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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081231 李 v 李


한국 바둑팬들은 행복하다. 일대종사一大宗師가 둘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1

국제기전 시대  20년이다. 1988년 富士通후지쯔배가 졸졸졸 시냇물처럼 흐르기 시작한 이래 벌써 이만한 세월이 흘렀다. 단촐하게 시작했던 국제기전이 이제는 주요(major)기전만 매년 3~6개, 군소(minor) 기전과 각종 단체전, 통합전, 교류전 등 제법 구색이 맞추어졌다. 그 옛날의 시냇물은 이제 제법 널찍한 강이 되었는데,..


강물은 두번을 크게 굽이쳤다. 하여 20년 역사는 세 시기로 나뉜다.


삼국간의 판도版圖다툼의 관점에서 보아, 제1기「1988~1995 삼국 각축角逐期」이다. 그리고 바둑사에 영원히 기록될 1996년, 마침내 이창호가 국제무대 전면장악에 나선다. 그래서 제2기 「1996~2004 한국 독주獨走期」. 그러다 2005년 초 상호常昊의 응씨배 우승이 있었고  이후 제3기「한중 무한대전大戰期」이다. 

 

위의 시기 구분은 두 일대종사一代宗師의 등장과 부침浮沈에 맞물린다. 선대先代 종사 이창호는 1기에 등장, 2기의 前半을 독점적 지배/後半은 후대後代 종사인 이세돌과 공동 지배하였다. 제2기 후반, 이세돌은 등장과 동시에 (이창호와) 공동주주가 되었으며 3기인 현재 1인자이다.


2

이세돌. 대단한 이세돌. 우리는 모두 인정한다. 이세돌의 대단함을.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우리를 궁금케 하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그 대단함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그래서 또 이창호가 등장한다. 이세돌의 비교대상은 이창호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 이 말은 어폐가 좀 있다.

이렇게 바꾸어 말해야겠다. 지금 하는 작업은 그나마 이세돌이니까 하는 작업이지 다른 어떤 기사도 이창호 옆에 끌어다 붙일 만한 기사는 없다. 혹시..혹시 누구는 비교해볼 만하지 않을까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올시다. 왜? 이창호의 대단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까. 그렇다, 이창호와 비교할 만한 기사는 없다. 전혀 없다. 단, 이세돌은 제외하고서. 이런 식으로 말해야겠다.

우린 결국 이창호와 이세돌을 비교한다. 호, 궁금하지 않은가? 두 종사의 비교가 말이다.


비교를 끝낸 후에‘상상’해 보자. 이세돌이 이창호에게 근접한 정도를 갈까? 혹시라도 넘어설 수 있을까? 이창호의 전례를 감안해보아 내년 이후 세돌의 성적은 어떤 곡선을 그릴까?

   

(우리가 대략 아는 바이지만 이세돌은 유창혁을 국내기전/세계기전 양 측면에서 이미 추월했고 조훈현을, 국내기전에서는 추월이 아마도 어렵겠지만 세계기전에서는 약 2/3의 출장수인 현재 시점 마악 추월하는 중이다. 뭐 또 하는 말이지만 이창호의 세계전 전적은 희대의 바둑인 스승과조차 질과 양 모든 측면에서 비교를 허락지 않는다.)



3

앞에서 세계바둑사 세 시기는 두 종사의 부침과 맞물려 구분된다고 하였다. 먼저 이창호를 잣대로 놓고 보자. 한동안(2기 전반기;1996~2000)의 절정기를 뒤로 하고 이창호는 2기(「한국독주기」)의 후반기인 2001년 이후 아주, 아주 완만하긴 하지만 서서히 하강기에 접어든다.(계속)


*여기서 잠시*

승부사를 관찰한다 함은 근거리에서 보는 방법과 원거리에서 관찰하는 두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전자는 반상盤上의 승부사를 보는 방법이겠고 후자는, 바로 지금처럼 승부사의 생애를 전적戰績에 초점을 맞추어 조망하는 방법이다. 특정 시점의 상태를 관찰하기에는 전자의 방법이 맞겠고, 전체를 정리 평가하고 미래를 전망해 보고 싶다면 후자의 방법이어야 하리라. 왜냐면 흔히 하는 말대로 숲에선 나무만 보이고 코끼리의 코만 만져서는 진정한 모습을 가늠 못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대상에서 한 발 떨어져서 보아야 한다. 4년, 8년. 그렇다, 멀리서 보면 보인다.


