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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내일이면 춘란배 결승 -110626


여름이 왔고‘春蘭’이 핀다(27日).

어제(25日)는 중국 甲組리그 8회전이 벌어졌는데, 謝赫(사혁)은 팀의 배려로 시합에 결석하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중대 승부를 앞두고 컨디션 조절에 萬全을 꾀하는 사혁과,.. 중국바둑계다.

다음은 지난 12월 준결승전 對허영호 승리 직후의 인터뷰.



난 단지 침착해보일 뿐 / 이세돌의 결승 番棋 경험, 장난아니다

2010年12月16日  新浪体育



記者 :오늘 바둑을 얘기해보면?

謝赫 :줄곧 苦戰이었다. 나는 포석에서 문제수를 두었고, 중반에 조금 나아졌으며, 始終 복잡했다. 마지막 단계에서 형세는 매우 미세했는데, 허영호의 그 ‘장군’이 패착일 것이다. 그 실착이 없었다면 매우 미세한 한판이 되었을 거다.

(譯註 ;우리가 말하는‘시간연장책’을 중국 바둑용어로는 ‘장군(將軍)’이라 한다. 장기에서,‘장군’을 부르면 상대방은 당연히 ‘멍군’을 해야 하듯이, 바둑에서 초읽기에 몰렸을 때 ‘장군’을 불러서...///장군-打將, 멍군-應將)


까다로운 수 흑▲에 허영호가 시간을 벌자고 백1로 '장군'그랬다. 근데 사혁은 '멍군' 안 해주고 흑2로 둬버렸다. 그래서 백1이 패착이 돼버렸다.


기자 :사람들이 널더러 ‘침착兄’‘침착형아’라고들 부른다. 자신의 棋風을 어떻게 보는지?

사혁 :난 겉으로만 平靜한 듯 보일 뿐이다. 사실 맘속으론 그다지 좋지 않다. 오늘 바둑에서 수법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후반에 매우 복잡하게 두었다.

기자 :이세돌과의 전적에서 우위에 있다. 어떻게 보는지?

사혁 :비록 이전에 좀 많이 이기긴 했지만 최근 2년 동안에 둔 판은 많지 않다. 거기다 우리가 번기승부를 둔 적도 없다. 번기야말로 棋士의 진정한 수준을 드러낸다.

기자 :처음으로 세계대회 결승에 올라갔다. 소감이 어떠한지?

사혁 :난 예전에 복건(福建)팀원으로 3년 동안 시합을 나갔는데 시합이 복주(福州)에서 열릴 때면 비교적 운이 좋았다. 하지만 이번 두 판 바둑(8강전,4강전)은 잘 둔 바둑이 아니다. 오늘 바둑은 더 그랬고, 허영호가 승기를 채어가지 못했다. 나는 이번이 세계대회 4번째 4강이다. 결국 이번에 결승에 올라갔으니 어느 정도 발전이라 하겠다.

기자 :춘란배 번기 결승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사혁 :이세돌의 실력은 매우 강하다. 세계대회 결승경험 또한 풍부하다, 돌아가서 잘 준비하겠다. 이전에 그와 두어 성적이 좋긴 하지만, 이세돌이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했다는 느낌이다. 만약 그가 완전한 수준을 발휘한다면 역시나 매우 무섭다. 이번은 또한 번기승부이므로 평소 시합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周遊,sina.com)


이세돌 vs. 사혁 戰績

2004 갑조리그 사혁(白) 1과1/4 승
2006.05.17 제11회LG배 16강전 사혁(白) 불계승
2006.09.28 제6회춘란배 8강전 사혁(黑)불계승
2007 갑조리그 이세돌(白) 불계승
2008.06.02 제20회TV아시아선수권 준결승 이세돌(黑) 불계승
2008.08.27제4회豊田(토요타)배 8강전 사혁(白) 2.5집 승

2010.10.20 제12회농심배 3국 사혁(黑) 불계승

이상, 사혁 5승2패




중국 매체에 예상평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번 승부를 언급할 경우 ‘苦手'‘天敵’'克星'이란 용어가 절대 빠지지 않는 정도이며, 그렇다고 해서 승부에 대한 섣부른 예측이 있는 것도 아닌, 다만 조용히 과정과 결과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오늘 저녁, 관련 記事가 꽤나 많아졌다.)

다름 아닌 사혁 자신이 지적하였듯이 결승인데다 번기승부로서, 이 부분만큼은 경험 풍부한 이세돌에 유리한 조건이므로.

