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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이야기-저작권1

051112 권지예 작가님께(by 시골의사)


권지예 작가님께...

2005. 11. 12. 01:45

방금 방송 녹화를 마치고 막 돌아와 문학동네 게시판에 권지예 작가님께서 발표하셨다는 입장을 보았습니다.

먼저 저 자신도 이것이 결국 이전투구가 될 줄 알면서도 이일에 휘말렸고, 그리고 결국 닫았던 입을 다시 열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부끄럽지만, 그래도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일은 이제 심정적으로는 더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버린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좀전에 서울에서 돌아오는 차안에서 제가 사적으로 존경하는 어떤 지인으로부터 밤 9시경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그 지인께서 권작가님측 관계자분으로부터 이런 부탁을 받으셨다고 하셨습니다.

"이일이 발생한 이후 권작가님께서 대처가 다소 미숙하셨고, 권작가께서도 여러모로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므로 이 부분에 대해 사과하는 글을 문학동네 게시판에 올리는 형식으로 사과를 대신하면 어떻겠느냐.."는 뜻을 전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저를 잘 설득해 달라는 뜻을 전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사실 그 지인의 말씀 이전에, 이미 이 일에 대해  "아름다운 화해"를 맺겠다는 뜻을 권작가님측에 전달했었기 때문에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만 권지예 작가님께서 시종일관 고집하시는 문학동네 게시판에 조용히 유감을 표하는 방식은 이 사건의 파장이나 성격으로 볼 때 그 방식이  적절하지 못하고 많이 비겁한 것이므로, 유감표명의 방식은 앞으로 서로 잘 상의해서 적절한 수위에서 마무리 하겠다는 뜻도 아울러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안동에 도착해서 확인한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것은 지난 며칠간 저와 권작가님 사이에서 오갔던 사전조율에 대해서는 일체 고려가 없이 쉽게 이해하기가 쉽지않은 변명을 담은 글을 "사과의 형식"을 빌어 문학동네 홈페이지에 게시하셨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오늘 밤 늦게 저의 지인을 통해 부탁하신 말씀들은 결국 권작가님께서 이미 저녘 8시경 문학동네 게시판에 이미 해명글을 올리신 후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또 한번의 "사후통보" 절차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닿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제가 "사회속에서 이정도로 당황스러운 경험을 한 것은 정말 유례가 없습니다"라는 말씀을 드릴만큼 놀랍습니다.