(계속)멀리서 보니 2001년 이후 이창호는 하강기였다.

하강기라.. 어디 그 하강기 좀 볼까.    
 

. . 참가횟수 승패 승률 4강 결승 우승 비고
01~04 18 40-14 74.07% 10 5 4 .
*주요(major) 개인기전만 집계/번기는 일승으로 셈함(이 방식은 강자의 승률을 높이는 약간의 착시현상이 있다. 대세에 지장은 없다.)/3-4위전은 제외/이하 같음

보았더니 느낌은,..마치‘모 우린 하강기에도 이 정도야’라고 하는 듯 한데,..아차 이걸 보고 있는 이유는 李v.쎈 , 두 사람 비교를 하고싶어서였지. 그럼 세돌의 성적은?


. . 참가횟수 승패 승률 4강 결승 우승 비고
. 21 37-16 69.81% 7 6 5 00~04,00前 有

비교.

. . 참가횟수 승패 승률 4강 결승 우승 비고
01~04 18 40-14 74.07% 10 5 4 .
. 21 37-16 69.81% 7 6 5 00~04

다시 05~08 창호.

. . 참가횟수 승패 승률 4강 결승 우승 비고
05~08 17 35-15 70.00% 8 6 0+? ?는결승미완2

또, 05~08 세돌.

. . 참가횟수 승패 승률 4강 결승 우승 비고
. 17 45-11 80.36% 9 6 4+? ?는결승미완2

비교.

. . 참가횟수 승패 승률 4강 결승 우승 비고
05~08 17 35-15 70.00% 8 6 0+? ?는결승미완2
. 17 45-11 80.36% 9 6 4+? ?는결승미완2


01~08 두 사람 모두.

. . 참가횟수 승패 승률 4강 결승 우승 비고
01~04 18 40-14 74.07% 10 5 4 .
. 21 37-16 69.81% 7 6 5 00~04
05~08 17 35-15 70.00% 8 6 0+? ?는결승미완2
. 17 45-11 80.36% 9 6 4+? ?는결승미완2
01~08 35 75-29 72.12% 18 11 4+? ?는결승미완2
. 38 82-27 75.23% 16 12 9+? 00~08,생애통산


다른 기사 전적 소개를 전혀 않고 있는데, 4년 단위로 끊었을 때 저 정도 전적에 필적한 예는 한 둘뿐(1999~2002 조국수와 2005~2008의 고력古力이,)이고 8년으로 더 길게 끊어주면, 앞에서도 말했지만, 견줄만한 기사가 전혀 없다. 

. . 참가횟수 승패 승률 4강 결승 우승 비고
05~08 古力 17 34-12 73.91% 6 5 3+? 번기一算
88~05 조훈현 54 108-57 65.45% 19 11 9 번기細算
아르마다집계
9?~05   유창혁 53 107-63 62.94% 18 13 6 번기細算
아르마다집계

*조,유의 전적은 3-4위전을 포함한다


알기 쉬운 방식 -학점 방식- 으로 평가를 해보자. 2001~2004에 창호와 세돌의 성적은 A--(에이마이너스마이너스)쯤 된다. 이는 승률, 4강횟수, 결승횟수, 우승횟수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2005~2008의 창호, 평가하기 나름이지만 필자 생각으로는 B+이상 주기 어렵다. 2005~2008 세돌은 어떤 점수를 주어야 할까?, 2000~2004세돌과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차이(진보)가 있다. 그래서 A0(에이제로)를 준다. 결산하면 창호는 A-와 B+, 세돌은 A--와 A0를 기록하였다. 일단 둘은 거의 대등하다. 

(다른 기사야 뭐 상호常昊 정도가 2001~2008해서 B- 정도나 될까? 고력이는 아까 말했고.)


앞에서 ‘모 우린 하강기에도 이 정도야’라고 했는데, 그럼 안 하강기엔 어떠했을까?

이창호의 최절정기는 1996~2000이다.

. . 참가횟수 승패 승률 4강 결승 우승 비고
96~00 21 62-11 84.93% 15 11 10 .


