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예의. 매너. 이것에 대해 얘기해보자. 말하자면, 이런 걸 대놓고 하는 프로기사도 있다(물론 타이젬에서).
지가 이기고서는 , ‘정말 잘 두시는군요’라든지 ‘괜찮아요 다음엔 더 힘내세요’를 들이댄다든지, 지가 많이 이겼는데 상대가 안 던진다고, ‘매너불량으로 난처하네요’를 씨부린다든지... (타이젬 대국실 자동인사말에 이런 게 장착되었다. 그래서 언어가 달라도 이런 식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럼, 이런 걸 대놓고 하는 프로가 과연 누굴까? 바로 가결(柯潔). Lurk(P).
2012년 말? 2013년 초? 대략 이 시점이었는데, 당시 ‘럭’은 타이젬 한국棋士의 公敵(공적)이었다. 왜? 매너가 꽝이었거든. 위에 말한 저런 짓을 대놓고 했거든.
그래서 당시 디셈버가 나서서 한 판 밟아주고는(그 한 판 밟아주기가 절대 쉽지 않았다) ‘뭐라뭐라’ 약을 올려줬다. 정확한 발언이 기억이 나지 않아서 유감(강동윤다운 한마디라 생각하면 된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군대에서 구르고 있을, 당시 ‘동양의빛’(이춘규 프로)도 비슷한 복수를 했었고. 당하고, 갚아주고, 주고, 받고,.. 당시 그런 재밌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크~ 꿀잼.
-英才(영재)- 가결은, 가결이란 본명보다 ‘럭’이란 타젬id로 익숙하다. 그렇게 기억된 계기가 바로 저 때 저 사건. 당시 가결이란 애에 대해 좀 찾아봤다(당시에도 실력 하나는 장난 아니었다, 안 그랬다면 궁금할 일도 없었겠지). 찾아봤더니 왠 걸! 중국랭킹 팔십 몇 위? 구십 몇 위? 이건 그럼, 그... 뭣도 아니잖아? 근데 20초 바둑은 왜 일케 잘 둬? 디셈버가 ddcg(범정옥)를 버거워하는 건 그렇다 치고 위명 쩌렁쩌렁한 디셈버가 중국랭킹 8,90 근처 애와 삐까삐까?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구만. 그래서 붙인 별명이 ‘20초변태’. 럭아 넌 ‘20초변태’라서 그래 잘 두는 거다? 다른 거 엄똬? 알아찌?!
그런데, 근래 더 알아본 결과 얘가 그래도 물건은 물건이었다. 각국의 유망주가 참여하는 응씨배세계청소년바둑선수권에서 2008년 소년조 우승, 2011년 청년조 우승(박정환도 2004년 소년조 우승. 나현이 소년조에서 2005 준우승, 2006우승. ‘꼬마곰’ 한승주가 2007 소년조 우승. Strive(P)=미욱정이 2008 청년조 준우승...).
2008년 입단(1997년생, 현재 17살). 2011년 중국 바둑소년대표팀 선발전 1위..., 그리고 어릴 때 바둑 입문 과정의 ‘범상치 않은’ 일화들...
현 중국랭킹 8위. ddcg나 '쌍칼' lxlx보다 위. 고작 1년여 만의 초고속 승진.
물건임을 부정할 순 없다, 없는데 문제는...
-싸가지- 아무리 인터넷이라도 프로들끼리 놀면서 대놓고 약 올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럭’은 이런 짓을 태연히 한다. 커는 애들인데 뭐 어때...라고? 1년도 더 전 일인데 이젠 안 그러겠지...라고? 아니다 ‘못된 버릇 개 못 준다’고 얘는 요새도 그러고 산다. 음, 좀 뜸해지긴 했다. 그렇다만, 하여튼 당시 든 생각에 난, 너 이런 버르장머리로는, 아무리 바둑기술이 좋아도 결국 한계가 있단 말이다, 넌 틋다 야, 이렇게 편하게 치부하고 레이다에서 지워버렸다. 그랬는데...
남의 집 귀한 자식을 욕해선 안 되겠지만, 아무리 봐도 내 눈엔 밉상, 말 지독히 안 듣게 생긴 막내...