외람되지만 저는 이제 더이상은 권작가님의 진정성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먼저 권작가님의 그동안의 해명에 따르면... 이일은 권작가님께서 "누군가로부터 인터넷에 떠돌던 글을 메일로 받으신 다음, 그 글에서 "힌트"를 얻으셔서 소설로 구성하려는 생각을 하셨고, 실제 그것을 소설로 구성하시면서 심지어 문장 자체를 그대로 옮기기도 하셨지만, 그것은 의학적인 부분이라 백과사전을 참조하는 기분으로 하셨으며, 아이의 손에 묵주를 쥐어 준다거나, 아이의 상태를 살피는 주변사람들의 심경은 병원 24 시를 보고 스케치한 정도의 느낌으로 하신 것이라, 그것을 작가적 양식에 비추어서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 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우연이란 놀라운 것인가 봅니다.. 공교롭게도 그 내용이 그렇게 소설로 구성하고, 이미 인쇄까지 들어가시려는 즈음에 우연히 제 블로그를 알게되셨고, 더구나 제 블로그에 실린글이 책으로 묶여진다는 사실을 알게되시면서는 제게 메일까지 보내셨지만 제가 그 메일에 답을 하지않아 그냥 그대로 책으로 묶어 내셨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권작가님께서는 제가 이웃들께 그동안 블로그의 "작위성"을 피하기 위해 원래 블로그 메일이나 쪽지를 읽거나, 답장을 드리지 않으며, 심지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댓글이나 인삿말조차 보지않음을 양해해 주십시오"라는 입장을 누차 글로서 밝혔고, 그때문에 지금까지 수많은 메일과 쪽지를 보내신 많은 저의 이웃분들께서 제게 서운함을 가지실 줄 알면서도,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는것이 아니라, 이웃과 오래도록 "공유"하기위해 메일이나 쪽지를 읽거나 답을 드리지 않음을 많은 이웃들께서 양해하고 계신다는 사실 역시 권작가님께서는 진정 모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권작가님께서 계간지에는 이미 그전에 글을 발표하신 다음, 그로부터 몇 달뒤 책을 인쇄하실 때에야  제게 문제의 메일을 보내심으로서, 작가적 양식에 입각한 책임을 다했다는 생각을 하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일은 그렇게 끝날 수 있었고, 어쩌면 그랬었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거의 반년이 지나서 공교롭게도 권작가님께서 문학적 역량이 인정받아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신다는 발표가 나시면서 님의 책이 새삼 많은 분들의 주목을 받게되었고, 그것이 6개월전에 출간된 제 책과 대비되면서 북까페를 비롯한 몇군데 인터넷에서 논란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것은 문학동네나, 그외 언론 그리고 제게도 지인들로부터 사적메일로 이야기가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처음에 그 사실을 가볍게 넘겼습니다. 이미 말씀드린대로 저는 처음에 지인들에게 "동인문학상 수상작가가 표절 이야기가 나올정도로 제 이야기와 비슷한 소설을 쓰셨다면 그것은 가문의 영광이다 "라고 말하면서 웃었넘겼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목요일에 모 언론에서 확인과 취재요청 전화가 오고, 그로인해 제가 그 책을 서점에서 직접 읽고는 그때는 정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묘함 불쾌감이 들었음을 고백합니다. 마치 폭행을 당한 여인의 마음이 이럴까.. 싶은 느낌,, 작가이시니 아마 이점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그날 오후에 출판사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권작가께서 쓰신 책의 내용이 표절 여부를 떠나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뜻을 전했더니, 출판사에서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출판사에 제 전화번호를 남기면서 " 언론에는 문제삼고 싶지 않다고 이미 말했으며. 실제 제 스스로도 법적인 문제를 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래도 권작가님의 직접 해명과 입장표시는 듣고 싶다"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그날 제게 전화를 주신 권작가님의 말씀과 뜻은 제가 부모님과 학교에서 배워서 아는 상식과는 많은 거리가 있었습니다. 권작가님께서는 제게 말씀하시기를 " 표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다음 4판이 출간 될 때는 책의 뒷머리에 블로그에서 소재를 얻었다고 명시하겠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도 그것은 권작가님께서 많이 잘못하신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권작가님은 후기에 그 소설집에 실린 다른작품 하나도 악명높은 모 드라마작가처럼 " 지인의 대화를 듣고 작품을 썼다, 소설가 앞에서는 말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라는 표현으로 처리하신 것처럼, 이 문제 역시 그렇게 처리하려고 하시는 것은 권작가님의 작가적 위상에 비추어 그리 당당하지 못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님에게 ""...작가적 양식에 따라 님을 믿는 독자들에게 믿음에 실망을 주셨다면 최소한의 "자기견책"은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잘못해도 한대의 회초리는 맞듯이, 어떤 사람이 그것도 공인의 입장에서 한사람도 아닌 다수의 사람에게 실망을 주었다면 그것은 "적정수준"에서 자신의 양식에 입각한 자기견책이 필요한 것이며. 잘못을 무조건 회피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시는 것은 곤란합니다. 제게는 아니어도 좋으니 작가적 양심에 입각해서 어떤 방식으로던 견책을 동반하는 방식의 유감을 표명하시기 바랍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에대해 권작가님께서는 분명히 동의를 하셨습니다, 권작가님도 잘 아시다시피 대개 이런문제의 시발점은 열에 아홉은 일단 " 출판물 판매금지와 회수 가처분 신청"과 함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변호사의 내용증명서 송달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저의 양식으로는 그것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이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처음부터 법적인 대응은 배제하기로하고 저와 권작가님 두사람이 주말동안 진지하게 숙고해서 "문제가 확대되지 않으면서 적절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 방식을 찾아서 월요일까지 서로 의견을 교환하기로 약속을 했었습니다. ( 아울러 그와 동시에 결과적으로는 기우였지만, 혹시라도 동인문학상 위원회에서 수상취소라도 결정 할 것을 우려해서 저는 문제확대를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언론에 누차 설명 했었습니다 )

그러나 권작가님이 같은날 저와 나누신 대화와. 그날 언론에 내보낸 입장은 그야말로 "표리부동"이라는 말로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님은 제게 월요일까지 서로 고민하기로 하신 다음 메일을 주고 받기로 하셨는데, 다음날 아침에 신문지상에 게제된 님의 입장은 "황당하다.. 하루아침에 파렴치한이 되었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그전날 저와 나눈 대화와는 전혀 성격을 달리하는 말씀이며, 저로서는 권작가님이 정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로서의 신의를 가지신 분인지를 의심케 하는 것 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월요일에 제 블로그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글을 올렸던 것입니다.( 오늘 님이 해명하신 내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토요일자 조선일보,동아일보를 검색해 보시면 이 부분은 명백하게 정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님의 해명은 지금 이러한 사실을, 특히 저의 진의를 상당히 왜곡하고 계십니다. 이것은 제가 처음부터 줄곳 고수했던 입장, 즉 "법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선의를 이용한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 더구나 실제 님이 이점에대해 제게 보내신 두번째 메일은 사과는 차치하고서라도 사실은 제가 마음이 상할 정도로 비례( 非禮 )하기까지 한 것이었습니다. )  그 결과 제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좁아졌었습니다.  이제는 동인문학상을 심사하신 이문열님의 문학적 입장과는 별개로 진실을 가리기 위한 법적 판단을 구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님의 말씀대로 제 스스로 법적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이상 제 스스로 친 올가미에 제 목을 걸고 이 문제를 그대로 덮는 길 두가지 뿐 이었습니다.  님은 후자에 무게를 두셨던 것 같습니다

