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둑

090428 늦었지만 응씨배

                  우승인터뷰 장면 Tom.com




최철한, "구리-창하오와 겨루고 싶다!"(Oro, 김경동)


최철한 "바둑, 평생을 걸어가야 할 먼 길"(Tygem,박해진)


崔哲瀚:围棋如朋友将一生同行 应氏杯夺冠激励我前进(图)(Tom.com, 专稿 李新舟 )

(바둑은 친구처럼 평생 동행자, 응씨배 쟁취는 내 전진에 격려가 되리라)


 

최철한의 여자친구 건이 은근한 데, 국내 기사에 소개되기로는 위 연결된 오로 기사에서 여자친구가 없다고 나왔다. 그 기사는 김경동 기자님이 아래 Sina.com기사를 번역한 것이다. 훔~ 나도 거들어보았다.



记者:会不会想先告诉女朋友?(우승 소식을) 여자친구에게 미리 알릴 생각인 겨?

崔哲瀚:现在还没有女朋友,下次吧。(笑) 지금은 엄슈, 담에 봐여. (웃음)

(맹물번역, 오/의역誤/意譯 필수)



그런데 Tom에 실린 기사는


记者:有女朋友了吗? 처라이 니 여친 인나?

崔哲瀚:(不想告诉)以后再说。(알릴 생각은 없대네. 우승소식을?) 담에 야그하자공.


으으~ 기자와 담에 얘기하자란 말인지 여친에게 담에 얘기하겠단 말인지 ㅠㅠ 잘 알 수가 없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여친이 없다는 얘긴 없다. 하튼..



(참고로, 박 시인이 쓴 타이젬 기사엔 여친 얘기가 전혀 등장 안 한다.)

짐작이지만 오로의 저 기사를 본 여친이 전화를 걸어 철한을 좀 쪼았나보다. 아니면 이런 얘기가 시상식장에서 나올 수가 없다.

(처라이 曰)
“나 여친 있어 씨”“이전에(도) 한국기자가 여친 엄따는 말로 잘못 알아듣는 바람에 내가 여친한테 벌점 받았단 마리야, 마리야 마리야!“ (”이번에도 그러네, 사람들이 왜 그러는 거야? 씨!“)


(괄호 안은 기사에 없는 것으로 필자가 추가)



 


언터뷰 기사에 '절정기'라는 말이 보인다. 축하와 동시에 최철한에게 바라건대, 최절정기는 아직 오지 않았음을 부디 보여주었으면 한다.




이번 우승으로 최철한은 맹물판 세계순위(ranking) 8위 ==> 3위로 성큼 뛰어 올랐다. (現 1위는 고력古力)



4강전에서 창호와 세돌이 만났을 때 심정적으로 세돌에게 응원이 갔다. 근데 결승전을 보면서는 도대체 누굴 응원해야 하지... 도대체 누가 아니 지기를 바라야 하는지. 창호는 주요(major)급 기전 4연속 준우승, 철한은 응씨배 악연, 이 모두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하나를 막으면 필히 하나가 뚫린다. 둘 다 막는 방도는 없다. 양날의 검, 딜레마.


아쉽게도 창호는 메이저 5연속 준우승을 기록하게 되었다. 여기서 묘한 순환고리가 등장한다. 익히 우리가 아는 바대로 상호常昊는 응씨배를 우승하기 전에 ‘여섯방울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렇게 되는데 가장 크게 기여(?)를 한 이가 (상호 본인 다음으로) 바로 이창호다. 어쨌든 상호는 간난고초 끝에 비원의 우승을 했다. 그리고 그 희생양이 최철한이었고 덕분에, 이번에는 崔가 간난에 들어야 했고 그 자신의 표현대로 이를 악물어야 했다. 또 어쨌든 崔는 갈망하던 응씨컵을 쥐었다. 그리고 이번 희생양은 이창호다. 다음...


여름에 필 예정인 春蘭배에서 만나야 할 당사자가 창호와 상호이다. 거 참 이게 무슨 장난이란 말인가. 누가 그래쓰까? 누가 그래쓰까? 순환의 측면에서 보면 이번에는 상호가 칭호에게 보답할 차례다. 상호는 崔의 신세를, 崔는 창호의 신세를 졌으니 이번에는 상호가 창호에게 신세를 갚음이 순환이니까.


근데 6이라는 숫자가 걸린다. ‘여섯 방울의 눈물’,그렇게 만드는 데 일조한 창호, 業이랄까 돌고 도는 운명이랄까, 아 모르겠다, 어떻게 될지...에린다.




중국 매체는 위 순환을 '三劫循環(순환은 순환인데, 삼패순환?), 三人相生相克’(연결,중국어)이라 표현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전적까지 적시하였다. 4회응씨배 이창호3:1상호, 5회응씨배 상호:3:1최철한, 6회응씨배 최철한3:1이창호.





