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둑

071110 이세돌 - 왕요王堯 戰(중국리그)


사용자 삽입 이미지
펑! 펑! 찬란한 빛으로 눈이 부시다. 세돌이 쏘아 올리는 불꽃이 가을 하늘을 환하게 수놓고 있다. 먼 타국에서 조용히 지나간 불꽃 하나를 이 참에 소개한다. 왕요王堯왕야오. 작년 삼성배 16강전에서 세돌을 이긴 이.(8강에서 서명에게 졌다.)



(중국리그 16R종료 현재 - a.단체 순위 b.개인별 전적 b.주장 전적,   - Tom.com)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세돌,

소속팀 귀주해속정, 선두
개인전적 7승3패, 양호  
주장 승률, 1위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때 바둑은 흑(세돌)이 나쁘지 않았는데, 요걸 당하는 바람에 살짝 보폭이 흩어졌고, 만회하기 위해 날린 로베르토 두란 식의 큰 펀치에, 왕요 슈가 레이 레너드의 맞잽으로 한 번 더 점수 얻어, 바둑 좀 더 기울어지고. 다시 연이은, '야 우쨌거나 좀 맞아라' 식의 연속 강펀치에도 요리조리 레너드 식의, 결코 녹록치 않은 상체 움직임으로 오히려 ‘두란’의 진을 빼가며 이겨가던 바로 그 왕요이다.






중국리그 16라운드. 07.11.10





흑번 포석은,..애용포석을 들고 나온다.우변 7이 당당하다. 한 수 가르쳐 주마 식인가.

벡12에 흑13은 너무나 당연하고 14밖에 없다면 글쎄 12는 문제수 아닌가. 까마득한 하수가 몰 알겠냐마는 12,14는 아무리 봐도 프로의 행마가 아니다. (12는 드문 수 - 상호常昊창하오 현지 해설) 아니나 다를까 흑은 15,17로 틀어막아 오는데, 이것도 아마추어 냄새가 물씬 나는 행마이긴 하지만... 그런데 말이지, 이건 아무래도 탄이야 탄.

(이년 전의 상해 농심배 「5개의 불꽃같은 바둑」을 기억하시는지 그 때 대회를 마무리한 마지막 바둑에서 李국수가 세상에 처음 선보인 포석이 오늘의 흑 1,3,5이다. 그 포석은 李국수가 오직 농심배만을 위해 준비한 일종의 비기秘技라는 냄새가 짙었는데, 이를 창호 닷컴에서 아폴리스 님이 설득력 있게 멋있는 관전기로 써 주신 바 있다. 영화 「타짜」가 나오기 전에 바둑 농심배에선 「탄彈의 바둑」이 있었다 는 얘기다.)


1,3은 누가 보아도 기분 내는 모습이고 6,8은 담담한 걸음보인지 안간힘인지..애매하다만은, 실속의 17에 20으로 반대쪽을 또 돌보아야 할 처지라면 아무래도 백이 신세가 고달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4,16으로 교착 상태 - 상호 현지 해설)


세돌과 고력古力구리의 세계대회 첫 만남이 04년 LG배 4강전인데 오로가 올려 놓은 기보에의 총평으로..너무 인상적이었다.

‘세돌, (일단) 함께 데굴데굴 구른 다음 곧바로 위에 올라타 사정없이 고력을 난타했다. 던질 때까지..’

라 되어 있다.


그럼 오늘의 바둑은?

^^ ‘땡!’ 하고 공 울리자 말자 흑 선수(마치 표도르가 멱살을 잡고 팽개치듯이), 폴딱 올라타더니 처음부터 백을 대에고 패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바둑 보면서 많이 웃었다.
(그런데! 나중에 너무 놀라지 마시길.)

위 17은 22을 멀리서 받는 수이다(1 위로 푹 가르고 나가면 백은 절단된다). 그럼에도 20을 두어야 하는 백, 이미 무지막지한 펀치가 날라 옴을 알고 있으리라. (20은 실착, 22자리가 선행되었어야 - 상호 현지 해설)



1, 드디어 적은 집에 불을 싸지르기 시작하는데 나(백)는 2, (2는 쌍방 급소 - 상호 해설) 한가하게 뒷문단속이나 하여야 하는 한심한(?) 처지(10 자리 흑의 건너 붙임을 방비해 놓지 않으면 뒤가 허전해서 싸울 수가 없다.) 5,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의 본거지를 뒤로한 채, 가솔家率과 살림을 끌고 6,8 줄행랑을 쳐야 한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그러나 저러나 흑은,

사실 하나씩 하나씩 놓아 온 이 장면에서 요즘 온 동네 싸돌아 다니면서 행패질에 열심인 세돌이 생각나 웃음을 멈출 수가 없을까. 그리고 궁금했다. 사실 9~12, 고르고 있는 호흡을 보노라면 누구나 하회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으리라. 흑 선수, 또 잡으러 가겠지?...


