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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090820 팔은 안으로 굽는다 -天元전 2국 강동윤 기분 좋은 승리


 (그림이 흐리면 그림에 손바닥 대고 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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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전1

좌상에 백이 걸치고 흑이 협공한 장면. 백은 흑의 좌하귀 위협에 손을 뺐다. 사이버오로 생중계 해설자(‘오제자’)는 ‘뭔가 백이 좀 급한 느낌이...이러고 있는데,


Tom.com의 대국 중 중간 전달 記事()에서 전하는 중국현지 검토실의 분위기는 이랬다. 중국 검토실은, 장면도 직전 시점에서 백 만족이라 보았다 한다. 

훔 -_-;;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가...




다음, 좌하에 손을 뺀 백의 좌상 걸침(실전54) 및 흑의 협공에 상변 젖히고 늘은 수(실전56,58)에, 그동안 빠르게 두어오던 강동윤이 장고하기 시작했다고 記事는 전한다. 이에 검토실의 王磊는 "이건 (나도)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강동윤이 멍해졌을 거여.“ 라고 말했다고.

본래 초반 형세를 백이 나쁘지 않다고 본 검토실이지만, 백56,58의 '특별'한 행마를 두고는‘안개같다(云山霧罩)’면서, 감히 형세 우열에 대한 판정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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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전2

흑2까지의 장면에서 해설자 오제자는 '백이 약간 엷다'면서 동시에‘어려워요 어려워’라고 한다.

실전1 이후 쌍방 큰 잘못 없이 몇 십 수 교환된 현 장면이다.

어쨌거나,

위 그림 흑2 이후 바둑은 종반으로 접어들지 않고(=평온하게 끝내기 국면으로 접어들지 않고) 전투가 벌어지면서 중반이 연장된다. 백3, 흑4로 인하여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그 변화 종결 후 형세는 흑 유리였다. 원인은? 


중국 검토실이나 오로 해설자 오제자, 흑의 국면 운영 태도 등 여러 정황으로 보건대, 실전2 백1 직전 장면에서 형세는 ‘안개 속’이었겠다. ‘선착의 효가 살아있다’라 말해도 좋다.

자, 이런 정도의 국면이라면, 그리고 이창호 류의 신봉자 진요엽이라면, 섣부른 도발을 자제하고 기회를 노리면서 ‘자, 우리 어깨동무 하고서 종반으로 가봅세. 거기서 승부를 봅세’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변화가 생겨야 했을까?


내가 보기에 문제는 그림의 백1이다. 백1은 그럼 반드시 흑2 자리에 두어야 했을까? 그렇게(;반드시 라고)는 말할 수는 없고,..

좌하귀는 몇 십 수 이전에 백이 손 뺀채 주욱 방치해오던 터였다. 근데 이제 흑돌(백3 왼쪽 아래 흑돌, 실전 85)이 하나 더 오면서 귀가 완전 봉쇄 상황에 처했다. 즉, 이전과 사정이 달라졌다, 그렇다면 흑2 자리 갈라침의 유혹(오제자가 추측/추천한 자리)이 굴뚝같지만 꾹 참고 백2에 보강함은 나름 일리가 있다. 더구나 이런 이창호 류 手가 진요엽 평소의 기풍임에 이 수 자체가 나쁘다 말하긴 어렵다. 문제는,..


바둑은 수순이라고, 좌하귀를 보강해야 한다면 보강하기 전에 들여다보아야지, 보강하고 난 후에 들여다보면 누군들 한번쯤 반발을 고려해보지 않겠느냐. 이런 지적이다. 즉, 위 그림 백1,3의 수순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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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먼저 들여다 본다. 이어주길 기다려 백3. 이건 흑이 실전처럼 하변 화점(0표시) 자리에 두기가 좀 껄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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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잇지 않는다면 위처럼 둔다. 좌하귀 봉쇄에 비상시를 대비한 숨구멍이 남음이 자랑이다.


실전에서도 위 참고도와 비슷한 모양은 나온다. 그러나 큰 차이가 있는데,
실전3:빨간 동그라미 속의 백돌, 실리로 매우 큰 자리이다. 그렇기는 하나 필자 느낌에 저 돌은 한가하다는 느낌이 든다.
어떠신지? 좌하귀가 저 백돌이 없는 이유로 사망한다거나 극심한 핍박을 당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당신은 저 돌을 다른 어딘가로 옮겨놓고 싶지 않은가? 아니라고? 우쒸~
(지금 실전 국면이 흑선인데, 저 돌을 옮길 수 있다 치면, 결국 백선이 되는셈이다.)  

만약 필자가 저 바둑을 둔다면 당연히 저 돌을 다른 어딘가로 옮긴다. 그곳이 어딘지는 어렵지만, 그래도 예를 든다면 하변 화점에 붙인다. 흑이 젖히면 맞끊고...


물론 아무리 프로라 해도 이런 정도로 승부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이후 강동윤이 잘 두었고 진요엽의 실수 또한 없지 않았다. 그랬기에 흑이 이겨간 것이지 이 장면에서 반드시 승부가 결정났다 그런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무리이다. 그렇긴 해도 만약 내가 프로이고 내가 진요엽이라면, 패배 후 돌이켜보았을 때 저 수순 착오를 매우 후회할 것이다.
 

이상으로 오늘 바둑 소감 끝.




팔은 안으로 굽는다. 3국, 결승국 우리편 승리를 바라며...






-추가-
*1국을 해설한 마효춘의 견해, 1국 끝내기 단계에서 흑이 좌하귀 2선으로 빠졌을 때 백이 손을 빼고 좌변 2선으로 건너붙인 수가 작았다면서 백이 단순히 받아두었다면 백승이라고.

*오늘 바둑 종료 후 강동윤은 1국에서 끝내기 단계에서 잘못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1국을 지고 강동윤은 인터넷으로 한국에 있는 동료를 불러내어 함께 복기를 하며 내상을 치료하였다고.

*국후 강동윤이 ‘점심 무렵에 잘못이 있었고 그 뒤에 가서야 역전했다’고 말했다(참고로, 오전 수순은 백72까지였다. 다시 말해 72수 근처에 잘못이 있었다는 얘기로 이해된다. 72 이전이든 이후이든 간에... 그렇다면 필자가 짐작하건대, 흑73을 말하는 듯하다. 흑73은 그 수 말고 반격수가 있었다. 4선으로 들여다보고 잇고 호구치고 막고 단수 치고 잇고 쌍점. 워낙 필살의 手이므로 백이 그렇게 당할 수는 없는 거고 들여다봄에 백은 잇지를 못하게 된다.)고는 하지만, 역전이라는 말은 ‘승자가 배부르다 보니 하는 표현’이고 기본적으로 흑이 나빴던 순간은 없었던 바둑이라고 본다. 간단히 말해 2국 바둑은 흑의 완승이라는 말이다. 훔, 역시 팔은 안으로 굽어야 맛이다. -_-;;
*국후 15분간 복기를 하였는데, 두 대국자 간 말이 통하지 않는 고로 손가락과 함께 '침묵의 복기'를 하였다고. (사진:T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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