8승 1패, 현재 5연승中 (번기 승리는 1승으로 칩니다)

이창호 7승 2패, 7연승 후 조한승에게 패 

박영훈 5승 2패

상호 7승 1패 (조치훈)

고력 5승 1패 (최철한)

5강 외의 기사로 주목할 만한 이, 류성劉星 4전 전승.


▲ 지금까지 진행 중인 춘, 부富, 응, LG 4개의 세계기전에 몇 개나 살아남았는지 여부를 조사해 보았습니다.


4개 대회 모두 생존:이창호

3개 대회 생존자:이세돌(춘란배 탈락), 고력(응씨배 탈락), 상호(응씨배 탈락)

2개 대회 생존자:박영훈(부富,LG 생존), 류성(부,응씨 생존)


역시 많이 이기니 오래 살아남는군요.



▲검토실 전경        사진:톰삿컴



黑嘉嘉令人眼前一亮 흑가가가 눈앞을 번쩍 뜨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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