역시나 13,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13은 성급, 좌변 7 왼쪽 3선으로 뛰어 백의 태도를 살폈어야 - 상호 해설) (16은 좋은 수, 흑의 반발 불가하며 17이 불가피 / 18이하는 쌍방 공히, 보기 드문 신랄한 응접 - 상호 해설)


21 「아래로 한칸」, 엊그제 호胡耀宇후와 둔 바둑에서 세돌이 보여 준 일선의 아래로 한칸


(그 수로 사실상 바둑이 마감되었다. 해설자 양건도 ‘네 얼른 생각이 안 나는 수입니다 그런데 이세돌 九단은 이런 수를 노타임으로 두면서 당연한 수 아녜요? 이럽니다.’라 해설하면서 감탄한 수. 사실 양건 프로가 해설자의 임무 상 일부러 모른 척 하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왜냐 아마추어도 주의 깊게 보고 있노라면 그런 수가 가끔은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날의 그 수가 「프로의 아래로 한칸」이라면 장면의 아래로 한칸은 「5급의 아래로 한칸」딱 5급들이 대마 잘 잡아놓고 마지막에 코 빠뜨릴 때 못 보아서 실수 저지르는 그 수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가本家(우중앙 대마)도 살리고, 도망 나온 가솔들(좌변 대마)도, 어찌어찌 짱짱한 집까지 챙기긴 했지만 멀쩡했던 좌상귀가 기어코 아작이 나 버렸다. 바꿔치기의 채산이 맞지 않아서,
흔히 하는 말로 ‘쌩마’를 죽인 결과에 거의 다름 없다 싶은 게 바둑이 끝났다 해도 좋을 정도이다.

이제 흑의 ‘과제’는 중앙에 길게 가로누운 대마, 이것만 살면 되는데 사실 이건 과제도 아니다.

 그런데, 그런데..


 

누가 흑일까?

세돌이 백. 백이 세돌.

^^
세돌이 이럴 때도 있구나. (아까 그랬지요. 놀라시지 말라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둑은 흑이 지금도 좋음이 분명. 아까 적에는 흑이 더 좋았었다. 그럼 흑이 잘못 둔 곳은?

1의 단수를 아낀 (실전은 그냥 3) '세심함'이 크나 큰 덜컥수. 5급들이 두듯이 알기 쉽게 (그림처럼) 두었으면 바둑 끝이다. (9가 기막힌 수)
왕요가 무슨 사유로 그런 덜컥을 저질렀을까. 어쩌면 「하수의 단수」(모양학 상 분명히 그런 구석이 있다)가 프로의 생리상 싫었는지..어차피 별다른 수가 없다 보았는지, 
1 단수를 아끼고 그냥 둔 실점은 분명 '덜컥'이다. 위 그림처럼 둠에 백이 무슨 대책 있었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좌변 파란색 백돌이 직전 마지막 수)형세를 보자. 그래도 흑이 많이 좋다.흑 확정가 70 강, 백은 40 강(좌하귀 제외)이다.

결국 길게 가로 누운 흑말을 공격하여 20집 이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흑 선수에다가 흑백 동행마 기까지 있어서 그게 쉽지 않다.

사실 저런 장면에서 프로들 해설을 보면 대개들 백이 나쁘다고 하지 않던가.


(흑 대마 어떻게 타개되느냐 여부가 승부의 관건 - 상호 해설)




무엇이 잘못일까. 1은 단호함인가, 폭주인가... 이후 수순을 보면 흑(왕요)의 태도가 매우 ‘세돌스러움'은 확실하다. (1 이후 몇 수가 패인 - 상호 해설)

1에 백은 당연히 2로 감겠고, 흑3으로 끊겠으나 세돌은 아무 생각 없이(믿노니 오직 대마 사냥이므로) 4,6.

5~15, 양자 공히 기호지세. 안 그래도 불리한 세돌(오늘 바둑은 분명히 세돌의 악전고투이다.) 고마우이 하면서 창을 곧추세워 본다(1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상대의 폭주에 힘입어 세돌이 드디어 제대로 '올라탄' 장면. 초반의 잘못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왕요는 무얼 믿고 호랑이 등에 몸을 맡겼을까. 그가 믿은 것은 2의 패. 자체로는 훌륭히 성립한다(워낙에 대마라) 하겠으나 흑의 불행은 좌상귀 대마의 눈이 없다는 데 있었다.


7,9 두 수가 놓이자 흑은 세 수(16,24,38)를 들여 보강해야 한다. (수가 나면 바로 바깥의 대마가 걸리기 때문이다.) 7,9는 백이 고작 석점을 내 주며 둔 수, 결국 백은 석점을 팔고 네 수(15,17,25,39)를 샀으니 남아도 크게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승부는 여기서 확연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불발탄이 될 뻔한 불꽃이지만 결과적으로 이겼으니 다행이라고 본다. 그나저나 세돌 너무 바쁘다. 그 성질에 말리면 역효과 날 것 같고, 그래 가는 데까지 가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