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8
2004.08.27 豊田(토요타)배 4강 對 孔杰(공걸)
초읽기에 몰려 둔 공걸(흑)의 시간 연장책이 事故의 시발이었다. 쎈돌은 그 순간을 절대 놓아보내지 않았고...
백△로 흑 대마 사망, 다른 수는 모두 안 된다.
더 깊게, 더 넓게, 더 빠르게.
근대 올림픽 구호가 ‘더 높이, 더 빠르게, 더 멀리’라면 바둑은 더 깊게 읽어야 하고 더 넓게 읽어야 하고 더 빠르게 읽어야 한다. 그런데 바둑이 묘한 것이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바둑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 판단이라는, 못지않게 중요한 영역이 남았기 때문이다.
우찌 되얕든가눼, ‘공구리’ 공걸은 공구리답게 묵묵히 두어 쎈돌을 상대로 완승 직전까지 갔다. 그런데 초읽기에 몰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수읽기가 빠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만 있었다면, 시간만 있었다면...
백1에 이은 백3이 매우 중요, 그냥 5는 흑이 2 右下 3선으로 튕기고 5 한 점 단수 치고 3 자리로 두어서 패
요즘 공걸이 누누이 하는 말이 있다. 예전처럼 한 수 한 수 좌고우면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이제는 시간관리가 된다고. 그러다 보니 자신이 생겼다고.
공걸은 그렇다면, 수읽기가 빨라졌을까. 아마추어의 경험이지만 수읽기가 빨라진다는 말뜻은 안다. 사활 공부를 하며 초속기 대국 훈련을 병행하면 수읽기가 빨라진다. 수읽기 가지에 있어서 필요 없는 가지는 쳐내버리고 꼭 필요한 수만 읽도록 감각을 연마하는 훈련이다. 그렇게 꾸준히 훈련하면, 장고바둑, 천하의 곰바둑도 서능욱 바둑이 된다. 그러면서 한판 바둑에 비슷한 품질을 유지한다. 그건 적어도 수읽기의 빠르기는 향상되었다는 얘기다.
아까 위에서도 말했지만 깊게 넓게 빠르게 읽는다 해서 그게 다는 아니지만.. 판단이란 또 다른 영역이 남았긴 하지만.
공걸은 바둑이 늘었을까?...
NO.9
2009.06.27 중국 갑조리그 8회전 對 古力(고력)
123으로 129자리로 두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아래 그림 참조) 124로 125자리로 늦추어 받고 싶지만 역시 그럴 수 없다.(아래 아래 그림 참조)
破局(파국)을 향하여 마주 달리는 열차, 치킨 게임이다. 서로가 자신이 있다면 양상은 치킨 게임으로 갈 수밖에 없다. 기다리는 건 둘 중 하나의 파국.
흑1로 두고 싶지만 백4가...
백 '가'로 잡다가는 흑 A가 선수.(아래 그림 참조)
깊게 본다는 건, 동일선 상에서 멀리 본다는 것이요, 같은 지점을 먼저 본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쎈돌이 멀리, 먼저 보았다. 쎈돌의 수읽기가 깊었다. 그리고 정확했다.
3 자리에 흑돌이 없다면 이렇게 사고가 난다는 얘기, 그래서 백은 3자리에 흑돌이 선수로 오지 못하도록 두어야 했다는 얘기
실전(148 백 불계승), 136이 좋은 수, 134로 137은 착각으로서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
139로 달리 저항하는 수단이 있긴 하나(아래 참조)
6,8. 일선을 들여다 보는 백8이 족보에 나오는 묘수
여기서 관건은, 볼 수 있느냐(넓은 수읽기)가 아니라 언제 보느냐(깊은 수읽기). 이 점 쎈돌이 한 치 더 깊었다.
NO.10
2003.03.14 富士通(후지쯔)배 16강 對 羽根(하네)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기습입니다...’
무슨 기습? 쎈돌 표 기습.
백2에 羽根은, ‘이거시 당췌 머시당가’일단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리곤‘잡으러 오는 거시여 시방?’ 그런 비슷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고, 에 또..근데 이거시 다름 아닌 쎈돌이 두어온 수 아닌가! 다음 차례로 뒷골이 띠잉 하고 땡겼을 것이고, 설라무네~ 남은 일은, 젖 먹던 힘을 다해 헤쳐나가는 일, 마귀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일만 남았구나...
그러나 이미 쎈돌의 무지막지 깊은 수읽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다 읽고 있었으니,..
젖 먹던 힘으로 헤쳐 나온 광명, 아닌 게 아니라 귀의 백이 위험해보인다.
에이 씨바, 이게 뭐얌. 어째 뒷골이 땡기더라니.. 구러언~ 수가 있었쪙?
백 몇 마리를 잡고 싶음 맘 굴뚝같지만 아래쪽이 거덜..줸장헐~
마지막 몸부림, 그러나...
수상전은 자체로 빅, 근데 흑1로 대마를 살려야 하고, 그러면 백2에 우측 흑마가 눈이 없으므로 전체 몰사. 에이 씨 무작시런 넘... 나 안두 안두!
번외
NO.11
2006.09.28 춘란배 8강 對 謝赫(사혁, 흑) 235수 흑 불계승
NO.12
2004.04.30 응씨배 24강 對 胡耀宇(호요우,흑) 321수 백 5점승
NO.13
2008.12.02 중국 갑조리그 17회전 對 常昊(상호,백) 183수 흑 불계승
NO.14
20008.12.04 중국 갑조리그 對 周睿羊(주예양,흑) 317수 백1/4子승
일단 백의 넉집 손해수. 그러나 자체로는 수가 나지 않음. 다만 이후 중차대한 패싸움에 패감으로 결정적 역할. 쎈돌이 그걸 감안하고 두었는지, 진정한 착각(&행운)이었는지는 불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