고백하건데.. 저역시 불민한 사람이라 감정적으로는 전자를 택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장 꺼려했던 부분은 법적판단을 구함으로서 "제가 말을 뒤집은 사람이 되는것" 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조용히 추스려갈 수 있었던 문제가, 그렇게 할 경우 님의 작가적 미래를 매장하는 그야말로 엄청난 결과를 가져 올 가능성이 컸고, 만약 그 경우에는 그것이 악연이던 인연이던 저와 연이 닿은 분에게 그런 큰 결과를 초래케함으로서 제가 부담져야 할, 평생의 업(業)을 감당하기가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님과 저 사이의 메신져 역할을 자임했던 분에게 이번주까지 다시한번 깊이 한번 재고해보시고 법적 분쟁을 택하지 않고 "아름다운 화해"를 바라는 제 마음을 전달해 주실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님도 알다시피 그 아름다운 화해의 시나리오는 이랬습니다.. 어차피 이 문제는 정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미 문제가 커졌으므로 이제는 님이 문학동네 게시판에 조용히 유감을 표시하고 넘어가시는 것은 ( 그나마 이 말씀도 책의 후기에 사과가 아닌 블로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에 비하시면 큰 진전이었지만,..), 님으로서도 표절작가라는 오명을 벗을 길이 없고 아울러 회피로 일관하시는 것은 양식적으로도 문제가 있으며, 저 역시 즐겁지 않은일에 연루되어 이름이 오르내려 주변의 걱정들이 크시므로, 적절한 방법을 찾되... 그것은 "어느 조용한 찻집에서 이 일을 기사를 다루었던 해당 기자분들을 비공식적으로 초청해서 같이 차를 나누면서 권작가께서는 "비록 관행으로 여겨졌던 일이라 하더라도 이제 저명작가로서 깊이 고민하지 못했던 실수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일을 계기로 삼아 좋은 작가로 거듭나는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을,, 저는 이일은 "권작가님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인터넷문화라는 아직 입장이 정돈되지 않은 일에 대한 해프닝이라고 볼 수 있으며, 권작가님의 작가적 능력이나 양심을 믿고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라는 입장을 말씀드림으로서 이 문제를 가장 부드럽고 원만하게 처리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라는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말씀을 드린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수는 없는 일이므로, 진정으로 어떤 어렵고 복잡한 일들도 회피하기보다는 당당하게 부닥치고, 이후에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함으로서 아름다운 결말을 맺음으로서 그동안의 서로의 허물을 모두 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또 일의 모든 정황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문학동네 게시판에 몇 줄의 글을 올림으로서 "할 일을 다했다"라고 생각하시는 것 보다, 그렇게 최소한의 범위에서라도 공개적인 형식의 사과과 해명을 하시는 것이 훨씬 책임있게 행동하시는 것이라 생각했고, 아마 그렇게 하셨다면 모든 님의 독자분들도 님에게 격려의 덕담과 박수를 드렸으리라고 믿습니다............  아마 이것은 제가 님께 전달한 내용을 토씨하나 빼지 않고 제대로 기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런뜻에 대해 권작가님께서는 며칠 기다려달라는 뜻을 제게 두번이나 전하셨고, 제게는 그 기다림의 결과가 오늘 제가 존경하는 분을 통한 부탁과 아울러, 님이 게시판에 "해명과 유감"의 표시가 아닌 "변명"을 일방적으로 게시하시는 것으로 돌아왔습니다..

권작가님.... 외람되지만 질문을 드립니다.. 혹시 지금 제가 쓴 장문의 글에서 혹시 한치의 틀림이라도 있으신지요.. 또 제가 쓴 글이 조금이라도 진실을 가린것이 있는지요...?  그리고 진정 님의 작가적 양심은 오늘 문학동네 게시판에 게시하신 글로서 이 긴 과정의 경과를 마무리 하는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리셨는지요..? 또 님의 오늘의 결론은 정녕 회피가 아니라 작가적 양식에 입각한 당당한 자기견책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진정 님의 이러한 유감표시를 진정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아무래도 저의 협량함 때문인지요...

그리고 이번에는 소이부답(笑以不答) 함이 분명히 옳겠음에도 결국 얼굴이 붉어진 소인배의 모습으로 이글을 쓰는 자신을 자책하며,. 아울러 제가 제안했던 "아름다운 화해"가, 정작 님의 해명글로 등장하였음을 보면서 쓴 웃음이 지어지는 제 스스로가 부끄러운 밤입니다.....  박경철 드림.


2005. 11. 12-15.

...ing  주 모씨 (로부터 옮겨 옴 070313;맹물국수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