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는, 일단 작업에 들어가면 오늘 원고지 열 장을 육필로 쓰고, 내일 그 열 장을 베껴 씀과 동시에 교정하고 거기다 새로운 열 장을 쓰고, 모레 그 스무 장을 베껴 씀과 동시에 교정하고 역시 새로운 열 장을 쓰는 식...의 고통스러운 글쓰기를 고집한다고 한다. 안정효는,『은마를 오지 않는다』를 17년 동안 썼고,『하얀 전쟁』은 10년 동안 붙잡고 있었고,『글쓰기 만보(漫步)』는 40년 동안 준비하였다 한다. 쓴다면 좋지만 아니 써도 그만인, 나의 이런 글에조차 한 동안의 탐색과 며칠 동안의 자료수집과 그동안의 골똘함과 몇 십 시간의 타이핑이 바쳐졌다. 프로의 글은 밥그릇이며 아마추어의 하찮은 글이라 하더라도 그곳에는 개성적 인격과 얼마간의 노력과 시간이 담겨져 있다. 때문에 모든 글은 최소한의 존중은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니 그 어떠한 글이라도 먼저 살다 간 이의 흔적이 남아지게 마련이어서 그에 빚지는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정말로는, 앞서 간 자의 흔적 없이는 글 자체가 불가능하다. 백 퍼센트 나만의 창작은 가능하지 않다.
『카피레프트(Copyleft)』(1984~),『지식이나 정보의 독점을 거부하는 운동』은 원래 『자유소프트웨어 운동』(미국 MIT 대학의 컴퓨터학자 리처드 스톨먼(Richard Stallman)이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Free Software Foundation)을 설립하면서 촉발)으로서 시작된 이념적 경향으로서, 그 핵심은 『프로그램에 대한 실행과 복제,개작,배포의 모든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는 ‘저작권자의 모든 권리의 취소’에 다름 아닌데, ‘copy가 left로 가다’는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스톨만의 상상력 풍부한 친구가 스톨만에게 보낸 편지에서 처음 썼다고 한다.) 시작은 소프트웨어분야에서였지만 나중에 모든 저작권분야로 확산되었다. 그런데 오해도 묻어서 확산되었다.
오해란 글과 소프트웨어의 차이에 대한 간과이다. 그 차이란 『‘자본의 논리’에 대한 저항』과 『‘인간적인 개성-천부적 자연권’에 대한 존중』간의 차이(더 길게 말할 필요 없을 터이다)로서, 이것은 『공유(共有), 나눔에로의 지향』이라는 한 마디로 간단히 무시해 버려서는 안되는 문제이다. 그래서 ‘글에 있어서 모든 권리의 취소‘는 ’copy가 left로 감이 지나치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진정한 카피레프트는, ‘무료나 공짜를 요구하여 카피라이트를 반대함’이 아니라 ‘구속에 대한 해방’이라는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의 취지는 이어 받되 천부인권에 대한 존중이라는 르네상스 이래의 전통 또한 버리지 않음에 있다. 그러므로 카피레프트는 카피라이트의 반대말이 아니라 짝말이 되어야 한다.
블로그는 소시민의 저작공간이라 할 수 있는데 자신만의 공간이기 때문에 블로거가 자기만의 ‘저작권 정책’을 구현하는 공간이 된다. 펌을 할 것인가 무엇까지 어느 수준까지 펄 것인가 펌을 허용할 것인가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가 에 대한 정책이다. 퍼옴에 대해서 말하자면, 공적 글(신문 등의 뉴스기사 기타)이라면 출처를 표시하고 비영리적으로 이용하는 정도로서 마음껏 퍼와도 현실적으로 그다지 문제될 건 없다고 본다. 단지 뉴스글과 의견글(칼럼) 등의 차이는 있으며 후자는 시차를 두고 퍼온다든지 하여 어느 정도 주의해 주어야 한다. 사적 글이나 (설사 공적 글이라도) 문예성 글이라면 충분히 존중해 주어야 한다.
펌의 허용에 대해서 말하자면, <저작권자(c)누구누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런 식으로 하고 있는 블로거들이 제법 많은데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이긴 하다. 누구든 자기의 글이 존중받기 바라는 심정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글이든지 간에 쓴 목적이 있을 터, 이를 감안하여 스스로가 받고 싶은 취급을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밝혀주면 더 바람직할 법하다. 인터넷 시대, 창작의 민주화 시대에 맞고 소시민을 유인하는 카피레프트의 이상까지 보탤 수 있으니 더욱 좋을 것이다.
두 개의 관점, 저작자 표시와 비상업적 이용을 기준삼아 가능한 정책을 나열해 보면 무조건 허락, 저작자 표시 요구하여 허락, 비상업적 이용이면 허락, 저작자 표시
및 비상업적 이용 요구하여 허락 4가지가 가능하다. 이 중 마음에 드는 정책을 골라 블로그에서 표명하는 것이다. 참고로 이에 관계된 CCL을 링크한다.
길고 지루한 글 읽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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