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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100218 이세돌 標 묘수 모음 -上 (상세 설명 版)


上中下 세 편에 걸친 10여 개 묘수 수집은 평소 수집과 함께 중국 棋友의 도움(해당 게시물은 중국 사이트에서 대단한 인기를 모았다)을 받은 것이다.



묘수는 極限 상황에서 출현한다.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을수록 시간은 느려지고 감각은 예민해지고 인식은 선명해진다. 이런 순간에 출현하는 극적 수단은, 그리하여 뇌리에 선명히 각인된다. 그리고 우리는 묘수라 부른다.


이세돌은 극한 상황에 누구보다도 자주 몰리고 상대를 극한 상황으로 누구보다도 자주 몰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묘수도 자주 나온다.


이세돌은, 한마디로 말해 수읽기가 세다.
쎈돌 표 쎈돌, 이세돌 표 묘수를 모아보았다.




쎈돌 표 쎈돌 모음(이세돌 표 묘수 모음)



NO.1

2007.11.14 LG배 4강전 對 胡耀宇(호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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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아래로 한칸」. (‘아래로 한칸’은 前 프로기사 문용직 표 용어.) 이 手 「아래로 한칸」은 대부분 양수겸장인 경우가 많다. 아래를 보라. 백의 「아래로 한칸」은 아군에의 도강과 공배를 메우는 먹여침을 맞보고 있지 않은가. 참고로, 저 순간까지 흑은 열심히 닦고 있었고 백도 비밀스럽게 닦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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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와 胡의 바둑으로 돌아가서, 흑의 「아래로 한칸」은 귀의 흑 보호와 백 대마 눈(眼) 박탈을 겸하는 수다. 가령 흑이 그냥 귀의 흑을 살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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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대마의 눈을 박탈할 방법이 없다.


당시 해설하던 프로가 ‘우와 저런 수가 있군요.’ 하며 자신은 몰랐다는 듯 능청을 떨긴 했지만, 저 수는 웬만한 아마추어도 보는 수이다. (필자가 수집한 위의 기보를 보라. 아마추어의 타이젬 실전보 아닌가. 필자도 李vs胡 바둑 당시 순간에 당근 저 수를 예측하고 있었다. 장면도 몇 수 전에 말이다.)
다만 프로가 무서운 점은 저 수를 아마추어보다 훨씬 이전에 본다는 점이다. 물론 이세돌이 무서운 점은 보통 프로보다 먼저 본다는 점이고. 조금이라도 먼저 본 사람은 장면을 저 장면으로 몰아갈 것이고, 못 본 사람은 얘가 왜 이러지? 얘가 왜 이러지 하다가 끌려간 나중에야 알아차리고 아차 할 것이고..안다면 안 끌려갈 거니까... 그 차이일 뿐이다. 얼마나 숱한 프로들이 그렇게 ‘형장’으로 끌려갔던가?


아는 사람은 알고 끌고 가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끌려가고, 아는 사람은 장면에서 칼을 휘두르는 역할을 하고 모르는 사람은 장면에서 목을 내미는 역할을 하고, 그 차이일 뿐이다.


이세돌은 언제쯤 저 수를 보았을까? 언제쯤부터 장면을 저 장면으로 몰아갈 작정을 했을까?


大鵬(대붕)의 뜻을 燕雀(연작)이 짐작하기는 심히 어렵다.(아마 평범한 프로 수준만 되어도 그 순간을 거의 정확히 집어내리라.) 그러나 그래도 짐작해보면 아마 이 순간이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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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

2008.06.21 중국 갑조리그 11회전 對 古力(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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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력은(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이세돌 앞에서 언제나 조심조심한다. 그런데 알고도 당한다. 고력은 이 ‘당했음’을 언제 알았을까? 그게 중요하지는 않다. 이세돌이 언제 보았을까, 이것이 중요하다. 이세돌은 과연 언제부터 장면으로 몰아갈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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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수’를 안 하고 그냥 단수 친 백1, 이 순간. 아마도지만 적어도 이 순간 이전에 쎈돌은 장면의 마늘모를 보았으리라. 그렇지 않다면 단단수 이후로 이어지는 소득(흑2점을 잡을 수 있다.)을 마다할 리가 없다.


