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6
2006.11.11 중국 갑조리그 16회전 對 古力(고력)
‘한 명은 절대적으로 천재입니다. 다른 한명은 골을 넣는데 있어서 천재구요.’
영국 축구 대표팀 카펠로 감독이 한 말이다. 절대적 천재란 FC바르셀로나의 메시, 골 넣는 천재는 前 맨체스터유나이티드 現 레알마드리드의 호날두이다. 세계 축구계를 주름 잡는 두 영웅인데, 카펠로 감독의 저 표현을 접하고 나는 이세돌과 고력을 떠올렸다. 한 명은 절대적으로 천재, 다른 한 명은 바둑을 이기는 데 천재...
먼저 형세를 집어보자. 흑집은 하변이 42집, 전체 60집 정도. 백은 좌변과 중앙 확정가 33집. 그렇다면 우변 기착점 2점과 중앙 세력을 엮어 20집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흑이 편한 국면이라는 생각이다. 흑이 고력, 백이 쎈돌.
그리고 당신이 바둑을 웬만히 둔다면 같이 생각해보자. 당신은 백이라면 당신은 이 시점에서 1자리를 선택하겠는가? 2자리를 선택하겠는가?
나라면,..
이 시점에서 일단 호흡을 골라야 할 것이고(대략 흥분해서 잊고 넘어가버리는 경우가 일상다반사이지만), 잠시 고민하다 ‘엥이 그래도 바둑은 집이징. 나중에야 우찌될 값에..’ 이러면서 2자리나 그 왼쪽 아래 33을 두드리겠다.
당신이 받은 질문(당신의 선택을 묻는), 그리고 나의 답변은, 아마추어끼리의 질문이었다. 프로라면 아마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정답’이 존재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세돌이 두었다면 그 자리가 정답이리라. 백1이 정답.
이로써 그 오른쪽 흑돌을 차단하는 수단(위 그림의 3 자리로 끊어보라.)이 생겼고 흑‘가’로의 움직임을 보면서 A로 어깨 집거나 한칸으로 다가서는 등 흑의 수단도 방비하였다. 자. 다음으로..
'환상적인 선수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만약 당신이 나에게 물어본다면, 그는 매우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리오넬 메시일 거 같습니다.(카펠로 감독)
다시 당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위 그림)당신 눈에는 백1이 큰가? 흑2가 큰가? 아까도 말했지만 흑2 오른쪽 화점자리로 백이 끊으면 그 아래쪽 천원 언저리 흑 두점이 차단된다.(그래도 백3점 작대기에 가는 피해는 없다.) 이건 크다. 그런데 백2자리도 무시 못 하게 크다. 결국 두 자리는 크기가 비슷해보인다. 적어도 고력의 '의심'을 사지 않을 만큼은 엇비슷하다. 만약 두 手 가치의 크기에 있어 차이가 컸다면 얘기가 달랐겠지만..
쎈돌의 1,2 교환에 고력은 ‘예측’했으리라. 크기는 비슷하군,..근데 귀에 무슨 수단이 있나? 으~음~..없자나. 없는데?.. 오케!
흑6! ‘예측하지 못한 자’의 딴 짓.
오 ~ 그런데
3으로 두어 흑돌 한점을 잡을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2로 둬온다면 이건 '딴 맘'이 있다는 얘기. 이건 무언가. 그렇다. 메시의 ‘슈팅’이다.
슈팅! 이 순간 시간은 느려지고 감각은 예민해지고 인식은 선명해진다. 이런 순간은, 그리하여 뇌리에 선명히 각인된다.
공을 몰고 가다 다리를 한껏 뒤로 젖히는 동작! 슈팅의 예비동작! 백2! 이 手를 당하는 순간 고력은 즉시 알아차렸으리라. 이제 슈팅이 날아오리란 사실을. 그러나 어쩌랴. 이제 와서는 백약이 무효인 것을. 공은 이미 골대로 날아가고 있는 걸. 골대에 박힌 것을. 아이쿠! 또 당했다. 바둑판을 내려보던 고개를 들어 올려 앞쪽을 쳐다보나 ‘메시’는 이미 골 뒤풀이 중인 것을.^^
백의 치중에 실전에서 흑은 A로 받았다. 흑의 응수 후보로 A부터C까지 검토해보자. 혹시라도 흑에게 구명줄이 있는지를.
1선 마늘모인 백9가 필살의 수(實戰). 바둑은 그것으로 승부가 났다. 이후 여러 수가 더 두어졌지만 무의미. 따라서 實戰 수순은 생략한다. 우리가 궁금한 건, 백9 이후 흑의 저항 가능 여부.
