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고대 총장의 표절 시비로 한창 시끄럽던 지난 겨울에 실린, 일간신문 세태(世態)칼럼 두 개를 보자.
파란 것은 12월 말, 검은/초록의 것은 1월 초.
깔깔깔 - 맹물
[지평선] 표절 ☞☞☞[지평선] 표절
[설왕설래]표절 ☞☞☞[설왕설래]표절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논문과 저서 표절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본인은 관행이었다는 주장인 모양인데, 몇 년 전과 올해 교육부장관을 잠시 하다가 표절 문제로 낙마한 두 인사가 했던 얘기와 똑같다.
학계에서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사퇴를 불러온 표절 의혹 공방으로 정치권까지 들썩였다. 연말에는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신년 벽두부터 마광수 연세대 교수가 제자의 시를 표절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표절 문제가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4월 출판가에 나온 그의 신작 시집에 수록된 작품 중 두 편이 홍익대 교수 시절 제자 등이 쓴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표절이란 훔칠 표(剽), 훔칠 절(竊)로 쉽게 말하면 '도둑질'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도둑질이 관행이었던 적은 없다. 표절을 영어로 plagiarism(플레이저리즘)이라고 하는데 라틴어 plagiarius(납치하는 자)와 plagiare(훔치다)에서 나온 말이다.
표절이란 뜻의 영어 ‘플레이저리즘’은 ‘납치하는 자’란 뜻을 갖는 라틴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1세기 로마의 피덴티누스라는 사람이 촌철살인의 경구로 유명한 시인 마르티알리스가 발표한 시 몇 편이 자기가 쓴 것이라며 "내 자식을 납치한 것과 같다"고 비유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대 로마의 피덴티누스라는 사람이 촌철살인의 경구로 유명한 시인 마르티알리스가 발표한 시 몇 편이 자기가 쓴 것이라며 “내 자식을 납치한 것과 같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 표절은 논문이나 책뿐 아니라 신문기사, 컴퓨터 게임, 대중가요, 영화, 문학, 음악, 연설 등 지적 활동과 관련되는 모든 분야에 존재한다. 미국 상원의원 조지프 바이든은 1987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포기해야 했다. 65년 법학대학원 1학년 때 쓴 리포트가 표절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박사학위 논문에 20년 전 피츠버그 대학의 두 교수가 쓴 책을 거의 통째로 베껴 망신을 샀다. 알렉스 헤일리는 유명한 소설 <뿌리>의 일부를 다른 사람의 소설에서 베껴 원작자에게 65만 달러를 배상했다.
1987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해 멋진 연설로 인기를 끌던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은 자신의 연설문 가운데 하나가 영국 노동당 닐 키녹 의원의 연설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져 후보에서 사퇴해야만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박사학위 논문에 20년 전 피츠버그 대학의 두 교수가 쓴 책을 거의 통째로 베껴 망신을 산 적이 있다.
■ 송나라 문장가 구양수는 남의 시가 좋으면 무릎을 치며"어디서 얻어왔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무애 양주동은 도쿄 유학 시절 함께 하숙하던 노산 이은상의 시를 읽고 구양수를 흉내내 "어디서 얻어왔느뇨?"라고 물었던 일을 회고록 <문주반생기(文酒半生記)>에 쓰고 있다.
감탄을 하면서도 혹시 표절이 아니냐는 의심을 깔고 있는 질문이다. 도둑질을 하려고 하는 마음까지야 어떻게 막겠는가마는 제동장치를 둘 수는 있다.
그만큼 표절 시비는 고금을 막론하고 지적 활동과 관련되는 분야에서 뿌리 깊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된 예화 하나. 송나라 문장가 구양수는 다른 사람의 시가 마음에 들면 무릎을 치면서 “어디서 얻어 왔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감탄을 하면서도 혹시 표절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애 양주동도 일본 도쿄 유학 시절 하숙을 함께하던 노산 이은상의 시를 읽고 “어디서 얻어 왔느뇨”라고 물었다고 그의 수필집 ‘문주반생기(文酒半生記)’에 소개하고 있다. 구양수를 흉내 낸 ‘표절’인 셈이다.
■ 미국역사가협회가 올해 1월 개정한 <윤리 선언>을 보면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이 누구한테 빚진 것인지를 분명하고 철저하게, 그리고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독일 빌레펠트 대학은 몇 년 전 캠퍼스 전산망에 표절 여부를 체크하는 프로그램을 깔았다.
아차, 이런 얘기들의 출처를 안 밝혔네! 하마터면 표절을 다룬 지평선마저 표절로 얼룩질 뻔했다. 표절의 어원은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독일어판에서, 사례는 위키 영어판에서, 양주동의 일화는 한국일보 임철순 주필이 2003년 5월 29일자 이 난에 쓴 '어디서 얻어왔는가'에서 얻어왔다.
이 총장의 논문·책 표절 의혹과 관련한 진상조사위원회가 지난 주말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고, 출판사에 의해 상습적으로 교재 표절 피해를 당해온 방송통신대학도 ‘저작권보호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한다. 학계와 출판계 등은 이를 파렴치한 범죄와 다를 바 없는 표절행위를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입력시간 : 2006/12/28 18:47:32
수정시간 : 2006/12/28 18:57:18
안경업 논설위원
2007.01.07 (일) 18:02
(맹물)뭐, 기자들도 인터넷 도움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겠지만 그걸 긁은 그대로 쓴다면 좀 아니지. 근데, 오히려 남이 쓴 버젓한 기사까지 베끼는 심한 사례도 많대네, 하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이 같은 행태 가 하루 이틀이겠냐 마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명색이 ‘표절개탄’ 칼럼인데 태연히 응응을 하다니, 잉잉잉을 잉잉잉에다 잉잉하고 앙앙앙하고 있는 앙앙을 앙앙앙시키는구나.
한국일보 이광일 논설위원은
‘아차, 이런 얘기들의 출처를 안 밝혔네!...피덴티누스 부분은 한국일보 이광일 논설위원의 지평선에서,.. 구양수 부분은 한국일보 이광일 논설위원의 지평선에서 얻어왔다.’
식으로 신세진 곳을 꺼리낌없이 밝히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밝혀주기만 하면 별 일 전혀 아니다. 사소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기존글의 근본적인 구조를 내 글로 복제해버리면 더 이상 사소한 문제가 아니게 된다. (만약 어떤 두 글을 기찻길 철로처럼 순서대로 나란히 늘어놓기만 한 정도로 절로 대비가 되어 버리는 상황이라 하자. 이건 두 글의 근본적인 구조가 유사하다는 일 증거가 된다.) 이런 경우, 그 모모한 사실을 밝힌다고 해서 면피가 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구조를 얻어오는 순간 표절이기 때문이다.
(맹물)이 글은 CCL이 적용되지 않아요. 옮겨갈 순 있겠지만, 전재(轉載)하시지는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