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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090407 BC배 8강 (完)


BC배 8강 진입자가 모두 가려졌다. (09.04.05 일요일)



*15强의 위용 -남을 사람만 남았다


고력古力 박문요 한웅규 조훈현 이세돌 박영훈 조한승 황혁중黃奕中.


두 세 단계 전인 32강, 64강까지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던 보통의 일류프로, 웬만한 일류프로, 그냥저냥한 일류프로, 신인/저단 급 프로, 무명프로, 일본기사, 아마추어 등.. 우리에게‘그냥’ 친숙한 이름들 또는 생소한 이름들은 다 사라졌다. 그리하여 8석 중 6석이 맹물 版 세계 순위(ranking) 15강 멤버이다. 대회 초반 단계에 뭐라니 뭐라니들 해도 사다리 위로 갈수록 결국 남을 사람만 남는다는 애기.


이참에 「세계 15강」의 개별 대회 8강 점유비율을 08년 6개 대회에서 살펴보자. 「8中7」이 세 개 대회(응씨배, 富士通후지쯔배, 豊田도요타배), 「8中6」이 두 개 대회(춘란배, LG배)로서 「세계 15강」이 대회의 8강을 과점寡占한다. 조금 이례적인 대회가 삼성배인데, 15위 바깥의 약한(?) 기사가 3명이나 자리했다. 대체적으로 보아 15위권 바깥의 기사에게 8강벽은 진입장벽(8강을 2번 이상 가면 15강이다.)에 해당하고 어쩌다 8강에 들더라도 그 다음 단계인 4강벽 앞에서 필히 자빠진다.


8강, 4강..으로 갈수록 高 순위 棋士만 남는 현상, 다시 말해 세계순위가 높은 기사만 높은 단계에 주로 진출하는 현상은, 산정된 순위가 웬만치 엉터리가 아닌 바에야 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순위(;실력)가 높아 이긴다는 말이나, 자주 이기기 때문에 순위가 높다는 말은 그 말이 그 말이니까.

같은 일이 반복되면 진부해지고 진부하면 식상해진다. 그래서 한웅규와 조훈현의 이변은 신선하다. 게다가 둘은 맞대결 예정이라 ‘이변’은 최소한 4강까지는 계속될 예정이다.



*이창호 -탈락


언제부터인가 이창호 프리미엄은 사라졌다. 다(nothing)는 아니고, 적어도 10강(古쎈창文훈, 常孔최劉謝)권의 기사들은 이창호 프리미엄을 인정하지도, 이창호 앞에서 주눅 들지도 않는다. 그걸 박문요(16강전)가 여실히 보여주었다.


박문요는 작년에  豊田도요타배 하나로 잘 먹고 잘 살았다. (결승 진출 -당시 8강 상대가 이창호, 종반 그답지 않은 난조에 빠지더니 기어코 판을 내주고 말았다.) 박문요는, 필자 소견에 풍전배 배점이 워낙 커서 4,5위권을 머무르고 있을 뿐이라 여겨, 내심 그러다 말겠지 하고 실력을 평가절하하고 있었다.

근데 이창호를 또 만났다. 다름 아닌 이창호이니 설욕을 하겠지 믿었으나 박문요는 또 이겨갔다. 이창호를 두 번 연속으로 이겼고 이번엔 판의 내용도 좋다. 이 정도면 실력이 인정되어야 한다. 적어도 한창 때의 호요우胡耀宇 정도,..박문요, 음 고력이와의 8강전이 볼만하겠다.


BC배 탈락이 아쉽긴 하지만 이창호에게 BC배는 올해 농사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이창호로선 올 농사의  8,9할이 응씨배, 춘란배에 달렸다. 올해 09년 세계대회는 짝수년도보다 두 세 개 적은 고작 4개(BC배 포함). 빠알갛게 잘 익은 홍시가 2개, 미처 열지도 않은 풋감이 4개라,... 솔직히 말해 이미 진출한 두 개의 결승만 이긴다면 다른 대회에서 심하게 죽을 쑨다 해도 이창호에게 괜찮은 수확이 아닐까. 나라면 일단 홍시부터 냠냠냠이다. 




*조훈현 -나의 엄살은 늙지를 않는다


여타 기사들, 특히 한웅규에게 과제가 하나 생겼다. 쭝얼쭝얼... 조훈현의‘오랄’공격을 견뎌야 한다는 과제. 어떤 땐‘구찌 겐세이’까지 덤으로 견뎌야 한다. 조또~와따시가네 이랏세이마세...@@%ㅅ#... 한웅규는 당연히 ‘첫경험’이고 가능성이 높은 고력이나 박문요도 첫 대국일성 싶은데, 아~ 예의 바른 고력이가 조국수의 험악한‘공격’에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는 광경을 보고 싶다. 고력이 속으로 曰, ‘오라는 동윤이(고력이가 당한 패배가 있다)는 안 오고 어디서 이상하고 머리 허연 영감탱이가 와서는..뭐냐고 이게..’ㅋㅋ

아 근데 이거, 지네들 잘하는 짓 그거...오랄 대처법을 「집단 연구」해 오면 어쩌지?