-싸가지2- 싸가지 하면 이창호다. 싸가지 ‘있기’로. 서봉수가 첫 대면에서 이창호에게 졌을 때 어찌 속상하지 않았겠는가 -프로는 자존심인데. 그래도 싸가지 있는 넘에게 졌으니 한편으론 흐뭇도 했을 법. 물론 그런 게 다는 아니올시다, 겠지만 그런 측면도 있긴 하잖아. 이후 긴긴 세월 창호에게 탈탈 털리면서도 서봉수는 두 손 두 발 다 들어 창호에게 승복했다.
조훈현이 이세돌을 만나 첨엔 물론 가르침을 줬으나(3연승) 그 이후엔 결국 9연패로 징하게 털렸다. (당시만 해도 세계대회 우승도 슴풍슴풍 하던, 두 눈 시퍼렇던 조훈현이었다.)
3연승 후 9연패. 통산 6승19패! -hoetom.com 자료는 웬만큼 믿어도 좋다,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시 이세돌 나이가 딱 요즘 가결이 나이쯤이었는데, 이세돌, 요 나이 때는 한 싸가지 하지 않았던가? 물론 싸가지 ‘없기’로. 다 두고 나서 ‘정말 잘 두시는군요’,‘괜찮아요! 다음엔 더 힘내세요’ (가결이 같은) 이런 짓까지는 물론 언감생심이겠지만, 어쨌거나 밉상의 낌새 정도는 풍기지 않았을까? 이창호는 이창호꽈고 이세돌은 이세돌꽈잖아. 그렇게 9판 정도 당하다 보면 격동되지 않을까?
하튼 요즘 가결이를 보면 그 당시 이세돌이 떠오른다. 그 기세와 그 싸가지. 넘치는 실력을 주체를 못 하는 인상...
-激動(격동)- ‘바둑은 싸움이라 마음이 격동되기 쉽다’ 시월(時越)이의 말. 바둑의 본질이 싸움이므로 상대와 싸우다 보면 격동되기 마련이다. 서봉수는 '적개심이 생기지 않는 상대하고는 바둑이 잘 안 된다'라고 했지. 그런데 시월이가 또 말했다. ‘격동되면 집중력이 약해진다’ 즉, 마음의 격동은 바둑에서 가장 금기.
2001년 무렵, 이창호가 LG배에서 거의 기운 승부를 역싹쓸이(0:2==>3:2)하여 이세돌을 쐬주 7병 푸고 한강다리로 보내긴 했지만, 그 다음해엔 기어코 함락을 당하고 말았다. LG배5번기 제4국에서 프로라면 쉬운 수인 1선 빠지는 수를 깜빡하는 바람에 1:3으로 승부를 내준 후 이창호의 소감, “상대를 격동시키는 것도 실력이다.”
이창호 그 말의, 내가 읽은 숨은 의미는 ‘이 자슥이 하도 끓게 만드는 바람에 그만 쉬운 수를 깜빡하고 말았다. 아이고메 오지게 끓는구나, 끓탕 끓탕이야~ %$^#@...’
대역전패 후 한강다리로 달려갔다던 오기덩어리 이세돌, ‘바둑은 싸움이라 마음이 격동되기 쉽다’, 石佛 이창호조차 부글부글 끓게 만드는 신랄하고 표독한 못돼먹은 싸움꾼 이세돌. 그런 이세돌도 이후 세월, 언젠가부터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그런 변화 밑바탕엔 바둑이 있고 어쩌면 이창호와의 만남(한강다리로 가게 만들었던)이 있을 터다. 그래! 마음이 중요해 마음이... 바둑의 高手가 결국 ‘고개 숙인 이삭’이 되어 감은 바둑의 본질 상 필연이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바둑, 기술만의 바둑으론 한계가 있으므로. 또는, 같은 기술이라면 마음을 다스리는 자가 유리하므로. 이창호, 이세돌, 범정옥, 시월이,.. 어찌 이리 하나같은 길을 가는가.
