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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저작권-저2-바둑4

060804 (바둑저작권-기보저작권) 2.앙꼬


잘 알려진 대로 야구는 그야 말로 두뇌스포츠이다. 잘 치고 달리는 기술적인 면이야 당연한 것이고, 그 외에도 철저한 분석과 상대와의 두뇌싸움을 통한 작전이 야구에서 상당히 중요한 것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잘 알려진 쇼트트랙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선전은 단순한 훈련의 반복을 통한 근육의 강화에 있지 않다. 엄청난 두뇌의 활동을 통한 창의적인 작전의 개발과 심리전이 승리의 요인임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복제가 가능한 모든 것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쇼트트랙의 ‘결승점 직전에서 앞발 내밀기’ 작전은 한국의 독창적인 개발이였지만, 지금은 누구나 따라한다. 이는 스포츠 경기에서의 작전,수법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아님을 말해주며 이는 바둑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볼 것이다.

(Zorba님의 글 ‘바둑기보의 저작물성이 부인되어야 하는 이유’중에서 인용)


머리도 식힐 겸 좀 가벼운 방식으로 얘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김용(金庸;홍콩의 무협작가)매니아입니다.



그는 평생 12편의 장편,1편의 중편,2편의 단편을 썼습니다.저는 그 15편 중 어떤 것은 두 세 번 어떤 것은 칠 팔 번 총합 오십 번 정도는 읽은 것 같습니다.

워낙에 장편이라 잊어 먹구 또 제 기억력이 맹탕이라 잊어 먹구... 그러다 보니 재탕,삼탕,도가니탕 읽을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더군요.

김용 작 아닌 다른 무협은 다 합쳐도 읽은 회수가 그 만큼이 안될 겁니다.잘 안 읽혀지더군요. 고룡 것이 그나마 좀 읽히고...


여하튼  15편 중 한 편을 제외한 14편 제목의 첫 글자 따면 아래와 같은 한 편의 대련(對聯;댓구로 된 글귀)이 됩니다.


(飛雪連天射白鹿, 笑書神俠倚碧鴛)

흩날리는 눈 하늘에 닿음에 흰 사슴을 쏘고

글을 비웃는 신비한 협객 푸른 원앙에 기대네.


홍콩과 중국에서 그의 작품은 워낙에 유명하고 인기라 단작으로 또는 연작(보통 20편, 30짜리들)으로, 드라마로 또는 영화로 만들어지고 만들어지고 또 만들어집니다.무슨 83신조협려,95신조협려,2003신조협려,2006신조협려...(마치 춘향전이나 심청전처럼....)

그래서 또 한 백 편 언저리 될 겁니다.


유선채널 중에 ABO나 OCN무협 같은 무협전문 채널들이 있는데 그런 채널들은 당연한 얘기지만 무협드라마만 하루 종일 틀어줍니다. 저는 때로 무료하거나 머리 식히고 싶을 때 습관적으로 이 채널들로 갑니다.근데 거기서도 김용원작 꺼 아니면 잘 안보아지더군요.^^

어지간히 까다로운 식성에 어지간한 중독증세인가요.


위 야구론,쇼트트랙론으로 고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ABO에서 위 대련시 중의 ‘神‘에 해당하는 프로를 하고 있더군요.


주인공 ‘양과’ 무리와 그의 대적 ‘이모수 (莫愁;저물녘이면 수심이라.참...)의 ‘대장간 결투장면’입니다.(이거 빼면 안되죠.)

원작의 장면을 인용하지요.


 (먼저 황약사와 양과가 등장합니다.)

  "이모수의 제일 무서운 무공이 무엇이냐 ?"

  "오독신장과 불진의 동작입니다."

  "그렇다. 너의 내공이 이처럼 심오하니 그녀를 이기기는 과히  어렵

지 않을 것이다."

즉시 황약사는 그에게 <탄지신통>을 가르쳐 오독신장을  제압할  수 있게 하고, 다시 <옥소>에서 검법으로 화하여 불진을 격파할 수  있는

무공을 가르쳤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무공은 오묘하여 적어도 1년 정도, 완전히 숙달되려면 3년 정도 연습해야 할 것들이었다.

  "황도주님, 당장 내가 그녀를 이기기는 힘들겠어요."

 

(그 날 밤, 대장간 결투장면입니다.)


  "네가 이처럼 괴이한 무기를 사용하다니 과연 황영감의 제자답구나.