주준훈과의 바둑, 윤준상과의 바둑, 두 번의 대운大運이 있어 조국수가 여기까지 왔다. 이쯤치면 많은 팬들이 은연중 조국수의 ‘사고’를 기대하고 있으리라. 필자도 그러한 사람이긴 하다. 허나 바램은 바램일 뿐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당사자 조국수도 그렇게 말했고...오! 그러면서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게 또 사람 마음, 갈대보다 더 오락가락하는 우리네 마음이다. 엄살쟁이 조국수님 두 번만 더 이깁시다. 왕년의 맛을 좀 보여줍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고력이 넘한테 찌인~하게 말입니다.




*조한승 -부족한 무엇


조한승은 실력부족일까. 근성부족일까. 사람들은 흔히 후자로 말한다. 그 말인즉, 바둑의 결(;품질)은 조한승이 누구 못지않다, 다만 아쉽게도 근성이 조금 부족할 뿐이다 는 말이다. 즉, 조한승은 ‘2%’가 부족하다...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기자들이 특히 잘 써 먹는 말이라 전적으로 믿을 말은 못된다. 허나 내가 실력이 실력인지라 고수바둑의 결이란 것을 감평할 안목이 있지도 못하고, 고수들(특히 이영구가 그렇다는데)이 그렇다고 하고, 무엇보다도 당사자인 조한승이 그래도 정상 일보 직전에는 가는 모습을 잊을 만하면 보여주니 그럼 그런가보다 생각하여 왔을 뿐이다.

또 하나, 실제로 바둑을 둘 때의 통계적 결과이다. 근성을 장착하고(=열심히) 둘 때 대개 10%~20% 정도 승률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조한승을 두고 말하는 「근성론」(2%론)이 일단 비빌 언덕은 있다 하겠다.


그러나 간사한 게 사람, 세월만 지나고 님은 오지 않는다면 기다리는 사람도 언젠가 지치게 마련이다. 이 2%론에 근래 들어 회의가 생기기 시작했다. 근성론은 결국 합리화 론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고.


조한승의 성적다운 성적을 살펴보자. 4번의 세계 4강, 2번의 TV아시아 준우승, 농심배 3연승, 천원전 이세돌을 누르고 우승, 다수의 국내 타이틀 준우승.

초일류란 딱지는 그냥 붙여지지 않는다. 일류들에게 잘 이긴다고 해서 붙여지지 않는다. ‘초일류’란 초일류를 한번이라도 극복해본 자, 최고 난이도의 고비에서 기존의 초일류를 넘어본 경험을 해본 자에게만 붙는 영광스런 딱지이다. 쎈力창 3인은 당연히 서로 이기고 지고 하는 초일류들, 이들 三龍을 결승무대에서 한번이라도 이겨본 상호와 박영훈도 그래서 초일류의 반열에 든다.


번번히 4강 고비에서 물을 마신 조한승은 애초부터 초일류와 결승무대에서 對酌대작할 기회조차 없었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작년 TV 아시아 결승 對이세돌 패배, 근데 군소기전이라..) 인상학적으론 비슷하게 물렁해 보이는 박영훈이 4번이나 가본 결승무대를 조한승은 왜 한 번도 가보지 못했을까.

08년 조한승은 (6개 대회 중) 4개의 세계대회에 나가서 16강 2회, 8강 2회를 했다. 역시 기본 실력은 있고 웬만한 일류에겐 잘도 이긴다. 이번 BC배 16강전, 일본의 井山이야마와의 바둑도 그랬다. 쉽게도 참 부드럽게도 이겼다. 문제는 초일류, 앞서 말한 4번 중에 3번이나 고력, 창호, 상호 초일류를 맞닥뜨렸다. 그리고 모두 다 졌다.


이기고 싶은 절박한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누구에게 없겠는가!) 필자도 승단기회나 강단위기, 늘 상대해온 맞수나 소문난 이름의 강자를 만날 치면 온몸이 승부욕으로 절절 끊는다. 절박하게 이기고 싶은 마음으로 둔다. 그러나 질 판은 진다. 어쩔 도리 없이 진다. 다름 아닌 이윤 내가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지만, 조한승에게 4강 정도는‘가본 길’이요 익숙한 길이다. 더구나 이번 상대는  5元帥급(力쎈창常훈)이 아닌 황혁중黃奕中이라 4강 가능성은 꽤 높다. 초일류와‘대작’할 기회를 잡자, 조한승.

