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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101003 치수고치기의 추억

 

치수고치기의 추억


오랜 전 일인데, 당시 왜 그걸 하게 되었냐면, 내가 말 한마디 무신경하게 내뱉는 바람에‘나의 木谷’께서 제대로 열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울며겨자먹기로(실은 그런 '척'만) 10번기 ‘강요’를 반드시 받아들여야만 했다.

치수고치기는 위처럼 오청원-木谷 치수고치기 식의 치수고치기가 있고, 앉은 자리에서 고쳐가며 두는 방식의 치수고치기가 있다. 前者는 대체로 巨匠들이 하고 후자는 대체로 卒匠(졸장;뭣도 아닌 匠人)들이 하는데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다.
 내가 巨匠이라면 그야말로 우습자나.


‘앉은 자리 치수고치기’는 해본 적이 없다. 아! 어쩌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옛날에 둔 그 수많은 판을 어떻게 일일이 기억한단 말인가?


타이젬에, 가끔 방을 열고 바둑 강의를 하는 꽤나 유명한 九당이 계시다. 이분께서 어느 날 강의에서 왈, 옛날옛날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 아니 호랑이 바둑 두던 시절에, 이창호가 치수고치기를 했다, 했단다.


누구랑? 徐사붐이랑. 여기서 徐사범이란 물론 속기쟁이 徐사범을 말한다. 이창호가 막 날리기 시작할 시절에 이창호가 이 徐사범이랑 단판 치수고치기를 했는데, 넉점까지 갔다더라...타이젬 九당이 전하는 말이었다.


이걸 듣고 나는 아이고오 천하의 徐사범이 우짜다가.. 디게 쪽팔리게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웬걸? 넉점까지 올라간 사람은 이창호였다! 는 타이젬 九단의 말씀이지 않는가. 계속되는 말인 즉, 넉점으로 둔 건 아니고 석점으로 졌는데,.. 그날은 거기서 끝났단다. 이유? 뭐 모르지, 사모님 저나가 왔던지.. 속기쟁이 徐사붐도 은근한 공처가...그래도 그날 전화는 디게 반가웠겠지만^^ 하튼, 졸지에 ‘넉점 下手’가 돼버린 천하의 이창호. 다음 날 한국기원에 출근하자마자 쌩~ 바람처럼 달려가 徐사범을 붙잡고 ‘사범님 얼릉 치수고치기 해요’이랬는데, 徐사범 요리조리 빼면서 절대 둬주지 않았더라, 해서 그들은 지금도 넉점이더라.. 그러한 이야기. 믿거나 말거나. ^^

당근 초속기이게 마련인,‘앉은 자리 치수고치기’는 그야말로 치수가 ‘미친 년 널뛰듯’ 춤을 춘다, 이창호도 은근히 열 잘 받는 사람이다, 나는 그래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 생각한단 얘기. 믿거나 말거나.
同手간에 치수가 아홉 점까지 가는 것도 내눈으로 보았다. 지금은 프로인 김철중 사범이 아마추어 당시에 2급을 9점 접더란 實話도 있고. 曺국수 일본 시절에 謄澤(후지사와)에게 석점 간 적 있고 藤澤도 그 자리에서 曺국수에게 두점 간 적 있고. 이런 것이 다 사람이 감정의 동물이다 보니 때문에 일어나는 이야기다.


다음은 중국 이야기인데,
‘여자애덜 바둑을 보면 심장이 벌렁거린다’,마효춘으로 짐작되는 이가 그런 소리를 한 적이 있다. 또 작년 중국 百靈배(젊은 남/녀 기사들이 팀을 이뤄 치수고치기를 했다)에서 송용혜가 선에 덤을 받고도 박문요에게 망가졌더랬다. 이 바둑을 곁에서 구경하던 섭위평이 呵呵大笑...당시 현장을 전하는 다음 記事를 보자. 대략 1년 전의 기사이다.


대회가 다 끝나고서 화학명이 聶에게 물었다.

“내년에는 원로 기사들도 참가해주셨으면 하는데, 워쳐케 생각이 있으심미껴? 선생님.”

이에 聶 왈. 묻지도 않은 소리까지 늘어놓기 시작한다.

“나는 우리 팀으로 마효춘과 유소광을 뽑겠다. 이들과 팀을 이루어 여자기사들과 둔다면 2점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

“당신 알잖소. 豊云(풍운)이라고 이전에 국가隊에 있었던 九단, 지금 미국 살지. 예전에 우리 둘이 단판 치수고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다섯점까지 갔다구. 풍운이 거기서 눈물까지 흘렸어요.”


말이 씨가 되어, 저 말이 올해 기어코 현실이 돼버렸네. 통산 6회째인 올해 백령배, 얄궂게도 원로 棋士팀 vs. 어린 여자 棋士 대항전이 돼버렸다(다만, 치수고치기 아닌 단순한 승발전).


첫판에 (조대원, 마효춘, 유소광, 섭위평, 진조덕 中에) 조대원과 송용혜가 붙었다. 어 그런데 조대원 할배가 져버렸네? 이에 聶,‘대따 의외당! 曹형이 대체 왜 진거임?’이랬다. 다행히 2국에 유소광이 송용혜를 이기자, 聶 긴 한숨을 돌리며 왈, ‘역시 그렇군. 역시 좀 떨어져. 유치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聶은 劉vs宋의 이 바둑을 또, 자신의 블로그에도 기보 해설과 함께 올려, ‘아시안게임 여자팀 준비를 보니 걱정된다’는 제목으로 ‘유소광이 실력발휘를 못했으나 송용혜는 그 많은 기회를 하나도 붙잡지 못했다. 역시 유치하다’라고 한 번 더 씹었다☜.


송용혜는 다른 소리는 안 하고, ‘내 뒤는 나보다 더 세다. 아마 더 잘 둘 것이다.’ 정도의 말만 하였다.


한국 GG옥션배가 첫 회에 '아가씨팀'(당시 주장 예내위는 나오지도 않고 이겼다.)이 '아자씨팀'을 이겨버리면서 대회가 제대로 물이 올랐듯이 중국 백령배도 역시 물이 오를 기세다. 섭위평도 언젠간 나올 텐데, 그 때 어떤 활약을 보일지? 설마 조대원처럼 단칼에 날아가진 않것지. ‘구라’ 날린 체면이 있는데...
근데 다른 이유는 엄꼬 지면 이 아자씨가 과연 무슨 소릴 할지 요고에 대한 기대가 크다 보이, 꼭 단칼에 날아가면 한다는...


‘聶구라’ 덕분에 두서없이 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