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니 완전한 순수창작은 단지 이상일 뿐이다. 대부분의 작품은 얼마간의 모방과 나머지의 ’순수창작‘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가(大家)급이 아니라면 그 나머지조차 진실로는 ’무의식적 모방‘에 가까울 터이다.
사는 거다 그냥 사는 거다 잠간이다 (『눈에 보이옵는 이 세상에서』中, 趙炳華)
어머니 저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보다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없어요.
산 사람 마음을 어루만지려면 광대가 돼야 하구요‘(『시편』中, 무우꽃)
나는 위에 것의 전개방식과 아래 것의 스타일을 흉내 내 보고픈 강한 욕구를 느끼었는데 실제로 행하였다면 바로 ‘의식적 모방’인 셈이다.(행인지 불행인지 실패하였다.) 의식적 모방은 표절일까 그렇지 않다. 흉내로 그치었다면 소재를 모방하든 형식을 모방하든 모방은 모방일 뿐이다. 베낌이 지나친 경우인 표절과 달리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아닌가.
나는 초등학교 시절 시군 백일장에서 내가 지은 시를 두고 친구 아버님이자 선친의 친구분으로부터 그거 학교시문집에 실린 어느 시와 비슷하다던데 하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들을 당시에는 무슨 얘기인지 의아하였으나 시간을 두고 골똘히 생각해 보니 내가 문제의 시문집을 읽은 적이 있고 백일장에서 나도 모르게 모티브가 차용이 되었거나 무의식적으로 베끼지(어쩌면, 그 두 시가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않았나 싶다.
전 비틀즈 멤버 조지 해리슨은 자신이 피고가 된 저작권 침해사건에서, 이전에 들은 적이 있는 그룹 쉬퐁스(Chiffons)의 히트곡 He's So Fine의 멜로디를 잠재의식 속에서 사용하여 그의 곡 My Sweet Lord를 작곡하였다고 항변하였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의식적 표절‘의 유명한 사례이다.
나는 중학교 시절 교내 백일장 대회에서 시를 짓는답시고 끙끙거리다가 그만 정지상이 5살 때 대동강 위 하얀 백조를 보면서 지었다는 유명한 그 시를 (반 무의식적으로-지금의 결론이다.) 베끼고 말았다. 상을 받고 꽤나 흐뭇한 참, 엄했던 어떤 선생님께서 은근한 몰래말씀을 주셨는데 이번에는 (저번 경우와는 달리) 듣고 즉시 무슨 말씀인가를 알 수 있는 게, 말씀 순간 정지상! 하고 호통으로 울리는 게 아닌가.
何人把神筆乙字寫江波 (하인파신필을자사강파) (정지상, 고려시대 문인)
어떤 이가 신묘한 붓으로 강물 위에 乙자를 그려 놓았나!
또 나는 지지난 해 이 곳 문단에다 후배의 패러디 시 『기시(棋詩)』에 시평과 해설이랍시고 달아서 올리면서 기존 프로의 시평과 해설을 표절(마침내)하였다. 당시 ‘기존 해설을 참고하여 흉내 낸 것입니다’ 라 주의를 달았더랬는데 당시 생각으로 그 정도라면 면피가 되리라 보았기 때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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