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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090528 이세돌 중국리그 對 주예양周睿羊 전 (상세 해설)

 

올해 벌어지는 세계대회는 고작 4개, 그 중 하나(BC)는 고력古力이 먹었고 하나(富士通후지쯔)는 고력이 탈락, 하나(LG)는 세돌이 탈락했다. 남은 것은 삼성배 하나. 그렇다면 올해 두 사람이 만날 확률이 매우 낮아졌다. 이리하여 세돌의 처지가 꽤나 사납게 되었다.

동갑내기 숙적이 턱하니 보위를 꿰차고 앉은 보기 싫은 꼴을 꼼짝없이 1년은 더 좌시해야 할 형편이라니... (여담이지만 창호v고력 戰이나 창호v세돌 戰이라도 어떻게 좀...)


이런 때 일수록 자꾸자꾸 많이많이 이겨야 한다. 바둑 外의 일에 쓸데없이 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세돌, 당신이 잘 할 수 있는 것만 잘 하면 되는데...
 
이 판은 세돌이 참 잘 해주었다.




갑조리그 4회전 귀주백령百靈 v 산동련통聯通 주장戰 對주예양周睿羊. 이세돌이 백.


(이 게시물을 쓰기 위하여 기보그림과 해설을 이용/참조한 기사 연결 - 왕뢰王磊해설, 기사에 의하면 왕뢰는 국후 이세돌과 주예양의 복기를 옆에서 지켜보았다고, 해서 그 요점과 대국자 두 사람의 간단한 의견 등을 기우들에게 전한다고. 고맙다고. 왕뢰씨 수고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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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8은 요즘 유행하는 어정쩡한 협공, 소위 「전투를 보류하는 수」인데 세돌은 거꾸로 이 수를 둠으로써 전투를 유도한다. 어떻게? 지극히 챙겨버리는 수법으로. 10,12 그리고 14,16을 보라. 아무리 보아도 흑17은 세돌이 자청한 인상이 짙어,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된다. 왕뢰에 의하면 백 12는 A가 보통이며 백 16은 B도 가능하다고.


(왕뢰)백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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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도 말했지만 백12(흑21 한 줄 아래의 백돌)가 3선이었다면 흑21이라는 안성맞춤이 없다. 그럼에도 굳이 4선으로 두고 22,24,26으로 따박 따박 받아먹는 세돌을 보면 세돌이 잡은 이 바둑의 구상(concept컨셉)이 무엇인지 감이 온다. 여담이지만 필자 같은 하수는 저거 하나씩 늘 때마다 따박따박 장고했을 것이다. 왜냐 갈등이 오거덩..이거 내가 이래도 되는 겨 하고..근데 세돌은 아마 세 번 모두 노타임으로 늘었으리라. ‘뭐 느는 수 말고 다른 거 있어?’ 이러면서 상대를 한 번 힐끗~ ㅋㅋ

아 열 받겠다 주예양은.


(왕뢰)백은 「흑22」를 얻어맞을 순 없다. 흑27로 A로 봉쇄하고 싶지만 백B~D로 살자고 들 여지가 있다. (이 경우 27과 A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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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는 좋은 수. 이에 이세돌은 조금치도 꼬랑지 내리지 않는데, 마치 상대를 약 올리려 바둑을 두는 듯하다. 왕뢰는 감탄한다.


(왕뢰)흑33은 ‘기세의 한 수’. 36~42는 ‘난나야’(我行我素: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평소 자신의 방법에 따라 하다.)라 할 챙김. 사람이건
바둑이건 개성 또렷 이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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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자리로 단수 칠 기회가 흑에게 있지는 않은 듯. 그래도 그렇지 백46이라니. 시작부터 이 장면까지 백의 수순 하나하나를 보며 받는 인상. 나 죽고 시퍼으. 죽고 시퍼으. 그러니 나 좀 죽여 주으~
대마는 정말로 죽었다.


(왕뢰)백46은 좌변 대마 포기 선언. 이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이세돌 특유의 기세.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백46으로는 A자리로 두었을 것이다. (그러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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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뢰)먹어서 흑이 나쁠 리가 없다. 백 형세가 나쁘며 근본문제는 훨씬 이전에 있었다고 이세돌도 국후 인정했다.  다만 흑57은 흑A >백57에 >흑B가 뒷맛이 좋았다.