솔직히 말해서 네가 무공으로 나를 이길 성 싶으냐 ?  황영감의 제자가

만약 정정당당히 나와 일대 일로 덤빈다면 이길 수 있단 말이냐 ?"

풍묵풍이 담담히 말했다.

  "만약 그대가 무기를 잃지 않고 시간이 좀 더 지났다면 나를 이길 수 있었겠지."

이모수가 오만스럽게 말했다.

  "알기는 아는구나. 그럼 종이에다 도화도 문하생이 내게 패배를  인

정했다고 적어라."

풍묵풍이 고개를 숙여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렇게는 안 돼 !  만약 진매곡육(陳梅曲陸) 네 분 사형이  이곳에

있었다면 어느 분이든 너보다는 강하다. 진사형,곡사형은  물론  말할

것도 없이 무공이 탁월하며, 매사자(梅師姉)도 여자이긴 해도 너 따위

가 결코 그녀를 이겨 내진 못할 것이다."

이모수가 냉소를 띠며 말했다.

  "그 사람들이 증명해 낼 수 없는데 그걸 말해 무엇하랴 ?  황영감의

무공도 마찬가지지. 본래 그의 친딸인 곽부인의 신기를 좀 보려  했는

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젠 됐다."

말을 마친 이모수는 몸을 돌려서 가려고 했다.

양과가 돌연 그녀를 불렀다.

  "잠깐 !"

이모수가 수려한 눈을 들어 올려보며 말했다.

  "왜 !"

  "도화도주의 무공이 이처럼 형편없다고 말한다면 그건 틀린 말이다.

그는 내게 옥소검법(玉簫劍法)을 일러 주어 당신의 불진무공을 파괴시

켜 버리도록 하셨으니까."

양과는 철사를 들어 땅에다 그림을 그려 가며 해설을 했다.

  "자, 당신이 이렇게 앞에서 공격해 들어온다.  신속하고도  매섭게.

그러나 그가 장검을 이쪽에서 휘두르며 막아 낸다. 만약 당신이  정면

에서 혈맥을 찍으려 한다면 그는 호랑이 기세로 검자루를 돌려 당신의

견정혈(肩貞穴)을 찍어 버릴 것이다. 이 일초를 어떻게 보느냐 ?"

이 일초는 누가 보더라도 정말 정교했다. 정면불혈(正面拂穴)은  이

모수의 불진무공 중 절초의 하나인데, 양과가 말한 이 일초는  그녀를

제압하여 반격의 여지를 찾을 수 없게 해, 불진을 떨구곤 패배를 인정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초식이었다.

양과가 또 그림을 그리며 말했다.

  "당신의 오독신장에 대해서도 도화도주는 방비책을 남겨  놓으셨지.

이렇게 일장을 펼쳐 올 때는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탄지공(彈指

功)을 전개해 손톱을 당신 손바닥의 중앙에 튕겨 버리면 당신  손바닥

은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게 되지. 그는 단지 손톱을 튕겼을  뿐이므

로 당신 장법의 독물은 그의 몸에 조금도 닿지 않게 되는 것이지."

이어서 양과는 그녀의 무공을 제압할 수 있는 10여 초의 초식을  그

녀에게 말해 주었다.

이 말을 듣자 이모수의 얼굴빛이 흑색이 되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

마디마다 모두 이치에 들어맞을 뿐만 아니라 방법 또한 교묘하기 이를

데 없어 확실히 자기가 당해 낼 수가 없다는 양과의 말을 인정하지 않

을 수가 없었다.

양과가 또 말했다.

  "도화도주는 방약무도한 당신을 걱정하였다. 그러나 그는 대종의 신

분이니 친히 너와 대결할 필요가 없어 이러한 방법들을 내게 전수하여

그를 대신해서 너를 수습하도록 명하셨지. 그러나 당신과 나의 사부와

의 동문의 정을 생각해서 당신께 이렇게 얘기하여 줌으로써  이후로는

그의 문하생을 보면 멀리 달아나 주길 바랄 따름이다 !"

이모수는 묵묵히 한참을 있다가 말했다.

  "됐다. 이제 그만 해라 !"

하는 말을 마친 뒤 휙, 하고 달려가더니 잠시 후에 그녀의 신형은  이

미 산기슭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녀의 신법은 확실히  강호에서  보기

드물게 빨랐다.