실전이다. 중앙에 우렁찬 흑 곤마 하나가 떴다. 묘수의 효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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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로 96으로 차단했다가는 알기 쉽게 흑의 수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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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모 차단도 대동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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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갑자기 뜬 곤마의 후유증으로 아연 백의 흐름으로 흘러갔고,..이를 뒤집으려 黑인 古力이 拔力(발력) 분투하였으나 결국 대마가 憤死(분사)하며 막을 내린다. 쎈돌의 쾌승!



NO3
2008.11.19 삼성배 8강전 對 이창호


'對陣표 사고'로 양李가 8강에서 만난 그 바둑. 선치중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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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이 약간 재미있다는 평가 속에 백이 1로 어려운 ‘질문’을 해온 순간이다. 이에 이세돌은 오히려 역으로 2의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재미를 본다. 그리고 그대로 골인한다. 미세한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 쎈돌의 예민한 감각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실황 중계 당시에 대단한 칭찬을 받았던 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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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응수 후보지는 대략 4곳.(□○ 네 곳) 그 중 오른쪽 네모 두 곳은 귀에 고약한 맛이 남으므로 기각. 왼쪽 네모는 아래 그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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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이 밀어 올 경우 백은 바로 막을 수가 없다. 그러면 흑의 단점이 자체로 보강되고(흑은 백의 단점을 보며 보강할 것이고 백에겐 단점만 남는다. 즉 흑은 자신의 약점을 선수로 돌보는 셈), 그러면 장면도 백 1의 의미가 몰각되기 때문. 그래서 백은 늦추어야 하는데, 이건 手나누기 상 아래와 같은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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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두진 않지만 저러한 결과가 예정되어 있다는 의미. 그것이 흑5 자리 선치중의 효과. (1>2>3>4>5>6 = 5>6>1>2>3>4  <==수나누기)
그래서 이것도 기각. 결국 이창호는 고민 끝에 다음처럼 응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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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는 분명히 흑의 득점. 


NO4

2006.04.10 富士通(후지쯔)배 16강전 對 조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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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집짓기다. 바둑은 사활이다. 집짓기는 효율이요, 사활은 생존이다. 바둑은 집짓기와 사활의 줄타기, 효율과 생존의 줄타기이다.

백은 최대한의 효율로 집짓기를 하는 중이고 흑은 극한의 생존력을 무기 삼아 적진에 單旗돌입한다. 효율과 생존의 충돌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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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응접이 지나갔고 위 장면에서 백(조치훈)이 던졌다. 백진에서 이렇게 크게 수가 나서는 일견 백이 大亡한 결과.


그런데 이 순간에도 백에게는 기가 막힌 수단이 있었으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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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후에 한국기원 연구생이 발견하였다 하여 화제가 되었던 수. 보면 볼수록 대단한 묘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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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흑의 대응수로 자리 몇 곳은 모두 안 된다.(확인하려면 집중조명)


그래서 이후 쌍방 최선의 응접은 아래처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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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은 국후 즉시 위 手를 언급하였다 한다.



NO5

2006.06.03 富士通(후지쯔)배 8강 對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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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3은 미리 교환해두어야 했다. 이 선수 교환을 게을리하고 둔 이창호의 흑1, 이 수가 李의 실수였던 아니면 방심이었던 간에, 아무튼 바둑을 버리게 된 한수였다. 예민한 후각의 이세돌이 이런 순간을 그냥 용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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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를 보라. 흑은 실리로 큰 손해를 입었다. 따라서 흑은 불가피하게 귀의 백을 잡으러 갔고 양쪽 생사를 건 큰 패가 났다. 그리고 손해를 본 쪽은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