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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091119 BC배도 1분으로 가는구나


초읽기를 1분으로만 주었더라면 나는 애꿎은 조한승에게 화를 내지 않아도 되었으리라. 늙은 조훈현에게 30초로 계가까지 하라는 건 무리였을까. 조훈현은 골인 지점을 눈앞에 두고서 마음이 약해져서 계가가 안 되어서 이것으로 이기겠지 약한 수를 두고 말았다.(BC배 준결승전 이야기다.)


조훈현(흑)-고력(백) 戰, 흑1은 백2 자리로 두어 백 대마를 더 괴롭히면서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랬으면 지는 일은 없었다. 이를 소홀히 하고 백2를 당하면서 바둑은 미세해졌다. 그리하여 백 반집승.


曺-趙 결승전은 무산되었고 우승은 중국으로 넘어가고 말았다.<--이건 전적으로 나의 주관적인 아쉬움이고..

조九단 또한 그 판을 일찌감치 초반에 망쳤는데, 고력이 덩달아 망해주는 바람에 한때 유리한 형세가 된 것이고, 더구나 16강전에서는 대만의 주준훈이 ‘프로라면 있을 수 없는 실수’를 해주는 바람에 행운의 승리를 하였고, 뿐만 아니라,

원성진-이세돌 전, 이창호-박문요 전, 고력-허영호 전...초읽기에 들어가서 판이 요동을 치고 승부가 뒤집힌 경우가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조금 세게 말해서, 30초 바둑은 바둑이 아니다. 그래도 희한한 건, 이길 사람이 이기고 강자가 이긴다는 거다. 아니 정확히 말해야 한다면, 익숙해지면 30초나 1분이나 차이가 없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차이가 없다는 그 얘기는, 이길 사람이 이긴다는 그 얘기일 뿐이다. 역시 지나친 속기는 바둑의 질을 저하시킨다. 바둑의 질적 차이는 크다 함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재미있는 건 1회 BC배(1시간-30초 3회)의 결과였다. 나야 뭐 그냥 즐기게 마련인 아마추어에 불과할 뿐이지만, 경험상 맨날 20초짜리만 두다가 30초짜리 두게 되었을 경우 갑갑해서 죽을 지경이다. 그런데 1분(그것도 2시간, 3시간짜리에다가)에 익숙한 사람더러 30초로 두라 하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그래서 많은 중국 선수들이 30초 초읽기를 못 견디고 뿌직~ 뿌지직~ 설사를 하기 다반사였다. (이 순간에 승부가 뒤집힌 경우가 많았다.)


한국 내 대회가 속기 위주라, 더구나 국내 강자들이 총출동하는 바둑리그는 제한시간도 없이 바로 30초 초읽기 10개든가?..아무튼 한국 기사들은 기존에 초속기에 익숙한지라 BC배에서 그 덕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2회 BC배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 많이 궁금했었는데...


1회 대회 「1시간-30초 3회」 제도에서 시간을 늘려 2회 BC배는 「2시간-1분 3회」制로 치러진다 한다. 시간제만큼은 결국 2시간에 1분 5회인 삼성보험배와 거의 같아진 셈이다.


질은 좀 못해도 보는 맛은 좋았는데,..빨리 끝나서 또한 좋았고. 세계대회 중 하나쯤은 튀는 속기 바둑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조금은 아쉽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