사실 이러한 초식을 황약사가 양과에게 전수해 주긴 하였으나  적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연마하려면 빨라도 5,6년은 걸리는  것이었다.

양과는 이렇게 말함으로써 직접 대결을 피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로 하

여금 겁을 집어먹게 만들어 이후로는 가볍게 황약사를 모욕하는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든 셈이었다.

육무쌍은 이모수의 위세에 눌려 그녀의 말만 들어도 가슴이 쿵쿵 마

구 뛰었었다. 그녀가 멀리 사라지는 것을 보자 휴,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바보야 ! 너의 무공은 정말 대단하구나. 내 사부까지도  놀라  달아나게

만들다니."

양과는 웃으며 말합니다.

 “말은 쉽지만 동작은 어렵지. 흐흐흐.”


아! 저 대사는 고민하던 저의 무릎을 치게 만들었습니다. 


이모수는 너 양과 이것아 그래 함 해보자 이러면서 직접 (동작으로) 붙었어야 했습니다.그런데 이모수는 아이쿠! 놀라 도망쳐 버리고 말았습니다.무엇에 놀라서요?


양과의 말,앙꼬 빠진 빵에 놀라서요.


-...잘 치고 달리는 기술적인 면이야 당연한 것이고, 그 외에도 철저한 분석과 상대와의 두뇌싸움을 통한 작전이 야구에서 상당히 중요한 것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쇼트트랙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선전은 단순한 훈련의 반복을 통한 근육의 강화에 있지 않다. 엄청난 두뇌의 활동을 통한 창의적인 작전의 개발과 심리전이 승리의 요인임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위 Zorba 님 글, 쩜쩜쩜은 필자가 생략시킨 부분)


빵에서 앙꼬가 중요합니까? non앙꼬가 중요합니까?야구의 작전, ‘상당히’ 중요하지요.하지만 non앙꼬입니다.앙꼬는 ‘치고 달리는 기술’ 바로 동작입니다.

쇼트트랙에 있어서 창의적인 작전,승리의 요인이지요.그러나 실전에서 들이밀지 못하면 작전이고 머고 만사휴의입니다.그러니 non앙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스포츠에서도 지적인 부분이 있다.작전,수법이며 이것들은 상당히 중요하다.그러나 스포츠 경기에서의 작전,수법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은 아니다. 같은 논리는 바둑의 경우에 있어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바둑의 경우 지적인 부분도 보호될 수 없다.


위는 보호를 반대하시는 분들의 논리입니다.

일견 맞는 듯 합니다.그러나 말입니다. 

야구의 작전,쇼트트랙의 착상은 애초부터 ‘non앙꼬‘입니다.(앙꼬는 동작이죠.전술한 바 있습니다.) non앙꼬는 그 빵이 무엇이던, 즉 스포츠라는 빵이든 저작물이라는 빵이던 non앙꼬이기 때문에 보호받지 못합니다.

스포츠에서 사람들은 홈런을 ‘침’(hitting;동작)‘에 환호하고 발을 ‘들이밈(이거 영어가 모냐..하튼 ing;동작)’에 환호하고 그 장면만 보호합니다.그래서 스포츠의 앙꼬는 동작(ing)입니다.


바둑의 앙꼬는 지적동작입니다.이창호의 땀닦는 얼굴,요다의 도끼질은 non앙꼬입니다.바둑이 스포츠든 예술이든 그 무엇이든 중요치 않습니다.

요는 바둑의 무언가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당위(저의 글 1.당위 편 참조바랍니다) 를 전제로 했을 때  당연히 앙꼬를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스포츠의 지적부분,non앙꼬가 보호받지 못한다 하여 바둑의 지적부분,앙꼬가 역시 보호받지 못한다는 논리는 앙꼬와 non앙꼬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오는 오류입니다.


스포츠에서는 몸적 동작이,바둑에서는 지적 동작이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 상정 교수 님의 말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바둑의 기보와 그 밖의 일반 스포츠와는 차원을 달리한다고 보아야 한다.’ 는 말은 그런 의미입니다.

양과가 한 말과 같은 말이죠.


“말은 쉽지만 동작은 어렵지”


저도 한 마디 하지요.

“돌 놓긴 쉽지만 수읽기는 어렵지”


(2편은 좀 더 가야 할 듯 합니다.벌써부터 힘듭니다.에구 더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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