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棋士 상비군이 발족되었다는 소식(☜)에 관련 얘기를 모아본다. 뭐 결국 죄다 중국 여자대표팀 얘기가 되겠다. 작년 정관장배를 완전히 후루룩 말아먹어버린 두 소녀 기사. 그리고 그들의 감독, 기타 등등 이야기이다.
상비군 초대 감독 양재호와 우리 여성 기사들을 생각하며 써본다.
햇빛이 잘 쬐어주고(한국기원이 신경을 쓰고) 농부가 부지런하면(감독이 제대로 하면) 곡식은 무럭무럭 크게 마련이다.
양재호는 잘 하리라.
2009년 8월 24일, 하얼빈 태평(太平) 비행장. 섭위평(聶衛平), 상호(常昊), 고력(古力)등은 일찌감치 국내선 통로로 나왔다. 그런데 유독 유빈의 모습만은 보이지 않는다. 십 몇 분 지난 후 유빈이 그제서야 송용혜(宋容慧), 리혁(李赫), 왕신성(王晨星), 정암(鄭巖) 등의 다면기 지도 차 온 4인의 국가바둑대 여자 기사들을 데리고 꾸물꾸물 나타난다.
“저만 먼저 나올 순 없시유, 야들이 가믄 지가 맘을 놓을 수가 없거든유.”
비록 4명의 어린 기사들이 이미 남정북벌 몇 년의 ‘노장’이긴 하지만 일단 자신 곁에 있다 하면 유빈은 세심하게 이들을 보살핀다.
사실 이들 어린 기사들은 바로 유빈의 손 아래 컸다. 2007년 말에 유빈은 중국 여자 바둑대표 감독을 맡는다. 당시 중국 여자 바둑은 한국에 쳐지는 상태였다. 2008년의 북경에서 열리는 제 1회 智力운동회(WMSG)에서 한바탕 멋지게 전투를 벌이기 위해 기원 수뇌부는 중국 여자바둑을 중흥시키고자 했는데, 유빈이 이 어려운 임무를 맡았다. 당시 남자 바둑대의 적지 않은 대원의 눈에, 중국 여자바둑대의 수준은 높지도 못할 뿐더러 아예 엉망인 지경이었다. 바둑대 어느 원로(번역자註;마효춘이 아닐까)가 깨놓고 말하기를
“여자 바둑대 대원들의 시합을 보면 심장이 벌렁거린다. 도저히 질 수 없는 판이 몇 수 지나면 뒤집혀버리거든.”
그래도 적으나마 주어진 몇 달 동안, 관찰과 발견에 능숙한 유빈은 곧바로, 천천히 가닥을 잡아나간다. 그리고 자신의 세심한 관찰 및 가능성 평가에 근거하여 유빈은 8명의 국가 집중 훈련단 대원 중에서 두 사람의 중점 육성 선수를 확정한다. 이들이 이후의 지력운동회와 정관장배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우리 흑룡강 성의 선수 송용혜와 리혁이다.
- '총감독 유빈에게 듣는 이야기' 번역문(☜) 중국어 원문(☜) -
작년 지력운동회 여자 개인전 및 단체전 싹쓸이, 정관장배 압승을 한 중국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박지은, 이민진 등 한국 여자 棋士들을 꽤나 버거워하던 중국바둑이었다. 이 상황을 타파하려 유빈더러 여자바둑 신경 좀 써봐라 하고 임무를 맡겼는데 이렇게 맞아떨어졌으니 중국바둑 수뇌부는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졌을 게 안 봐도 비디오다.
송용혜는 작년 정관장배에서 댓바람에 6연승을 하였고 지력운동회에서 박지은을 꺽고 올라가 결국 우승을 하였다. 朴은 비록 宋의 정관장 연승을 6으로 마감시키며 일차 설욕을 하였으나 리혁을 만나 일격을 당하였고 리혁은 그 여세로 대회를 마감시켰다. 중국 9승, 한국 1승(,일본 전패), 한국으로선 역사에 남을 참패였다.
이들은 09삼성보험배 예선에서 다시 만난다. 삼성보험배는 여성 기사 몫으로 배당된 組가 두 개인데 그 중 한 조에 仇怨이 있는 박지은, 송용혜, 리혁, 거기다 한국의 삼두마차 중 1인인 조혜연까지(예내위는 다른 조) 몰렸는데,..
조혜연은 송용혜를, 박지은은 리혁을 이기긴 하였는데, 허거덩 최종 승자는 엉뚱하게도 중국의 魯佳로가였다. 그 와중에 박지은은 비롯한 한국의 내노라 하는 강자들이 로가의 제물이 되었다.
올해 정관장배는 또 어땠을까? 宋도 李도 아닌 왕신성王晨星이 나와서 가볍게 3연승을 해갔다. 이런 걸 보면 조혜연이 나오면 삐까삐까쯤 될까 그렇지 않은 한 한국 여자팀이 중국 여자팀에게 밀린다고 보아야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