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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090520 話法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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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관계에 있어서의 지혜를 나누는 TV쇼 프로그램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이건 부부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대인관계에서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뭐냐면

우리가 나의 불만을 배우자에게 이야기(;하소연)할 때 ‘이러이러해서 니가 잘못되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지 말고 ‘니가 이러이러하니까 내가 속이 상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화법 즉, 말하기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설명이다. 타자중심의 화법보다는 화자중심의 화법을 구사하라는 말인데, 아! 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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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말한 ‘용산 참사가 가슴 아프다’는 철저히 화자 중심의 화법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 시켜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만약  “참사를 당한 분들이 화를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나라도 (참사에) 화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국가적인 차원 때문에 이렇게 돼서 정말 미안하다” 는 타자 중심의 화법을 구사했다면 용산 참사로 인한 국민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었을 수도 있다.


위(연결임)는 약 3달 전 어떤 화법 전문가(speech 전문가)가 이명박 대통령의 화법을 지적하며 한 말이다. 지금 우연히 접하고서 보니 음~ 저 지적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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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전문가는 한 가지 더 미국 대통령 오바마와 그의 민주당 후보 경쟁자였던 힐러리의 화법 또한 비판적으로 대비시켰다.


스피치 전문가들은 힐러리가 대선에서 오바마에 패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화자 중심의 화법 구사’ 를 꼽는다. 오바마가 우리를 강조한 ‘Yes, We Can’ 화법이라면 힐러리는 자신을 강조한 ‘Follow me’ 화법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음, 이건 ‘우리’v. ‘나’의 차이이구나.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글을 잘 쓰는 일련의 지침들 중 하나로,

 

위엄 있는 1인칭 단수를 절대 쓰지 마라. 우리는 그것이 나쁜 인상을 준다고 확신한다.


라고 친절한 가르침을 주었다. 바로 우리와 나의 차이이다.(참고로 초록색 ‘우리’ 부분을 최대한 위엄 있는 것을 골라 사용하는 풍조가 요즈음 갈수록 만연되는 중임을 나는(감히!!! ^^) 지적한다.) 근데 힐러리의 참모진이 나름의 생각이 없진 않았을 텐데...흠. 하튼 위 화법 전문가 및 움베르토 에코의 공통된 지적은 경청할 구석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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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법은 사고법의 반영이다. 다시 말해 사람의 사고방식은 화법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대체로 자기중심적일 수록 대체로 자기중심적인 화법을,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역시 그러한 화법을 구사하고, 만인평등보다 계급우선적인 사고방식이라면 화법 또한 그러하다는 말이다. (이걸 예를 들자면 끝이 없지만...)

그런데 보통 사람은 자신의 내밀한 사고방식은 고치지 못해도 화법은 조금이라도 바꾼다. 한 개인은 약하기 때문이고 그러한 개인으로선 세상과 융합하여야 삶이 편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자신을 짐이라 칭할 수 있는 자는 오직 하나, 세상의 중심인 자였다. 박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본인’ 또한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힐러리는 그녀의 도도함이 ‘나를 따르라’ 식의 화법을 고집하게 하였을까? 나라면 일국의 ‘짐’이 될 수 있는 길이라 했을 때 나의 도도함을 꺾길 절대 마다하지 않을 텐데.


겉으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