흑1,3으로 궁도를 넓혀 저항하지만, 상변 공작의 효과로 백6이 가능해졌다. 4,5를 교환하고 백6으로 두어서 오궁도화. 그럼 위로 돌아가서 흑B로 응수했다면? (흑C는 本 그림과 대동소이)
일단 같은 1선 마늘모(백8). 단지 이번에는 오궁도화가 아니라 수상전으로 흑의 수부족. (흑9로 저항하면 10,11 교환한 후 나가서 백14로 끊는다.)
예측이 불가능한 메시의 플레이. 아차 하다가 당하게 마련인 쎈돌의 전류같이 빠르고 찌릿찌릿한 수읽기.
다만 우리는 이 점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하지만 만약 득점력과 마무리 능력에 대해 물어본다면, 그때는 호날두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는 프리킥으로 득점을 할 수 있어요. 헤딩도 잘합니다.’
(本 바둑 및 手의 해설은 이창호 홈피 자유게시판 백호은침님께서 글 ‘묘수일까? 꼼수일까?’로 소개한 것이다. 다만 해당 글로의 직접 연결은 불가능임 터벅터벅 걸어서라도 찾아가실 분을 위하야, 주소는 ==>
http://www.leechangho.com/board/view.asp?gubun=P001&seq=21209&pagec=3&find=백호은침&findword=id )
NO.7
2002.06.30 한중 신인왕전 對 彭筌(팽전) 제1국, 258수 백4.5승
웬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이세돌이 백△로 묘한 자리를 내려섰다. 이 장면에서 팽전은 의심을 많이 했어야 했다.
백1은 고난이도의 질문이었다. 너 어떻게 살래?
간단히 말해 흑은 잘 살아야 했는데,.. 근본적으로 백의 鬼手(귀수)를 흑은 몰랐던 것이 죄라면 죄였다.
(응수후보 1)흑2, 자체로 완생이긴 하지만 차후에 끝내기로 많이 당한다.
(응수후보 2)늘어지긴 했지만, 사활이 걸린 패맛이 남는다.(4에 5는 불가피) 그렇다면 과연 팽전은 세돌의 '질문'에 어떻게 '답변'했어야 했을까? 이 의문에 아마추어로서 정답을 자신할 순 없다...하튼!
(實戰)팽전은 손해도 안 보고 삶에 지장도 없도록 하는, 나름 깔끔한 답변을 해냈다. 그랬는가 했는데,.. (이 시점에서 일견 드는 생각, 백△가 참 바보 같은 곳에 있군여.)
여기서 '바보' 이세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보자. 백△‘운동장 구석탱이로 공을 몰고 가서’ 백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백 2,4,6이다. 그런데 귀 흑은 살아 있다. 그럼 백2,4,6은 무엇이 되는가? 논이 되는가? 밭이 되는가? 바둑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당신 같으면 이렇게 아무 뜻 없는 짓을 하고 싶겠는가?
알고 한다면 바로 大鵬(대붕)이지,..당신이 이세돌이지.
즉, 이세돌이 한 짓은 깊은 뜻이 있었다는 야그. ‘彭筌, 당신, 제대로 사는지 좀 봅시다 그려. 허투루 살다간 바로 뭐 날아가오!’뭐 이런...
實戰에서 흑은 1로 두어 ‘일단 완생’은 했다.(백이 2의1 자리로 두어 넉점으로 잇는 수는 안 된다.) 다만 그래도 鬼手(귀수)가 있는 고로. 즉 귀가 자체로 두 눈이 나지 못한 관계로, 차후 만약 백2에, 흑■까지는 괜찮은데,.. 그 다음 백의 두 점 단수(결국 대마 눈을 빼앗는 작업이다.)에는 응수를 못하고 ●로 두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행여나 두점마저 살리려다가는 鬼手의 여지를 허용한다. 팽전은 이걸 몰랐고, 이세돌은 이걸 알았고,..
이세돌은 겉으론 ‘불리한 바둑을 열심히 추격’해간다. 가능한 한 패감 관리를 염두에 두면서. 그리고...
겉으로만 보자면, 극도로 미세해진 장면이다. 얼핏 반집을 다투는 혼전 양상. 붉은 동그라미 부분을 잘 보라 자연스럽게 끝내기를 하는 척, 용의주도하게 파호를 마쳤다. 따로 큼직한(작은 패감은 안 된다.) 패감도 마련해두었다.
그리고 백1. 오! 자살 특공대.
그리고 다시 치중.
패가 났고 패의 대가로 좌변을 뚫려 흑은 치명상을 입는다.(아래)
(上中下 세 편에 걸친 10여 개 묘수 수집은 평소 수집과 함께 중국 棋友의 도움(☞해당 게시물은 중국 사이트에서 대단한 인기를 모았다)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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