(흑이 좋단다. 맞다. 근데 그 좋은 정도가 어느 정도인가. 필자의 소박한 의견으론 중앙 두터움 정도가 아닐까. 허니 흑도 계속 잘 두어야 한다.)

백50 한 점은 축이다. 그렇다면 실전심리상 누구라도 이렇게 잡고 싶지 않을까. 그런데도 왕뢰가 축으로 잡은 흑57을 지적하는 이유는 이 축을 둘러싼 희미~한 맛 때문인데 세돌의 민감한 후각은 이 희미한 맛조차 간단히 흘려보내지를 않았다. 곧 나오지만 세돌은 이 축을 둘러싼 흥정을 걸어간다. 흥정에서 주예양은 희미한 이 맛을 의식하고 있었을까. 세돌이 '검은 흥정'을 걸어왔음을 알아차렸을까? 그랬다면 이 바둑은 주예양 그가 가져갔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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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뢰)백60,62는 혼란을 유발하고자 하는 비상수법.


<형세 逆戰역전과정의 하일라이트!> 백60 이‘축을 두고 걸어간 흥정’이었다. 세돌은 값을 좀 비싸게 부른다. 말하자면 백의 주문은 ‘얘얘 너 뒤가 좀 구리지 않니? 그러니 상용의 대응인 젖힘을 좀 해 주지 않으리?’ 이런 것이다. (그러면 백은 늘고 흑이 2선 빠지고 백이 4선 꼬부리고 되는 과정. 이는 백의 우변 기착점과 안성맞춤이라 백을 편하게 해주는 감이 있다. 누구라도 그렇게 해주기는 싫겠다.)

주예양은 그렇게 비싼 값은 못 치르겠다며 61로 협공을 해 간다. 이래서 백O라는 골치깨나 아픈 맛이 생겼다. (백O에 흑은 당연히 □로 받아야겠는데, 문제는 이 교환 순간 축이 해소되어 버림에 있다.)

결과론이지만 흑61로는 (비록 백의 주문이지만) 젖히는 상용의 수법이나 아니면, 그냥 서는 정도가 어땠을지...

세돌이 이 맛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하회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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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이용> 헉! 축을 두 번이나 나온다. 얼씨구나,.. 어? 그런데 축을 축으로 몰지 않은 흑71은 어인 사정일까. 바로 아까 말한 골치깨나 아프다던 그 맛 때문이다. 계속 축으로 몰다가는 우하귀가 결딴난다.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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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예양의 73은 ‘흥정에 실패한 자’의 반성? 자수?.. 그런 의미의 手이다. 그런데 이상한 수이다. 흥정실패의 대가는 71(축을 축으로 몰지 못한 수)로 이미 치르지 않았나. 그렇다면 굳이 때늦은 자수를 할 필요는 없는데?...주예양은 흔들리고 있다.
 

(왕뢰)흑73은 74자리가 낫지 않았을까.


백의 기회. 해서 백74~백82까지 백 호조.

초반 불리 국면 이후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자. 고도의 흥정과 패와 축, 이들의 교묘한 조합. 어떻게든 판국을 반전시키는 세돌의 솜씨는 요상하기도 하고 야릇하기도 하고,..암튼 압권이다.
흑의 입장에서 보자. 그럼에도 불구, 아직까지는 바둑이 기운 상황은 아니었으나 이미 호각의 중반 국면이 되어버린 터라 이후 주예양은 이세돌을 당해내지 못했다.

(이후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수순만 소개한다.)

 

(왕뢰)백74~80은 봉쇄 겸 연결, 가치가 크다. 흑81은 손 따라 둔 수. 백82는 패감 겸 집을 버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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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뢰)흑87은 백A로 패를 만드는 수단을 방비하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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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뢰)흑113은 A자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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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뢰)백116,118,120은 타개의 강수. 흑121은 A로 인내해야 한다는 이세돌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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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뢰)백126은 악수이며 A로 바로 연결해야한다는 이세돌의 설명.

(왕뢰)흑127 패착! A로 두어야. 그러면 백130이 성립하지 않으며 하변은 흑에게 손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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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뢰)하변이 백집으로 되면서 백 우세 국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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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149는 일종의 승부수이나...




다 두었으면 반면 3집이란다. 이하 略. 210수 백 불계승.
'세불리를 자청하고 기어코 뒤집는다'는 세돌의 독문절기?...어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