조한승 류의 「알기 쉽게, 부드럽게 두는 기풍」은 속기바둑에 강점이 있는 듯도 싶고, 어찌 보면 꼭대기 급의 강자들에겐 꼭 그렇지도 않은 듯하고... 그래도 말이지 BC배는 의외성을 한껏 증폭시킨 30초짜리가 아닌가!


이런 시나리오는 어떨까. 조훈현이 고력을 이기고 조한승이 이세돌을 이긴다. 그리고 머리 허연 노땅과 얼굴 하얀 꽃미남 노땅(?) 둘이서 결승을 둔다. 말이 좀 그렇지만 이른바‘B급 비디오’로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은데..ㅅㅅㅅ


근데 작년 富士通후지쯔배가 군 입대 면제받을 마지막 기회라더니 고거 실패하고도 아직까지 어찌어찌 입영 연기가 가능한 모양이다. 남은 기회는 내년 아시안 게임인데...흐미.  




*初段殺手 한웅규 -상호 曰, 초인적 냉정


랭킹 2위 강동윤이 실족했다. 그를 떨어뜨리고 올라간 棋士는 한웅규. 중국의 바둑 매체「体坛周报」체단주보는 갓 입단하여 세계대회 8강에 전격 진입한 한웅규를 조명하면서 그를 ‘초단살수’라 표현했다. (연결-중국어)


기자(李浩然)는 한웅규가 예선부터 이기고 올라온 상대들인 박정상, 정두호(한국 아마기사, 리철李哲을 이겼다.) 주예양周睿羊, 조혜연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이들을 이긴 韓은 한국 랭킹 50위에도 들지 못하는 기사임을 지적했다.

또한 한국 초단살수의 전형적 예로 한상훈과 그의 07년 활약상을 소개하고 이처럼 한국에서 초단살수가 많이 나오는 이유로 ‘그 근원은 연구생 제도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記事의 끝은 반드시 긍정적이진 않은데, 李기자의 결론인즉‘입단직후의 폭발기가 지나고 나면 그들 대다수는 평범한 기사가 되어버린다.’고.


한편 韓-姜 전을 해설한 상호常昊는 9회 말 투 아웃, 권투 15회, 축구 추가시간에 작렬시킨 한웅규의 대마 사냥 장면을 두고‘한웅규가 점점 패배가 보이는 지경에 처해서도 초인적으로 냉정했다‘고 평했다. (연결-중국어)  



*고력 -그의 탈락을 원하는 팬들


고력의 탈락을 원하는 팬들이 많아졌다. 그게 어때서? 흠, 이렇게 말하자. 이세돌과 고력의 대결을 바라지 않는 팬들이 많아졌다. 그 내심이야 물론 이제는 고력이가 무섭다는 거지. 허! 재미있는 현상이다.


고력 떨어지지 마라.




*대회방식 -30초는 짧다


아마도 취향의 문제이리라.

(1)완벽한 기보를 보고 싶은 마음, 프로의 실수를 보고 싶지 않은 마음 하나. (1)실수도 인간의 증표이다, 실수가 있어 차라리 인간적이지 않은가 더구나 재미도 더하다 하는 마음 하나. 나는 전자이다. 즉, 품질이 떨어지는 手가 너무 자주 나와서 싫다.


허영호가 쉬운 수를 보지 못해 잘 짜 놓은 바둑(對 고력)을 허무하게 날린 건 차라리 실력이겠지. 그러나 시간만 있었다면 아니 초읽기가 1분만 되었더라면 강동윤은 대마를 그렇게 죽이지 않았겠고 윤준상은 과욕을 자제하였겠고 조훈현은 아마 올라가기 어려웠을 거다.

초일류도 실수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세돌도 초읽기에 오락가락, 전장이탈하는 바람에 바둑을 한순간에 배려버렸고 덕분에 바둑이 좋아진 원성진이 숨은 결정타를 깜빡하여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된 이유도 초읽기가 30초인 탓이다. 악전고투, 오 God! 하고  빛이 보이는 그 순간 이창호가 몽롱한 상태에서 당해야 했던 이유도 다름 아닌 30초 탓이다. 무엇보다도 주준훈(對 조훈현)의 大 덜컥수는 차마 프로의 수가 아니다. 이 모든 게 초읽기가 대국자를 쥐어짠 탓이다.


TV 맞춤형 바둑에서 1분은 지루할까? 그렇다면 45초는 어떨까? 이 정도만 해도 手들의 품질이 많이 달라질 텐데...