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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070904 후지쯔배 결승국의 여운 2 - 미리 쓰는 결어(結語)


실상(實狀)을 알고 싶었다 알고 싶다 -미리 쓰는 결어(結語)


李국수는 우리들의 제일급 화두, 그의 부진조차도 화두가 된다. 두 달 전 그 바둑.

형제대결이니 몇 회 연속 우승이니 표면상은 잔치분위기가 부각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진하다 살아난다 어떻다 온갖 소리들로 시끄러운 소리 한가운데 선 사람, 시험의 순간이자 일종의 기로에 선 李도 소리 없이 주시되고 있었다. 

神算(신ː산)이 新算(신산)을 상대로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어제 오늘 시작된 것이 아닌 ‘李의 문제’는 웬만히 관심 있는 이라면 다들 아는 문제, 여타 기사들의 실력 상향평준화와 李 그 자신의 문제에서 비롯된 복합적인 원인들에서 온 결과였다.

‘李 그 자신의 문제’ 역시 복합적인 원인에서 오는데, 하나는 심리적인 문제요 하나는 건강상 문제였다. 심리적인 문제란 기풍 변화 과정에서 주로 오는 부산물로서,
돌부처 바둑의 본령, ‘형세가 좋으나 나쁘나 간에 겸손히 뚜벅뚜벅 두는 감각’의 상실이다. (그 바둑을 돌이켜 보자. 비록 지긴 했지만 뚜벅뚜벅 두는 李의 모습이 얼마만이던가. -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런 것을 포함한 것들이다. 긍정적 모습이든 부정적 모습이든.)

건강상 문제란 나의 짐작으로는 상기증(上氣症), 이것(에 대해 이미 쓴 바 있지만)은 대국 중에 상기증이 오면 잘 달리던 차가 퍼져버렸다 하는 현상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의 진단은 어떠한가 이건 좀 있다 살피기로 하고, 이 ‘李의 문제‘에 당시 나도 관심이 깊었던 바 神算과 新算의 대결은 놓쳐서는 안 되는 좋은 기회였다.


결과를 보고 李의 팬으로서 애정이 깊은 팬일수록 남몰래 한숨지었으리라. 나세하(羅洗河;뤄시허)와 상호(常昊;창하오)는 그렇다 치고 神算이 이젠 ‘전공과목’에서조차 힘에 부치는구나(약간이지만, 이건 사실이긴 하다 다만 끝까지 보아주길 바란다). 그렇게 생각한 팬이 왜 없었겠는가.

당시 해설은 또 장난이 아니었는데, 내가 이창호 바둑을 보아온 이래 그렇게 신랄하게 씹혔던 적이 도대체 언제였나 이런 적이 있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동시 해설은 심도(深度)의 한계가, 이시(異時) 해설은 또 결과론의 함정에 빠질 수 있으니 혹여 틀린다 해도 그렇게 뭐라 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한쪽(;實狀실상)은 온탕인데 한쪽은 지나치게 냉탕이었다 는 점, 그리하여 정작 중요한 실상(實狀)이 가려져버렸다는 데에 있다. (중요한 건 실제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상(實狀), 언제나 가장 의미 있는 물음 아닌가.)


한쪽은 덤이 나올까 운운하면서 한참 전부터 비관으로 가는 분위기인데 정작 당사자(李국수)는 몽롱한(?)낙관무드였으니.

제일로 당혹스러운 것은 해설의 조합과 결과를 대조했을 때 지나친(;통상의 수준을 넘어선) 불균형이었다. 강한 문제의식이 싹튼 곳은 여기에서였다.

중(重)히 주시하던 李국수의 일이라, 그 바둑의 여운이 얼마간 갔고 마침 朴의 인터뷰가 때맞추어 나왔고 게다가 월간바둑에서 상보로 다루어 주는 바람에 나의 짐작이 어느 정도 옳았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수없이 그린 참고도(바둑 참 재미있다)...그냥 알고 싶어서였다. 그 바둑의 실상을,  그리고 궁극적으로 李국수의 현 상태를. 실상(實狀)을 제대로 알아야 전망도 제대로 서지 않겠는가. 

결과, 앞서의 짐작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고 약간의 덤까지 얻었다. 덤이란 월간바둑 상보의 오류(순전히 내가 보기에)인데, 이게(朴의 해설에 의한 것이다.) 오류라고 주장함은 아이가 할아버지 수염 뽑자고 덤비는 모습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나중에 나올 내용은, 중급이 못되는 분들에게는 그림은 조잡하고 설명은 친절하지 못하다. 게다가 방금 말한 대로 버릇없는 점까지 있다. 그러니 어른 공경하지 않는 비례(非禮)를 보아선 안 된다거나 기력(棋力)이 약해 성인들의 난해한 행위에 울렁증(?)이 난다거나 여하튼 19세 이하인 분은 관람 불가임을 밝혀둔다.