-괴물이 된 변태- 백령배가 벌어지던 지난 7월, 타이젬 고수1방에 ‘장고’가 돌아왔다. ‘돌아온 장고’가 누구냐면 바로 ‘열시미’. 바로 최철한. 즉, 대략 1년 만에 돌아온 ‘장고’는 Lurk(P)를 집적대기 시작했다. 집적집적... 백령배 8강이 가려지기 전 며칠 동안 둘이 2:5. 당시만 해도 최철한은 8강 대진이 바로 이 징그러운 놈과 짜여질 줄 몰랐겠지만...
16강전을 같이 통과하고 8강전 대진이 나온 7월 25일 이후, 최철한은 가결이를 또 스토킹한다. ‘무릇 전략가는 지피지기야’ 이러면서...그러고서 전적은? 또 1:4. 대략 열흘 동안 3:9. 흠마.
열시미 : "따랑해 럭!"
오프에서 둘의 전적은 1:1이다. 작년 9월의 것으로, 중국리그 주장전에서 처음 만나 최철한이 이겼고 나흘 후 삼성배 32강전에서 가결이 설욕했다. 앞으로 벌어질 백령배 8강전에선 과연? 최철한. 최철한...
현 중국랭킹 1-12위와의, 올해 공식기전 승부에서, 가결은 12승6패(고력도 날아가고 시월이도 날아가고...), 이 이하 순위棋士와는 더 말할 것도 없고.
타이젬 최강자가 누구냔 말에 이전이라면 대부분 외톨이를 꼽았겠지만, 요즘에는 ‘럭’이라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외톨이의 최근 id가 수지(P)인데, 이 수지조차 ‘럭’과의 통산 전적에선 (거의 대등하지만 조금) 밀리기 시작했다. 수지가 최근에 나왔으므로 박정환과 가결의 예전 전적은 빠지고 최근 전적만 집계된 이것이 둘 간의 진정한 전적. 이거이 박정환이 밀리다니. (참고로, 둘은 중국리그 대련팀 동료)
가결의 기풍을 말하자면, 싸움을 즐기며 특히 접근전을 즐기며 들고 나오는 수들이 도발적이며 틈만 보이면 찌르고 틈이 없어도 찔러대는데 정확하고 빠르게 찌른다. 누구 말로는 부분전에서 밀리는 모습을 못 봤다나...하긴 나도 못 봤다. 그저께는 박정환이 오프에서 이창호에게 반집 지고(반집 패배가 확실해지자 던졌다) 얼른 집에 달려 와서 밥도 안 먹고(?) ‘럭’을 불렀는데, 결과는? 수지가 와장창 깨졌다.
Lurk(P)은 요즘 심심하다. 왜? 괴물이라서. 20초변태==>괴물. 너무 괴물이라서 타이젬9단들의 기피 대상이 되었다. '엄마 쟤 돌 던져요' '너랑 안 놀아'... 난 작년만 해도 변상일(레전드)이나 신진서(비수)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실력 차이를 좁혀가겠거니 생각했는데(두세 살 아래), 요즘 보는 바로는 오히려 차이가 벌어지는 중. 그렇게 들이대던 둘도 요즘은 별로... 그래서 괴물은 요즘 타이젬에 출근을 해도 자주 개점휴업이다.
-내면의 성장?- 그동안 가결이를 다룬 글이 (이것까지 쳐서) 벌써 5개다. 당신 혹시 얠 좋아하는 거 아니오? 마설! 설마! 설마 그럴 리가...좋아하긴 개뿔, 아무리 봐도 밉상인데. 그래서 진즉에 레이다에서 지웠던 인물이었지만 성적이 폭발해서 박차고 나오는 데야 돌아보지 않을 재간이 없다.
가결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 기세/실력과 그 싸가지. 바둑이란 내면의 성장이 뒷받침돼야 ‘큰바둑’이 된다는데, 나는 그렇게 믿고 있는데. 얘의 내면이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 그래서 얘 바둑이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 그러한 호기심에 나는 얘를 주시한다.
백령배 8강전 vs 열시미(최철한) -9월16일
아함동산배 결승 vs 930115(당위성唐韋星) -일정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