국내매체는 이창호에 대한 안타까움을 자제하지만(관심이 없어서? 건 아니겠지) 중국 매체는 타국 인물이어서인지, 반대로 당년의 大棋士에 대한 인상이 워낙에 깊어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이창호가 어찌 이럴 수가' 하는 분위기가 많이 보인다. 휴.



이런 식의 설명은 이젠 지겹지만 이렇게 밖에 설명이 안 되니 어이할꼬.


최철한, 대국 당사자가 말했듯이 (‘이창호 9단이 확실히 건강원인 때문에 실력발휘를 하는데 영향을 미친 듯하다’) 이창호의 건강이 (작년보다) 나빠진 듯하다. 아니면 오랜 세월을 천하 독보하던 마무리 솜씨가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우선 이 그림부터 보시고)


다음 그림을 보자.
네 개의 화살표가 눈에 보이는 실수, 두 개의 빨간 동그라미가 숨은 실수이다. 도합 6개. 이것은 고수들(한국 해설자 김만수, 중국 쪽 棋士 왕뢰王磊 프로, 상호 九단 등)을 총출동케하여 수집한 것이다.(힘드러)


실전 수순대로 보면

좌중앙 동그라미는 시급히 교환할 곳,
하변 화점 우측 쌍점(실전 101)하기 전에 하변 동그라미  교환할 곳,
우변 화살표는 호구 칠 곳,
좌하 1의 2는 석점으로 솟아오를 곳,
상변 2선 화살표는 중앙 파란 네모부터 시급히 교환할 곳.

자잘한 실수가 이렇게 거듭되자 王磊는 ‘마치 마신에 이끌린 듯 끊임없이 실수가 나왔다’고 평한다. 이에 제법 넉넉했던 바둑이 극미해져버린다. 그리하여 마음이 바빠지자 급기야 치명적 자충수(우하 화살표는)가 등장하고 이 때문에 우변에 수가 나고 그것으로 바둑은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에공.


(같은기보계속참조)


중반에 좌상 흑 3점을 버리느냐 움직이느냐가 초점이 되었다. 국후 한켠(한국 쪽)에선 그 석점을 왜 움직이지 않았느냐 하는 말이 나왔지만 이창호의 知己인 상호는 이창호가 버리는 것을 보며 ‘이게 이창호가 형세가 우세하다고 판단했을 때 두는 방식이다.’라고 말한다.(연결, 중국어/우리 글 표현의 일부는 연결된 기사에서 빌려온 것이다. 때문에 굵은 글씨이다.)

과연 3점을 버려서 바둑은 흑이 유리했고 한 번의 변화가 더 있은 후(실전 87~97,우변 변화를 말한다.) 집의 윤곽이 드러나자 흑의 우세는 더욱 확연해졌다. 그런데
불가사의하게도 바로 이때부터 이창호는 好局호국을 한 걸음 한 걸음 떠나보낸다.(步步断送)


상호는 이 바둑을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말하였다고 한다.(위 연결된 기사에서 인용, 誤/意譯필수)


“후반에 연속 실착이 나온 까닭은, 우선 그(이창호)가 기본적으로 승국이 결정되었다고 생각하였고, 그래서 보강(註;중앙 찔러 두는 수를 말하는 듯하다. 위 6번의 실수 부분 참고)을 소홀히 하였다. 후에 좌하귀에서 일격(註;그 여파로 하변을 잠식당했다.)을 당한 후, 쌍방 형세는 이미 접근했다. 본래는 많이 남는, 어떻게 두어도 이길 바둑이 돌연 근접하는 형세가 되어버렸다.
이창호는 당황했을 것이다. 때문에 자충의 실착(註;우하 화살표, 실전 133)이 나왔다.(이하 대국심리를 스포츠에 비유하며 설명;생략)”

이라 하며 심리적 문제로 결부시키고 있다.



상호의 말이 틀렸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우리가 잊어선 안 되고 잊지 못하는 게 있다.

不動心,

이창호 하면 부동심이다. 숱한 판에서 본 우리가 아는 이창호는 어떠한 곤경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모습 아니었던가. 그런데 왜 흔들렸을까? 다름 아닌 부동심이?


춘란배가 한 달여, 결과가 어떻게 되던 이창호에게 권하고 싶다. 조훈현에게 한참 당하던 시절, 서봉수가 한상대에 이끌려 호주여행을 갔다. 대략 한 달? 서봉수는 배운 것이 많았다고 한다. 이창호도 여행가서 뭘 배워 오라는 건 아니고, 이창호는 쉬어야 한다. 막연하게 추측하기론 상기증(우리 블로그에 관련글이 있다. ==>search)인데 이게 만만찮은 놈이다. 그게 아닌 다른 뭐라 해도 권하고 싶다. 한달 갖곤 안 된다. 딱 일 년만 쉬자. 아무 생각 없이.
 

나라면 세계일주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