세돌의 최고학점인 A0가 어떤 점수냐면 전체승률 80%근처, 참가횟수 대비 절반을 조금 넘는 4강 진출, (내년 두 개의 결승이 미지수이긴 하지만) 결승 필승 또는 거의 필승, 참가횟수 대비 1/3의 정도의 우승확률을 보이고 있다. 축구로 치자면 펠레 또는 마라도나급이다. 그런데,

전체승률 85%, 70%대의 4강진출율, 참가해서 거의 절반 가까이 우승. 이것이 1996~2000의 이창호이다. 평가를 하자면 A+++를 주어야겠다. 아마 펠레에 마라도나에 베켄바우어가 한 팀에서 뛰면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다. 오! 이창호.


생애를 두고 이창호가 그린 곡선은

등장기-->절정기(판도 强性강성장악기)-->완만한 하강기1(판도의 공동주도자)-->완만한 하강기2(건강이상기-준우승다수시기)

역시 생애를 두고 이세돌이 그린 곡선도 비슷하다.

등장기(판도의 공동주도자)-->절정기(판도 軟性연성장악기)-->?

(같은 색깔이 겹치는 시기이다.)

이창호는 1975년생이고 이세돌은 1983년생이다. 8년의 터울인데, 앞으로 많은 것을 시사해줄 숫자가 이 이 8이란 숫자이다.

자료를 보자.



<자료> 이창호 v 이세돌 각종 비교 (자료정리:아르마다, 이창호홈피)


구분                    이창호                     이세돌

생년월일                1975.7.29                  1983.3.02

입단 시기               1986.08(만 11세 1개월)     1995.07(만 12세 4개월)

메이저 첫출전           1989.4.01(만 13세 8개월)   1997.6.27(만 14세 3개월)

메이저 첫결승진출       1991.6.17(만 15세 10개월)  2001.2.10(만 17세 11개월)

첫결승까지 참가기전     4회                        5회

메이저 첫우승           1992.1.27(만 16세 6개월)   2002.8.03(만 19세 5개월)

첫우승까지 참가기전     4회                        10회

6회 우승 시점           1997.11.28(만 22세 4개월)  2005.7.04(만 22세 4개월)

6회 우승까지 참가기전   19회                       22회

6회 우승시 총 전적      55승 17패(76.39%)          51승 21패(70.83%)


*번기細算(맹물집계는 번기一算, 번기를 세세하게 세면 번기강자의 승률이 약간 낮아진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창호의 입단은 매우 빠르다. 그래서 잘 보면, 원래 8살 터울이 입단시점에서는 더 벌어지고 있지만 이후 이세돌의 맹렬한 추격으로 다시 8년 간격을 회복하고 있는 흐름이 보인다.


저어기 위에서 보았던 표를 다 모아보자.

. . 참가횟수 승패 승률 4강 결승 우승 비고
01~04 18 40-14 74.07% 10 5 4 .
. 21 37-16 69.81% 7 6 5 00~04
05~08 17 35-15 70.00% 8 6 0+? ?는결승미완2
. 17 45-11 80.36% 9 6 4+? ?는결승미완2
01~08 35 75-29 72.12% 18 11 4+? ?는결승미완2
. 38 82-27 75.23% 16 12 9+? 00~08,생애통산
. . . . . . . . .
89~95 12 17-9 65.38% 3 3 3 .
96~00 21 62-11 84.93% 15 11 10 .
89~04 51 119-34 77.78% 28 19 17 .
89~08 68 154-49 75.86% 36 25 17+? 생애통산


표를 보면 더 분명해진다. 2004,2005어름의 이세돌은 바로 1995,1996어름의 이창호다. 분기점이 되는 각 시점이후  세계는 이창호의 ‘강성통치’하에 들어갔고, 이세돌의 ‘연성통치’하에 들어갔다. 우리가 본 대로다.

그리고 한동안의 통치이후 이창호는 아주 완만하지만 하강기에 들어갔는데 그게 25살 무렵이었다. 그럼 이세돌도 내년이면 만 26인데 그도 역시 완만한 하강기로 갈까?  즉, 09년의 이세돌은 01년의 이창호일까?


아니 우리 세돌이가 쪼매 해묵은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하강기 타령이얌? 내년에 고력古力이랑도 한 판 징허게 뜨야 헐 판에 별 시덥잖은 소릴 하고 있어. 니가 시방 고력이한테 지길 바라는 겨? 그런겨?

