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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070721 금기와 자유 사이 - 1.오프사이드(Off-Side)


축구(蹴球,football)에서 팔이나 손으로 공을 다룬다거나 상대편 선수에게 물리적 해꼬지를 하지 않는, 모든 행위는 자유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축구가,「일정시간 동안, 일정 수의 팀원들의 협력으로, 팔이나 손 이외의 신체를 이용하여 공을 상대편의 문에 넣는 득점의 다소로 승패를 가리는 스포츠」라 정의된다 했을 때, 오프사이드(Off-Side;이쪽 편(side)을 벗어남(off))는 그렇게 정의된 축구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축구의 기원인 중세 영국 농민들의 마을축제로서의 football(수백명이, 거대한 경기장에서, 하루 종일 즐겼던 Mass Football형태였다 한다)에서는 누군가 이쪽 편(side)을 벗어나(off) 상대편 골문에 짱박혀 뻥패스를 받아 골을 넣는 행위는 축구의 근본인 (정정당당한) 드리블링(에 의한 돌파)이 지나치게 생략되므로 그 자체로 비겁하고도 치사한 행위이며 게다가 하루 종일 계속되어야 할 축제를 단박에 끝내버리는 모두가 원치 않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해서는 안될 행위로 금기시되었다.



모든 스포츠의 본질은 유희 즉, 즐김이다. 유희는 본질적으로 금기보다는 자유로부터 얻어진다. 고로, 스포츠에서 금기는 최소화되고 자유는 극대화되어야 한다. 결국 해당 스포츠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전제를 달아 경기에서의 승리를 위한 모든 수단은 자유이다.

그러나 스포츠는, 승리의 추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당한 경쟁 수단에 의한 승리의 추구이다. 이 ‘정당한 경쟁 수단’ 이라는 제약은 금기를 만들고 자유를 구속한다. 허나 이 ‘정당한 경쟁 수단’은 원래 또는 보편적으로 또는 모든 스포츠를 관통하여 ‘정당하지 못한 경쟁 수단’이라 정하여지거나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해당 스포츠의 틀, 즉 그 스포츠의 본질 위에서 규정되어진다. 폭력적이고 야만적이다 할 수 있는 주먹질은 권투에서 필수기술이다. 또 핸드볼링을 금기시한다면 도대체 핸드볼을 할 수 있겠는가. (스포츠를 벗어나 보자. 전장에서 타인을 죽이는 행위와 유영철이 타인을 죽이는 행위의 선악은 어떻게 가름되는가.)


‘상대편 골문에 짱박혀 뻥패스를 받아 골을 넣는 행위‘가 인간의 보편감정상 부도덕할 리는 없다. (핸드볼의 입장에서 보면 ‘상대편 골문에 짱박혀 뻥패스를 받아 골을 넣는 행위‘를 반칙으로 하여도 핸드볼이고 그렇지 않아도 또 하나의 핸드볼일 뿐이다.)

다만 축구에서는 위에서 말한 축구의 기원상 ‘정당하지 못한 경쟁 수단’으로 간주되었기에 결국 축구라는 스포츠의 틀 내에서 오프사이드는 영국의 럭비학교가 최초로 성문화한 풋볼규칙(1845년)에서 반칙으로 규정되었다. 결국 축구에서 오프사이드의 자유는 사라졌다.


오프사이드의 자유가 구속됨으로써 축구는 축구가 되었다. 축구의 본질이 드리블링이 되었다는 말이다. 위에서는, 축구의 본질이 드리블링이므로 오프사이드가 금기/반칙으로 간주/규정되었다고 하였지만 사실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뿐이다. 연구자가 아닌 우리들, 단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닭과 달걀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건 오프사이드를 자유의 영역으로 풀 경우, 우리가 하고 있는 축구가 그대로 축구일 지 축구가 아니게 될지의 문제이다.


오프사이드가 없는 축구를 잠시 상상해보자. 그러나 이 규정을 없앤 축구는 지금 우리가 보는 축구가 결코 아니다.

먼저 키 큰 공격수가 상대 문전에서 어슬렁거리고, 미드필더들은 웬만하면 크로스를 올린다. 지루한 ‘뻥’ 축구만 반복되는 것이다. 게다가 키가 작은 선수도 활약할 수 있는 현대 축구의 매력이 사라지고 만다. 이것은 결코 축구가 아니다.(-정윤수의 종횡무진 축구미학)


오프사이드 규칙은 승부를 바꾼다. 2002 이태리전, 골든골은 이태리 몫이 되었을 지도 모르며 작년 월드컵 스위스 전에서 부심은 빌어먹을 오프사이드깃발을 올리지 않았으리라. 우리 수비수는 동작을 멈추지도 않았으리라. 아니 애초에 오프사이드 깃발이니 오프사이드 트랩 이런 것들이 없었으리라. 압박축구, 수비 뒷공간... 이 모든 것이 사라지리라.

오프사이드 규칙이 없는 축구, ‘다른 축구‘, ’뻥구‘에서는 뻥구(;롱패스)가 본질 즉, 미덕이 되고 드리블에 의한 돌파는 악덕이 될지 모른다. 그래서 가령, 이십 미터 이상의 드리블 돌파는 ’축구의 본질을 파괴한다‘ 하여 금기시되고 급기야는 반칙으로 규정될 지도 모른다. 86월드컵 잉글랜드전에서 마라도나가 보여준 환상의 드리블링은 ‘가장 극악한 반칙사례’로 간주되리라.


우리가 현재의 축구를 하는 한 오프사이드는 반칙이다. 이는, 그러나 오프사이드가 비겁하고 치사한 행위라서가 아니다. 다만 오프사이드가 허용될 경우 승부의 결과가 달라지게 되고, 우리는 승부를 위해서 다른 방식의 축구를 하여야 하고, 궁극적으로 ‘우리축구’의 본질이 파괴되기 때문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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