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이니 오번球라고 해야 하나. 건 아무래도 좋고..
누구는 벌칙게임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좀비게임이라고도 하더만,
나는 어떤 영화(짝패던가?)에서 본 결투 방식이 연상된다. 어떤 방식이냐 하면 각 한쪽 팔을 단단히 묶은 상태에서 싸우는 방식이다. (그럼 도망갈 구석이 전혀 없게 된다.)
4판도 충분히 지겨운데, 만일 우리 팀과 일본이 준결승전을 같이 이긴다면 또 결승에서 붙어야 하니 이건 뭐..어쩌면 5번기가 성사될지 모르겠다.
3번기는 2판을 이기면 승리이다 근데, 지난 WBC에서 우리 팀이 2판을 먼저 이겼는데도 일본좀비는 ‘죽’지 않았다.
또, 5번기에서 3:1이면 승부가 끝나야 함에 불구, 우리가 2:1로 앞서 있는 상태인 어제 4번째 대결에선 우리가 이겨도 일본은 4강은 가게 되어 있었다. 그러니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플레이도 대충대충..
3번기인데 3번기가 아니고 5번기인데 번기가 아닌 셈, 이런 지랄 같은 방식은 대체 어떤 총 맞은 대가리에서 나왔더란 말이냐.
만약에 결승이 한일 5차전으로 성사된다 치자. 결승이니까 이 5차전을 이겨주면 드디어 ‘좀비도 죽는다’. 다른 말로 번기도 끝난다.
우리가 이긴다 치자. 일본좀비는 이세돌이 고력에게 졌을 때 내가 받은 데미지만큼의 충격을 받으리라. (꼭 그렇게 해주고 싶긴 하다.)
우리 한국좀비, 만약에 진다면 일본 정도만큼은 아니더라도 역시 큼지막한 내상을 입는다.
이것이 두렵다. 이 두려움은 쎈力전(이세돌 vs 고력 전)이 성사되었을 때의 불안감과 똑 같다.
쎈力 전은 부디 성사되기를 바랐다. (비록 지긴 했지만 ㅠㅠ) 자체로 세기의 대결이라 꼭 보고 싶었기에 대결을 기다렸다. 또 하나 이유는 이세돌이 반드시 이겨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야구 5번기, 야구에서 5번째 대결도 성사되기를 바라야 할까?
저번 WBC였던가 작년 올림픽때였던가 아무튼..어떤 유명 야구감독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일본이 우리보다 저변도 넓고 리그의 전체적인 수준도 높은데 왜 맞대결에서 번번이 우리가 이기나, 우리가 전혀 밀리지가 않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쯤 되는 견해였다.
흔히들 한일전의 의미에서 오는 정신력이니 병역혜택이니 단기전의 특색이니 이런 분석도 부분적 이유가 되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전력의 열세를 꾸준히 배겨내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한 두 판이면 모를까. 그렇다면 다른 합리적 설명이 필요하다. 내가 듣기로 그 감독의 설명이 가장 그럴듯하니 않나 싶은데..
그 감독이 말하기로, ‘우리는 현 대표팀 수준의 팀을 하나 정도 더 만들 수 있다, 일본은 너 댓 개 더 만들 수 있다’ 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린 같은 수준(최고 수준)의 팀을 2팀, 일본은 대 여섯 팀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다음 이게 중요한 데, 이 팀들의 전력은 어차피 대동소이하단다.
그래서 나라별로 각 한 팀만 나와서 하는 국제전에선 우리도 (일본과) 대등한 승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한일전은 언제나 최소 5:5라는 얘기가 되나? 우리 리그가 깽판이 나지 않는 한은 그렇겠지..)
바둑으로 치면 이런 상황과 유사하다. 80년대 한일간 단체전을 하는데 5명 5판 승부를 한다 치자. 예를 들어 우린 曺, 大徐, 小徐, 강훈, 장수영 정도? 일본은 小林, 武宮, 조치훈, 加藤, 林해봉이라 치자. (화려하구나.) 1:4나 2:3 정도로 우리가 버겁겠다. 아무래도 지기 쉽겠고, 10명이 한다면 99.9% 지겠다.
근데 조훈현이 5판 다 둔다 치자. (돌아가며 두는 식으로, 다면기 말고.) 어흐흐 그럼 조훈현이 이긴다.
만약 일본이 10명, 조훈현이 열 판 다 둔다 치자. 그럼 99% 이긴다.
나는
위 야구 감독 말을 그렇게 이해했다.
그나저나 (또 만난다면) 이젠 단판 승부가 되는 셈인데, 아 이것이 솔찬이 부담스럽다 말이시..
될 대로 되라지 뭐, 그래봤자 야구인 걸, 에효~
註:조치훈은 말했다.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