-_- 그런 소리가 아님을 알 것이다. 하나 말해보자면 말 그대로 그는 일대종사다. 일대종사라는 전제하에 무슨 기니 저슨 기니 하고 있을 뿐. 고력이에겐 같은 소리 안 해줬다. 종사宗師 싹수가 좀 보이긴 하지만. 또, 2000,2001어름 그 당시 누가 이창호가 하강기로 접어드는 중이란 짐작을 했을까? 멀리서 보는 지금이나 가능한 이야기지.

이것도‘상상’해 보자. 이세돌이 이창호에게 근접한 정도를 갈까? 혹시라도 넘어설 수 있을까? 어쨌거나. 이들에 대답은 쉽지 않다. 매우 어렵다. 두 종사宗師는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 몇 가지 변수를 고려하여야겠는데 기사의 생물학적 나이, 시대와 기사의 층, 이세돌의 결혼, 이세돌의 기질 이런 것들이다. 거기다 동년배 호적수 고력古力이란 미지의 변수까지. 이에 대해서 더 생각을 해보면 좋겠지만,..

애초 이 글의 목적은 (과거의) 자료를 놓고 양李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좀 더 근원적으로 가서 말하면, 이세돌이 만들어가는 성적이 해를 거듭할수록 대단해져 가는 바 참으로 인상적이어서 이게 어떤 수준인 건지 그게 궁금해서였다. 수치를 내놓고 보니 이세돌도 대단하지만 이창호는 역시 엄청나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든다. 이세돌도 A+++를 받아볼 수 있을까..


이세돌의 미래를 예측하긴, 어려운 일이다. 내일의 일도 모르는데 숫자 몇 개로 앞으로 몇 년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래도 이 정도는 말할 수 있다.


이창호는 국내는 일찌기 접수하였지만 알다시피, 세계무대접수는 시간이 좀 걸렸다. 몸 푸는데 5~6년이 지난 후 비로소 완전장악기로 들어간다. 1990년 어름 전면 등장하여~2000, 전체적으로 약 10년의 세월동안 보합 내지 상승주였던 셈인데 이 과정에서 승률은 (퍼센티지로) 초기 60후반에서 후기 80초반에 이른다. (위 표번호 참조) 이세돌은 좀 다르다. 국제무대만큼은 흠 들어서서 손가락 한두 번 우두둑거리나 싶더니 냉큼‘공동집정관’이 되었다.
 

. 동증 L
88 . . 武(林) . . . 조(攝)
89 . . 武(林) . . . .
90 . . 林(攝) . . . .
91 이(林) . 治(錢) . . . .
92 이(治) . 竹(王立) . . . 서(竹)
93 조(依) . 유(조) . . . .
94 馬(攝) . 조(유) . . . .
95 이(馬) . 馬(小林) . . . .
- - - - - - - -
96 - . (馬) (유) 依(유) . 유(依)
97 조(覺) . 小林(王立) 王(유) (覺) . .
98 (유) . (常) (馬) (馬) . .
99 . 조(이) 유(馬) 兪(유) ((善津) . .
00 . 王(馬) 조(常) (이세) 유(山田) . (常)
- - - - - - - -
01 . 유(王) 조(최명) 유(조) 조(常) . .
02 . (羽) 이세(유) 이세(이) 조(磊) (常) .
03 . . 이세(태곤) (목) 治(훈) . .
04 . (鶴) 훈(依) 張(兪) 이세(王檄) 이세(常) 常(최)
- - - - - - - -
05 . . 이세(철한) (陳) 羅(이) . .
06 . (常) 박정(鶴) 周(胡) 常(이) 이세(張) .
07 . . 훈(이) 이세(한) 이세(훈) . .
08 . 이v常 (이) 이세v力 이세v孔杰 力v文 이v최
. . L
*年은  대회 시작하는 연도(약간의 예외 有)

또 다른 게 있는데 국내무대에서 거꾸로 낮은 승률로 시작하여 -이창호는 입단 초기부터 높은 승률이었다- 점점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 천년 통산 이창호에 근소하게 모자라는 2위, 그런데 근래 5년을 통산을 낸다면 아마 이세돌이 확연하게 1위이지 싶다.) 

분명한 장점, 이세돌이 결혼을 몇 년에 했던가,.. 하튼 그의 상승기조는 결혼을 전후로 상당한 탄력을 받았다. 그런 인상을 준다. 어쩌면 결혼이 가져다 준 심리적 안정이 상승기조의 진정한 원인인지도 모른다. 내가 받은 이세돌의 첫 인상이 완벽주의에 예술가형이 주는 불안불안한 모습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