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진으로 본 이창호의 ‘초췌한’ 모습에 가벼운 충격을 먹었다. 동생의 고백에 의하면‘공구리’에게 지고 이창호도 크게 내상을 입었다 한다. 몸무게도 5kg이나 빠졌다고...
하긴 나도 잠깐 잊고 있었다. 어릴 때 부모에게 뭔가를 조르다 부모가 소원대로 들어주지 않자 ‘열이 뻗쳐’ 아버지 가게 진열장 유리창에 머리를 박아버렸다는 일화를.
그러고도(孔杰에게의 패배) 금방 회복하는 이창호를 그동안 우린 너무도 당연시해왔는지도 모른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또 바둑을 두는 이창호. ‘아무 생각 없는’ 사람 이창호.
이참에 새삼스레 확인하게 된, 이창호도 패배하면 충격을 받는다는 사실이 당연하면서도, 사람을 짜안하게 만든다.
바둑 사이트 댓글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강동윤이 국제전에 질 때, 최철한이 국제전에 질 때 이를 두고 국내용이라 비난하는 사람들조차도 이창호의 패배를 두고서는 정말로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나 또한 앞으로 이창호가 얼마나 패배한다 한들 조금의 서운한 마음이 없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생각이리라. 그동안 충분히 행복하게 해주었으니까.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그래서 조금은 가벼운 기분으로 바둑을 보았다. 그런데 어제도 이기더니 오늘도 이겨버리네?.. 아유아유 창호 국쑤 구럼 안 되는데에에에~
흑▲, 이창호의 그답지 않은 강렬함
이후에 고비가 없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순간의 결과가 바둑 후반부의 흐름을 좌우하였다.(백은 고행 길로, 흑은 광명의 길로..) 그래서 바로 이곳이 오늘 바둑의 결정적 고비였다.
古力, 다른 때 같았으면 이런 곳에서 점수를 땄으면 땄지, 잃을 사람이 아닌데,
한국의 두 해설자 한상훈과 송태곤의 해설을 조합해서 판단해보면,
백의 갈 길-한상훈 추천 그림, 그런데 고력(白)은 2의 上上자리에 두어 우변 백을 살렸고 흑은 1 아래 자리로 단수쳐서 중앙이 두터워졌다(계속)
백은 6右 자리로 때리는 것까지 선수, 중앙 두터움 막강
한상훈의 해설 및 ‘결과론’에 미루어 말해보자면 백은 저 길로 갔어야만 승부를 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우변 59집 大家가 고력에게는 차마 부담스러웠을까. 고력은 결국 우변을 버리는 시원시원함을 보여주지 못했고,
순간.
좀 과장해 말하자면 바둑은 이창호의 ‘통 속(桶內)’, 또는 石佛의 손바닥으로 들어갔다. (참고로, ‘이창호의 바둑은 상대를 통 속에 가둬놓고 두는 바둑이다’ -서봉수의 표현)
위 참고도를 다시 보자.
선악을 떠나, 혹은 나중에 어찌 될 값에, 일단 참으로 시원하다.
마치 며칠 전의 이세돌-공걸 전이 생각나지 않는가?
공부합시다-다음은 이 바둑에 나온 새겨둘 만한 手
흑에게 기막힌 맥이 있다
백이 눈을 만들고자 △로 두어왔다. 눈알을 허락하기 싫은 흑에게 좋은 수단이 있다. 백을 매우 괴롭히는 수이다. 자, 송태곤이 가르쳐준 이 수는?
찝는 흑1이 쌉싸름하다(백2는 흑1 上 자리 단수)
백1,선치중의 묘미
배워둘만한 수, 한집 득입니다.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