나는 李국수의 팬이기도 하고 팬이 아니기도 하다. 李국수의 팬이 아닌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팬인  것도 아니다. 여하 간에 무언가의 진상은 언제나 중요한 문제이다.

李 국수의 현재 실상은 어떠한가. 그 정확한 상태를 알고 싶었다.

   

위에서 ‘여타 기사들의 실력 상향평준화와 李 그 자신의 문제에서 비롯된 복합적인 원인’이라 말한 바 있다. 이 중 전자는 (바둑계 대다수가 동의하는 부분인데) 그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남은 건 ‘李 그 자신의 문제’ 이다.

‘李 자신의 문제’, (위에서) 이것도 복합적인 문제라 하였는데 그 중 건강상의 문제는,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아직’이다. 나는 그렇게 짐작하였는데 그 짐작대로 그게 만약 상기증(上氣症)이라면 짧은 시일에 씻은 듯이 없어질 증세가 아니다. 중환배 우승 인터뷰에서 그도 말하였지만(월간바둑 9월호) 그의 건강은 아직은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


심리적인 문제, 기풍 변화 시도에서 오는 혼란(불가피하다)과 이런 저런 사정에 의한 성적저조가 맞물려 ‘형세가 좋으나 나쁘나 간에 겸손히 뚜벅뚜벅 두는 감각’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이긴 때가 참 오래전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장허(张栩;장쉬)와의 준결승 바둑도 그렇지만 ‘그 바둑’에서는 그 본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비록 낙관하다 新算에게 역전당해 버렸긴 하지만. 

중환배 우승 후 상호(常昊;창하오)는 ‘형세가 좋으나 나쁘나 간에 여유 있게 두는 감각을 회복하였다’라 평가하였다.


‘기풍전환‘이 시도되기 시작된 때가 한참 전이다. 지금은 어디쯤에 왔는가? 몇 시인가?


본인 입으로 ‘계산이 안 된다’고 하고 있는데, 근래 2년간 예의 어이없는 실수인 ‘앵꼬’는 차지하더라도 끝내기에서 神算답지 않다 싶은 판이 제법 된다. 新算과의 그 바둑에서도 (나중에 보겠지만) 작게는 2집 어쩌면 4집을 버렸다(재역전 모색용 비틀기에서 비롯된 한집 손해는 제외하고도).
그의 끝내기가 과거보다 약해져서일까 여타 기사의 끝내기가 탄탄해져서일까.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과거 그가 누리던 독보적인 이점은 이제 사라진 듯싶고 朴같은 상대를 만났을 때 가끔은 약점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게 궁금해서 중환배 결승에서 神算 v. 新算 재격돌을 고대했다.)

과거 한때 ‘끝내기는 최고이나 포석이 아직 힘겹고 전투를 기피한다’ 는 평가가 있었다. 포석 약점은 극복한지 오래이고 싸움도 이미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는, 뭐랄까 항우장사가 아닌 한 장담하기가 서로 간에 어려운 게 전투이고 끝내기 승부는 그에게도 이제는 미지수 승부가 되어버림에 있다. 과장하자면 평범한 일류 기사가 되어버렸다..이다.


상호(常昊;창하오)가 뭐라 하는가 균형 감각이 탁월하고 전체적으로 고루 강하다 고 하였다.

쎈돌이 뭐라 하는가 판을 운영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고 있다.

최근에 소장 기사 3인이 뭐라 하고 있는가 (공통적으로) 종반은 견딜만하고 (각자별)초반 또는 중반이 무섭다 하면서, (박영훈)생각의 폭이 남다르다, (윤준상)판을 짜고 운영하는 능력이, (강동윤)바둑의 골격을 형성하는 힘이 남다르다고 하고 있다. (소장스타에게 물어본 이창호-이홍렬,조선 ;제목변경)


치열함이란 이색요소를 받아들이는 기풍 전환 과정에서 일시 왔던 어색함은 드디어 사라진 듯하다. 그리고 위의 평가대로 판을 자기류로 잘 짠다 잘 짰다고 했을 때 그는 이제, 싸울 장면에서는 싸울 장면에서만 싸우고 그럴 필요가 없는 장면에서는 (이건 과거에도 그랬지만) 간명한 길을 찾아간다.

기풍전환으로 얻고자 했던 바 목적인 전투/비전투의 선택/전환이란 잣대를 들이대어 보자. 말하자면 옛 감각인 느긋함과 신(新) 감각인 치열함이 잘 조화되어 이제는 양쪽이 능수능란해졌다 할까 지금 시점쯤에 와서는 기풍전환이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도...완성되었다고 본다. (남은 것은 무엇일까?)


그래서 지금 상태 그의 바둑을 표현하자면 (또 과장하자면) 종반만 조심하면 되는 바둑이다.
용기를 내어, 좀 더 과장해보자. 과거 그(李) 덕분에 전신(戰神)이 되었던 조국수의 바둑이다. (어이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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