안조영이 딱 한집, 즉 두 번의 반집으로 古力에게 두 판을 이겨먹었다 해서, 古力과 번기로 결승에서 만났을 경우, 안조영 승리 가능성 50% 이상이라 말할 수 있을까. 다만 은근한 기대 정도는 自國팬으로서 당연한 반응이지만.
중국팬들 역시 마찬가지 식의 은근한 기대를 가졌을 터.

‘번데기가 고치를 깨고 나비가 되듯이’부디 사혁이 乭을 깨고(그네들은 ‘碎石(쇄석)’이라 표현한다) 나비가 됨으로써, 중국이 드디어 ‘3나비’(기존의 고력 공걸 포함하여)를 보유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천적과 최강자의 만남이라,.. 이런 승부는 그 점괘가 난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부의 관건을 더듬어보자면,

제아무리 안정적인 허영호도 (결승이란) 무대를 의식하다보니, 그만 떨어버렸다, 는 인상을 나는 받았다. (지난 연말 삼성배 이야기다.)
이러한, 결승초짜의 핸디캡으로부터 ‘침착兄’이라 해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사혁 입장에서 승부의 관건은 (결승이란 일생일대의 큰) 무대를 의식하지 않고 ‘밥’을 앞에 둔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신이 고백했듯이 ‘겉으로야 침착이지만 내심으론 간단치 않은’ 문제이다. 처음 서보는 결승무대,..

‘氣勢論者’ 이세돌은 ‘自己최면술사’다. 氣勢가 좋아, 기세를 탔어.. 오로지 기세 기세 이러면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그런데 이거이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언젠가 ‘사혁이 한국 4天王에게 8연승이다. 그를 대면할 경우 도저히 맥락을 못 찾겠더라’이런 식의 말을 했다.

아니 한국 4천왕에게 8연승 이런 건 왜 시고 앉았는지... 그런 건 머리가 좀 나쁜 게 좋은데. 그래야 기세가 죽지 않을 것 아닌가?

그 類는 다르지만, 羅洗河(라세하)의 ‘아무 생각 없는’ 초속기에 이세돌은 內面에 뭔가 波紋(파문)이 이는 듯싶고(그래서 1승4패던가), 사혁의 악독한(?) ‘반듯함’에도 역시 짜증 비슷한 뭔가가 생기는 모양이다.

내가 마치 장고파 중에서도 ‘박자 야릇한 장고파’ 만나면 짜증이 일듯이... 참고로 난 그럴 땐 그냥 져버리고 만다.

이세돌에게 관건은 ‘自己최면’을 푸는 것이다. 그래봤자 너도 떨릴 걸? 이러면서...


***
초창기 常昊(상호)에게 1승4패인가로 밀리던 이세돌, 2005년 초에 豊田(토요타)배 결승3번기에서 상호와 遭遇(조우)한다.

1승 후 1완패, 그리고 최종국에서 험난한 승리, 우승컵에 세돌의 이름이 박히고 그동안의 戰績은 일거에 무의미해진다. 당시 어느 일본 기자는 대국실을 나온 상호의 눈에 ‘물’을 보았다고 썼다. 아마 당시가 상호 인생 최악의 순간이었으리라.

이후 상호는 세돌만 만나면 질 판때기 지고 이길 판때기 지고,.. 고양이 앞의 쥐 신세가 되었다. 12連敗였던가... 것도 응씨배 우승 이후 상호가 제2의 황금기를 누릴 시절에 당한 꼬라지였으니 더욱 기막힐 일이다. 그러다 한판인가 두판인가,..쥐구멍에도 한 번은 볕이 들었고, 즉 連敗를 마감시켰으나,

작년 BC배 결승에서 0:3, 단 한판도 맛을 못 보고 물러서야 했다.

사혁의 입장은 상호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낫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하나는 (세돌과) 나이가 비슷하다는 점,

또 하나는 당시에도 물론 잘 두긴 했지만 2000년대 초반의 세돌과 00년대 후반의 세돌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는데, 상호의 우세는 00년대 초반 시절이요, 사혁의 우세는 주로 00년대 후반 시절이다. 이 점에서 또한 사혁은 상호보다 기특하다.

상호보다 못한 점은 물론, 결승초짜/大승부경험미숙.

언젠가 大李, 小李, 古力을 된장, 고추장, 춘장으로 비유한 바 있었다.

세돌표고추장 앞의 사혁은 과연 무슨 醬(장)일까?

사혁 앞에 놓인 길은 과연 어떤 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